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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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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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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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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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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창설, 일월회

DUMMY

“저, 주인님.”


콜라와 호두과자를 뚝딱 해치우고, 소녀는 이제야 자신이 이성일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성일. 지금은 백서준이라고 불리지.”


그런가보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미궁에 이름 둘인 사람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호칭은 바꾸자.”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이곳이 차 안이고 탑승자가 있다는 걸 상기하고는 불은 붙이지 않고 기분만 내고 있던 이성일이 대꾸했다.


“나는 그런 호칭은 별로 안 좋아해.”

“그러면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부장... 아니, 시대가 바뀌었으니 나도 어느 정도는 시대를 따라가야지.”


주인님은 말할 것도 없고, 이성일은 사장이나 회장, 보스, 리더,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직의 가장 위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자리에 올라설 기회가 올 때마다 늘 자기 입으로 고사했다. 냉정하게 생각을 했을 때, 그는 사람 잘 죽이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게 사람을 잘 이끄는 것과 호환되는 것은 아니잖은가. 사람에게는 적성이라는 게 있다. 이성일의 적성은 1인자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일은, 재주가 있고 타고난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의 호오가 아니라 대의를 생각해야 마땅하다.


잠깐 고민하던 이성일이 대꾸했다.


“회주. 앞으로는 회주라고 부르도록.”

“회주...?”

“남들 앞에서는 그냥 공자님이라고 부르고. 하지만 뒤에서는, 너랑 나는 일월회의 회원인 거야.”


그 잠깐 사이에 벌써 설정까지 다 짰다. 휙. 이성일이 이번에는 흑패 하나를 던져주었다.


잽싸게 날아오는 것을 잡아챈 요르닐이 순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는 먹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살짝 깨물어보았지만 딱딱하기만 했다.


“일월회의 두 번째 회원이 된 걸 축하한다. 그 흑패가 앞으로 네 신분을 증명해줄 거야.

“일월회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남들이야 이런 세상을 욕심내든 말든, 우린 해와 달이 있는 지상을 추구하겠다는 거지. 미궁이야 얼마든지 혼란스러우라고 해. 어차피 거기서 안 살 거니까.”


미궁의 비밀조직, 일월회가 이렇게 두 명으로 탄생했다. 아직은 회원수가 저 물건너의 매발톱단보다도 적었다. 회주 바로 아래 회원 하나만 있는 이상한 구조의 조직이다.


다만, 이렇게 느슨한 조직이기에 확장의 여지가 있다. 이성일은 사람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한낱 잡초에도 진딧물이 와서 달라붙는다. 큰 나무에는 별의별 생물들이 다 몰려들어 산다.


새도 둥지를 만들고, 뱀이 터를 잡고, 벌레들이 이파리 사이에서 우르르 모여 살 것이다. 이성일이 보기에 일월회는 이미 커다란 나무나 다름없다.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부하로 들일 사람이 없겠는가? 그건 쉬운 문제다.


하얀 뱀이 이리저리 흑패를 둘러보았다. 요리보고 조리 보아도 그냥 검은 패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금속이라기에도 다소 애매한 표면을 매만질 때마다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일까? 잔잔한 물결 같은 것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그건, 내 흡수 형질을 조금 떼어서 만든 패야.”


이성일이 관심을 보이는 소녀에게 설명했다.


“누군가를 죽이면 그 힘 일부를 흡수하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살육으로서 힘을 축적하고, 나아가 더 강해질 수 있는 자격.

그 자격이 바로 이 흑패다. 소녀는 아무런 자각 없이 패를 품에 집어넣었지만, 사실은 그런 식으로 취급될 물건이 아니다.


만약 이 패의 능력이 세상에 밝혀진다면 소유주를 죽이고 패를 가져가고자 할 놈들이 널리고 널렸다. 남을 죽이면 강해질 수 있다고? 안 그래도 서로 싸우고 죽이는 게 일상인 미궁이다.


이런 능력이 있든 없는,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하는 세상이다. 흑패의 효용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평생을 설원에서만 살았던 소녀는 그런가보다 했다.


“다 와가는군.”


잠시 뒤, 이성일이 피식 웃었다. 저 멀리 천검 백가의 저택이 보였다. 작은 것이 점점 더 크게 보였다. 그 속도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빨랐다.


이내, 창문 밖으로 백가의 모습을 본 요르닐도 눈을 크게 떴다. 별볼일 없는 크기만 큰 집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소녀에게는 충분한 볼거리였다.


“들어가자고.”


끼이이익! 오늘은 동승자도 있고 하니까, 이성일이 이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는 미궁에서 운전할 때는 보통 그러지 않는다.


웬 괴물체가 출현했나 하고 기겁한 천검 백가의 호위들이 몰려들었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성일을 보고는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백서준의 이목구비를 모르는 사람이 가문에 한 사람도 없었다.


저 악귀가 왜 이렇게 빠르게 돌아온단 말인가. 이성일이 내리자마자 담배부터 물었다. 주위에 운집한 사람 따위는, 사실 알 바도 아니었다.


“가자고.”

“아, 넷.”


어린 뱀이 차에서 내려 그를 졸졸 쫒았다. 이성일이 발을 내딛는 곳마다 운집했던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개중 어떤 이는 엉덩방아를 찧는 추태까지 보였다.


이런 짓을 하면 당연히 이목을 끌어모은다. 이성일이 그 사람을 흘금 바라보았다.


“왜. 내가 무섭나?”

“아, 아닙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그래. 요즘 기가 허한가? 거 젊은 사람이 참 안타까워.”


자기는 젊다 못해 어리면서 무슨 개소리야! 라고 말하기에는 이성일이 너무 무서웠다.


사내는 반박 한 마디 없이 벌벌 떨기만 했다. 걱정 말아라. 이성일은 힘없는 사람을 잡아죽이는 취미가 없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취미도 없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건 좀 위험하지만,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이성일은 거의 무해한 사람이다.

거의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가끔 이성일은 사람을 세어가며 죽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 이 남자가 친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지옥에서 튀어나온 살인마 새끼가 웃으면 같이 웃어줄 사람은 드물다. 남자의 얼굴에는 이제 핏기가 없었다. 이성일이 흘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이 좋군.”


다들 저 남자와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도망쳤다. 불쌍한 사내가 도망도 치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다.

이성일이 한바탕 크게 웃고는 그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네 이름은?”

“그, 서정근이라고 합니다!”

“서정근... 좋아, 혹시 일월회에 들어올 생각이 있나?”

“네엣?!”


얼떨떨한 표정의 사내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주춤거렸다. 잠시 뒤에야 그 말에 담긴 뜻을 깨닫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일월회라는 곳은...”

“내가 막 만든 가문 내 사조직이지. 이제 막 창설해서 직원 복지도 좋아.”

“죄, 죄송합니다! 저는 감히 그런 중책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사내가 눈을 딱 감고 즉답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이성일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은 그에게 있어 나쁜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객관적이지 못하기에 사람이다.


이 가문의 사용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이성일이 아니라 한설영이다. 눈앞의 저 공자는 한설영의 아들인 백우성의 경쟁자고.


지금껏 주인으로 섬겼던 이들을 등지고 살인마를 새로운 보스로 모신다? 각성 4성이고 뭐고, 이건 영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것에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지구에서는, 회사를 이직했는데 잘 안 맞으면 또 이직하면 그만이다.

아니면 사표라도 쓰면 끝이다. 결코 자기 목을 내놓을 일이 없다. 이곳은 아니다.


대부분의 세력들의 배신자에 대한 처우는 차라리 이성일이 관대할 정도로 끔찍하다. 그래도 그는 빨리 죽여주기라도 한다.

자신이 이성일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영락없는 배신이다. 한설영에 대한 배신이자, 나아가 백가 전체에 대한 배신!


“감당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가고.”


서정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 이성일은 그를 지나쳐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저승으로 가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냥 잘 가라고 인사 한 번 해준 것에 불과했다. 그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일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입사 제의를 거절했다고 그 사람을 죽이는 놈이 어디 있는가. 거기에 기회를 놓친 게 저 사람이지 이성일인가?


지금은 머릿수가 부족하니 운 좋게 서정근 같은 사람도 일월회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원래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대기업인 조직은 없다.

방구석 구멍가게부터 시작했을 때에는 동네 알바생도 정직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커지고 나면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면접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 가서 혹 예전의 제의가 유효하냐고 문을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스펙도 없고, 능력도 없고, 뒷배도 없는 사람이 일월회에 들어올 수 있는 시기는 딱 지금뿐이다.

때를 아는 사람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그런 사람은 이 천검 백가에 하나도 없다는 걸 이성일이 실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물론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까, 이해는 한다. 사실은 지금 같은 시기에 이성일을 따르겠다 결심하는 사람도 어딘가 정상은 아니다. 이성일이 딱히 아쉬워하지 않는 이유였다.


그는 아쉬울 것도 초조할 것도 없다. 남들이 달라붙든 말든 일월회는 성장한다. 자기 자신의 힘이라는 가장 큰 담보가 있으니까.


“어디 보자. 일단은...”


문득, 자신을 졸졸 쫒아오고 있는 요르닐을 본 이성일이 뒤로 돌았다. 곰곰이 고민에 빠졌다. 생각을 해보니 이 녀석, 아직 방이 없다.

이성일이 백가에는 말도 없이 들여온 수하다. 마중할 준비가 되어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이 녀석 분의 식사를 준비해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네 방부터 잡아야겠구나.”


백가에 남는 방이 있든 없든, 사실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방이 없다면 빈 방을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방도 그렇게 얻은 것 아닌가.


한극용 집사의 능력을 시험할 때가 왔다. 일처리를 잘 한다면 자신이 직접 발걸음해 빈방을 ‘만들’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니라면 말로 잘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성일은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말에 주먹이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뿐이다.


빤히, 뱀이 멀뚱멀뚱 이성일을 바라보았다.

사실은 소녀는 방이 있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저녁은 혹시 언제...”


밥이 중요했을 뿐이다. 미궁에서 먹는 것은 중대차한 문제다.


작가의말

오늘 저녁 9시 5분에 또 한번의 연참이 있습니다.

추석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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