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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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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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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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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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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친개도 사람을 가려서 문다

DUMMY

나찰.

그들은 천검 백가의 영지와 마주보고 있는 이웃.

그것도 아주 흉포하고 강대한 이웃이다. 인류제국 전체에 비하지는 못해도, 천검 백가보다는 강대하다.


“도깨비 장로, 한울의 눈치를 보느라 백가를 건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강한 세력이에요. 각성 5성 강자인 나찰여왕이 세력의 중심이 되어 나찰들을 이끄니까요.”

“다른 5성 강자는 없고?”

“예. 하지만 주의하셔야 해요. 나찰은 흉포하고 강인한 종족이에요. 일단 그들과 분쟁이 생기면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이성일이 내심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종족은 근본적으로 미궁에 있을 수가 없다.

뻗대기를 좋아하는 기고만장한 이들은 전부 콧대가 부러지거나, 아니면 목숨이 부러졌으니까. 미궁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찰이 흉포해? 구경이나 좀 해보았으면 좋겠다. 하여간, 세 가지 가능성을 전해들은 이성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녀의 식견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이거나 받아라.”


설운에게도 흑패 하나를 던져준 후, 사용법을 설명해준 사내가 일어섰다.

소녀가 자기도 모르게 흑패를 꽉 움켜쥐었다. 저 말이 맞다면, 이건 정말 대단한 물건이라는 걸 알아챘다.


“감사합니다, 회주!”

“그보다 준비해. 며칠 내로 출발할 테니, 먼저 짐부터 싸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나름 당돌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가끔은 이성일도 운이 좋을 때가 있다.

어쩐지 인재를 만난 것 같다는 촉이 들었다. 그의 표정도 누그러졌다.


도깨비면 뭐 어떤가.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일단 한 식구로 들이기로 했으니, 종족이 다르다는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성일은 히틀러 같은 사람이 아니다.


순혈 인간만 부하로 들여야 하고, 나머지는 다 죽여 없애야 한다는 사상은 없다. 심지어는 그의 전 부인이 이종족이었고, 결말이 영 좋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일단 자신의 사람이 되었다면, 종족은 중요하지 않다. 불편한 사실이지만, 꼭 동족이 이종족보다 믿음직스럽지는 않은 법이다.


“너는 그동안 요르닐하고 안면이나 익히고 있어라.”


약간 이상한 표정으로, 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사모님으로 대해야 할지, 그냥 선배로 대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같이 일하게 되었으니 친하게 지낼 필요는 있었다. 곧, 이제 자려던 뱀이 도깨비의 방문을 받았다.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일월회의 회원이 이제 2명이 되었다.






*****






설운이 다소 불안한 듯 이성일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경고를 들은 듯 안 들은 듯, 그저 초연했다. 흑철광산으로 부임할 때가 되자, 자신을 불러 데려왔을 뿐이다.


“오늘은 사람이 한 명 늘었으니 특별히 그랜저를 타고 가도록 하자.”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아반떼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다. 하지만 가끔은 이성일도 멋을 내고 싶다.


이성일이 결계공간에서 그랜저를 꺼냈다. 그리고 인간 내비게이션을 보조석에 태웠다.


미궁에서 GPS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으니, 사람의 기억과 지도에 의존해 길을 찾아야 한다. 보조석에 탄 뱀이 기대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번처럼 간식을 얻어먹을 꿈을 꾸었다.


“설운, 너는 길을 찾아라. 가는 곳마다 방향을 정해서 알려주도록.”

“옛! 회주!”

“그럼 저는 뭘 하고 있으면 될까요?”

“너는...”


요르닐을 흘끗 쳐다본 이성일이 대꾸했다.


“팝콘이나 먹고 있어라.”


이성일은 통이 큰 사람이라, 고소한 팝콘도 아니고 카라멜 팝콘을 던져주었다. 1.5리터 콜라병은 덤이다. 이제 뚜껑을 따는 법을 아는 뱀이 신나게 콜라 뚜껑을 열었다.


부아앙!


이성일이 엑셀을 밟았다. 장애물은 전부 밟고 지나가는 슈퍼마리오 식 운전에도, 이제 요르닐은 익숙했다. 흔들리면서도 팝콘을 잘만 입에 가져다넣었다.


경지도 낮고, 경험도 없는 설운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랜저라 그런지 아반떼보다는 덜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덕분에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는 있었다. 장애물이고 지형이고 죄다 무시하고 오로지 일직선의 최단경로로 질주했던 탓이다.

오버 더 레이싱을 겪은 설운이 창문을 열고 몇 번이나 토한 다음에야, 그랜저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인간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여기...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흑철광산이에요.”


소녀는 이제 말하는 것도 힘들어 헐떡였다.

이성일은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다. 마침내 그랜저가 흑철광산으로 입산했다. 구토를 하면서도, 설운이 이곳에 대한 지식들을 풀어놓았다.


“이곳 흑철광산은 인류제국의 죄수들을 데려다가 노동을 시키는 곳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상주하는 곳은 광산이 아니라 그 옆의 교도소... 꺄악!”


갑자기, 옆에 있던 소녀가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들어보니 전면 유리창에 사람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가 얼굴을 가져다대고,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악귀와 같은 생김새를 한 채, 뾰족하게 튀어나온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미소만 지어도 무서울 것 같은 얼굴이다. 하물며 광소라니, 정말로 무서울 만도 했다.


“나, 나찰족?!”

“인간, 당장 여기서 내려서 무릎을 꿇고 처결을 기다려라. 그렇지 않으면...”


그러나 그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이 바로 옆자리에 있었다. 이성일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유리창을 가볍게 박살내고, 실실 웃고 있던 놈의 얼굴을 잡았다.


그 녀석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성일이 손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놈은 못해도 각성 7성 이상의 강자다.


우득!


물론 그럴 리가 없었다. 절명했다. 그가 왜 이런 짓을 벌였던 간에, 이성일을 상대로 공포를 주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틀려먹었다는 것을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뿌직! 파사삭!


끔찍한 소리와 함께 손아귀 사이에서 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이성일이 차를 세우고, 손에 잡고 있던 것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비명소리와 함께 시체가 한 구 더 늘어났다. 저 멀찍이 광산의 어둠 속에서, 그제야 나찰들이 분분이 일어났다. 고함을 내지르며 이성일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 기세에 압도당한 설운과 요르닐이 두 손을 꼭 붙잡고 오들오들 떨었다. 하나하나도 악귀처럼 생긴 나찰이 마치 작은 폭풍처럼 몰려들어 주변을 빙빙 돌고 있으니, 겁먹을 만도 했다.

개중에는 요르닐보다 더 강한 나찰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돌고만 있을 뿐이다. 조금 뒤에야, 설운이 이상함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서적에서는 나찰은 흉포하고 강맹해 두려움을 모르는 존재라고 써져 있었는데...”


다들 목소리만 컸지,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나찰은 하나도 없었다. 혹여 이성일의 근처에라도 다가올새라 멀리서 주변만 빙빙 돌고 있었다.


“용기도 상대를 가려서 가지는 거지.”


설운의 말을 듣고 이성일이 코웃음을 쳤다. 미궁 같은 곳에서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돌격만 할 줄 아는 종족은 이미 멸종하고도 남았다.


이성일도 피해야 할 때는 피하고, 후퇴해야 할 때는 후퇴한다. 각성 8성에 도달하고 나서야 더 이상 피할 일도, 물러설 일도 없게 되었다.


하물며 저까짓 나찰족이 정말 비굴한 일면 없이 강경하기만 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나 있었겠는가? 미친개도 개장수를 보면 벌벌 떤다.

개장수를 보고 짖을 정도로 미쳐버린 개는 진작에 보신탕이 되었다. 만만한 놈만 골라 미친개처럼 구는 정도의 분별력은 가져야 살아남았다.


저 나찰이라는 놈들도 그런 놈들이다. 해볼만한 놈들 앞에서는 잔인하게 굴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상대 앞에서는, 자연히 기가 죽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기세를 보충하기 위해 소리를 질러도, 이성일의 오연한 침묵 앞에 오금이 저렸다. 방금 이성일이 머리를 터뜨려 죽인 나찰이 그들 무리 중 가장 강한 나찰이었다.


“인간, 이게 무슨 짓이냐?”

“대답은 내가 아니라, 네가 한다.”


괜스레 입을 열어본 나찰 하나가 사색에 질렸다. 이성일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킨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수작이냐.”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다. 우리가 받은 정보에 따르면, 네놈이 바로 백서준이렸...”

“한 번 경고를 해서 안 들으면, 두 번째 경고는 헛수고지.”


말을 잇기도 전, 무언가가 목을 잡아채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목이 뜯어져 바닥을 구르고, 몸통에서 피가 뿜어져 나올 때에야 다른 나찰들이 이변을 감지했다.


“그래서 나는 두 번 말하는 사람이 아니야. 질문을 하는 건 나라고, 말했잖아.”

“인간놈...!”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나찰 하나가 손톱을 꺼내 이성일을 할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지금 할퀸 것은 이놈이 아니라 내 목숨줄이었구나.


검게 물든 이성일의 손이 가슴팍을 꿰뚫고 심장을 잡아뜯었다. 손톱은 부러진 채 허공을 날았을 뿐이다. 겁에 질린 나찰들이 이성일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동료가 죽어가는데도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며 도망쳤다.


“저들, 저들을 인질로 잡아!”


한 여성형 나찰이 무언가를 깨닫고 소리쳤다. 이성일이 힐끔 나찰의 손톱이 가리키는 곳을 보더니, 대꾸했다.


“요르닐. 네가 처리해라.”

“저, 저 싸움은 잘 못 해요. 회피와 도망 하나는 잘하는데...”

“각성 3성이 각성 3성도 제압 못 해서야.”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이성일이 요르닐을 빤히 바라보았다.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나찰을 보고 완전히 겁에 질렸다.


“이, 일대 일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요...”


완전히 울상이 된 뱀이 도움을 부르짖었다. 각성 3성 나찰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이성일이 한심해할 만도 했다.

이성일이었다면, 저런 무리는 각성 2성 시절에 마주쳤어도 해볼 만 했다.


경지와 경지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는 하지만, 전반부에 가까울수록 그 간극이 작다. 특출나게 강한 각성 3성도 어지간해서는 각성 4성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특출나게 강한 각성 1성은 어쩌면 각성 2성을 이길 수도 있다.


또, 각성 1성이 여럿 모여 각성 2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각성 3성이 모여 4성을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사람이 바로 이성일이다.


각성 3성일 때 4성을 때려잡고, 각성 5성일 때는 6성을 이긴 사람이다.

요르닐이 심각하게 허약해보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기 있는 게 각성 3성 시절의 이성일이었다면, 순식간에 적 모두를 쓸어버렸을 것이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터다.


“인석아. 그럼 도망이라도 쳐봐.”


구해줄 수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내친김에 능력검증이나 해보려고 했더니, 저 겁쟁이는 싸울 생각 자체가 없는 듯 했다.

요리조리 도망칠 생각만 가득하기에, 어디 도주는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속셈이었다. 과연,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설운을 냉큼 챙겨 땅속으로 달아난 뱀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둔지? 뭐 저런 형질을 가지고 있어?”


명령을 내린 여인도 눈만 꿈뻑였다. 그게 패착이다. 이성일을 상대로 여유를 부린 대가는 처참했다. 아차 하는 새에 자신의 목이 하얀 손에 붙잡혀 매달려있었다.


다른 나찰들은 코로나 환자를 보는 비감염자처럼 우르르 거리를 두었다. 그 표정에서 명백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엿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제압당한 나찰이 피를 토하며 기침했다.


“이야기,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 좋지. 이대로 하자고.”

“이 미친 새끼야... 좀 내려줘.”

“왜? 경치도 좋잖아. 그 위는 어때? 주변이 좀 잘 보여?”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연기를 뱉어낸 이성일이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사방을 둘러싼 나찰들이, 자신들이 포위를 한 입장임에도 겁에 질려 떨었다.


“자, 이제 이야기를 해보자. 협상이 잘 안 되면 여러분은 살아서 돌아가질 못해.”


그러거나 말거나,

이성일의 두 눈이 검게 빛났다.


“왜 우리 땅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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