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4,005
추천수 :
50
글자수 :
199,433

작성
22.09.25 16:05
조회
53
추천
1
글자
13쪽

문명의 등불

DUMMY

뱀 팔자가 상팔자다. 요르닐처럼 먹고, 자고, 수련하고 노는 것만 반복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성일은 그럴 수 없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근처를 둘러봐도, 이제 우리 일월회에 저항할 세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회주님의 영명한 지도 아래 전쟁 없이 긴 평화를 구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보이나?”


마틴의 아부 아닌 아부에도, 그저 쓴웃음을 흘렸다. 전혀 그렇지 않다. 미궁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평화라는 것을 누려본 적이 없다.


미궁의 표층을 지배하는 역천은 결코 그런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 항상 전란을 조장하고, 만들어낸다. 그 누구도 평화 속에 숨어 힘을 쌓도록 두고 보지 않는다. 가진 힘을 숨기지 못하고 항상 드러내게 하는 데에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아마 지금쯤 이성일을 주목하고 있을 터다. 어쩌면 이미 이곳에 이목을 심었을지도 모른다. 모르지. 이렇게 말하는 이 마틴이 역천이 섭외한 스파이일지도.


역천은 너무나도 거대한 조직이다. 미궁의 표층은 오래 전부터 그들에게 장악당했으며, 강제로 그들을 하늘로 모셔야 했다. 사람은 사람과 다투지, 하늘과 다투지 않는다.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패가망신을 하고 목숨만 건지면 다행이다. 역천은 그런 존재다. 미궁 대부분의 세력에게, 감히 경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평화는 있을 수 없어. 분명 문제가 터지겠지. 아주 자연스러운 척 생겨나겠지만, 자연적으로 생긴 문제일 리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 첩자가 있는 겁니까? 회주님, 전면수색을 해 볼까요?”

“찾아봐야 뭐 하겠어. 내가 이 자리에 버티고 있는 한, 첩자는 첩자일 뿐이야. 결코 전면에 드러나지 못하지. 혹시 아나? 오히려 전향을 할 수도.”


역천은 그렇다 치고, 지금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못 믿을 사람 투성이다. 그가 처음부터 키운 심복들이 아니잖은가. 다 다른 데서 온 사람들이다.


천검 백가의 사람들은 실로 오랫동안 백한성을 주인으로 모시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협약에 따라 이곳으로 왔지만, 개중 아직도 백한성에게 충성을 바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인류제국의 선제후들이 보내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필시 첩자가 끼어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 모두를 흑옥으로 검증해볼 수도 없다. 흑옥으로 남의 정신을 뒤지면, 그 사람은 반드시 미치거나 죽는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뿌리가 깊지 않다. 구심점인 이성일이 사라지면 와르르 무너질 조직이 일월회다.


그러나 상관없다. 그 말은, 이성일이 제 자리에만 존재한다면 문제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소리니까. 역천이 문제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성일은 피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가장 확실하게 불태울 수 있는 이 남자는 기실, 역천이 두렵지 않았다. 육신을 잃어버렸어도 그는 각성 8성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 태워버릴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렇게 하면,

저 하늘 위. 진정한 미궁의 정점인 수신들이 놀라 기겁할 것이다.


헬메이커의 재림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신비 속에 스스로를 감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예전의 전쟁이 시작될 테고,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성일이 바라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이성일은 역천을 먼저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부디 그들도 그랬으면 했다.


참아줄 수 있는 선에는 한계가 있다. 힘이 없으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비굴하게 넙죽 엎드려야 하지만, 힘이 있는데도 참아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들이 이성일의 코털을 뽑는 것까지는 용인하겠으나, 손가락이라도 하나 자르려고 한다면 이성일도 마땅한 대응을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이성일에게도 좋지 않겠지만 저들에게는 더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저강도 분쟁을 준비해야겠지.’


요는, 이제부턴 모든 일에 이성일이 나서서 힘으로 쓸어버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그건 정말 최후의 옵션이다.


일월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증기핵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또, 조직이 조직으로 있으려면 당연히 자체적인 수입원을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이성일이 사재를 털어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 막걸리 사업은 성공만 한다면야 커다란 돈줄이지만, 성공을 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회주님. 설운이 이번에 술 사업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공한다면은 수입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돈 들어갈 곳이 넘쳐납니다.”


흑표범족이 금사자족을 털어 가져다 바친 재물이 있고, 각지에서 찾아온 부족의 대표들이 전달한 공물도 있다. 하지만 그 공물에 대한 보답품이 더 많이 나갔다.

이성일은 통이 커서, 나찰왕국의 국고가 벌써부터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더 많은 조공을 받아낼 수도 없다. 이성일이 이미 나찰여왕보다 적게 받겠다고 확언했기 때문이다.


이성일이 그리 말했는데 마틴이 번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는 일월회의 재정 상태가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마틴이 미궁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가 흑표범족에게 그림자 병사를 빌려준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이 가장 빨리 나를 찾아온 것이 기특해서?”

“회주님의 말씀은...?”

“이 사람아. 물건을 팔아먹으려면 시연을 해봐야지. 무기라는 게 다 그래. 적어도 실전 테스트 기록을 봐야 구매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겠어?”


실력만 있다면 돈 벌 구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마틴이 그 자리에서 탄복했다. 시야가 탁 트인 것만 같았다. 즉, 그림자 병사를 용병으로 팔아넘기겠다는 소리다.


“이만한 용병이 어디 있을까. 보급품을 줄 필요도 없고, 의식주를 요구하지도 않아. 날이 춥든 덥든 불평하지 않고, 전투가 아무리 고되어도 탈주하지 않지. 자네가 보기에는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아?”


힘이 없으면 죽는 곳이 미궁이다. 돈으로 힘을 살 수 있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강자를 돈으로 고용하는 것은 여의치 않은 행위다. 일단 그 강자에게 자신을 죽이고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 좋은 거래가 아니라는 것부터 주지시켜야 한다.


미궁에도 용병은 있으나, 틈만 보이면 고용주를 배신하는 것이 용병이다. 신용이 있는 사람을 고용하면 되겠지만 그런 사람을 고용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문제는 그럴 돈이 있는 사람은 애초부터 힘이 있거나, 힘이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그림자 병사는 배신을 염려할 이유가 없다. 돈을 받으면 소나 말처럼 부려먹어도 맡은 바 직분을 다한다.


처음에는 다들 이런 낯선 용병을 고용하는 것을 꺼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용감한 사람이 그림자 병사를 고용하고, 성과를 낸다면 소문이 퍼지는 것도 금방이다.


장사가 안 될 염려는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하다. 마틴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과연 우리의 회주님이시다.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했어. 인류제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야. 호텔 사업을 하는 거지.”

“호텔 사업 말씀이십니까?”

“호텔은 호텔인데, 안전을 보장하는 호텔이지. 각성 5성 강자인 내가 직접 안전을 보장하는 호텔. 인류제국의 그 누구도 이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없는 호텔.”


사내가 이번에는 무릎까지 탁 쳤다. 그거 참 기가 막힌 소리다. 미궁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뒤가 구린 사람이나 암흑가에 연관된 사람은 하루하루가 투쟁이다. 언제 어떻게 암살당해 죽을지 모른다. 제국에 넘쳐나는 것이 살인청부업자고, 돈만 받으면 사람을 죽인다.


이성일이 두 번째로 만난 이 시대의 사람인 신수경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 목숨이 사람 목숨이 아닌 곳에서,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대우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천만금을 주더라도 묵고 싶은 곳일 것이다.


사실 정말로 돈이 있는 사람은 보통 목숨을 부지할 힘도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장사를 하면 보통은 그보다는 아랫급의 사람들이 고객이 되기 마련이다.

큰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분명 수익이 날 것이다. 막걸리나 용병업에 비하긴 뭐해도, 적당히 장사하기에는 이만한 업종도 없다.


“회주님의 혜안은 정말 따라가질 못하겠습니다.”

“이 일까지 자네가 맡을 수 있어? 내가 알기로 하고 있는 일이 꽤나 많을 텐데.”

“총괄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은, 실무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마틴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이성일의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맡을 수 있는 업무량 이상을 떠맡아 일을 망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사실대로 고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흐음. 믿을 만한 사람이 있나?”

“이런 중책을 맡기기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조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르닐 씨는 어떻겠습니까?”

“그 녀석한테 이런 일을 맡기라? 뭐, 호텔 사업 정도는 맡길 수도 있겠지.”


그러나 중대차한 일을 요르닐에게 맡기기에는 이성일부터가 그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설운은 똑 부러지게 맡은 일을 잘 하지만, 이미 쪽잠을 자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마틴이 맡기에도 힘이 부치니, 다른 사람을 구해야 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누가 들어도 떼돈을 벌 사업을 주관하라는데 거절할 멍청이가 어디 있겠는가.


지나가는 병사 하나를 붙잡고 시켜도 거절하지 않을뿐더러, 감격스러운 얼굴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누구에게 시켜도 좋아할 일이라, 역설적으로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이건 이미 포상이나 승진의 개념이 되어버렸다.


물어보면 아마 다들 자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성일이 직접 하는 것은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체면 문제는 그렇다고 치고, 그가 이런 일을 도맡아서 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 흑표범 일족이 이 사업을 가져갈 생각이 있느냐?”


천검 백가 쪽에 이런 큰 이득을 주기에는 내키지 않았다. 지금은 가만히 놔두는 게 이득이 되어 놔두고 있을 뿐, 그 사람들은 전형적인 남보다 못한 가족이다.


덕분에 생판 남인 흑표범 일족이 졸지에 큰 이득을 얻었다. 잠깐 수련을 중단하고 나온 크라카가 눈을 번뜩였다. 그림자 병사의 위력은 직접 사용해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을 용병으로 빌려주고 대금을 받는 사업? 자신부터가 사업이 번창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애석하게도, 번창한다는 것은 곧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자신이 주관해서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일족의 족장인데 용병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제가 아는 아이 중에 사야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사교성이 좋고 머리가 뛰어납니다. 자질도 괜찮아서 어린 나이에 각성 2성에 도달했습니다.”


그가 거기까지 말하고, 흘끔 이성일을 훑어보았다. 종종 잊는 사실이지만, 눈앞의 이 사람도 젊다 못해 어린 나이다. 지금 이성일이 뒤집어쓰고 있는 것은 백서준의 육신이니까.


이 나이에 각성 5성에 도달했으니, 그건 자질이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천재 중의 천재다. 더 중요한 건 아직도 전도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각성 5성이 그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소리다. 어쩌면 죽기 전에 각성 6성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일족에는 왜 이런 천재가 없을까. 왜 이런 천재가 내 아들딸이 아닐까. 이성일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인간족의 흉복이다.

아무튼, 잡생각은 몰아내고 다시 열정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 사야라는 아이를 이렇게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딸이다.


이런 자리를 남에게 추천하는 바보도 있던가?

일월회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을 주관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 자연히 이름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눈앞의 회주와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것이다.


“한번 만나보지. 불러올 수 있나?”

“지금 당장 소식을 넣겠습니다. 그 아이도 회주님을 뵐 기회가 있다면 기뻐할 겁니다.”


이성일이 관심을 보이자, 크라카도 기뻐했다. 사실이다. 자신의 딸은 이성일을 동경했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자식은 그녀가 전부다. 처음부터 외동딸이었던 것이 아니다. 그녀의 오라비들은 금사자족과의 전장에서 전부 죽음을 맞이했다.


소녀는 당연히 그들을 미워했다. 그 금사자족을 쓸어버리도록 지원해준 것이 이성일이다. 그것만으로도 그 일월회주라는 사람에게 호의를 보였다. 소녀는 가끔, 아버지에게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묻기도 했다.


아주 좋은 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표지의 제목과 실제 제목이 다른 점에 대해... 22.09.05 50 0 -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오후 10시 5분입니다! 22.09.02 113 0 -
35 도깨비 왕 22.09.25 62 0 12쪽
34 지상을 선보이다 22.09.25 45 1 14쪽
» 문명의 등불 +1 22.09.25 54 1 13쪽
32 막걸리를 빗다 22.09.25 59 0 14쪽
31 특산품을 개발하다! 22.09.24 63 1 14쪽
30 수련 성지, 개장 22.09.23 138 1 14쪽
29 사자의 부탁 22.09.22 68 0 13쪽
28 수하를 받다 22.09.21 69 0 15쪽
27 사람의 본성 22.09.20 72 1 13쪽
26 새로운 선제후 +2 22.09.19 78 2 14쪽
25 서류에서부터 탈락이다 22.09.18 70 1 13쪽
24 너흰 쓸모가 없다 22.09.17 81 1 12쪽
23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22.09.16 71 1 12쪽
22 백한성의 수작 22.09.15 79 1 11쪽
21 미친개도 사람을 가려서 문다 22.09.15 89 0 12쪽
20 나찰 22.09.14 84 0 11쪽
19 호가호위 22.09.13 90 0 13쪽
18 뱀 마사지 22.09.12 98 0 13쪽
17 인간들은 괜찮아 22.09.11 100 0 9쪽
16 혼담이 들어왔다 22.09.10 102 0 11쪽
15 창설, 일월회 22.09.10 101 0 11쪽
14 아반떼 오프로드 드라이빙 22.09.10 115 0 12쪽
13 수신의 옆자리 22.09.09 109 1 13쪽
12 황홀한 지상 22.09.08 121 0 14쪽
11 인력을 구하러 +1 22.09.07 121 2 14쪽
10 가문을 잠시 떠나다 22.09.06 128 1 11쪽
9 흑철광산 22.09.05 131 1 12쪽
8 새로운 방 22.09.04 13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