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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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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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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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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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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DUMMY

첫인상이라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성일에게 좋은 첫인상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첫인상부터 죽어야 할 놈으로 낙인찍히면 어쩌면 두 번째 기회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인류 제국 황성에서 파견을 왔다고 주장한 공무원, 마틴 스페이서는 그런 의미에서 제법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성일을 부를 때마다 말머리에 선생님 소리를 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겉보기 나이로는, 그는 이성일보다 세 배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런데도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성일을 정중하게 대우했다. 미궁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한 상식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상식만 잘 따라도 사람 대접 받기는 어렵지 않다.


“백서준 선생님 되십니까? 저는 마틴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인류제국 전체의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이기도 하는 만큼, 황실로부터 파견된 감독관 한 사람이 반드시 상주하고 있지요.”

“마틴 선생. 안녕하시오.”


예의를 지키는 상대에게는 이성일도 예의를 지킨다. 그는 아무에게나 패악질을 부리는 못난 사람이 아니다. 악수를 권했고, 악수를 나누었다.


“그래서, 날 보자고 한 연유는?”

“선생님,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저도 곤란할 따름입니다. 흑철광산과 부속된 교도소는 천검 백한성이 정당한 절차를 걸쳐 나찰왕국에 넘긴 자산입니다. 인류제국에게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고요.”

“즉, 내가 이렇게 나오면 나찰왕국과 인류제국, 둘 모두의 적의를 살 수도 있다?”

“정확합니다, 선생님.”


하하하.

이성일이 크게 웃었다.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거요. 적어도 인류제국은 크게 웃을 거라고 내 보증하리다. 마틴 선생. 선생은 그저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으면 돼.”

“나찰왕국의 항의를 극복할 복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마틴이 반색했다. 그도 지금 인류제국과 백서준 사이에 끼어 심경이 편하지 않았다.


제국은 제국대로 백서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백서준이 기껏 만들어낸 나찰왕국과의 우호관계를 박살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복안이 있지.”


이성일은 그저 웃었을 뿐이다.


“나랑 같이 나찰여왕을 만나러 갑시다. 내가 그녀에게 직접 해명할 물건을 가져다주면 되니까. 당신도 직접 가서 보면 아마 납득할 거요.”

“오오, 역시 선생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마틴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백서준도, 인류 제국도, 나찰 왕국도, 천검 백한성도 그로서는 끼어들기 어려운 상대다. 이런 이들이 벌이는 알력다툼은 그가 감히 나설 곳이 아니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그것으로 좋은 셈이다. 이성일은 입을 다물고 그저 웃어보였다. 그 눈에 살심이 번뜩였다 사라졌다.


피를 조금 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가끔은 피를 많이 보면 해결된다.


“자, 그럼 다들 갑시다.”

“가다니요? 어디를요?”


요르닐이 맹한 눈으로 물었다. 이성일이 대꾸했다.


“우리가 풀어준 여자가 가는 곳.”


개미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족족 때려잡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여왕개미는 그만큼 알을 더 까면 그만이다.


이럴 때야말로 필요한 것이 독먹이다. 일개미는 이 음식이 자신의 가족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는 기쁨에 먹이를 물고 개미굴로 가져간다.


그 다음은 전멸이다. 이성일이 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두고보아라. 이성일의 ‘해명’은 백 마디 비굴한 변명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다.






*****






“한심한 년 같으니.”


붉게 부은 볼을 감싸쥐고, 나찰공주가 바닥을 굴렀다. 그녀로부터 사정을 전부 전해들은 나찰여왕은 한심해서 말이 안 나왔다.


“각성 4성 강자를 세 명이나 보냈다. 다 죽고 너만 살아온데다가, 너도 경지가 폐해져서 각성 1성 수준의 위력밖에는 낼 수 없다고? 이 무슨 망신이냐.”


일족에서 가장 흉폭하고 악귀처럼 생긴 여왕이,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더더욱 찡그렸다.

나찰공주를 포함해 모든 나찰이 말 한 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녀는 무려 각성 5성에 다다른 일족의 수호신이다. 그 누구도 분노한 그녀를 말릴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습니다, 어머니. 저희들이 무엇을 해볼 새도 없이 그만...”

“상대가 너무 강해? 머저리같은 것아. 그놈이 각성 5성이라도 되었단 말이냐?”

“아닙니다, 어머님. 하지만...”


짝!

분을 참지 못한 여인이 다시한번 딸의 뺨을 후려쳤다. 이빨 몇 개가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나찰공주는 억울해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아니면, 동급 존재에게 이렇게 당해버렸다는 소리를 할 생각이냐? 그 백서준이라는 놈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총관, 게 있느냐?”

“옛, 전하. 말씀하시지요.”


나찰 총관이 황급히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여왕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지시했다.


“그 백서준이라는 녀석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곳으로 초대해라. 협박을 해도 좋고, 사기를 쳐도 좋다. 그런 놈을 더 살려두었다가는, 분명 큰 우환이 될 것이야.”


각성 4성 강자 셋이 둘이 죽고 하나가 폐인이 된 것만으로도 이건 씻을 수 없는 원한이다. 물론 나찰여왕이 건재하는 한, 나찰족의 위상은 여전히 멀쩡하다.

하지만 그녀 혼자서 전 일족을 보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마다 적당한 강자들을 파견해 지키도록 해야지, 어떻게 혼자서 종족 전체를 다 감당하겠는가.


각성 4성 강자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며, 나찰여왕이 나설 필요가 없는 작은 일들을 처리해줘야 모든 것이 잘 굴러갈 수 있다. 세상에 일이 얼마나 많은가. 큰일부터 작은 일까지 여왕이 일일이 다 처리하려고 하면, 각성 5성 강자의 체력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족의 지붕이 되어 비바람을 막아줄 순 없어도, 대들보 정도의 위치는 된다. 그런 4성 강자들을 백서준이 이렇게 도륙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형감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백서준이라는 녀석의 강함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성장속도는 더더욱 예사롭지 않았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여왕은 내심 경각심이 생겨났다.


그 녀석의 나이는 아직 스물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 각성 4성에 이르렀다. 동급 존재를 씹어먹을 정도로 강한 4성이니, 5성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왕은 인류제국에 또 하나의 선제후가 늘어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웃이 강해지면 힘들어지는 것은 그녀 자신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화근을 빠르게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그런데 그녀의 불행은 이성일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화근을 뿌리째 뽑아 불태우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애초에 나찰공주를 살려 보낼 때부터, 그는 나찰족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누구인가?”


갑자기 들려온 낯선 이의 목소리에, 나찰들이 분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낯선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왕이 표정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지금 누가 목소리를 낸 것이지?”

-여기... 여기야. 나는... 백서준... 이다.


목소리가 친절하게, 잘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말을 여러 번 끊으며 존재감을 강조했다. 덕분에 이제 나찰들은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뺨을 맞고 나가떨어진 나찰공주에게 사방의 시선이 모였다. 공주가 비명을 질렀다.


“제가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아니라... 뭐, 뭐야, 대체 뭐가...”

“무슨 일이냐?!”

“제 몸에서, 뭔가가... 아아악!”


꿈틀.

그녀의 얼굴이 볼록거린다. 얼굴 표면이 파도처럼 요동치며 꿈틀거리더니, 거죽을 찢어버리고 검은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사람의 손 같은 것이 얼굴의 중앙에서 뻗어져, 곧 수백 배나 커졌다. 수천 배로 부풀었다. 손바닥을 활짝 펼치자, 하늘을 가득 덮고도 남았다.


“말도 안 돼! 이건 각성 4성이 보일 힘이 아니야!”


여왕이 옥좌를 던져버리고 벌떡 일어섰다.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손바닥이, 부처님의 일장처럼 세상을 내리눌렀다.

개미집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나찰왕국의 수도를 통째로 짓눌러 부서뜨렸다. 그 무시무시한 압력은 나찰의 피륙 따위가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궁!


그 어떠한 저항도, 발악도, 어둠의 손바닥의 표피조차 어쩌지 못했다. 무수한 비명조차 단번에 진압되었다.

흙먼지가 소용돌이치는 소리가 최후의 단말마조차 지워버렸다. 도시를 단 한 번 내리쳐 붕괴시킨 손바닥은 곧, 형체를 잃어버리고 어둠으로 돌아갔다.


끼이익!


황무지가 되어버린 세상을 가로지르던 그랜저가 멈췄다. 그 안에서 이성일이 담배를 한 개비 물고 내렸다. 마틴은 물론이거니와, 요르닐과 설운조차도 눈을 비볐다. 믿기지가 않았다.


“다 죽은 거예요...?”


도깨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도 하늘을 통째로 삼키던 검은 손바닥을 보았다.

그건 감히 상상도 한 적 없는 막대한 힘이다. 아무리 미궁에서 사람 목숨이 개미 목숨으로 취급된다지만 그래도 이 큰 나찰의 수도가 고작 일격으로 무너졌다.


힘을 모아 날린 필살기도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지른 고작 한 번의 일격.

그것으로 한 종족의 모든 힘이 결집된 곳을 가볍게 완파시켰다. 이제 장님이 아닌 이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딜 봐서 각성 4성이 보여줄 실력이란 말인가.


“사람 목숨이... 이렇게나...”


너무나도 많은 나찰들이 억울하게 죽었다. 백서준은 물론이거니와 흑철광산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래서?


고통 없이 깔끔히 죽여준 것이 나름의 정상참작이다. 그 이상을 바라면 곤란하다. 이성일은 판사가 아니라 살인마고, 정의를 집행하겠다는 헛소리는 입에도 담지 않는 사람이다.


“으... 아...”


얼굴이 통째로 뜯어진 채, 검을 피를 뚝뚝 흘리며, 나찰공주가 주저앉았다. 두 손을 얼굴에다 대고 절규했지만, 이제 그녀는 입이 없다.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네가 수고했어.”


자신이 불러온 참극을 보지 못하고 죽는 것.

그것이 이성일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최후의 자비다. 곧 목을 붙잡고, 편안하게 꺾어주었다. 괜찮다. 그는 이런 일의 전문가다.


“편안히 떠나도록 해. 더 살아서 고통받지 말고.”


목 꺾기는 이성일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어서, 누구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끝내줄 수 있다. 지구, 아니 미궁의 그 누구도 그보다 이런 짓을 많이 해보진 않았다.

공주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한 많았던 인생을 끝냈다. 각성 4성 강자의 최후 치고는 초라했으나, 그래봐야 조금 더 강한 벌레였다는 걸 몰랐던 탓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하나를 죽여버리는 걸 보고 설운과 마틴의 표정도 변했다. 특히, 설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이 자신에게 살인마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보니, 왜 천검 백가의 모두가 저자를 미치광이 살인마라 불렀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는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이성일은 종류가 다르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안락사를 추진하는 의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백... 서준...”


폐허 위로, 손바닥이 튀어나온다. 아득바득, 땅에서 기어나오는 여인을 본 마틴이 기겁했다. 저 꾀죄죄한 여인이 설마, 소문으로만 들었던 나찰여왕이란 말인가?


“네놈... 죽여... 죽여버리겠다.”


지면으로 나온 여인이, 그제야 황무지가 된 자신의 왕궁을 바라보았다. 이 도시에 살던 모든 나찰이 죽어 사라진 걸 발견한 순간, 그녀의 이성도 뚝 끊어졌다.


“죽여버리겠어, 백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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