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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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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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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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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혼담이 들어왔다

DUMMY

원래 천검 백가의 사용인 1인자는 김한길 집사다. 그는 원래 이 집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입지가 낮은 가주의 아들딸도 그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백한성의 심복이기도 한 그가 어느 날 이성일에게 비명횡사하기 전에는, 한 집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고, 자리가 비었다. 2인자인 그가 자연히 승진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성일이 그의 장애물을 치워준 것이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인 일이신지요.”


한 집사는 그 일에 대해 조금도 고마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성일에게 공손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도 언제든지 김 집사처럼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허망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늘 이성일의 앞에서 몸을 사리는 이유다. 이성일이 간단하게 대꾸했다.


“내가 이 아이를 머물게 할 방을 구하는데, 할 수 있겠지?”


사실, 이성일은 능력부족에는 관대하다. 그걸 이유로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자기 사람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를 주는 것이다.


이런 때에는 이성일이 능력부족에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 덕분에 승진했는데, 설마 이런 사소한 일 하나를 처리해주지 못한단 말인가? 그럼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일까?


할 수 없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이성일과 눈만 마주해도 소름이 돋았다.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성일이 지금까지 시종과 시녀들을 여럿 죽인 탓에 공실도 여러 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쪽의 소녀입니까?”


취향 참 특이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다시 꿀꺽 삼켰다.

사인족. 뱀과 사람을 오갈 수 있는 종족이다. 다만, 사람으로 변해도 동공과 비늘을 포함해 여러 가지 흔적이 남는다. 이를 통해 사람과 구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종족은 노예로밖에 거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그건 한극용 집사 따위가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그저 결과만 받아들일 뿐이다.


아득히 위, 인류 제국을 넘어선 곳. 과거 사인족이 원한을 산 존재들이 제정한 법령이다. 그 법령이 미치는 범위는 사실상 전 미궁이다.


얼어붙은 낙원은 그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고, 이성일은 아예 논외의 존재다. 빙극 속에서 살았던 뱀과 이제 막 돌아온 각성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요르닐은 그렇다 치고 이성일은 솔직히 그런 작은 일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종들이 쓰는 방을 준비하겠습니다.”


저 백서준이 여색을 탐한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알고 보니 취향이 뱀이었던 건가. 속으로 고개를 저은 한 집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성일은 그런 방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한 집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토닥였다. 한극용 집사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고작 그 정도 방이 필요한 거였으면 내가 자네를 왜 찾았을까? 좀 더 좋은 방이 필요하니까 이렇게 일부러 찾아왔지.”

“그것이... 더 좋은 방에는 지금 공실이 많지 않아서...”

“그럼, 내가 빈 방을 만들면 해결되는 건가?”


이성일이 웃었다. 그는 그냥 웃었을 뿐이다. 농담이다, 농담. 자신이 무슨 쾌락살인마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는 히틀러가 아니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도 아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다. 죽인 사람의 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극용 집사는 전혀 웃지 못했다. 농담이 농담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것에 자신의 집이라도 걸 수 있었다.


“왜 그렇게 표정이 얼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자네 능력으로 안 된다면, 뭐 됐어. 노력해도 방법이 안 나온다는데 내가 자네를 닦달한들 의미가 없잖아.”


싱긋.

이성일이 미소를 지었다.


“대신 아버님 얼굴을 좀 봐야겠는데.”


한때는, 이성일도 비각성자였다. 아직 지구가 미궁이란 곳을 모를 때의 일이다.


그때 군생활을 하면서, 이성일은 보고체계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군대 내부의 보고체계를 통해 보고하라고 했는데, 정작 그런 식으로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도 해결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하루는 한 폐급이 사단장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문제를 제기했다. 간부들이 내리갈굼으로 줄줄이 털렸고,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날부터 그 후임을 보는 시선들이 곱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성일은 그걸 보고 느낀 것이 없잖아 있었다.


남의 시선?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평판이 이 지경이 되었겠는가?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한극용 집사가 안 된다면, 천검 백한성을 찾아갈 뿐이다.


권한이 없다고? 그러면 가장 높은 사람을 찾아가는 게 이성일이다.

설마 백한성도 방을 주지 못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터다. 그 다음 백한성이 자기 부하들을 줄줄이 갈구든 어쩌든, 그건 알 바 아니었다.


그들은 이성일의 사람이 아니니까.






*****






“방을 달라고...?”


백한성이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들보다는 원수에 가까운 놈이 뻔뻔한 표정을 지은 채, 마치 맡겨두기라도 했다는 듯 방을 달라 선언했다. 자기 방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새로 들인 여자의 방을 달란다.


“내가 방을 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어찌나 황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일은 한 마디로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가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백서준. 너는 천검 백가의 사람이다! 아무리 네 경지가 높다지만, 그렇다고 가문의 문규를 마음대로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문규에 따라’ 완만하게 일을 처리하고자 아버님을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소위 이성일 식 해결방법으로 방을 얻고자 했다면 굳이 백한성을 통할 필요도 없다.

괜찮은 방을 하나 골라 똑똑 문을 두드린 다음, 그 안에서 누가 나오든 한 시간 내로 짐 챙겨서 나가라고 ‘부탁’ 하면 그만이다.


부탁이 통하지 않으면?

방 안에서 불이 나도 누굴 탓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성일의 부탁까지 거절할 정도로 애호하던 방이다. 그런 곳에서 죽을 수 있다면 호상이 아닐까?


그럼 이제 빈 방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원한을 품은 귀신이 나타날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이성일은 귀신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귀신이라는 게 존재한들, 그것과 이성일 중 어느 쪽이 무서운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문제다.


‘각성 3성짜리 사인족 노예라. 저런 걸 대체 어디서 구했지?’


각성 4성인 백한성에게는 요르닐의 경지가 똑똑히 보였다. 그래서 더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미궁은 넓고, 사인족 노예를 거래하는 시장도 찾아보면 분명히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경지를 완전히 폐쇄한 다음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그러지 않았단 말인가? 왜? 자신의 이 망할 아들놈이 그런 취향인가?


하기는, 저 아들놈도 각성 4성이다. 백한성은 저놈이 노예 하나 휘두르지 못할 그릇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보라. 얼마나 무섭게 굴었으면 경지가 폐쇄된 것도 아니고, 제압된 것도 아닌 여인이 저리도 고분고분 이성일을 따르고 있다.


저놈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놈이다. 청출어람이라고, 그런 면에서는 아비인 자신을 뛰어넘었다.

백한성도 간혹 비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저놈은 그냥 미친놈이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백한성은 이성일이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다.


“백서준. 너 또한 백가의 사람이고, 백가의 밥을 먹고 자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야.”


그러니 이런 일로 백서준과 부딪히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이놈은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고작 노예 따위에게 좋은 방을 달라는 걸 보니 얼마나 애호하는지는 알 만 하다. 백한성 자신도 첩이 여럿이다. 부인에게 잡혀 살면서도 그랬다.


그 마음을 아예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었다. 저놈이 과연 자신의 피를 잇기는 한 모양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지요. 제가 백가에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까.”


이성일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맞부딪혔다. 사실은, 미궁에서 논리를 따지는 것만큼 바보 같고 어리석은 일도 없다. 여기는 말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가문에 잠입한 외부 세력의 첩자들이 제 손에서 얼마나 죽었습니까. 논리대로라면 아버님이 제게 보상을 해주셔야지요.”


이성일의 말에 신뢰성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증거 같은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의 무력이다. 이것은 개소리를 지껄여도 믿을 수밖에 없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이성일에게 죽은 사람들이 첩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성일은 그렇게 말했고, 발언을 뒷받침할 힘이 있다. 그럼 이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성일이 곧 진실이다.


백한성도 그것을 알았기에 전과 같이 이성일을 상대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내면 뭣할 것인가. 그에게 이성일을 직접 건드릴 힘이 없는 이상, 놈이 무슨 말을 하든 그러려니 넘길 수밖에 없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백한성이 말을 꺼냈다.


“첩자 운운을 하니 생각나는 게 있군. 네게 혼담이 들어왔다.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은 네가 나와 대등하게 맞섰다는 것을 알아냈더군.”


이건 정말, 천하의 이성일조차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담...?”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어차피 내가 말한다고 네가 듣는 녀석도 아니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알아서 정해라. 하지만 한 가지만 충고해주마. 이번에 혼담을 보내온 마크 공작은 너나 내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라.”


백한성이 썩 나가보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며 마지막으로 대꾸했다.


“그는 인류제국의 선제후 중 하나이자 각성 5성 강자다. 백가가 다 달라붙어도 털끝 하나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지.”

“어제까지는 그랬지요.”


가주 앞에서 담배 하나를 물고 맛있게 태우며, 이성일이 대꾸했다.


“오늘부터는 아닙니다.”


바로 오늘 이성일이 이 집안으로 돌아왔으니까.


그가 언뜻 막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아니다. 단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다.

이성일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 마크 공작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의 그에게는 그것보다 흑철광산의 일이 중요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세력을 불려야 할지, 사실 이성일은 너무나도 확고한 계획이 있었다. 그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마크 공작이라는 사람도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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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반떼 오프로드 드라이빙 22.09.10 114 0 12쪽
13 수신의 옆자리 22.09.09 10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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