퀵바

박침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이순신, 조선의 반격 - 증기와 대항해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새글

박침
작품등록일 :
2024.07.03 17:34
최근연재일 :
2024.07.20 01:5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7,555
추천수 :
874
글자수 :
132,127

작성
24.07.07 00:20
조회
1,156
추천
32
글자
13쪽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DUMMY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이히~ 히이이잉



위험을 직감한 말이 달리기를 거부하는 울음소리였다. 눈앞엔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함마갱에 빠져 고꾸라진 말은 죽창에 꿰어진 채로 버둥거리고 있었고, 그걸 뛰어넘다가 뒤집힌 말에 깔린 야인, 말에서 떨어져 나무 송곳에 몸통이 뚫려 신음하는 여진족.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위로 쏟아지는 무수한 화살들······.


여진 기병의 대열이 무너지고 있었다.


목책에 도착하기도 전에 놀라 날뛰는 말, 그 말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기를 쓰는 여진 병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것을 보고 고무된 조선군 병사들은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어떤 갑사는 죽창을 서너 개씩 들고 함마갱 앞까지 다가갔다.


그 갑사는 지옥 구덩이에서 살아남아 기어 나오는 야인들을 향해 죽창을 던져 넣고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 아비규환에서 용케 살아남은 여진족들은 거침없이 군영 안으로 밀어닥쳤고, 그들은 조선군 살수를 대면해야 했다.


함마갱과 조선군 군영의 목책을 사이에 두고 선혈이 낭자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칼날과 칼날이 맞부딪혔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름 돋는 소리에 닭살이 들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지고 휘두르는 그야말로 난전이었다.


용케도 함마갱에서 살아남은 여진족은 군영으로 난입했고, 그 수는 조선군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살수와 군관들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조선 무관은 3년에 한 번, 전국에서 2, 30명을 뽑는 무과를 통과한 사람으로 최소한 활, 검, 창에 있어 국가대표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수시로 크고 작은 싸움이 있는 함길도(함경도) 군관의 전투력은 절정에 달해 있었으니, 행정직인 감관 임경번조차 여진족 서넛쯤은 쉽게 상대하고 있었다.


나 또한, 활을 날리고 칼을 휘둘러 야인을 척살했다.


서로의 칼날과 몸이 엉키고 섞였다. 때론 야인의 내뿜는 숨의 냄새를 역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팔이 잘리고, 갈라진 목에서 피가 솟구쳤고. 몸 밖으로 튀어나온 창자를 주워 담아야 했다.


혼전 속에서 고립된 여진족 몇몇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망친 여진족은 미로 같은 군영 안에서 길을 잃었고. 이젠 여진족을 발견한 백성들이 달려들었다.


여진족 한 명에 십 수명의 백성이 달려들어 도리깨와 몽둥이로 매타작을 벌이고 있었다. 그간 쌓인 한을 풀기라도 하듯, 정신을 잃어 가는 여진족을 개 패듯이 패고 있었다.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부러져, 피떡이 되어 축 늘어진 여진 병사를 보고 한 군관이 탄식하듯 말했다.



“어허이~ 그냥 칼에 찔려 죽는 게 낫겠네.”



전투와 말발굽이 일으킨 흙먼지가 가라앉자. 병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의 사지가 온전한지 확인하고 있었다.



- 뭐, 뭐여. 야인놈들 더는 없는 겨?

- 다 디진 거 같슴둥.


- 이, 이겼다!


- 정말이여? 야인들 다 뒤진겨?

- 그렇슴둥. 짐성 같은 것들 다 잡은 거 같슴둥.



절망적 상황에서 승전을 확인한 군병과 백성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시에 함성을 터트렸다.



와아아 ~~~~~~~~~~


- 만호 나리, 이겼습니다요.


- 천세에 ~~~

- 만호 나리 천세!



병사들과 함께 혈전을 벌인 선전관 이운룡이 다가왔다.



“장군, 승전입니다.”


“운룡! 고생했네. 수고했어.”



다행이고, 다행이었다. 다친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전사자는 없었다.


그렇게 여진족을 막아 내었다. 하지만 쉴 수는 없었다. 이제 함마갱의 존재를 알아차린 여진족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함마갱의 위치가 노출된 곳은 목책의 방비를 더욱 튼튼히 하였다.


여진의 재침을 미리 알기 위해 곳곳으로 체탐인 2개 부대를 보냈다.


체탐인은 조선의 특수첩보부대로 토착민 혹은 조선에 동화된 번호(藩胡) 중에서 뽑았다.


* 번호(藩胡) : 두만강 유역의 6진 등 조선의 영토에 들어와 사는 여진족.


보통 5에서 10인으로 움직였고 상황에 따라 한, 두 명이 여진족 본거지에 잠입하거나 세작(細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체탐인에 여진의 군영과 그들의 퇴각로까지 정탐하라 일렀다.



...



여진족은 한 차례 더 군영을 기습했지만, 또 다른 함마갱에 병마만 잃고 퇴각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여진족이 조금만 더 다른 방향으로 진격을 했다면, 그대로 방어선이 뚫릴 위기였다.


그것을 막기 위해 선전관 이운룡과 함께 나도 치열한 백병전을 치러야만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고, 조선군도 4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거센 저항에 여진 기병은 퇴각했고, 다시 대열을 갖춰서 돌진한 곳이 정확하게 함마갱으로 향한 것이었다.


만약 같은 방향으로 여진족이 재진입하였다면, 더는 막아 낼 기력이 남아 있을지는 의문인 상태였기에, 다들 하늘이 도왔다며 입을 모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아스라이 꿈속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무예 수련의 결과가 고스란히 내 몸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생에서는 헬스장도 며칠 다니다 말아서 돈을 날리기 일쑤였는데.


나도 모르게 창을 던져 여진 기병의 기수를 떨어뜨리고, 장도를 뽑아 들고 달려드는 여진족을 단칼에 베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달아나는 여진 기병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를 발견하고는 활을 꺼냈으나, 장전이 없자, 순식간에 덧살에 애기살을 메겨 쏘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했다.


70보는 떨어진 거리였지만 정확히 명중했고, 말에서 떨어지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더는 여진족이 녹둔도 군영을 침범하지 않고 물러갔다.


그렇지만, 군영을 포기한 여진족들은 조산보 주변의 민가를 찾아서 하나씩 들쑤시며 약탈할 것이 걱정되었다.


미처 군영으로 피신 못 한 백성이나, 멀찍이 떨어져 있는 민가가 여진족의 먹잇감이 될 것이 뻔했다.


절대적으로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영을 비우고 그들을 추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애가 탔다.


승전했지만 군영은 전투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혹시 모를 재침을 대비해 목책과 참호를 보수토록 지시하고, 사수들의 사선을 점검하는 중. 군영이 소란스러워졌다.


군관 하나가 여진족의 시신을 말에 매어 끌고 오고 있었다.



“장군, 장군!”


“왜 이리 소란인가?”


“이것 보십시오.”


“이건 죽은 오랑캐 아닌가? 수급(首級, 머리)이나 베어 오지, 어째서?”


“장군, 그냥 오랑캐가 아닙니다. 여진 추장 중 하나인 마니응개(亇尼應介)입니다.”


“오! 확실한가?”


“체탐인이 알아보았고, 포로로 잡힌 야인에게도 확인하였습니다.”


“아, 그래서 일시에 물러간 것이군.”


“그리고 이것 좀 보십시오”


군관은 편전(애기화살)을 들어 보였다.


“이게 이놈 등짝을 꿰어 염통(심장)까지 박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길 보십시오.”


편전엔 칼로 새긴 일심(一心)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 이건. 그러면······.”


“그렇습니다. 장군이 이놈을 저격하신 겁니다. 장군의 수결(手決)인 一心(일심)의 모양 그대로 야인의 심장을 꿰뚫으셨습니다. 하하하.”



...



한바탕 야인이 일으킨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피해 집계와 복구를 위해나간 선전관 이운룡이 돌아왔다.



“장군!”


이운룡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아니 침통한 표정이었다.


“어찌 되었나?”


“먼저 목장에 매어 둔 군마 15필을 빼앗겼으며······.”


“······.”


“백성 160여 명이 납치되었습니다.”


“160명?”


“네, 장군. 주로 부녀자들입니다.”


“아······.”



슬프고도 난감한 일이었다. 끌려간 조선인은 보나 마나 노예가 될 것이 뻔하였다.


반농반목인 여진인은 약탈 전쟁에서 납치한 포로를 노예로 부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쩐다. 그들을 구해야 할 터인데······.”


나의 거듭되는 탄식을 보다 못한 선전관 이운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장군, 체탐인이 납치된 백성의 소재를 찾아낼 것입니다. 1백 명이 넘는 인원을 산속에 숨길 순 없을 것입니다.”



체탐인 부대는 적정을 정찰하는 임무도 수행했지만, 여진의 전술과 그들을 추격하는 역할도 함께했다.


더러 여진족에서 귀부한 자도 있었고, 여진에게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자도 있었다.



“음, 그렇다고 체탐인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을 터!”


“?”


“운룡!”


“네. 장군.”


“말을 잘 타고, 날랜 병사들로 추격부대를 꾸리도록. 여분의 말에 식량과 무기도 챙기고.”


“네. 알겠습니다.”



우리만으론 안 될 것 같았다. 이에 경흥부로 사람을 보내 지원군을 요청했다. 경흥부사 이경록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무인이었고, 조선인이었다.


이윽고 경흥부사가 휘하의 부대를 이끌고, 조산보 부대에 합류해 추격부대를 꾸렸다.


이경록 그는 효령대군의 7세손인 종친이고 상관이었지만, 나와는 무과 동기이자 든든한 친구였다.


체탐인의 기별을 기다리는 동안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납치당한 백성이 만주 땅 내륙 깊숙이 끌려갈 것 같아서였다. 구출 작전의 성패는 체탐인의 활약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추격부대의 군장을 점검했다.


선발대는 인절미, 미숫가루, 찐쌀, 북어, 육포 이틀 치를 전투식량으로 말에 싣고 대기하였고. 치중대가 식량과 화살, 여분의 병장기, 마필(馬匹)을 가지고 반나절 거리를 두고 따라오기로 했다.


그렇게 노심초사 체탐인이 보내올 소식을 기다리는 중에 이운룡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 전갈(傳喝)이 도착했습니다.”


“체탐인인가?”


“네. 우리 백성의 소재를 확인했답니다. 현재 체탐자 3인은 계속 추격 중이고, 두 명을 길잡이로 복귀시켰습니다.”


“그래. 어서 출발하세나.”



추격부대를 출발시키기에 앞서 짧은 연설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불투명한 미래와 여진의 본거지로 들어간다는 병사들의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야 했다.



“들으시오! 우리는 세종대왕이 개척하신 4군과 6진을 지키는 소임을 다해야 하오. 또 고려조 강감찬 장군 귀주에서 십만 거란군을 몰살하고, 양규 장군은 고작 7백의 병력으로 이십만 거란군과 상대해서 수만의 백성을 구출한 일이 있었소.”


“······.”


“이제 우리가 양규 장군의 뒤를 이어 조선 백성을 구할 차례요.”



나의 말끝에 누군가 ‘조선 천세’를 외쳤고, 병사들의 함성이 녹둔도 군경을 가득 채우며 길을 나섰다.



...



체탐인 길잡이를 따라 만주 벌판을 달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말이 지치면 다른 말로 갈아타고, 지친 말은 한데 모아서 병사 몇몇이 치중대를 기다리며 천천히 뒤따르게 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달리니 체탐인 부대원 중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는가?”


“저기 고개를 넘으면 바로 입니다요. 다섯 마장쯤 됩니다요.”


* 1 마장 : 약 400m


“여진의 군세는 어떤가? 잡혀 있는 백성들은 몇이나 되고?”


“쇤네가 본 바로는 백성은 1백여 명 남짓이 손이 묶인 채로 목줄이 채워져 있고, 오랑캐의 숫자는 90쯤 됩니다요.”


포로를 호송하는 숫자로는 생각보다 적병의 숫자가 많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았다.


“90? 여진의 본대가 근처에 있는가?”


“본대인지는 확실치 않사오나. 20마장쯤 떨어진 곳에 기병 400기가 진을 치고 있사옵니다.”



우리는 길을 재촉하여 달려오느라 30 남짓의 기병이 전부였다. 체탐인을 합쳐도 40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20마장이면 8km였다. 말을 달리면 한 식경도 안 되는 거리였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전투 중에 한 놈이라도 살아서 도망가면, 우리 병력의 10배가 넘는 여진 기병이 밀어닥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땅히 방어진을 구축할 만한 지형도 보이지 않았고, 현 병력으로 백성들까지 데리고 농성하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이운룡에게 눈을 맞추었다.



“선전관!”





...



* * * * *


* 수결(手決) : 자필서명 혹은 사인. 장군은 수결로 一心을 쓰셨고, 일기 여백에 그것을 연습한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 시진(時辰) : 약 2시간


* 체탐인(體探人) : 조선 세종 때에 만들어진 첩보부대. 압록강에서 250km 북쪽까지 침투해서 정찰한 기록도 있다.


.

08-일심.png

이충무공의 수결이 남아있는 문서 - 신군안 의병장 체지

수군통제사의 직권으로 신군안에게 의병장 지휘권을 부여한 첩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멸의 이순신, 조선의 반격 - 증기와 대항해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인사 - 추천. 후원. 24.07.18 29 0 -
공지 연재의 변, 표지, 연재시간 24.07.03 851 0 -
24 024화 – 경강(京江) NEW +11 21시간 전 660 31 14쪽
23 023화 - 최초의 증기선 +17 24.07.19 758 33 13쪽
22 022화 - 10,000근 +16 24.07.18 807 34 12쪽
21 021화 - 치도곤(治盜棍) +22 24.07.17 830 32 12쪽
20 020화 - 포작(鮑作)과 잠녀(潛女) +14 24.07.16 846 33 12쪽
19 019화 - 나들개 +19 24.07.15 869 34 12쪽
18 018화 - 병선조선장(兵船造船將) +10 24.07.15 905 33 12쪽
17 017화 – 어명이오! +12 24.07.14 942 27 12쪽
16 016화 - 테슬라 +10 24.07.13 952 30 12쪽
15 015화 - 정읍 전장(田庄) +14 24.07.12 963 34 12쪽
14 014화 - 배어령(輩御令) +14 24.07.11 983 30 12쪽
13 013화 - 염초장(焰硝匠) +10 24.07.11 1,004 36 11쪽
12 012화 – 야장(冶匠) 언복 +14 24.07.10 1,040 38 12쪽
11 011화 – 이름 없는 별 +12 24.07.09 1,066 33 14쪽
10 010화 – 또, 억까(抑苛) 당했다 +14 24.07.08 1,088 39 11쪽
9 009화 - 음영대(陰影隊) +12 24.07.08 1,123 32 11쪽
»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8 24.07.07 1,157 32 13쪽
7 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10 24.07.06 1,198 37 12쪽
6 006화 - 어그로(御居路) +8 24.07.05 1,290 39 14쪽
5 005화 - 격군(格軍) +12 24.07.04 1,431 35 13쪽
4 004화 – VHF 156.8 +12 24.07.04 1,540 42 15쪽
3 003화 – 76mm +10 24.07.03 1,673 46 13쪽
2 002화 - 수조규식(水操規式) +10 24.07.03 2,148 51 16쪽
1 001화 – 프롤로그, 증귀선(蒸龜船) +14 24.07.03 2,267 63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