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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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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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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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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흑철광산

DUMMY

후루룩.


요리사에게 그 난리를 쳐놓고는 정작 이성일은 그 이후 한 번도 식당에 간 적이 없다.

그는 원래 식탐이란 게 없는 사람이고, 미궁의 저열한 음식들은 안 그래도 없는 식탐을 뚝 떨어뜨리기에 아주 좋다.


뭐, 요리사 칼뱅은 그걸 더 좋아할 것이다. 그는 이성일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면 심장마비에 걸려 죽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백서준의 백서... 까지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제보가 있었다.


후루루룩.


뜨거운 물과 컵라면만 있으면 한 끼 식사는 끝이다. 이성일은 이런 사람이다. 사람 자체가 물욕에 초연했다.

그는 돈이 많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반떼를 타고 다니던 사람이다. 고상하게 스테이크를 써는 것보다 닭강정을 포장해와서 먹는 걸 좋아했다.


그러니 컵라면은, 좋은 음식이다. 적어도 미궁식 정찬보다는 입맛에 훨씬 맞았다. 결계공간에서 막걸리를 한 병 꺼내 종이컵에 따라 한 잔 하자, 신선도 부럽지 않았다.


‘내가 바랐던 건, 사실은 이런 게 전부였는데.’


국물까지 쭉 들이키고, 용기는 소각했다. 자색염은 연기까지 삼켜버렸고, 환경호르몬까지 소각해 없앴다. 이래봬도 이성일은 환경보호에 진심인 남자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지대를 통째로 소각해 바다를 보다 깨끗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21세기의 대중들은 관심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훨씬 많았으니까.


‘이게 사실은 가장 어려운 거라는 걸, 너무 늦게야 알았지.’


이성일이 추구했던 것은 딱 일곱 글자로 줄여서 말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


여기서 조금 더 압축하면, 고작 두 글자로 그의 포부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일상. 그는 오로지 그것만을 추구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매년 오르고, 가끔 출출하면 배달앱을 켜서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고, 인터넷 잘 되고 전기와 수도가 안 끊기는 일상이 인류에게 있어 계속되었으면 했다.


예전에는 소박한 꿈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터무니없이 거창한 꿈이었다. 그 이성일조차 결국은 실패했고, 이 시대에 두 번째 도전을 해야만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시대를, 지나간 21세기를 지키지 못했다.


‘벌레 같은 종자들.’


요 며칠 사이, 이성일은 천검 백가의 식자들을 방으로 초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서준은 그 오랜 세월을 가문에 붙어있었어도 알지 못했던 인류제국의 정세와 정국이 고작 반나절만에 이성일에게로 넘어왔다. 하기는, 백서준은 이런 걸 알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자기가 살기 벅찬데 나라의 일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무튼 천검 백가의 기밀을 불라는 것도 아니고, 어지간한 고위층이면 다 알고 있을 인류제국의 정세를 말해달라는 것이니 목숨과는 저울질할 가치도 없었다.


그가 부른 사람들은 십중십, 입에 탈곡기라도 달린 것처럼 정보를 뱉어냈다. 덕분에 인류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았다.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황제는 바지사장이고, 선제후가 진짜라.’


현 인류제국의 황제는 여인으로, 경지는 고작 각성 2성에 불과하다. 나이도 어리다.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핏덩이라고 한다.


당연하지만 인류를 다스리는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었다. 그럼에도 제국이 불안하게나마 돌아가는 것은 애초에 황제라는 자리 자체가 그다지 실권이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놈이 이런 체계를 만든 건지 참.’


애초에 자리와 직함은 도구에 불과하다. 적어도 미궁에서는 그렇다. 그 도구는 제대로 된 사람이 이용하지 않으면 고철만도 못하다. 황제라는 자리에 앉으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초대 황제는 그만한 힘이 있었는지 몰라도 후대들은 영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부터 제국의 권력은 선제후에게로 넘어갔다.

이 선제후 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각성 5성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각성 5성의 선제후들 앞에서, 고작 각성 2성이 뭘 해보겠는가. 격차가 이 정도라면 콧바람에만 맞아도 죽을 수 있다.

아무튼, 이성일은 상황을 알고는 당분간 관망하기로 했다. 선제후들 간의 사이는 좋지 않은 듯 했고, 인류제국은 가만 놔둬도 콩가루일 것이다.


그 콩가루를 뭉쳐서 메주를 만들고 싶다면 해야 할 일 간단하다. 그냥 자신의 힘을 일부나마 드러내 각성 6성 경지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선제후고 황제고 아무 의미 없이 그가 인류제국의 주인이 될 것이며, 인류는 고작 그 한 명 때문에 도깨비 왕국과 같은 강대종족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도깨비 왕, 설성도 인류제국을 독립국으로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동급 존재와 맞서는 것은 언제나 목숨이 위험한 일이다.

그 정도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아도 도깨비 왕국에 복속하고 있는 종족은 많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천검 백가의 가주 자리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정말로 그렇게 되면 백한성은 그의 앞에서 절을 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 힘을 숨기는 데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성일의 시야는 그보다 넓다.


높은 곳에 있다 보면 자연히 많은 것이 보이기 마련이니까. 적어도 지금은, 아직 스스로를 드러낼 때가 아니다.

완전히 숨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큰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지난 생은 실패했다.’


담배를 한 대 물고 불을 붙이며, 이성일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21세기의 냄새를 맡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완전히 실패한 과거를.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지.’


패배했지만 완전히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위안이라도 할 셈인가? 그렇게 변명을 하고 면피를 해서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성일은 상관도 상사도 없다. 실패를 보고할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자신이 실패로부터 눈을 돌리면, 그 누구도 대신 봐주지 않는다.


어쨌거나 인류는 지상을 잃고 미궁으로 떨어졌고, 문명을 잃어버리고 야만 속으로 빠졌다. 그건 다 자신의 잘못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더 떨어질 곳조차 없었다.


‘너무 이목을 끌었고, 너무 자만했고, 그리고... 나 자신을 너무 믿었으니까.’


수많은 이유가 있었으며, 이번에는 같은 실패를 답습할 수 없었다.

이성일이 투 트랙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수면 아래에서 큰 그림을 그려가며, 수면 바깥에서 작은 그림으로 시선을 빼놓는 것. 그것이 궁극의 승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책이다.


둘 다 중요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이다.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작은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이성일이 생각하는 승리는 이룰 수 없다.


“이번에는 달라야지.”


퍼뜩 눈을 뜬 이성일이 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백한성의 적자, 백우성이 문앞에서 노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저렇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릴 게 뭐 있겠는가.


백서준 따위를 만나러 올 일도 없었겠지만, 있어도 시종을 보내 호출했을 테지만, 직접 왔다고 해도 문을 발로 쾅 차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우월감이라도 느끼냐고? 전혀. 그는 이성일이지 백서준이 아니고, 백서준의 기억 따위가 좌우할 수 있는 남자도 아니다.

우월감도, 열등감도,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저 사람, 아니 반도깨비는 그의 계획에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나다. 들어가도 되겠느냐.”

“형님이 오셨는데 당연하지요. 자, 이리 들어오세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니, 죽여도 안 죽여도 상관없다.

그런 사람에게 다과라도 내놓을 리 없다. 의자만 대충 하나 내주었음에도 백우성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이 동생이 정말로 어려웠다.


아무리 어머님과 도깨비 장로 한울이라는 뒷배가 있다고 해도, 미친놈이 그런 걸 고려하겠는가? 순도 십전의 미치광이는 오만함을 품고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흠흠, 동생. 내가 이렇게 온 것은 말이야...”


혹여라도, ‘가주의 자리를 계승하겠습니다, 형님.’ 이라고 외친 백서준이 덤벼들어 목을 조를까봐 말을 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백우성에 비해, 이성일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언제라도 죽일 수 있는 놈이다. 어디에 있어도 죽일 수 있는 놈이다.

굳이 저자세로 나오는 지금 콱 죽여버릴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 아우님이 나와 가주 자리를 다툰다면 공적이 필요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아우님은 실력에 비해 경력이 부족하니 말이야.”


기존의 백서준은 밥을 축내는 식충이, 무능공자로 불렸으니 가문에 보탬이 되었을 리 없다. 당연하지만, 공이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성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자체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우리 아우님을 위해 좋은 자리를 준비했지. 어쨌거나 가주의 자리를 두고 다툼이 있어도, 우리는 형제가 아닌가.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거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이성일이 바보는 아니지만, 꼬투리 잡기도 귀찮았다. 보나마나 무슨 음모가 숨어있을 거라는 걸 곧바로 알아챘다.


선의의 경쟁? 미궁에서는 친형제도 그런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지면 도태당하고, 이겨야 살아남는 경쟁이라면 많이 봤어도 말이다.


“흑철광산의 총관 자리야. 어때, 아우님. 흥미가 있나?”


그런데 이 제안, 겉보기로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그 자리를 제게 주신단 말입니까?”


이성일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사실 정말로 흥미로웠다.

이제와 저 ‘형님’이 정말로 자신과 화해를 하고 싶은 거라면, 못 해줄 것도 없다. 애초에 백서준도 백우성과는 별다른 악연이 없었고 말이다.


백서준의 기억 속에서도, 요 며칠간 알아낸 정보 속에서도, 그리고 얼마 전에 흑옥으로 정신을 파괴한 운 없는 하인의 기억 속에서도.

이 흑철광산의 총관이라는 자리는 분명 요직 중의 요직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이런 자리로 좌천을 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성일은 미궁의 광물인 흑철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총관 자리에는 약간 구미가 당겼다. 광석은 광석일 뿐이다. 흑철은 희귀한 광물이긴 하지만, 천검 백가가 가지고 있는 광산에서만 나는 극도로 희귀한 품목까지는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것이 있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광석이니 재물이니 이권이니... 그런 것은 결국 사람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어떤 일,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은 일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없다. 아니, 확실히 방해만 된다. 그런 일은 이성일 혼자서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문명을 재건하고 인류를 수복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전지전능한 하나님 아버지가 아니고, 딱 7일 만에 혼자서 인류를 재건할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없다. 사람들의 도움이,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이번 일은 그 사람을 대량으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그 어떤 음모와 귀계가 있어도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백우성이 무엇을 기획하고 있던, 이성일은 콜을 외쳤다.


이 ‘형님’이 정말로 호의로 자리를 준 거라면 호의에는 호의로 보답하고, 그게 아니라면 머리통을 깨주면 정신을 차릴 테니까 말이다.


“오케이. 땡큐. 형님의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시원해. 아주 시원하구먼, 아우님!”


서로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었으나, 속에는 칼날이 있었다. 백우성이 내심 중얼거렸다.


‘그 자리에 앉아 향락에 파묻혀, 여인들의 가슴이나 매만지고 있어라. 그러면 곧 할아버님이 널 찾아오실 테니까.’


도깨비 장로, 한울이 직접 찾아오면 이놈이 이렇게 방자하게 날뛰는 것도 머지앉아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백우성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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