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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님의 서재입니다.

사관학교의 꼽추 하이엘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빅슬립
작품등록일 :
2021.05.12 22:45
최근연재일 :
2021.06.29 23:28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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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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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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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년차

DUMMY

첫 미팅을 마치고 저택에 돌아오니 늦은 저녁이었다.


“저녁은 먹었지?”

“헤헤···.”

“늦으면 알아서 챙겨 먹으라니까.”

“오랜만에 안 쓰는 방 대청소하느라 까먹었어요. 펜나님도 나가셔서 안 오시고.”


입맛을 바꿔버린 미루의 스튜를 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저번에 대청소하고 얼마 안 지났잖아.”

“곧 개학이잖아요? 혹시 아가씨가 오시면은 내어드려야죠.”

“음···.”


안 그래도 얼마 전 거취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편지를 보냈었다. 답장은 없는 상태. 똑 부러지는 아이이니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는 중이었다.


“헤일이 펜나가 머무는 걸 허락할까?”

“두 분 다 착해서 괜찮지 않을까요?”

“착함과는 무관한 문제라서.”


성격도 성격이지만, 문제는 헤일의 반감이었다.


코르닉스라는 가문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헤일은 가문에 관련된 문제에선 선을 곧잘 긋고는 했다.


코르닉스의 별장에 가문과 관련 없는 타인이 멋대로 지내는 걸 탐탁지 않아 할 확률이 높았다.


“대충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고 있다고 하면 되려나.”

“거짓말은 아니네요.”


식사를 마칠 무렵 펜나가 돌아왔다.


“싸우다 왔어?”

“잠깐 탐험가 길드에 들렸어. 뭐, 등급을 책정해야한다 그래서.”


여기저기 찢어지고 생채기를 입은 펜나가 터프하게 걸레짝이 된 옷을 벗었다.


“아으, 따가라.”

“도와드릴까요?”

“됐어. 이 정도는 침 바르면 나아.”


진짜로 침을 묻히고 대충 옷으로 감싼 펜나가 나를 쳐다봤다.


“앞으로 한동안은 저택에 안 들어올 거야. 길드에서 신입 탐험가 상대로 교육하는 게 있는데 그거 들으려고.”


뭣 모르고 유적을 찾아다니다 객사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탐험가 길드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일종의 튜토리얼로, 실제로 플레이어가 참가하면 작은 퀘스트 보상을 주는 유용한 교육이다.


대략 3달 정도의 일정으로 이미 발굴된 유적을 찾아다니며 체험과 실습을 병행한다.


험하고 빡세게 굴리긴 해도 펜나 입장에선 얻는 게 많을 것이다.


“아예 나가시는 건 아니죠?”

“모르겠네. 잘 풀리면 어디 정착하는 거고, 아니면 은근슬쩍 돌아오는 거고.”


당장 나가는 것도 아니라는 말에 미루가 적잖이 안심한다. 그래도 저택에 셋뿐이라 이래저래 정이 많이 들었던 거겠지.


“미리 언질을 주는 건 나 갑자기 사라져도 놀라지 말란 뜻에서야. 아게르도 개학하고 나면 바쁠 테니까.”

“꼭 안 돌아올 사람처럼 말하네.”

“···언제까지 민폐만 끼치며 살 수는 없으니까.”


민폐라. 나는 그 말에 더 이상 펜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


“교육 끝나면 코크카인 지방으로 가봐.”

“사겔샤 쪽?”

“밀림을 신성시하는 부족이랑 잘 협상해서 통행권을 얻어내고 수색하다 보면 많은 게 보일 거야.”


유적 노다지 한곳을 알려줬으니, 적어도 어디 가서 굶어 죽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코크카인. 기억할게.”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펜나의 뒷모습을 미루가 빤히 바라본다.


미루를 위해서라도 고용인을 늘려야 하려나 고민하는데 방문을 알리는 초인종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식사를 빨리 끝낸 미루가 확인을 위해 식당에서 나갔다.


나는 천천히 스튜를 음미하며 오늘 미팅의 내용을 되짚었다.


천익 프로젝트. 연방에 날개를 달기 위한 연구였다.


기존에도 비행 장비는 존재했다. 글라이더는 지금도 고지대에서 쓰이고 있고, 연방 설립 이전 제국에서 마력 엔진을 이용한 동력 비행기를 만들었던 기록 또한 남아있다.


하지만 주류로 떠오르지는 못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마력의 존재 때문이었다.


비행 마법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당연히 펼칠 수 있는 기본기였고, 기사들 또한 마력을 분출함으로써 짧게나마 비행이 가능했다.


하늘을 동경하던 이들은 비둘기의 날개를 본 따는 대신, 마력을 갈고 닦았다.


그러나 싸이오닉 에너지의 등장으로 전부 사장되어버렸다. 비행 마법은 공간이동 마법과 마찬가지로 불안정성 때문에 더 이상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천익 프로젝트는 어떠한 식으로 비행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했다.


옛 제국에 대한 지식이 있던 마이스터 차르체터는 회전익을 이용한 복엽기 형태의 기기를 주장했고, 베시는 기사 개인이 착용할 수 있는 슈트형 전용 장비를 제안했다.


우선 내 마력이 낼 수 있는 출력을 확인하고 결정하자는 퀴르헨의 중재로 미팅이 끝났다.


내일 있을 시험을 위해서 잿빛 마력을 얼마나 만들어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명치에 박힌 마핵이 잿빛 마력을 족족 빨아들여 보관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주인님. 아가씨 오셨어요.”

“헤일?”


쾅!


큰 소리로 열리는 식당 문에 나는 섬찟했다. 저번처럼 화난 헤일이 들이닥쳐 패대기치는 것은 아닌가. 몸이 달라졌어도 헤일의 괴력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라버니!”


그러나 식당으로 들어온 건 나와 같이 은빛 머리카락을 지닌 여린 체구의 여인이었다.


“흐응, 흐응.”

“···릴리?”

“네에.”


갑작스레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릴리의 등장. 그 따스함에 놀랄 새도 없이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헤일을 발견했다.


“당신 누구야?”

“···일단 방을 옮기자.”


더 이상 식사가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앉기듯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 릴리를 한 손으로 떠받치고 응접실로 향했다. 헤일은 뒤따라오며 도리질 치는 미루에게 연신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많이 놀랐을 테지. 이해한다.”

“아니에요. 릴리는 오라버니를 믿고 있었답니다.”

“그···래. 믿어줘서 고맙다.”

“아니. 둘만 이야기하지 말고. 당신, 진짜 아게르 맞아?”


어째서인지 맹목적인 믿음을 보내는 릴리와 달리 헤일은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상대하기엔 이쪽이 훨씬 낫다.


“코르닉스의 꼽추였던 아게르 맞다.”

“말이 안 되잖아. 두 달 남짓 지난 사이에 이렇게 변한다고?”

“언니, 왜 그렇게 의심해? 딱 보면 오라버니잖아.”


양손으로 내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지는 릴리. 어릴 때의 모습이 남아있어서 쉽게 알아본 모양이다.


“릴리. 대화 중이니까 조금만.”

“네에.”


얌전히 두 손을 모으고 옆에 찰싹 달라붙는 릴리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헤일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은 전부 말했다. 가족이니까.


“뭔가···, 뭔가 모르겠어.”

“나도 그랬어. 가볍게 받아들이긴 어려운 변화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질 거야.”


지난날 불치병을 통보받고 입원했을 때,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아이들 또한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인 만큼,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오라버니, 이거 보세요.”


헤일이 이마를 짚고 생각에 빠진 사이, 릴리가 내게 선물로 보내준 장신구를 꺼내 보였다.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어요. 곧 있으면 완쾌될지도 모르겠어요.”


예고 없는 방문이라 깜빡 잊고 있었다. 나는 시넬의 눈으로 릴리의 몸을 살폈다.


은색으로 빛나는 마력 곳곳에 검푸른 반점이 엉켜있다. 특히 머리와 심장, 단전 부분에 큰 덩어리가 보였다.


역시 저주가 남아있었구나. 선물에 담아둔 마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릴리의 표정이 밝다.


“잠깐만.”


나는 릴리의 심장 부분에 손바닥을 대었다. 섬세한 흑마력 조율로 응어리져 있는 저주의 마력을 밖으로 끌어내었다.


“으읏.”


한 번에 많은 양을 빼려 하니 릴리가 고통을 호소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저주를 뽑아내자 한결 응어리가 작아진 게 눈에 띄었다.


“몇 번만 더 뽑아내면 곧···, 릴리?”


릴 리가 고개를 묻은 어깨에서 습기가 느껴진다. 성인식을 치렀다 해도 아직 아이였다. 특히 릴리는 더더욱.


긴 세월 건강을 앗아갔던 저주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북받친 탓이겠지.


나는 조용히 릴리의 등을 다독였다. 그 모습을 헤일이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고 갈래?”

“으응, 가야지. 떼써서 따라온 건데.”


애초에 헤일을 배웅하며 따라온 거라며 릴리는 하루 묵고 가라는 제안을 거부했다.


“언니와 오라버니가 제도에 머무는 동안, 제가 가문을 지킬 거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야무진 얼굴로 다짐하는 릴리. 그러나 곧 무너져내렸다.


“그래도 가끔은 본가에···, 와주시면···, 안될까요?”


결국 대성통곡하는 릴리를 어르고 달래 크리스의 편에 맡겼다.


“크리스. 부탁해.”

“네, 아가씨.”


차를 타고 떠난다. 마지막 울음을 본 탓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들어가자, 아직 밤바람이 차다.”


응접실로 돌아가니 미루가 따뜻한 차를 내왔다. 헤일과는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


“어떻게 할 거야.”

“뭐가···요.”


외면이 달라지니 낯선 모양이다. 나는 거취를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원래는 기숙사 들어가려 했는데···.”

“했는데?”

“아직 강의가 시작된 건 아니니까, 조금 더 생각해보고 판단할게요.”


앞으로 삼 년을 지내야 할 테니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좋다.


“그럼 결정되면···.”

“아게르! 너 검은 옷 많···.”


세 명의 시선이 동시에 출입문으로 향했다. 반나체 차림의 펜나가 머리를 말리며 들어오다 헤일을 보고 얼음이 되었다.


“어···.”

“···쓰레기.”


헤일의 경멸 어린 눈초리를 없애는데 꼬박 두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 릴리가 빨리 돌아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



국방연구소 지하. 온갖 음모론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공간이다.


연방 예산의 삼분지 일을 잡아먹는 집단답게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조성된 지하 공간에는 정밀한 측정을 위한 전용실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아아, 들려요?

“들립니다.”

-마음 편히 먹어요. 결과 가지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퀴르헨 박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전방에 놓인 골렘형 측정 장비를 시넬의 눈으로 관찰했다.


일종의 마력 샌드백으로 반발력의 크기와 패턴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력을 파악하는 장치다.


-실험은 간단해요. 아게르의 전력을 펼쳐보세요.

“종류는 상관없습니까?”

-어떤 종류를 말하는 거죠?


일리야가 정보 공유를 거부한 건가. 나는 간단하게 세 가지 마력을 다룰 수 있다고 마이크를 통해 말했다. 퀴르헨 박사의 거짓 간파는 음성으로도 발휘된다.


-그래요? 그럼 하나씩 펼쳐봐요.


사관학교의 개인 수련실보다도 훨씬 넓은 공간이다. 마이트의 손 특성이 한 단계 상승한 이후 제대로 펼쳐본 적이 없어 답답하던 차에 잘됐다.


나는 먼저 스물여섯의 흑마력을 사방으로 전개했다.


우웅-


본체까지 총 스물일곱의 조각이 공명하며 회전한다. 인력이 상쇄되고, 크기가 늘어난 마력이 검은빛을 띠며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공격 가능한가요?


퀴르헨의 주문에 나는 조각 하나를 골렘에게 접근시켰다.


스스-


한순간 모든 회전력을 잃고 수축하는 마력. 곧 어마어마한 크기의 균열이 골렘을 덮쳤다.


끼기긱-


금속이 갈리며 소름 끼치는 소음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보기보다 튼튼하다. 나는 네 조각을 더해 골렘의 사지에 붙였다.


균열은 중첩되어 증폭되는 성질을 지녔다. 다섯 개의 균열이 한데 뒤섞이며 전용실의 벽까지 뜯어내는 포악한 대균열으로 거듭났다.


-그만! 멈춰요!


곧 있으면 골렘을 지워버릴 수 있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 마력을 다시 회전시켰다.


각 다섯 조각의 양이 20퍼센트 정도 줄어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균열을 지속한 것 치고는 많이 사용됐다. 대균열로 진화하며 마력 사용량이 증가한 탓일 것이다.


지잉-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전용실 문이 열렸다. 수십 미터 위에 있는 관측실에서 직접 내려온 퀴르헨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아뇨.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 내려온 거예요.”


반대편에 설치된 화물 엘리베이터가 오가고, 다시 골렘형 측정 장비가 준비되었다.


“방금 그거, 다시 한번 해봐요. 전력으로.”

“전력으로요? 위험할 텐데.”

“그래서 제가 내려왔잖아요?”


퀴르헨도 네임드 중엔 손에 꼽히는 강자. 나는 믿음을 가지고 흑마력을 전개했다.


스스스스스-


상하좌우, 큐브처럼 골렘을 감싼 스물여섯 개의 조각. 회전이 풀리며 동시에 균열이 만들어지고, 서로 영역을 침범하며 하나의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낸다.


“아아.”


파직!


골렘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강화유리로 보호 중인 조명은 이미 터져나갔고, 벽과 바닥을 마감한 금속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 균열로 빨려 들어갔다.


미리 백마력의 보호막을 쳐두었던 작은 반경만이 멀쩡하게 남아있다. 그 안에서 퀴르헨은 연신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었다.


-치지직! 박···!


박사의 귀에 꽂혀있는 소형 스피커에서 잡음이 흘러나온다. 마력도 전부 사라졌으니 통신이 불가능해진 상황.


“박사님.”

“아.”


내가 다가가 어깨를 잡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퀴르헨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 대단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마력은 처음 봐요.”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이대로 계속되면 연구소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모서리에 박혀있던 기둥도 사라졌다. 이제야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퀴르헨이 손을 내밀었다.


솨아악-


뻗어 나온 금빛 기류가 천천히 대균열의 주변을 감싼다.


마치 잠들 듯 균열이 조금씩 힘을 잃고 안정을 찾아간다. 나는 그녀의 도움에 맞춰 조금씩 마력을 되돌려놓았다.


“후우, 전부 거뒀습니다.”


대균열의 대가로 흑마력이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얼추 순수한 흑마력으로 낼 수 있는 출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긴 못 쓰겠네요. 옆 실험실로 옮기죠.”




다음 실험실은 다행히 멀쩡하게 끝났다. 두 개체의 골렘 장비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이리저리 치이고, 잿빛 마력의 탄환에 구멍이 송송 난 것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자네, 괜찮나?”


실험을 마치고 모든 광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관측실로 돌아오자 차르체터가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측정은 끝났어요. 비록 변수가 조금 있었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모였죠.”


베시의 조작에 홀로그램이 나타나며 실험의 결과를 나타냈다. 정체불명의 그래프가 천장을 뚫고 올라가고 있었다.


“비행기? 전용 장비? 싹 다 필요 없어요.”


퀴르헨은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천재는 범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생각한다는데, 딱 그 모습이었다.


“마이스터 차르체터. 국립공방이랑 병기창에 동원 가능한 인력이 얼마나 되죠?”

“요즘 한창 주문이 밀릴 시기라 노는 손이 그리 많지 않소만.”

“최소 장인 기준으로 삼백 명이 필요해요.”

“적어도 반년은 기다려야 할 거요.”

“아아.”


실로 안타까워하는 퀴르헨의 모습이 낯선지 베시와 연구원들도 놀라워한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자자, 모여봐요.”


혼자 무어라 중얼중얼 읊조리던 퀴르헨이 갑자기 장치를 하나 꺼냈다. 전방에 작은 렌즈가 나와 있는 카메라였다.


“이런 역사적인 날을 남겨둬야지. 가까이 서세요.”

“저기, 박사님. 적어도 설명을···.”

“후후, 설명이요?”


어색하게 모여 있는 사람들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던 박사가 싱긋 웃었다.


“활짝 웃으세요. 미소가 곧 설명이 될 겁니다.”


찰칵!


퀴르헨은 사진을 인화해 모든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날의 미팅은 퀴르헨을 제외한 모두가 의문에 빠지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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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꼽추 아게르 21.06.03 1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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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꼽추 아게르 21.05.26 14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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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꼽추 아게르 21.05.24 15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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