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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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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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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433

작성
22.09.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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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간들은 괜찮아

DUMMY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져도, 이성일은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그가 대뜸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래서, 방은 어떻게 해주실 겁니까.”

“한 집사에게 말해두지.”


백한성도 대뜸 결론을 내주었다. 마크 공작이 대체 어떻게 가문 내에서 벌어진 일을 알아차렸는지, 대체 누가 그의 첩자이고 가문 내 위치는 어느 정도 되는지.


지금 백한성의 머리는 그것 때문에 터질 것만 같았다. 저 아들놈과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


방을 달라니 방을 주고 쫒아버릴 생각만 가득했다. 백한성이 확답하는 것을 보고, 이성일도 순순히 나왔다. 말만 잘 들으면 깽판을 부릴 이유도 없다.


“혼인을 하시나요?”


별 생각 없이, 인간으로 둔갑한 뱀이 이성일에게 질문했다. 소녀의 물음에 이성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질문자를 빤히 바라보았을 뿐이다.


혼인을 했었다. 그 끝은 좋지 않았다.

이성일의 부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게 순전한 착각만이 아니었다는 게 쓰라린 부분이다. 그는 어지간하면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 결혼이라는 것을 다시 할 일은 영원히 없을 터다.


훅!


담배를 세 개비나 꺼내 입에 물고, 동시에 태웠다. 이성일의 기분이 정말 나빠진 걸 깨달은 뱀이 안절부절 못했다. 다행히도, 이성일은 뒤끝이 그리 길지 않은 사람이다.


담배 세 개비와 함께 태워내고, 못 들은 척 넘어갔다. 굳이 이런 일로 화를 내진 않았다. 그가 말없이 손짓으로 뱀을 불러 따라오게 했다.


그 광경을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았지만, 이성일은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뱀은 아무 생각이 없다.


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






오늘도 언제나와 같은 아침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있었던 이성일이 일어섰다.


요 며칠간, 그는 완전히 뱀 사육사가 된 것 같았다. 이런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성일은 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개를 특히 좋아했지만, 고양이도 나쁘지 않았다. 뱀은 키워본 적이 없기는 한데, 키워봐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


휘리릭.


그의 왼팔을 휘감은 백사가 눈을 뜨더니 팔을 조였다. 밥을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꼬챙이에 꿰인 생닭을 꺼내, 요리조리 돌려가며 잘 익히자 뱀이 기뻐하며 몸을 부볐다.

뜨겁지도 않은지, 다 익은 로티세리 치킨을 한입에 꿀꺽 집어삼킨다. 그 눈이 만족스럽게 기울었다.


‘하는 거라고는 끼니마다 밥 챙겨준 것밖에 없는데.’


그동안 이 꼬마와 이렇게 착 달라붙을 정도로 친해진 건 다 그것 하나 때문이다. 요하임이 왜 이 아이를 붙여줬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 생각보다 붙임성이 좋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리트리버를 보는 것 같다.


살은 강철이고, 피는 기름으로 되어있을 것 같은 이 사내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성일은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존재에게 상당히 무르다.


자신을 물어뜯으려는 맹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꼬리를 치며 앵겨드는 강아지는 이성일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하다.


그런 강아지의 목을 비트느니, 제 손모가지를 비트는 사람이 이성일이다. 그는 자신을 방비하지 않는 사람에게 오히려 약하다.

그를 무지성으로 따르는 사람은 이성일에게 덕을 보면 보았지, 해를 입을 일은 절대로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제 손녀딸, 요르닐입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요. 하지만 영특한 아이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주인님을 모시며 폐를 끼치지는 않을 겁니다.


요하임의 말이 문뜩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고평가했다. 좀 더 자라면 모르지만, 요하임의 손녀는 조부를 닮지 않아 별 생각이 없었다.


영특한 것도 모르겠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밥 주는 사람은 다 좋아할 것 같았다.


오히려 그 편이 이성일의 마음에 들었다. 아무런 사심도 없이 자신을 따르는 자에게, 이성일은 무엇이라도 내어줄 수 있었다. 아까운 것이 없었다.


“웅, 맛있어요.”


다시금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 요르닐이 기뻐했다. 이성일의 팔을 붙잡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이성일이 그 난리를 쳐서 받아온 요르닐의 방은 사실, 쓸모가 없었던 셈이다.


뱀은 대체로 이성일과 함께했다. 식사도 함께 하고, 잘 때도 같이 잤다. 물론 뱀 모습으로 같이 잤다. 이성일의 팔에 휘감긴 채 즐거이 체온을 즐겼다.


경우야 어쨌건, 천검 백가의 사용인들은 안도했다. 지옥에서 튀어나온 살인마가 얌전해졌다. 더 이상 누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게 다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추측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물론 사실은 달랐다.


이제 이성일의 앞에서 겁을 모르고 까부는 이들이 사라졌으니, 그도 굳이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었다. 늘 말하지만, 이성일은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다.


그저 필요할 경우 그 선택지를 부정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은 살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데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물론, 백가 사람들은 이성일이 그런 올바른 생각을 가졌으리라 믿지 않았다.


“고마워요.”

“...?”


요르닐이 혼자 있을 때면, 시녀나 시종 같은 사람들이 다가와 툭툭 한 마디를 던지곤 했다. 천검 백가의 사용인들은 이 뱀을 괴롭힐 생각 따위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이성일은 단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지만, 사용인들은 이 여자를 노예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분이 그렇다 하더라도 각성 3성 경지가 멀쩡히 있다는 걸 아주 잘 알았다.


그런 존재를 일개 사용인이 괴롭힌다는 건 실종당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설령 요르닐에게 그럴 용기가 없더라도 설마 이성일에게 한 마디 속삭일 용기까지 없을까.


도련님이 이 소녀를 얼마나 애호하는지는 이미 소문이 쫙 퍼졌다. 백한성을 직접 찾아가 이 여자를 위해 방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성일은 사람 죽이는 데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다.


이제는 누구도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감히 이성일의 여인을 괴롭힌다? 죽고 싶어 환장하지 않고서야!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천검 백한성도 그랬다.


오히려, 이 여인 덕분에 이성일의 성질이 얌전해졌다며 고마워했다. 가끔 자신만의 방을 찾아가면 감사를 담은 쪽지가 붙어있기도 했다.

감사할 일을 한 적이 없는 뱀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쁠 이유도 없었다.


‘인간들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


그래서 뱀은 인간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다.


“거기, 너는... 아, 네가 그...”


이 집안에 뱀이 몇 마리나 있겠는가. 요르닐 혼자뿐이다. 명목상으로는 이성일의 시녀지만, 그 어떤 시녀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늘 채찍을 들고 다니며 사용인을 후려치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 시녀장, 이지은도 요르닐을 볼 때면 항상 채찍을 뒤로 숨겼다. 혹여나 백서준이 지나가다 자신을 보고, 요르닐을 채찍질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무엇도 그녀의 목숨을 지켜줄 수 없었다.


“그래, 열심히 해요.”


억지로 미소를 지어가며 인사까지 해야 했다.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이었다.

일개 시녀를 향해서는 파격적인 대우였으나, 경지로만 따지면 둘은 동급이다. 아무리 신분이라는 게 있다곤 해도 동급 존재를 상대로 하대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물론 백서준의 그림자도 아른거렸고 말이다.


강자에게는 강자의 존엄이 있다. 백한성이 아들인 백서준을 동급으로 대우하는 것도, 미궁에서는 유교가 아니라 약육강식이 최고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강자들은 서로의 체면을 생각해주고는 한다. 설령 자신보다 경지가 아래라도, 그 절대적인 강함이 수준급이라면 나름 권위를 세워준다.


각성 3성은 사용인들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용인 중에서도 최고위급, 집사나 시녀장이 가지는 경지다.

사용인이 문제가 아니라, 이 집안의 도련님 아가씨들도 요르닐을 무시하지 못했다. 경지도 경지고, 아무도 제 2의 백시연과 백형욱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 뱀 아가씨로군. 어젯밤은 잘 잤나?”


그런 이들도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하고는 했다. 요르닐은 그저 웃었다.


‘응. 정말로 인간들은 괜찮아.’


뱀은 더더욱 인간들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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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수신의 옆자리 22.09.09 10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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