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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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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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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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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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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한성의 수작

DUMMY

“왜 우리 땅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지?”


이성일의 말을 들은 나찰공주는 어이가 없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천검 백가가 자신들 나찰에게 흑철광산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설마, 모른단 말인가?


“여긴 우리 땅이야, 이 병신아.”

“아, 이런.”


이성일은 모르고, 알 필요도 없었다. 피던 담배에서 연기 한 모금을 쭉 빨아들이고, 여인의 팔을 향해 후 뱉어냈다.


팔이 훈제가 되었다가 이내 석탄이 되었고, 곧 숯더미의 모습도 유지하지 못하고 재가 되어 부서져버리는 걸 느끼며 공주가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악! 끄윽! 끼아악! 차라리 죽여! 차라리 죽이라고!”

“그래서, 여기가 이제 누구 땅이냐.”

“여긴 우리 나찰의...”


작열통으로 온몸이 욱씬거렸다.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여인은 눈에 뵈는 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일이 다시 한 번 연기를 삼키는 것을.

그리고는 아직 멀쩡한 자신의 왼팔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땅이지만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지.”

“협상의 여지가 있어?”

“아, 아니요. 인간의 땅입니다.”


여인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순순히 말을 높였다.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은 각성 4성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했을 뿐만 아니라 팔이 하나 타버리기도 했다.


이놈은 설마, 각성 4성을 넘어섰나? 자신과 함께 온 일족의 각성 4성급 강자들도 속수무책으로 사망한 걸 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각성 4성 중에서도 그 실력이 절정에 달했을 것만은 확실했다. 4성쯤 된다면 같은 경지 내에서도 그 격차가 상상 이상이다.


그제야 상대가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억울해도 어쩌겠는가.

실력이 안 되면 찍 소리도 안 내고 조용히 있거나, 피눈물을 흘리는 것을 감수해야지.


억울할 것은 없다. 이들이 먼저 찾아온 이성일 아닌가.


“인간의 땅입니다, 인간의 땅이라고요! 인정할 테니 무사히 돌려만 보내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무단침입에 대한 사소한 배상만 해준다면은, 여러분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안 그래도 광산은 늘 노동력이 필요하거든.”

“백서준.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도리를 어기는 것이오.”


나찰 하나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들 그 용감한 나찰을 쳐다보았다.


“그대의 아버지인 백한성이 이미 흑철광산을 우리에게 넘겼소. 우리 여왕께서도 확인하신 사안이지. 두 수장이 합의를 본 일을, 당신이 어째서 망치려고 하는 거요.”

“두 수장이 합의를 보아? 그들이 합의를 보든 말든, 나는 별 상관없어. 나한테 손해가 안 오면 아버님이 당신들 주군을 새 부인으로 맞이해도 상관없다고.”

“감히! 막말을 삼가하도록 하시오!”

“헌데 너희가 왜 내 이름을 알고 있을까? 내가 말해준 적이라도 있나? 아니지. 아버지가 댁들 여왕과 거래를 하며 내 정보를 제공하셨겠지.”


저들이 무슨 궁예도 아니고, 이성일을 관심법으로 통찰해 백서준이라는 이름을 알아챘을 리는 없다. 만약 정말로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차라리 이성일이라고 불렀어야지.


그 정도로 대단한 간파 형질이 있다면 그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자진입회 대상이다. 당연히 죽이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성일이 멱살을 붙잡고 일월회로 끌고 왔을 것이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으니, 저들은 이미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범인이 누군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백한성은 자신이 저들 나찰족과 반목하기를 바랐던 게 분명했다.


“그래, 말해봐. 아버지에게 흑철광산을 받는 대신 무슨 부탁을 받았어? 나를 죽여달라는 부탁? 그랬다면 사기를 제대로 당했군.”

“몰랐으니까... 당신이... 이 정도 강자일 줄은 몰랐으니까요.”


나찰공주가 하나 남은 팔을 늘어뜨리고는 애원했다.


“우릴 살려줘요. 그러면 어머니에게 가서 최대한 잘 말해볼게요. 나찰족이 인류 전체보다 강하진 않지만, 적어도 천검 백가보다는 더 커요. 당신들은 나찰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어요.”


이런 시대지만 인류가 완전히 밑바닥에 깔린 것은 아니다. 사실은, 미궁에서는 각성 4성 강자가 최강자인 종족도 나름대로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존재감이 없는 약소종족들이라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미궁의 수많은 종족들은 사실상 목숨만 붙어 있는 처지다.


인류제국 정도라면 그래도 살만하다. 각성 5성 강자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나 버티고 있다.


나찰왕국 또한 한 명의 각성 5성 강자가 종족 전체를 수호하고 있으니, 그녀가 바로 나찰여왕이다. 고작 한 명의 각성 5성 강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종족적 위상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인류는 생각보다 강한 종족이다. 그저 이웃인 도깨비가 너무 강할 뿐. 인류 전체로 보자면, 분명 나찰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천검 백가만 따지고보면 그렇지는 않다.


백한성은 나찰 여왕과 회담을 가지면 항상 무언가를 내놓아야만 했다. 사실 여왕이 직접 백가를 찾아온 적도 없었다. 각성 4성과 각성 5성은 대등한 위치에서 회담을 가질 수 없다. 그야말로 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흑철광산을 얻는 대신 무엇을 해주기로 했지?”

“혹시나 했는데, 당신이 정말로 백서준이로군요. 백한성, 그놈이 우리에게 광산을 넘기면서 당신과 잘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어요. 물론, 우리는 당신을 그냥 내쫓아버릴 생각이었죠. 우리 쪽에는 각성 4성이, 저를 포함해 세 명이나 있었으니까.”


나찰 왕국도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보냈다. 문제는 기껏 그렇게 보낸 각성 4성이 둘은 죽고 하나는 불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팔병신이 된 나찰공주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원통했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그녀는 살아 돌아가기만 한다면 어머니에게 이놈을 찢어버려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나와 저들을 살려줘요. 당신도...”


휙! 나찰공주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득했던 나찰들이,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짓을...!”

“결계공간에 잠깐 가둬뒀을 뿐이다.”


목을 쥔 손을 통해 어둠이 흘러들어가더니, 곧 나찰공주의 몸을 완전히 점유했다. 뻣뻣하게 굳은 그녀를 휙 던져버린 이성일이 대꾸했다.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

“우릴 놔줘! 어머니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어?”

“거꾸로 물어야지.”


담배를 맛있게 다 태운 이성일이 대꾸했다.


“뭐, 좋아. 풀어주마. 돌아가서, 하나도 빠짐없이 고해라.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전하고, 이 백서준이 협상을 바란다는 말도 같이 하도록.”

“하... 그럼 돌아갈 테니 금제를 풀어줘.”

“각성 1성 정도의 힘은 쓸 수 있을 텐데. 그 정도면 돌아가기엔 충분하지.”


이성일을 노려보던 나찰공주가 후다닥 달아났다. 잠시 뒤, 이성일의 뒤편 지면이 들썩였다. 겁쟁이 뱀이 땅속에서 모든 걸 지켜보다, 위협이 사라진 걸 알고 나서야 돌아왔다.


“잘 해결 됐나요?”


주변이 생각보다 깔끔한 걸 보고 설운이 안도했다. 만약 피바다였으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나찰족은 죽이면 후환이 무궁하다. 각성 5성 강자인 나찰여왕은 천검 백가의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럭저럭. 이제 그쪽은 더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러나 이성일에게는 밟아죽이면 그만인 벌레일 뿐이다.


“이제는 꿈틀거릴 여력도 없게 될 테니까. 그보다는, 우리 쪽 일에 신경을 쓰자고.”






*****






쾅!


단단하게 잠겨 있던 문이 열린다. 철창 안의 죄수들이 오랜만에 빛을 보았다.


“누, 누구십니까?”


빛이 무슨 천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최대한 어두운 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본 이성일이 간단하게 자기 설명을 했다.


“나 백서준이다.”

“백서준... 이 누굽니까?”

“천검 백가에서 온 신임 총관이지.”


그런데 왜 죄수만 있고 관리인은 아무도 없는지 모를 일이다. 서로를 바라보던 죄수 중 하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저, 그럼 밖에 있던 나찰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가 쫒아냈지. 그런데 이런 걸 너희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웃기지만, 부총관은 어디 있지? 내가 부임했는데 왜 아무도 인사를 하러 오지 않을까?”

“그, 부총관하고 다른 교도관들은 이미 나찰들에게 작업을 인수해주고, 떠났습니다.”

“떠나?”

“다시 천검 백가로 돌아간다고...”


죄수가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성일이 말없이, 결계공간에서 나찰 하나를 불러냈다.


“뭐, 뭐냐, 인간!”


덜덜 떨면서도 나찰의 자부심을 지키고자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소리쳤던 그지만 상대가 나빴다. 이성일이 전기톱을 꺼내들고, 시동을 걸었다.

나찰의 함성소리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고, 녀석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여기 원래 있던 사람들은 천검 백가로 돌아갔다고 하던데, 사실이냐?”

“사, 사실이지, 그럼. 백한성이 먼저 제의했었다고!”

“아, 그래. 아버님이 내게 깡통광산을 물려주셨군. 이런 수작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 너도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특별히 놓아주마.”


대답만 잘 하면 죽일 이유는 없다. 나찰을 풀어주기까지 한 이성일은 의외로 기분이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설운이 살짝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회주. 이 일은 가주님께 한번 제대로 따져보는 것이...”

“그럴 필요 없어. 아무리 그래도 한 가족이야. 아버님이 내게 엿을 주시면, 나는 큰 공을 세워 보답하도록 하지.”


소녀가 눈을 깜빡였다. 백서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일말의 감동이라도 느꼈을 테지만, 지금은 원인 모를 불안감만 들었다.


이 사람이 누이와 형을 제 손으로 죽이고 계모는 세트로 죽인 백가의 폐륜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성일의 말을 듣자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애초에 무언가 수작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왕 수작을 부릴 거라면 한번 제대로 부려보라고 시간까지 줬지.”


정말 이런 헛수작이 두려웠다면, 부임받은 당일 흑철광산으로 후다닥 내려왔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여유를 부린 건 두려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수작을 부리는 걸 확인했으니, 백가의 고위층은 자신을 용인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긴 뭐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이미 확신하고 있던 것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나찰족과는 원한이 생겼고, 죄수들을 관리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문제가 생긴 것 같아도, 사실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회주.”


다 도망간 교도소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뭐가 남았나 확인하던 설운이 쪼르르 다가와 속삭였다.


“인류제국에서 온 사람이 보고자 한다는데요.”

“인류제국?”

“예.”


이성일이 잠깐 고민하다, 그 사람을 불러오라 지시했다.


“한번 만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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