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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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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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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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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깨비 왕

DUMMY

탐스럽게 열린 산딸기를 따 입에 넣은 도깨비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떨려오는 속을 숨기지 못했다. 달았다. 산딸기의 맛도. 그리고 지금의 기분도, 한없이 달콤했다.


일월회주가 자신에게 가장 커다란 비밀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설운은 방금 전, 이성일이 혼자 있을 때를 노려 살짝 물어보았다.

도깨비인 자신을 믿고 이 모든 것을 보여주어도, 정말로 괜찮겠냐고.


이성일은 안 될 것이 무엇이냐 반문했다. 어쨌든, 배신을 하고 싶다면 하라고 해라. 이성일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도깨비 왕이 지상의 비밀을 알게 되면,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까.


그럼 설운도 같이 죽은 목숨이다. 이성일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파겠다면야 말릴 이유는 없다. 그리고, 약간은 확신도 있었다.


그녀가 도깨비라고는 하지만 천검 백가의 시녀 노릇이나 하고 있던 신세다. 그랬던 그녀가 벼락출세해 지금의 위치에 다다랐다.

거기에 자신이 각성 6성에 도달했다고 철썩같이 믿고있기까지 하다. 도깨비들이 더 큰 것을 제의하지 않으면 설운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성일이 사람을 잘못 본 거라면, 그래도 상관은 없다. 감히 이성일을 배신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일월회에 필요가 없으니까.


‘만약, 도깨비가 내게 접선해 첩자가 되라고 요구한다면.’


설운이 침을 꿀꺽 삼켰다. 미래에 언젠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을 고민했다.


‘나는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이 지상의 모습을 보니, 충분히 답이 나온 것과 같았다. 이성일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궁무진하다. 그가 무엇을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 설운은 모른다.


까도 까도 양파처럼 뭔가가 더 나온다. 이 사람을 천검 백가의 망나니라고 생각했을 때, 그는 나찰여왕을 제압하고 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인류제국의 선제후가 되고, 나찰왕국을 통치하기 시작할 때 설운은 이제 이성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 본 곡물을 꺼내들고 막걸리 이야기를 할 때,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곡물은 필시 이 지상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회주는 아직 비밀이 많았다. 뭐가 더 숨겨져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사람의 편에 서서 일을 한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다. 그러나 적이 되면? 설운은 감히 일월회주를 적으로 돌릴 배짱이 없었다.


“이 지상이란 곳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인자의 농도가 너무 낮아서 답답한 느낌까지 듭니다.”


마틴이 주변을 탐색하다가 돌아왔다. 그가 지나갔던 곳마다 파괴의 족적들이 가득했다.

원하지 않아도, 미궁의 지형지물만큼 힘을 버티리라 계산하고 움직이니 가는 곳마다 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지상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연약하다.


“둘 다 별 수 없어. 수련으로 극복해라.”

“가능한 일입니까?”

“너 자신이 스스로의 힘을 완전히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이곳은 지상이고, 미궁과의 연결점도 없다. 미궁은 전 우주를 상대로 인자를 발산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도 괴수 인자가 아주 미미하게나마 존재는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희미한 인자 농도에서는, 각성 1성 각성자조차 경지를 유지하지 못하고 비각성자로 떨어질 것이다. 그나마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실력자들이기에 이 지상을 멀쩡히 노닐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상의 인자 농도는 적당한 정도로 조절해야 한다. 인자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괴수가 자연스레 창발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곳은 미궁과 다르지 않은 곳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런 저인자 구역에서도 제 실력을 유지하는 것이 수신이다. 신성은 영원불멸하며,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 이성일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셈이지만, 요구조건이 터무니없이 높다.


기존의 수신들이 새로이 좌에 오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더라도, 수신이 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존재에게는 그냥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미궁에는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고, 넘쳐나는 영웅들이 있었다. 한 시대에도 영웅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넘쳐난다. 고금을 통틀어 바라보면, 대단한 사람은 한없이 많다.


그중 누가 수신의 좌에 오를 수 있었나. 역사를 통틀어 고작 일곱이 전부다. 하물며 그들이 더 올라갈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은 지금, 새로운 수신의 탄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우리는 언젠가 도깨비 왕과 부딪히게 된다.”


지상을 만끽하던 이들의 심장에 갑자기 무거운 돌이 내려앉았다. 특히, 설운은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네게 미안한 일을 저질러야 할 수도 있겠지.”

“회주. 만약 제 동족과 회주가 부딪힌다면, 저는 마땅히 회주의 편에 설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야. 한 가지 물어보자. 내가 네 동족들을 대량으로 죽여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설성과의 충돌은 필연이나, 그 시점은 조절 가능하다.

이성일은 가급적 그날을 늦추고 싶었다. 폭력에 찌든 이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바로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다.


“얼마나... 대량으로 죽습니까?”

“모른다. 그러나 못해도 백만 단위다.”


테러도 보통 테러가 아니다. 21세기 인류가 남긴 최강의 유물. 수소폭탄을 이용한 테러다.

수소폭탄은 각성 3성 강자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무기다. 그 아랫급이라면 반드시 죽는다고 보아도 좋다.


인구비율로 보았을 때 그 정도 사상자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부상자까지 따지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설성은 잠시 이성일로부터 관심을 뗄 수밖에 없다.


고작 그 정도 목적을 위해 백만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설운은 그제야 자신의 주군이 얼마나 잔혹한 사람인지 체감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도깨비다. 그런데 그 수가 백만?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몸이 절로 떨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해졌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저 사람이 이런 걸 가지고 장난을 칠 사람도 아니다.


“회주, 부디... 재, 재고해주실 수는 없나요?”

“설성이 나를 칠 생각을 늦게 하기만을 바래라.”


이성일도 한숨을 쉬었다. 학살은, 그다지 뒷맛이 좋지 않은 행위다.


“경우에 따라서는 백만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수소폭탄 테러는 이성일의 계획 중에서도 퍽 온건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훨씬 더 고강도의 옵션까지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행한다면, 설성은 절대로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 정신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짓은 제아무리 이성일이라도 꺼려지는 행위다.


“나중의 일이다. 하지만 닥쳐서 고민하기보단, 지금부터 네가 어찌 처신할지를 신경쓰고 있어라. 도깨비와 선을 긋고 내 휘하로 들어올지, 도깨비의 편을 들지, 언젠가는 결정해야 할 날이 올 테니까.”

“이미 이런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창백해진 얼굴의 소녀가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제게 선택의 여지라는 것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똑똑하구나.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 말해주마.”


이성일로부터 가장 안전해지는 방법은, 이성일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설운이 먼저 배신행위를 하지만 않으면 이성일도 그녀를 어쩌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이성일의 생각이다. 설운은 독심술도 관심법도 없다. 이성일의 태도에 못내 불안함을 느꼈다. 곧바로 이성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회주.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절대로 설성의 편에 설 수 없는 몸입니다. 제 부모님이 그에게 당해 죽었고, 저만 간신히 살아 탈출했습니다. 제가 그와 똑같은 설 씨 성을 가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음?”


이성일이 관심을 보였다. 설운이 이때다 싶어 호소했다.


“저는 그의 조카입니다. 제 아버지의 성함은 설영. 원래 그와 도깨비 왕위를 두고 다투던 경쟁자였습니다. 하지만 설성이 잔혹한 수를 써서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렸고, 일가를 몰살했습니다.”


그 말이 맞다면, 경고는 쓸데없이 한 것이 되어버린다. 이미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네가 천검 백가에 있었던 이유는 그럼...”

“도깨비 장로, 한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가 아버지에게 은혜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당시에는 설성이 아직 각성 6성 수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를 도와준 것이죠.”


설운은 그 생각을 하며 내심 한탄했다. 한때는 그녀 또한 도깨비 왕족이었다.

그 어떤 도깨비도 그녀를 보면 공손히 인사를 올려야만 했다. 한울도 자신을 손님으로 대우했지, 결코 도망자나 패배자를 대하듯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설성이 순조롭게 왕위에 오르고, 각성 6성에 올라 모든 장로들을 복속시키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녀의 위치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도깨비 왕은 안 그래도 일이 많았고, 경지도 약한 조카를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은 이미 잊어버린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울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손님이 아니라 시녀로 격하되었다. 하지만 곧, 그것도 좋은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 장로라는 그의 지위가 있으니, 설성이 직접 집으로 찾아올 때도 있었던 것이다.


만에 하나 이 설운이 왕의 눈에 띄면, 한울은 아주 곤란한 일에 말려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사실 내가 당신 조카를 지금까지 숨겨주고 있었다고 실토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아예 멀리멀리 보내버렸다. 출가외인인 딸에게 보내 시중이나 들게 했다. 한설영은 이런 비사가 뒤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녀를 일개 시녀로 대했다.


‘어쩐지, 어쩌다가 만난 시녀 치고는 이상하게 일을 잘하더라니.’


이성일이 납득했다. 아무리 시녀로 내려갔어도, 공주였을 적의 식견은 여전하다.

그 식견이 백우성의 눈에 들어 발탁되었다. 이성일에게 온 다음에도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런 속사정이 있었을 줄은 몰랐으나,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랬었군. 이해했다. 걱정 말아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회주. 한울은 제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회주의 근처에서 일한다는 것을 안다면, 분명 제 과거를 들먹이며 저를 협박할지도 모릅니다.”

“역시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일이 닥치면, 그냥 내게 조용히 말해라. 미리 사실대로 고하기만 한다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공로를 인정해줄 테니까.”


이성일이 바위에 앉았다. 그리고, 설운도 옆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주춤주춤 다가와 앉은 소녀를 바라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도깨비 왕족 출신이라면 오히려 이야기하기 쉽지. 역천에 대해서도 들어봤을 것 아냐.”

“역천...!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방대한 조직이라고... 그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 아버지는 잔뜩 긴장하고 계셨습니다.”

“그 역천의 천주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당면한 목표다. 이곳은 시작에 불과해. 나도, 일월회도, 더 나아가야지.”


그때까지 네가 나를 잘 따라온다면,

도깨비 왕이 네 안중에나 있을 것 같으냐?


가벼운 한 마디를 남겼다. 똑똑한 아이니,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멀리 있는 도깨비보다는 바로 눈앞의 과제가 더 중요하기도 했다.


조금 뒤.

풀옵션 아반떼 한 대가 나찰왕국을 가로지르며 출발했다.


작가의말

헬메이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이 정도면 재밌는 작품이다!’ 라고 생각하고 문피아에 도전을 해보았지만 과연 시장의 벽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작품, 혹은 본작의 대대적인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헬메이커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작품은 한동안은 삭제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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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왕 22.09.25 6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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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막걸리를 빗다 22.09.25 58 0 14쪽
31 특산품을 개발하다! 22.09.24 63 1 14쪽
30 수련 성지, 개장 22.09.23 13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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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수하를 받다 22.09.21 6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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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찰 22.09.14 8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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