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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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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작품등록일 :
2022.09.02 09:11
최근연재일 :
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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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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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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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방

DUMMY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원래, 백서준이라는 놈은 백한성의 안중에도 없던, 자기 아들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던 버린 자식이었다. 기껏해야 한때 그가 품었던 여인의 자식 정도?


그래서 식당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야, 백한성도 부랴부랴 백서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가문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그놈에 대해 알게 된 이후, 경계심이 부쩍 치솟았다. 이건 정말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 4성이라는 경지는 고작 며칠 만에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사실은, 그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른 것도 극도로 이례적이다.


그러니까 놈은 아마 한참 전부터 경지에 오른 각성자였을 것이다. 괴롭힘을 당할 신분이 아니었는데도, 그럼에도 시종과 하인들의 괴롭힘을 감내했다.


대체 왜? 대체 어째서? 힘이 없는데 괴롭힘을 당한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놈은, 힘이 있으면서도 감쪽같이 숨기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멸을 묵묵히 참았다.


백한성이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딱 하나. 애초에 표적이 자신이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그가 한탄했다.


“내가 아주 호랑이를 키웠구나. 호랑이를 키웠어...”


연약한 고양이인 척 스스로를 숨기던 호랑이는, 사실 이빨과 발톱을 날카롭게 갈고닦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그러다 가주인 자신까지 삼킬 각이 보이자, 그제야 본모습을 드러내 산천을 놀라게 한 것이다.


이게 백한성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그게 아니면 도저히 이성일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평소 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내용물이 쏙 바뀌었는데도 알아차리지를 못한 것이다.


부자간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으며, 애석하게도 이성일은 그의 아들도 아니다. 그러니 관계가 파탄난 것은 아주 당연했다.


“제정신이 아닌 놈이야! 아주 제정신이 아닌 놈이야!”


백한성이 씩씩거리며 탁자를 쾅 내리쳤다. 천검 백가의 대부인, 한설영이 하품을 하며 자신의 남편에게 말했다.


“그래서, 어쩌려는 건가요. 가주 자리를 그놈에게 물려줄 생각은 아니시겠죠?”

“내가 어찌 부인의 소생을 두고 그놈에게 가주 자리를 줄 수 있겠소.”


백한성이 다급히 말했다. 한설영 자체는 각성 3성의 각성자에 지나지 않는다. 각성 3성과 각성 4성은 단 한 등급 차이지만, 그 격차는 강과 바다처럼 크다.


다만, 문제는 한설영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즉, 백한성의 장인어른이다.

그 사람은 천하의 백한성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정말로 높으신 분이다. 인간과는 다른 종족. 현재 인류제국을 봉건국으로 삼은, 이 근방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인 도깨비들의 장로다.


미궁 같은 곳에서는 힘과 권력이 거의 무조건 비례한다. 미궁은 무력이 판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왕이니 황제니, 고귀한 혈통이니 하는 소리를 지껄여봐야 당장 눈앞에 들이밀어진 주먹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이곳에서는 개인이 세력을 뛰어넘을 수 있고, 나아가 압도할 수도 있다. 힘만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굴기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도깨비들의 장로 자리에 있다는 것은, 당연 그에 걸맞은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도깨비 장로, 한울은 각성 5성 각성자다.


각성 4성과 각성 3성의 차이도 미치도록 크다. 그런데 각성 5성과 각성 4성의 차이는, 그것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단 한 명의 각성 5성 각성자가 동급 각성자가 없는 종족 전체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다.


고작 한 명이 한 개 종족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몸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왕도 아니고 고작 장로 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도깨비들의 무서움이다. 그들의 왕, 설성은 전해듣기로는 각성 6성의 경지라고 한다.


“다음 가주는 당연히 우리 우성이가 되어야지.”


인류는 바로 그런 존재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인구가 많고 영토가 넓어도, 만년 약소종족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도 각성 5성 각성자들은 드물게 보유하고 있으나, 진정으로 한 종족을 이끄는 수왕급 존재인 각성 6성은 없다.


천검 백가의 영토는 바로 그런 도깨비 왕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백한성이 자신의 아내에게 이리도 저자세인 이유다. 친정에 남편이 잘 못해준다고 한 마디만 일러도, 그는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부인. 내 부인에게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소?”

“뭔가요.”“오랜만에 장인어른을 백가에 한번 초대하고 싶소이다. 들어주시겠소?”

“흐음. 뭐, 좋아요. 우리 아들과 관련된 문제기도 하니까.”


한설영이 그제야 피식 웃었다.


“걱정은 말아요. 그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버지가 오시는 순간 바로 끝이니까. 지금은 하늘도 모르고 날뛰는 그 천둥벌거숭이가 기쁘도록 두어요.”

“역시 내겐 부인밖에 없소.”

“나쁜 사람. 첩은 그렇게나 많이 들여놓고.”


자신을 와락 껴안는 백한성에게 못 이기는 척 안겨준 한설영이 남편의 볼에 쪽 키스했다. 미우나 고우나, 그녀는 이 사람을 사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깨비의 자존심을 버리고 고작 하등종족인 인간에게 시집을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백서준. 지금은 마음껏 날뛰거라.’


곧, 그놈이 두려워 절망하는 표정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한설영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네놈은 죽을 목숨이니까.’






*****






백서준의 작고 누추한 방은 고작 세 시간도 안 되어 크고 화려한 방으로 바뀌었다. 이 살인귀가 분부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이제 누구든 듣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평소 백서준을 괴롭히고, 모욕하고, 심심풀이로 씹어대던 이들이 오히려 더 공손해졌다. 지금 이 앞에 선 하인만 해도, 백서준의 기억 속에서는 무서운 형님이었다.


이성일의 앞에서는? 감히 조금도 오만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들 예전의 백서준을 잊어버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두려움만 커졌다. 자신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후, 후아, 후웁.’


천검 백가의 하인인 신준석은 이성일의 앞에 서자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아직도 고작 몇 개월 전에, 눈앞의 저 ‘도련님’이 자신의 앞에서 엉엉 울던 것을 기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당시에도 자신을 한 손으로 잡아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 울었던 것도 아마 연기였겠지.


그 생각을 하자 허리가 빳빳이 굳었다. 대체 무슨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당장이라도 백서준이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아서, 토할 것만 같았다.


“아무쪼록,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백서준이 그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사람을 몇 죽이자 바로 이렇게 고개를 조아린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인심의 향방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성일이 절을 하라면 바로 엎어져 절을 올릴 것이다. 그가 자신을 용서해주기만 한다면 뭐를 못하겠는가.


“필요하면 부르지.”

“옛!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문 밖으로 나가면서도 고개를 몇 번씩이나 조아린다. 혹여 심기를 상하게 했다가는 자신도 김 집사와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

평소 자신과 같은 하인들은 그를 마주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올려야 했음은 물론이고, 혹여 심기라도 건드릴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런 사람도 싸늘한 시신으로 만든 백서준을 무슨 배짱으로 건드릴까. 바로 어제, 정신을 못 차린 시녀들이 한번 백서준을 건드려 본 적이 있다.


한 시녀가 이성일의 방에 오물을 투척하고는 다른 시녀들 사이에 숨었다. 그가 범인을 찾으며 길길이 날뛰면 다들 모르는 척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었다.


-모른다고? 그럼 됐어. 모르면 죽으면 되지.


웬걸? 백서준은 그냥 용의자 전부를 죽여버렸다. 천검 백가의 시녀들은 다들 미인이지만, 미녀고 나발이고 그 사람에게는 죽일 수 있는 살덩이로밖에 보이지 않은 듯 했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야 시녀들이 진범을 고자질했으나, 백서준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그들 모두를 쳐죽였다. 사실은, 바로 그 광경을 신준석이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집사님.”


한 집사를 필두로 가문의 사용인들은 지금 죽을 맛이었다. 백서준에게는 처벌이라는 옵션이 아예 없는 듯 했다. 무죄, 아니면 사형.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그는 채찍 대신 소 잡는 칼부터 잡아드는 유형의 사람이라, 마주할 때마다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다.


“후우. 나라고 무슨 답이 있겠느냐.”


한 집사도 말을 아꼈다. 자신보다 권력이 대단했던 김 집사도 비명에 갔다.

지금 그가 백서준을 상대로 무언가를 시도한다면, 그건 명줄을 재촉하는 행위일 뿐이다.


“단지... 우리 쪽 사람 하나가 얼마 전에 좋은 생각을 내놓았다. 내가 그 방법을 가주님께 상신하기는 했지만, 그건 가주님의 뜻대로 결정될 일이지. 더는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솔직히, 이 방법이 통할지의 여부는 한 집사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인 격이다.

이제 이런 수라도 쓰지 않으면 다들 신경쇠약과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한 집사가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내렸다.


우수수.


며칠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제는 손가락에 머리카락이 국수 면발처럼 묻어나온다. 스트레스성 탈모가 제대로 온 것이다.


탈모는 그나마 머리가 빠질 뿐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질병이 이것 하나만은 아닐 테니 문제다.


“요즈음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뭐라도 해보아야 하지 않겠나.”


그들이 지금까지 백서준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던가.

그러니 그가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오죽 많은가? 어느 것 하나만 명분 삼아 그들 전부를 몰살시켜도 항변 한 마디 할 수 없다.


“그 김 집사님이 돌아가신 것만 보아도 알지 않습니다. 우리가 백가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요.”


시종장 천학태가 중얼거렸다. 김 집사가 죽은 덕분에 가문의 여러가지 대소사가 책임자를 잃어버리고 보류 중이다. 지금 백한성은 그 혼란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다.


이성일은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을 더 죽여 혼란을 키웠다. 왜냐하면 사실 천검 백가는 그에게 있어 있으나 마나 상관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없으면 가문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그게 통하겠습니까?”


지금 모인 이들에게 이 백가는 하나의 세상이오, 세상의 모든 이권이 모인 곳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 이득을 제 발로 부수고 있는 이성일 같은 사람이 미치광이로 보인다.


하지만 이성일에게 있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이 작은 가문 하나는 그의 목적은커녕 발판이 되기에도 간당간당하다.

천검 백가의 가주 자리는 백서준 녀석 때문에 가지려고 하는 것뿐, 이성일 본인은 그 자리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일단은 조금 멀리로 보냅시다. 도저히 숨이 막혀 살 수가 없어요.”


백서준이 이 집안에 며칠만 더 있다가는 그들이 버티질 못하고 야반도주를 하게 생겼다. 다들 괴로운 마음이 지극하니, 지금은 썩은 동아줄이라도 부여잡아야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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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수신의 옆자리 22.09.09 10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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