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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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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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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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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찰

DUMMY

시간이 남으면 소일거리를 하는 사람이 있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성일은 보통 일을 하는 타입이다. 그는 워커홀릭이라,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어쩐지 허전해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흑철광산으로 내려가라면 즉각 내려가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이성일이다. 그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일단 일거리부터 처리한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질질 시간을 끌었다. 간단한 일이다. 이성일은 이 망할 가문과 더 이상 옥신각신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가문을 완전히 장악하든, 아니면 굴복시키든. 천검 백가라는 세력을 확실히 휘어잡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단순히 공포를 사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종이, 질감이 대단해. 그리고 이건 뭐지? 펜은 아닌데도 글씨가 써지네.’


연필과 스케치북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설운에게 무언가 특이하다는 느낌을 주긴 했다. 그녀가 이성일에 대해 들은 소식이라고는 사람 잘 죽이는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런 물건을 미치광이 살인마가 대체 어디서 꺼내서 준단 말인가? 사람 잘 죽인다고 이런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잖은가.

처음으로 설운이 자신의 주군에 대해 인간적인 흥미를 가졌다. 그녀가 무언가 보고를 하려고 입을 열었다.


“공자님, 그래서...”

“호칭은 바꾸자. 나는 그런 호칭, 개인적으로 안 좋아해.”


말을 하자마자 이성일이 투덜거렸다. 뭐 주인님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성일은 공자님이라는 호칭에도 매우 불만이 많았다. 21세기에는 아무도 남을 이렇게 부르지 않았다.


그는 보다 사무적이고, 공적인 호칭을 좋아한다. 예컨대 직급명 같은 것이 그에 속한다. 국장 같은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시대 감성을 따르기로 했다.


일월회 회주. 두 시대의 감성을 절충해 만들어낸 이성일의 호칭이다. 앞으로는 회주라고 부르라고 단단히 당부를 주었다.


“나는 천검 백가의 공자가 아니라, 일월회 회주다.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도록.”


무엇보다, 이성일은 백가의 사람도 아니다. 공자라는 호칭이 못내 거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대외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 대신 다른 핑계를 들었다.


“백가가 나에게 해준 것이 있어야 내가 공자 노릇을 할 거 아니냐.”


이 이유를 들먹이자 설운은 바로 납득했다. 천검 백가가 그동안 백서준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보면, 납득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말 단단히 한이 맺힌 모양이다. 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칭 하나 바꾸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고작 그거 하나로 이 사람과 부딪혀야겠는가.


“회주. 흑철광산은 인류제국의 죄수들을 수용해 노동을 시킴으로서 흑철을 캐다 팔고 있습니다. 그 수익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천검 백가의 소득원 중에서도 단연 상위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아.”


피식, 이성일이 웃었다.


“이 가문이 나한테 그런 알짜 광산을 그냥 줄 리가 없거든.”

“회주께서는 흑철광산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거의 확신하는 단계지. 그래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잖아.”


할 일이 있는데도 처리하지 않고, 팔짱끼고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천검 백가에서 시간을 보내며 흑철광산으로 부임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수작을 부릴 시간을 준 것이다. 백한성이든, 백우성이든, 충분히 손을 쓸 만한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이성일은 그들이 그 어떤 수작을 부려도 자신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가문을 휘저을 생각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힘을 한 단계 더 드러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런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성일이 말을 흘렸다. 그러면 그때에는 이제 천검 백가는 자신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받아들여도 좋다.


대놓고 기회를 주었는데도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미궁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머리로 돌아가는 곳이었으면 이성일이 담배를 달고 살 일도 없었다.


“그때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인정해야겠지. 그들은 그들 자신을 구해낸 셈이고.”


이제 그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보통은 비관적인 쪽으로 미래를 예상한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기 때문이다. 일이 그리 된다면, 앞으로 많은 일들이 천검 백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가 직접 나서 손을 써 천검 백가를 어쩌려고 할 필요도 없다.

대세가 정해지고, 그 대세에 편승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백가처럼 거대한 세력조차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테니까. 그들은 훗날 오늘의 이 작은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네가 생각하기에는, 만약 내 아버지가 수작을 부린다면 정확히 어떻게 부릴 것 같으냐?”


그들이 만들어낼 위기라는 것은 고작해야 수하를 시험할 기회 정도밖에는 안 되니까.


“그것까지는 제가 감히 유추할 수 없지만...”


사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길 가던 시녀 하나가 식견이 있으면 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생각보다 똑 부러지게, 자신의 사견을 아낌없이 말하기 시작한다.


“크게 세 가지 방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세 가지나? 좋아. 어디 한번 들어보자.”


크게 자란 나무가 묘목이 햇빛을 받지 못하도록 가리는 것처럼, 수하가 자신을 뽐내려고 하면 끊어내는 상사들이 있다. 바보 같은 짓이다.


사람에게는 전문분야라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런 일에서는 고작 저런 시녀 하나가 자신보다 식견이 더 뛰어날 수도 있다.

적어도 끝까지 들어볼 가치는 있다. 설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인류제국의 고위층과 거래를 해 회주님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흑철광산에 죄수를 주지 않겠다거나, 하는 방법으로요.”

“참고하지. 두 번째는?”

“회주님의 외할아버님 되시는 도깨비 대장로, 한울이 무언가 압박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처음 두 가지 의견은 그렇다 치고, 세 번째 의견이 약간 특이했다.


“가능성은 적지만... 어쩌면 나찰족이 회주님을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나찰이라.”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종족이다. 이성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기는, 그가 직접 기억을 할 정도의 거물 종족이 이런 일에 끼어들 리가 없다. 백한성이 그런 이들을 부릴 입장이 아니니 말이다.


“정확히 어떤 종족인지, 설명을 좀 해보도록 해.”


그래서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






요 며칠, 남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고철로도 못 팔아먹을 뭉개진 쇳덩어리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화를 내며 애꿎은 책상을 부쉈다.


“후우.”


찰흙뭉치처럼 뭉개진 검을 보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어떤 아들보다 사랑하던 애검을, 안중에도 두지 않던 아들이 망가뜨렸다.


참으로 불꽃 튀는 효도였다. 백한성은 백서준이 증오스러웠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아내 둘을 죽인 시점에서, 그놈은 더 이상 자식이 아니다. 그저 위협요소일 뿐이다.


다만, 그 위협요소를 자신이 직접 제거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힘이 부족하면, 살기를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내 목을 옥죄는 셈이다. 그는 백서준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그런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들어와라.”


문 밖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아들을 보자 속에서 화가 치솟았다. 이제는 좀, 저놈이 이런 잡무를 맡아 처리해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언제까지 자신이 가문의 모든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제대로 수련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지경이다.

백우성이 알아서 일을 잘 처리했으면 그는 마음 편히 수련에 몰두할 수 있었을 터다.


‘하여간 한심해 빠진 놈.’


아들놈이 무능하니 아비가 이렇게 불편하다. 한설영에게는 후계자 운운을 했지만, 그는 실상 가주의 자리를 손에서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직 한창때다. 각성 4성의 수명은 매우 길다. 그는 앞으로도 한참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헌데 가주위를 아들놈에게 물려줘?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백한성이 보기에 자식이란 것들은 가문을 위한 종이지, 가문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백서준이 더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다.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땀흘려 쟁취한 천검 백가를 통째로 가져가려고 하다니, 심보가 완전히 도둑놈 아닌가.


“아버님.”

“그래, 우성아. 네가 웬일이냐.”

“예, 다름이 아니라 백서준이 내일 흑철광산으로 떠난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아버님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우성아.”


백한성이 가라앉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네가, 가문에 수두룩한 못난 놈들의 꼬임에 꾀여 백서준을 흑철광산으로 보내자는 주장을 했을 때 내가 너를 어찌 생각했는줄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님.”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백우성을 보다, 백한성이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보아도, 후계자감이 아니다. 한설영은 저런 것도 아들이라고 싸고돌지만, 백한성의 생각은 달랐다. 그나마 장자이고, 그 어미의 얼굴을 보아 이리 대우해주는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 녀석을 집에서 먼 곳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게냐. 그것이 네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더냐?”


분명 아버지도 이 일에 동의했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지, 백우성은 내심 불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앞에서 감히 따지고 들 배짱은 없었다.


“소자, 가르침을 구하옵니다.”

“백서준, 그 녀석은 흑철광산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백한성이 버섯 달인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중얼거렸다.


“일을 하려면 이렇게 깔끔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 이미 이 아비가 준비를 다 해놓았다.”

“하지만 아버님, 그럴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어차피 기다리면 외할아버님이 해결을 해주셨을 텐데...”

“그런 화근은 가능한 한 빨리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 설령, 조금의 이권을 포기하더라도.”


이제, 흑철광산은 더 이상 천검 백가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쪽에서 백서준을 달갑게 볼 이유도 없다.


이런 수작으로 백서준을 죽여버릴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니,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앞으로의 삶이 평탄할 리는 없으리라.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백한성은 벌써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이 아비가 이미 나찰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제 그놈은 가문의 일에 신경 쓸 여유도 없어질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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