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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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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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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작성
22.09.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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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호가호위

DUMMY

세상사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다.


이성일은 공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생판 남, 혹은 적대적인 세력의 물건이야 공짜로 잠깐 빌려쓸 수도 있다. 그 경우, 반환은 기약이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여다. 적어도 이성일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사람에게 돈이나 물건을 떼어먹는 짓은 못할 짓이다. 이성일에게도 나름의 선이 있다. 정말 어지간한 압력이 주어지지 않는 한, 그는 보통 선을 넘지는 않는다.


스스스스...


물에 젖은 스폰지를 쥐어짜면 물이 튀어나온다. 비슷하게, 뱀이 꿈틀거리면서 이성일을 조일 때마다 넘쳐흐르는 괴수인자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피부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인자를 전달하는 건 효율이 높지 않다. 2%나 받아들일 수 있으면 다행일 정도로 효율이 나빠서, 사실상 인자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짓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인자를 전수하는 데에도 커다란 장점이 하나 있다. 고효율이라고 하면 언뜻 좋아보이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다 나름의 대가가 있다.

고속충전이 충전은 빠르게 되지만 배터리 수명을 더 갉아먹는 것처럼, 힘을 급속도로 주입하는 받는 쪽도 부담이 크다. 이렇게 극단적인 저효율을 자랑하는 방식은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상대방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도 않으며, 힘이 완만하고 천천히 증가한다. 점점 더 충만해지는 기분에 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이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태양은 매 순간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개중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22억분의 1 정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70억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태양의 따스함을 느꼈다.


이성일과 이 뱀의 격차는 심지어 태양과 인간보다도 크다. 이렇게 많은 인자를 실시간으로 허공에 흩뿌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다. 이성일에게 이 정도는 티끝만도 못한 수준이다.


햘짝.


뱀이 자신도 모르게 혀를 뻗어 이성일의 볼을 핥았다. 인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려는 몸부림이다. 그 모든 걸 보고 있던 설운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표정관리고 뭐고, 이건 상상 이상이다. 꼭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래야 한단 말인가?

물론, 이성일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바로 입술을 꾹 닫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소녀는 이런 곳에서 이런 이유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다른 일부터 하고 있어라. 형님을 찾아가서, 내가 내일 흑철광산으로 출발하겠다고 해.”

“아, 예!”


이 연놈들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느니, 그편이 훨씬 나았다. 설운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늦게 돌아와야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다닥!


복도를 달려나간 소녀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은 이 집안의 일개 시녀일 뿐이다. 그리고 대공자는 저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이다.

찾아간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문이라도 두드렸다가 고초를 당할 수도 있었다.


멈칫 주저하던 소녀를 보고, 누군가가 호통을 쳤다.


“거기서 뭘 하고 있지? 일이 그렇게도 없어?”


찰싹. 채찍으로 바닥을 치며, 한 여인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대공자님을 모시는 여인 중 하나. 그리고 이 집안의 시녀장. 이지은을 바라본 설운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가문의 사용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까다롭고 두려운 사람은 물론, 이성일이다. 그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성일이 백서준의 몸을 차지하기 전에는, 바로 눈앞의 이지은이었다. 지금도 당당히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인 한설영의 심복이자, 대공자의 총애를 받는 여인이다. 나름의 권력자인 집사급 사용인이 아닌 이상 다들 저 여인을 두려워한다.

면전에서 말이라도 잘못했다가는 크게 혼쭐이 날 수도 있었다. 설운이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맞아야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니?”

“아, 아닙니다! 백서준 공자님의 명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뭐...? 백서준 공자의?”


흠칫, 이지은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신분은 결국 시녀장이다. 예전에도 백한성의 2부인, 유정화를 볼 때마다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려야만 했다.

그녀가 자신을 보고 천한 것이라고 말해도, 차마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 유정화가 백서준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과거에는 백서준이라는 사람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으나, 더는 그럴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그에게 못되게 군 일이 많았던 시녀장이다.

백서준이 자신을 잊어버리기만을 바라며 최대한 피해다니고 있는 상황인데 그 백서준의 명을 수행하고 있다니, 더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네가... 이름이...”

“설운입니다, 시녀장님.”

“그래, 설운. 도깨비인데 왜 대공자 쪽 사람이 아니지?”


인류 제국이 도깨비 왕국의 속국이라고 해도, 그 관계가 꼭 개개인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인간 중에서도 강자는 대우받고, 도깨비 중에서도 약자는 멸시당한다.


지금은 이지은이 권력자다. 설운은 그저 움츠러든 채, 자신이 대공자의 명에 따라 백서준을 따르게 되었다고 읊조렸다.


“그렇단 말이지. 지켜보겠어. 아무튼 너무 일을 급박하게 하지는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해.”


핀잔 몇 마디를 하고, 혼은 차마 내지 못한 이지은이 뚜벅뚜벅 걸어 사라졌다. 저 성질 더러운 마녀가 무슨 일로 채찍 한번 휘두르지 않고 사라졌다.


설운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당연하다. 채찍이라도 휘둘렀다가 이 시녀가 이성일에게 자신이 한 짓을 고하면, 백서준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테니까.


-시녀장? 아, 그 싸가지 없는 년. 죽어 마땅하지.


최대한 이성일의 눈에서 멀어져도 모자를 판에, 그 귀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가는 상황을 자초하란 말인가? 그랬다가는 시체로 발견되고 말 것이다. 아무 사람에게나 채찍을 휘두르며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예전에 백서준에게 좀 잘 해줄 걸 그랬다고 후회해도, 이미 기차는 지나갔다. 평생 이렇게 두려워하며 사는 수밖에. 그는 언제라도 죗값을 징수하겠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다.


소녀가 곰곰이 떠나는 이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곧, 자신이 어쩌면 큰 권력을 손에 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서준이라는 사람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직접 나타난 것도 아닌데, 그 이름 석 자를 들먹인 것만으로도 시녀장을 퇴치했다.


살인마의 악명이 아무리 드높아도,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미 백서준의 사람이 되었다. 그 악명이 자신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다.


‘설마...?’


시녀가 침을 꿀꺽 삼키고, 대공자의 처소로 발을 들였다.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백서준 공자의 뜻’을 들먹였다. 다들 감히 그녀를 가로막지 못했다.


“백서준 공자께서 대공자께 드릴 말씀이 있다 하셨습니다. 제가 대신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여기서 이 시녀를 내쫒으면, 이성일이 직접 좋은 말씀을 드리러 올 것이다.

누구 그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 다들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고, 바로 통과시켰다.


이성일이 직접 이곳을 찾아 형님과 소통하기가 이렇게 힘드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한 마디만 해도, 그들에게는 불벼락이 떨어진다. 그마저도 이성일이 자신들을 살려놓는다는 전제를 둘 때의 이야기다.


그 누구도 그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백우성조차 그랬다. 그는 이제 막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여인을 안으려다, 백서준이 보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바로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욕을 퍼부었지만, 차마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래, 아우님이 뭐라고 하던가.”


개를 봐도 주인을 보고 때리라고 했다. 이제 저 시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개가 아니라, 이성일의 개다. 자연히 말투가 고와졌다. 이성일이 이걸 핑계삼아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은 제발 없기를 바랐으니까.


“바로 내일 흑철광산으로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형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올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고작 한 마디를 전해들었을 뿐이지만, 백우성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좌중의 사람들도 주먹을 꽉 쥐며 기뻐했다.


“하하, 살펴 돌아가게.”


기분이 어찌나 좋아졌는지, 방금 전까지 끓어오르던 울분도 싹 사라졌다. 오늘밤만 견디면 내일부터는 살인마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대공자조차도 자신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았다. 설운은 나오면서도 얼떨떨했다. 그녀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호오는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았다.


“멍청한 년.”


짝! 자기 자신의 뺨을 갈긴 설운이 일갈했다. 그토록 높이 올라가기를 바랐으면서, 정작 자신이 잡은 출셋길을 자기 손으로 놓아버릴 뻔했다.


뱀을 좀 좋아하면 어떤가. 오히려 좋다. 자신의 몸을 탐할 일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악명이 좀 높으면 어떤가. 실력만 출충하다면, 악명은 경멸이 아니라 두려움을 산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방금 전 자신이 몸으로 겪지 않았던가.


중요한 건 백서준이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이름을 뒤에 업은 것만으로도 고작 시녀인 자신이 위세를 부렸다.

그런 사람의 옆에 꼭 붙어다니다보면 자신도 큰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이것은 기회다. 기회는 기회인데, 아무도 모르고 있던 기회다.


이런 기회를 발견했다. 놓아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 뱀은 이성일의 총애는 받을 수 있어도, 공식적인 신분은 노예다. 결코 전면에 나설 순 없다. 그렇다면 그 역할은 누가 해야 적당하겠는가?



바로 자신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자신이 의지와 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이성일은 새 사람을 들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설운은? 그녀가 새 주인을 만나면, 그 사람도 지금처럼 실력이 빼어날까? 지금처럼 큰 인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확실했다.


‘내 실력은 미천해. 고작해야 각성 2성이야.’


끼리끼리 만난다. 좋은 부하는 좋은 주인을 만난다. 정 그런 주인이 없다면, 본인이 스스로 주인이 되면 그만이다. 나쁜 부하는 결코 그럴 수 없다.


생각해보면, 각성 4성 강자를 모시는 일이다. 각성 3성 강자들도 지원할 법한 일이다. 그에 반해 자신은, 고작 머리가 좋고 잡학다식하다는 걸 빼면 내세울 게 하나 없다.


외모? 그래. 몸매와 외모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력만 된다면, 미궁에는 미녀가 적지 않다.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능력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짝을 만난다.


남자든 여자든 대등한 짝은 실력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실력이 없다면 배경이라도 있어야 한다. 한설영도 친정이라는 뒷배가 있으니 백한성과 대등한 입지를 구축한 것 아닌가.


그런 실력 없이 외모만 있다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신세가 뻔하다. 차라리 뱀 취향의 주군을 만나는 게 신상에 더 좋을지도 모른다.


계산은 빨랐다. 설운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공자님! 말씀을 전하고 왔습니다!”


돌아오자, 뱀 마사지가 끝나있었다. 침대 위에서 잠든 요르닐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이성일이 빤히, 아까와는 어딘가 달라진 시녀를 바라보았다.


“저, 저는 공자님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자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내 사람이 되겠다고.”


이성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 너도 이제부터 일월회의 사람이다.”

“일월회가 무엇입니까?”

“내가 만든 가문 내 사조직.”


이성일이 담배를 베어물며 대꾸했다.


“그 실력이 조금 결격사유이기는 하지만, 그건 이제부터 해결하면 되는 문제지. 큰 걱정은 아니야. 그럼, 일 이야기를 해볼까. 흑철광산의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예. 혹시... 종이와 펜을 빌려주실 수...”

“빌려주는 게 아니야.”


결계공간을 열어 커다란 종이 하나와 연필을 꺼내며, 이성일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너 가져라. 앞으로는 그냥 달라고 해.”


고용주로서 사무용품 정도는 당연히 지급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성일은 좀생이 같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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