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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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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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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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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반떼 오프로드 드라이빙

DUMMY

인간이 아니라 뱀이기는 하지만, 인력은 구했다.


이성일은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이 야생의 땅은 그에게 있어서는 그리운 곳도, 익숙한 곳도 아니다. 그는 아스팔트 도로가 흙길보다 더 편안한 영락없는 현대인이었다.


이성일 정도 위치에 오르면, 살인적인 환경을 자랑하는 미궁도 갑자기 좋은 곳이 된다. 먹이사슬의 끝자락까지 왔으니 아무리 둘러보아도 위험한 것이 없다.


정을 붙이면 살지 못할 곳이 없다고, 그는 이제 미궁이 편안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상의 광경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 사람은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정이 가지는 않았다. 이런 좋은 곳은 이성일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피로 얼룩진 곳. 사람 죽어나가는 곳이 일상인 곳.


가장 끔찍한 곳만이 이성일과 어울려 춤을 출 자격이 있다. 바로 미궁이다.


“정말로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데요...”


지옥에서 악마들을 불태우며 미소짓고 있어야 할 이 사내와는 달리, 요르닐은 지상이 좋았다. 이곳에 온지 1분도 되지 않아 골디락스의 환경에 반해버렸다.


이 좋은 곳을 본격적으로 즐기기도 전에 날벼락을 맞아 다시 미궁으로 가야 하는 뱀은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다만, 이성일 앞에서는 대체로 공손하게 굴었다.


“나는 따라오라고 한 적이 없는데?”


소심하게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리는 뱀을 본 이성일이 요하임을 보고 물었다. 오래된 뱀이 미소를 지으며 사람 한 명이 옆에서 수발을 들어주는 건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릴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나지요. 잡일이라도 시키신다면 제법 잘 할 겁니다.”


온다는 사람 막지 않고, 간다는 사람도 막지 않는다.

기어코 손녀를 붙이겠다니, 그러라고 했다. 별 고민도 하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 차를 꺼내오지.”


오늘, 이성일은 용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아이에게 가르쳐줄 것이다.

이성일이 사라진 동안, 요르닐은 할아버지가 챙겨준 짐보따리를 등에 멨다. 그러고 기다리던 찰나 저 멀리서 웬 괴물체 하나가 우렁차지는 않은 배기음을 흘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하, 할아버지. 저건 괴수인가요? 아니면 이 지상의 토착생물?”


고장력강 합금을 두른 검은 빛의 무언가가 아스팔트를 넘어선 곳에서 오프로드 주행을 펼치고 있었다. 고무 타이어가 초합금이라도 되는 것처럼, 짓밟히는 모든 것을 으깨버리며 다가왔다.


“둘 다 아니야. 저분은 원래 저런 걸 타고 다니고는 하셨어.”


요하임이 경계하는 손녀를 진정시켰다. 가까이 온 괴생명체가 유리창을 내렸다.

열린 창 너머에서 이성일이 손짓했다.


“야, 타. 가방도 들고.”


어안이 벙벙한 소녀 대신, 요하임이 뒷자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가자. 그럼, 다음에 보지.”

“잘 다녀오십시오. 요르닐, 잘 모셔야 한다!”

“하,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안은 생각보다 푹신했다. 의자에 앉은 그녀에게 이성일은 안전벨트를 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각성 3성이 미궁에서나 무시당하지, 미궁과 연결되지 않았을 시기의 지구였다면 슈퍼맨 대접을 받고도 남을 경지다.


고작 오프로드 레이싱을 가지고 뭐 멀미라도 하겠는가? 이성일은 엑셀을 밟았다. 차가 요동쳤고, 요르닐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부르짖어도 자동차는 간다.


부웅!


아반떼 CN7 풀옵션이 그리 우렁차지는 않은 배기음을 내며 출격했다. 가는 곳마다 바위와 암석이 타이어에 밟혀 찌그러졌다.

곧, 이제는 오프로드라고 부를 수도 없는 얼어붙은 낙원이 출현했다. 한파가 동체를 강타했고 고드름이 창문으로 떨어졌다.


콰창창!

“흐끼약!”


쾅쾅! 쾅! 무언가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반떼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전부 이 차와 부딪힌 것들이 부서지는 소리다. 요르닐도 곧 그걸 깨닫고는 조용해졌다.


이게 현대자동차의 끝내주는 기술력 때문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물론 그럴 리가 없다.

각성자는 원래 자신이 잡고 있는 물건에 괴수 인자를 흘려보내 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격렬한 싸움 중에도 옷이 홀라당 찢어지지 않는 이유도 그거고, 칼과 창 등의 병기가 각성자를 찌르거나 벨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칼이 자신과 인자를 공유해 다른 각성자를 해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니까.


그 예전, 만병지왕으로 군림했던 총화기가 도태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괴수 인자를 총탄에 집어넣을 정도로 뛰어난 각성자라면, 차라리 그럴 노력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게 훨씬 위력적이었으니까.


‘천검’ 백한성 같은 우물 안 개구리야 자신의 검을 잡아 강화시키는 걸로 유세를 떨지만, 이성일은 앉은자리에서 아반떼를 통째로 강화한다.

상식을 넘어서는 괴수 인자의 힘으로 상식을 넘어서는 자동차가 탄생했다. 강철 스파이크가 박히는 소리를 내며, 아반떼가 전진했다.


콰가가각!


겁쟁이들이나 픽업트럭을 타고 오프로드 주행을 한다. SUV로 오프로드를 주행하며 미학을 찾는다.

진짜 남자는 아반떼를 타고 그런다. 이런 것이 바로 용기라는 것이다.


지면이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금이 가 있어도, 앞을 빙하와 크레이터들이 가로막고 있어도 실력과 근성으로 돌진하는 것이 리얼 오프로드 레이스다.


주행 3분 만에 구토를 할 것 같은 표정이 된 요르닐을 옆에 두고, 이성일이 계속 엑셀을 밟았다. 그의 사전에 브레이크란 없었다.


“차, 차라리 걸어가면 안 될까요?”

“요즘 것들은 운전의 재미를 몰라서 탈이야.”


하지만 뒷자석에 앉은 사람이 간만의 드라이브를 방해했다. 사정사정하는 꼴을 보니 안 들어주면 차에다 토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비행 형질을 써야만 했다.


이제 플라잉 아반떼가 저고도로 비행하며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상을 가로질렀다. 이게 현대자동자의 놀라운 기술력 덕분이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이성일 개인의 힘이다.


“이, 이럴 수 있으면 왜 진작 날지 않으시고...”


무언가 배신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요르닐을 무시하고, 이성일이 결계공간에서 따끈한 델리만쥬 두 봉지를 꺼냈다. 한 봉지는 자신 옆에 두고, 하나는 뒷자석으로 넘겼다.


아직 지구가 멀쩡했을 때에는, 이성일은 모범적인 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이었다.

좆같이 운전해도 남이 위험하지 내가 위험한 게 아니니까 안전운전이라고 한 게 아니다.


티코를 몰고 KTX에 박아도 ‘안전’한 것이 이성일이지만, 그와 별개로 그는 정말 운전매너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로가 없고, 교통법규도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들려, 바가지요금을 내고 델리만쥬나 호두과자를 한 봉씩 사서 드라이브 도중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먹는 그런 것은 이제는 사치다.


21세기의 모든 것은 줄어들 뿐 다시 채워지지는 않는다. 그만큼 이성일의 결계공간도 텅 비어가지만, 그곳이 완전히 비는 것은 한참은 나중의 일일 터다.


“너도 하나 먹어라.”


그러니까 이성일이 넘겨준 이 한 봉지는 사실 같은 무게의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품이다.


이제 좀 속이 진정된 소녀가 눈을 반짝였다. 봉지에서 나는 난생 처음 맡아보는 달콤한 냄새에 절로 몸이 달아올랐다.


앙.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문 소녀의 표정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생전 처음으로 먹어본다. 과장이 아니라, 진실이다. 미궁은 그렇게 참담한 곳이다.


하나만 먹어본다고 했다가, 어느새 빈 봉지를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봉지를 아무리 뒤져도 다 먹은 것이 다시 리필될 리는 없다.


‘한 봉지만, 딱 한 봉지만 더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소녀가 입맛을 다시다, 문득 이성일의 옆에 놓인 봉지를 발견했다. 그 안에서는 아직도 델리만쥬의 냄새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이성일에 대해 잘 모르는 소녀도, 이성일의 먹을 것을 훔쳐 먹는 것은 영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욕심은 때때로 이성을 이긴다.

슬금슬금, 어린 뱀이 이성일의 눈치를 살폈다. 언뜻 보기에 이성일은 지금 운전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하나만 먹으면 눈치를 못 채지 않을까?


단념하기에는, 방금 먹은 그것은 너무나도 맛있었다.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향미부터, 부드럽게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빵. 단맛의 정점을 찍어주는 커스터드 크림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슬쩍. 어린 뱀이 기회를 노리다, 이때다 싶어 손을 뻗었다. 델리만쥬 하나를 꺼내 황급히 삼키고, 무슨 보물이라도 숨기는 것처럼 입 속에다 숨겼다. 그러고는 살살 녹여먹었다.


하지만 델리만쥬 하나를 아무리 길게 먹어보려고 해도, 결국은 하나에 불과하다. 그 작은 걸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고 얼마나 시간을 끌 수 있겠는가.


하나로 만족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두 개. 두 개만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슬쩍 이성일의 눈치를 봤지만, 그는 아직도 모르는 기색이다.


‘그럼 하나만 더...’


고작 두 개 사라졌다고 모르겠어?

소녀가 재빨리 델리만쥬 하나를 더 훔쳤다. 그것까지 입 안에 넣고는, 이번에도 음미하기 바빴다. 내심 무슨 보석이라도 훔친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사실은, 먹지도 못하는 보석보다 델리만쥬 하나가 훨씬 귀하기도 했다. 21세기 지구에서는 길거리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천금을 줘도 먹지 못하는 것이다.


‘하, 하나만 더...’


그런 음식이다. 자제력으로 버텨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소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두 개로 만족하지 못했는데, 세 개로 만족할까? 네 개로는 정말로 만족하겠다고 손을 뻗어 델리만쥬를 꺼냈다. 이성일이 내심 한심해했다.


‘도대체 뭐지?’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초월감각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육신의 감각만으로 요르닐의 모든 움직임을 캐치할 수 있다.


자기는 3000원짜리 작은 걸 먹고, 통 크게 5000원짜리 큰놈을 넘겨줬다. 그걸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자기 것까지 노린다. 고작 3000원어치 델리만쥬가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곧, 소녀의 손이 빈 봉지를 헤집었다. 그제야 깨닫고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게 큰 잘못이란 걸 알았는지 덜덜 떨기까지 했다.


그게 더 어이가 없었다. 이제 소모하면 보충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는 해도, 이성일은 델리만쥬 한 봉을 가지고 화를 내는 소인배가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을 상관으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부하들에게는 이성일만큼 좋은 사람도 없다. 그는 통이 큰 사람이다.


휙!


이성일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던 소녀의 팔에, 또 다른 봉지 하나가 안겨졌다. 그녀가 깜짝 놀라 봉지를 바라보자 호두과자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고개를 들어 이성일을 보았지만, 이성일은 말없이 운전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힐끗 요르닐을 보더니 결계공간에서 새로운 물건을 꺼내 요르닐에게 넘겨주었다.


“목 막히겠다. 이것도 먹어라.”


21세기, 중국은 상하이에서 실시한 대규모 사회실험을 통해 콜라의 물물교환 잠재력을 발견했다. 지구에서도, 일단 위기가 닥치면 이 물건은 돈다발이나 다름없었다.


하물며 미궁에서는 어떨까? 500ml 페트병에 담긴 시원한 콜라 한 병은 미궁에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뚜껑을 어떻게 여는지 몰라 쩔쩔매자, 이내 그림자 하나가 조그마한 손을 뻗어 뚜껑을 열어주었다. 그 모습을 잘 기억하고 요르닐이 조심스레 병을 기울여 콜라를 한 모금 맛보았다.


곧, 그녀의 눈이 커졌다. 아메리칸 테크놀로지의 맛을 보고 경외심까지 느꼈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소녀는 거의 흐느낄 뻔했다. 이제 이 어린 뱀은 이성일을 따라나선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옳았다.

이 사람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도량도, 배포도, 실력도 모두 대단하다.


이제 소녀는 충성을 다하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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