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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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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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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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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수 :
199,433

작성
22.09.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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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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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흰 쓸모가 없다

DUMMY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여왕이 지금은 지렁이가 된 것처럼 꿈틀거리며 땅 밖으로 탈출했다. 탈출하자마자 눈앞에 보인 것은, 눈도 아니고 코도 아니다. 이목구비를 대신해 뚫린 검고 검은 구멍이다.


“아!”


못난 자식이지만 자신의 딸이다. 그런 딸이 얼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쓰러져있었다.


만약 사람이 늘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면, 나찰여왕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도망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성적이지 않기에 사람이고,

개중에도 나찰은 보다 흉포한 부류에 속하며,

하물며 저 여인은 모든 나찰의 위에 군림했던 나찰여왕이다.


체면. 그리고 위신. 어쩌면 동족에 대한 애민정신.

그것도 아니라면 지독한 분노로 눈이 멀었기 때문에, 여인은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 백서준! 죽여버리겠어!”


독기를 모락모락 뿜어내는 각성 5성 강자. 실로 두려울 수밖에 없는 광경이지만,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설운이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이미 하늘과 땅의 절반을 어둠이 장악했다. 어둠 속에서 거품이 들끓었다. 그 거품들이 터질 때마다 검은 형체들을 뱉어냈다. 심연과도 같은 눈을 가진 괴이한 생명체들이, 각자 눈을 번뜩이며 흑광을 뿜어냈다.


어둠 형질의 응용이다. 세상에 이성일만큼 외길을 걸었던 사람도 없다.

다른 이들이 외물에 손을 뻗어 그 힘을 취하고자 할 때, 이 사내는 자기 자신의 힘만을 의지했다. 그의 여덟 가지 형질은 거의 극한까지 개발되었으며,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었다.


“죽여라.”

“으아아아!”


모양새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이 흉측한 것들이 전부 어둠에서 파생되어 나온 그림자들이다. 가시를 세우고, 발톱을 세우고, 눈알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나찰여왕이 격노해 손을 휘저을 때마다, 폭풍이 그림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백서준! 백서준! 이런 하찮은 수를 쓰지 말고 정면으로 나서라!”

“내가 왜?”


이성일이 피식, 웃었다.


“이런 하찮은 수만으로도 충분한데.”


찢겨진 그림자들이 분열하며 더 많은 병사들을 뱉어낸다. 전략도, 전술도 없다. 그저 마구잡이로 달려들 뿐이며, 개개체의 힘은 나찰여왕보다 한참은 아래다.


그러나 그 수가 사실상 무한정이다. 나찰여왕이 아무리 힘을 뿜어내도, 압도적인 위세로 그림자 병사들을 찢어발겨도, 이성일은 병사를 더 만들어내면 그만일 뿐이다.


“으아아아, 백서준!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아무리 싸워도 달라지는 건 없고, 힘만 급속도로 줄어들 뿐이다. 그제야 위기감이 엄습했다. 도망치고자 했으나, 사방에는 이미 그림자 병사들이 가득했다.


어디로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다. 그녀가 미친개처럼 돌진하는 사이, 아무리 죽여도 그 이상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 병사들이 주변을 뒤덮었다.


힘을 폭발시켜 이 많은 병사들을 전부 쓸어버려도 소용없다. 바로 다음 순간 두 배나 많은 숫자가 출현하니까. 이건 완전히 사람을 말려죽이는 것이다.


“네놈은 각성 5성이로구나! 그런 실력이 있으면서 왜 진작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냐!”

“내가 먼저 시비를 걸었나?”


이제 와서, 시시비비를 따져보는 건 의미가 없다. 이성일도 나름 억울하다면 억울한 입장이다. 그도 피해자다.


“당신들이 멀쩡히 살고 있는 나를 먼저 건드렸잖아.”


백한성과 나찰들이 서로 짜고 이중계약을 해서, 이성일을 순식간에 배재했다. 그도 당한 입장이다. 국가권력과 외압에 밀려난 억울한 피해자다.


그래서 친히 시간을 내서 손해배상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나쁜 놈 취급하니, 허허. 참으로 상종을 못할 종자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배상을 약속해도 모자를 판에, 뭘 잘했다고 그렇게 모가지 뻣뻣하게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어. 응? 아니, 아줌마. 힘이 없으면, 그냥 조용히 숨어서 억울한 사람 건드리지는 말았어야지.”

“이런 미친놈이...!”


이제, 여왕은 억울해 눈에서 홍수가 날 것만 같았다. 이제는 확실했다. 이 개자식은 각성 5성일 뿐만 아니라, 그녀보다 훨씬 강하다.


각성 5성쯤 된다면 같은 경지라도 그 안에서 고하가 나뉜다. 나찰여왕도 약한 편은 아니지만, 이놈의 경지는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이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여왕도 머리가 있는데 흑철광산을 빼앗으려고 했겠는가? 백서준의 입에 들어갈 떡을 일부러 잡아채는 미련한 짓을 했겠냐는 말이다.


“백한성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 네가 그놈과 짜고 나를 속인 것이냐?”


돌연, 여왕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이제 정말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족이다. 백한성이 백서준을 흑철광산의 총관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광산을 자신에게 넘긴 행위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들을 찍어누르려는 심산이겠거니, 하고 넘겼지만 바로 이게 패착이었다. 어쩌면 자신은 저 망할 부자사기단에게 단단히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중요한가? 그렇지 않지.”


이성일이 손가락을 튕겼다. 어둠이 더더욱 짙어지고, 보다 순흑에 가까운 존재들이 튀어나왔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사람은 아닌 것들이.

어떤 것은 팔다리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컸고, 어떤 것들은 머리가 보통 사람의 세 배였다. 그러나 하나같이 강대한 기세를 뿜어냈다. 나찰여왕이 기겁했다.


“이건 말도 안 돼.”


하나하나가 각성 4성의 위력을 뿜어내는 그림자 장군들이 천, 아니 만 단위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숫자에 나찰여왕이 입을 쩍 벌렸다.


“환상이야. 그래야만 해.”


분노는 이미 얼어붙었고, 위기감만 가득했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림자들을 보자 심장이 철렁했다. 그 수는 십만, 아니 이십만, 아니 사십만, 아니...


“너는... 가, 각성 5성이 아니라...!”


백만? 천만? 숫자가 의미가 있을까? 몇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숫자를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숫자가 뭣이 중요할까. 그저 장난에 불과하다.


각성 5성 강자조차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두 단계 정도 격차가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대체 당신과 같은 강자가 우리 나찰과 무슨 원한이 있어서...”


머리가 식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하늘에 꿈틀거리는 암흑 그 자체의 편린이다. 그녀는 그제야 그것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렸다.


휘몰아치는 인자의 힘이 심지어 도깨비 왕, 설성을 만났을 때보다 강했다. 각성 6성인 것이다. 그녀와 같은 존재는 설령 백 명이 있다한들, 발끝조차 건드려선 안 되는 격차가 있다.


그래서 더 원통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놈의 경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감을 잡고 있었다면, 나찰도 이런 식으로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다.

흑철광산이 문제가 아니라 나찰왕국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해도 웃으며 헌납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뒤늦은 후회에 불과하다.


“배, 백서주우운...! 나는 용납하지 못한다. 나는, 나는 이런 결말을 용납할 수가 없어!”


그 강대한 나찰들이 고작 한 명을 잘못 건드려서 이렇게 된 것이다. 나찰여왕이 울부짖었다. 손톱에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힘을 응축하고는, 남은 힘을 모두 모아 도약했다.


그 많은 그림자 장군은 그녀를 막지 않았다. 조롱하듯 길을 비켜주었다. 나찰여왕은 울고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번 공격은, 그저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고.


각성 6성 강자와 자신 사이에는 하늘과 땅보다도 큰 격차가 있다. 남은 모든 힘을 담아 공격해도,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꽈드득!


걸레를 쥐어짜는 것처럼, 이성일이 쇄도하는 나찰여왕의 팔을 붙잡아 비틀었다. 손아귀에 힘을 주자 손가락이 살과 뼈를 파고들었다.


피가 튀었고, 팔이 통째로 뽑혔다. 이성일이 나찰여왕의 팔을 붙잡고 피식 웃더니, 그대로 여왕을 찔렀다. 손톱에 서린 흉포한 힘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커헉...!”


자기 자신의 세절 형질이 심장을 터뜨리는 것을 느끼며, 여왕이 쓰러졌다. 그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성 5성 강자답게 심장이 찔린 상태에서도 목숨을 부지했지만은, 이성일이 쓰러진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으니까. 칼로 수급을 취할 필요가 없다. 그에게는 대신 완력이 있다.


뿌드득!


머리를 통째로 뽑아 수급을 취한 이성일이 감기지 않은 눈을 보다, 친히 눈꺼풀을 닫아주었다. 아무튼 그의 방식이 굉장히 잔혹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인도적이다. 고통을 느낄 여지도 없이 사람을 즉사시키니 말이다.


곧, 흡수 형질이 작동했다. 이성일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각성 5성을 잡아서 그런가, 이번에는 꽤나 큰 신체능력의 향상이 있다.


인자도, 정신의 힘도, 이제 그는 거의 궁극에 달했다. 각성 5성이 아니라 7성을 잡아도 쥐꼬리만큼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백서준의 몸을 쓰고 있는 지금, 육신의 힘만큼은 흡수하는 대로 쭉쭉 성장한다. 이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간만에 만끽하니 썩 괜찮았다.


“나는 자네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믿어.”


이성일이 툭,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마틴의 등을 건드렸다. 그의 등줄기는 이미 땀으로 가득 젖어 손가락에도 땀이 묻어나올 정도였다.


“무엇을 보고해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하면 안 되는지, 그 정도 분별은 있겠지.”

“선생님... 제가 어리석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보고해야 할지...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


압도적인 힘이란 그 자체로 경외이며, 차마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이다.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며 공손하게 말을 거는 마틴이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내가 각성 6성이라는 건 당분간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어도 내게 설성을 이길 확신이 들 때까진.”


설운과 마틴의 눈이 커졌다. 이성일이 이런 것을 참 잘한다.

별 개똥같지도 않은 목표를 가져다가 슬로건을 정하고, 정작 자신의 진짜 목표는 숨겨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건, 남들이 믿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이성일의 목표를 이런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면, 그가 진짜 무엇을 하려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안이 지켜진다. 왜냐하면 이 가짜 목표가 참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가, 각성 6성...!”

“내가 각성 5성이라는 것도 대놓고 드러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추측하게끔 하자. 내가 나찰여왕과 죽기 살기로 싸워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결과로 나찰지역이 모두 파괴되었다고 말이야.”


그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눈앞에서 이성일의 가공할 힘을 보았다.

이 실력이 있으니, 이성일이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야 할 판이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곧 진실이다.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현명한 사람을 좋아하지. 이건 어때? 내가 운영하는 일월회에 들어오지 않겠나?”

“제가 그런 중책을 맡을 수만 있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여전히 인류제국의 황실을 섬긴다. 겉으로는.

그러나 이미 이성일에게 감화되었다. 바로 충성을 맹세했다. 이만한 힘이 눈앞에 있다. 선제후고 나발이고, 이 사람은 이미 인간의 왕이다.


이름뿐인 황실과 각성 6성 수왕.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어느 쪽에 충성을 바쳐야 하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마틴 스페이서는 적어도 어린아이보다는 뛰어났다.

그의 선택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말

아차차, 오늘 20시 5분으로 예약을 해둔다는 게 내일 20시 5분으로 예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연재시간을 22시 5분으로 변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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