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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님의 서재입니다.

사관학교의 꼽추 하이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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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작품등록일 :
2021.05.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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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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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꼽추 아게르

DUMMY

[서브 퀘스트 – 금고열기 완료]

[고급 티어 등급 강화 획득]


기기스가 금고를 열어 고급 티어 등급 강화권이 생겼다.


가지고 있는 고급 티어 특성은 두 개, ‘뛰어난 이해력’과 ‘뛰어난 손재주’다.


둘 모두 마력 운용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이해력은 말할 것도 없고, 손재주의 경우 섬세함과 미세 컨트롤에 있어 상당한 이점을 부여한다.


퀘스트 완료를 통해 다른 고급 티어 특성을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샬리의 부탁은 언제 완료될지 막막한 상태이고, 일리야의 시련은 수업 내용이 바뀌면서 비활성화되었다.


한번 생긴 퀘스트가 비활성화되는 건 흔한 일이다. 사도 벨가의 경우처럼 토벌 퀘스트는 당사자가 타지에서 객사하면 깨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서브 퀘스트를 부여한 사람이 타인에 의해 살해될 경우 깰 수 없는 상태로 변한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 나는 고민 없이 뛰어난 이해력의 등급을 올렸다.


[뛰어난 이해력]

[티어/등급 : 고급/A]

[만물을 살피는 이해의 척도. 높은 등급으로 다양한 보정을 받는다.]


B에서 A로 오르며 특전처럼 추가 문구가 붙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이해력의 증가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나는 길거리의 행인들과 건물을 관찰했다.


딱히 인식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데 조금 더 시야가 명확해지고, 평소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에 눈길이 가는 건 있다.


마치 새 안경을 맞춘듯한 느낌. 이게 이해력의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윽.”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나는 잠시 몸을 웅크렸다.


간간이 통증이 올라오던 명치. 이번에는 누군가가 주먹으로 강하게 때린 듯 아팠다.


시넬의 눈으로 봐도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근육통일 텐데 오래 간다.


“···별일 있겠어.”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나는 명치 부근을 몇 번 문지르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



“유적, 유적.”


펜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뒤따라온다.


탐험가가 적성에 맞는 건지, 아니면 전 직장에 학을 떼서 어떤 일이든 재밌게 느껴지는 건지.


펜나는 꼭두새벽부터 준비를 마치고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다.”

“누가 뭐래요? 가는 길인데 좀 신날 수도 있는 거지.”


미개척지 한복판이라 눈살을 찌푸릴 사람도 없다. 나는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쳤다.


“그나저나, 오늘 갈 유적은 뭐에요?”

“내가 당연하게 알 거라 생각하는 게 무서운데.”

“어딘지 알면 보통 뭔 유적인지도 아는 거 아닌가?”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나는 뒤돌아 펜나를 바라봤다.


“내가 유적의 위치를 안다고 해서 그 안의 구조, 시설, 위험까지 전부 아는 건 아니야. 사전정보는 말 그대로 기록 당시 유적의 정보일 뿐,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여차하면 선입견을 갖게 할 여지를 주지. 그래서 모험가는 유적의 위험과 변수에 항상 대비해야 해야 하는 직업이고.”


내가 격일로 유적을 찾아다니니까 알게 모르게 유적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수사국에 있었으면 한 해에 유적이 몇 개나 발굴되는지 알잖아. 그건 발굴에 성공한 사례만 센 거고, 실패해서 도망치거나, 죽거나, 실종되는 경우는 훨씬 많을 거야. 그들이 과연 아무것도 모른 채 유적에 들어갔을까?”


펜나의 승모근이 바짝 선다. 매사에 긍정적인 것도 좋지만 필요할 때의 긴장감 또한 적절히 필요하다.


“유적 탐사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나중에 너 혼자 다니거나 팀을 꾸리면 유적을 찾는 건 네 몫이 될 테니까.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너무 정보에 매달리지 마라.”


말하고 나니 조금 꼰대 같이 말한 것 같아 후회하고 있는데, 펜나의 반응은 의외로 밝았다.


“흐히, 알았어요.”

“왜 혼나는 데 좋아하냐.”

“사실 걱정된다고 혼나본 게 오랜만이라. 왠지 그런 게 좋더라구요. 사실 말은 따가워도, 마음이 따뜻해서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나는 펜나의 집안 사정을 떠올리고서 납득했다. 지금은 수사국을 때려치우고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여러모로 어두운 과거를 가진 아이였다.


펜나 뿐 아니라 사사투스 가문 인물들이 대부분이 우울한 면이 많다. 명문가라는 무게를 짊어진 자들의 숙명에 뒤따라오는 부작용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도 조금 변태 같아.”

“세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있는 거죠, 뭐. 그런데 아게르는 팀 안 꾸려요?”


나는 곧 유적 탐험에 소홀해질 거라고 담담히 통보했다.


“왜요?”

“연구소에서 제안이 들어왔거든.”


극비 프로젝트인 만큼 자세한 사항은 함구했다. 펜나는 눈에 띄게 아쉬워했다.


“여유가 되면 탐험은 계속할 거야.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고.”

“바쁘지 않겠어요?”

“바쁠 새가 없다. 돈 벌어야 돼서.”


당장 릴리의 성인식 비용은 마련했다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본가에 돌려주고, 내 앞으로 달려있는 빚을 변제해야 하는데 남은 기간이 1년뿐이다.


퀴르헨이 인건비로 얼마를 책정할지 모르지만, 아마 그 돈만으로 빚을 갚기엔 역부족일 게 뻔하다.


“그렇게 돈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요?”

“···빚 갚아야돼.”

“빚이요? 웬 빚?”


괜히 신나있는 사람을 혼낸 것 같은 미안함에 나는 간략히 내가 돈을 모으는 이유를 풀어냈다.


“오, 오천칠백만? 그 거금을 어디다 썼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하소연이라는 게 참 특이해서, 한번 말의 물꼬가 트이면 하나둘씩 사정을 이야기하게 된다.


목숨값이라는 생각에 납득 하다가도 그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고 있으니 울화가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내 발등 찍는 일임을 알면서도 내가 진 빚에 대해 일부 펜나에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내일까지 동생 성인식 비용을 보내주기로 한 거야.”

“지금까지 얼마 보냈는데요?”

“이백만 리브. 앞으로 계속 되돌려놔야지.”

“킁, 역시 사람 사는 일은 겉으로만 보면 모른다더니. 하이엘프도 돈에는 장사 없네요.”


존경받는 혈통인 하이엘프가 빚으로 가득하다는 말에 펜나는 적잖이 충격받은 듯했다.


“결심이 더욱 굳어졌어요. 탐험가가 되기로. 하이엘프도 돈에 쫓기는데, 나라고 언제 금전의 압박에 시달릴지 알겠어요? 벌 때 열심히 벌어둬야지.”


공감해달라고 꺼낸 말도 아니고 단순한 신세 한탄이었으니, 내 사연이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래. 열심히 하면 나중에 가능성 있는 유적터 몇 개 추천해줄게.”

“오!”


그렇게 신변잡기를 나누길 2시간여. 우리는 유적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가 입구라고요?”


폐허에 덩그러니 놓인 우물터. 우리가 이번에 들어갈 유적은 이 지하에 있다.


“고대 시절에는 몬스터가 창궐했다는 이야기, 알고 있나?”

“들어본 적 있어요. 옛날옛적에는 굉장히 강했다던데. 막 마력도 쓰고.”


현대에 이르러 몬스터는 인류나 인페스티스의 권세에 밀려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야생 동물의 포지션이지만, 고대에는 여러 국가를 세울 만큼 강대한 세력을 자랑했다.


이 지하에는 그런 당시의 몬스터를 연구하기 위한 신정왕국의 연구소가 위치해있다.


“몬스터의 생태계를 파괴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던 곳이야. 온갖 아종과 특이종, 돌연변이를 잡아다가 가둬두고 배양까지 하던 시설인 만큼, 지금까지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

“습격에 특별히 조심해야겠네요. 그밖에 주의할 점은요?”

“몰라. 그게 전부니까.”


어느 정도 시설의 구조와 몬스터 분포는 알고 있지만 샬리의 경우처럼 확신할 수 없다. 아까 펜나에게 한 말이 있어 나는 머릿속에만 남겨두었다.


“들어간다.”


단단히 묶어 내린 밧줄을 따라 내려간다. 입에 문 손전등이 깎아내린 우물의 벽을 비추길 몇 분.


대략 400미터 쯤 내려온 위치에서 우물의 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왓, 차가!”

“조심해. 깊으니까.”


실제로 사용하던 우물에 지어진 연구소다. 입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하 공동의 한 가운데 위치했다.


“파손의 흔적이 보이는데요?”


입구 옆 평평한 지역에 무언가가 부서진 잔해가 흩어져있다.


“공간이동 포인트겠지.”

“아하. 연방 이전에는 공간이동 마법을 썼다더니. 실제로 보니 신기하네요.”

“수사국에 블링크 장비 없었어?”

“말단 조장한테 그런 귀한 보급품이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현대에 이르러 마력을 이용한 공간이동은 사장됐다. 인페스티스의 등장으로 대기 중에 싸이오닉 에너지가 섞이며 불안정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티팩트를 이용한 초근거리 이동, 그리고 거대 시설을 이용한 포탈이 그나마 안정성을 유지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펜나가 공간이동 포인트에 흩어진 공간좌표 고정기의 잔해를 살피는 사이, 나는 연구소의 출입문을 살폈다.


기억과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는다. 3미터 남짓한 거대한 금속 문은 바깥으로 살짝 휘어진 형태였다.


아직 문에 흐르는 마력이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플레이어로 방문했을 때처럼 내부에 생명 유지장치가 가동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연구소에 웅크리고 있을 보스급 몬스터를 떠올리며 펜나를 불렀다.


“구경 그만하고 가자.”


문을 여는 건 쉬웠다. 흑마력을 두른 손으로 금속 안을 헤집어 동력 부분을 뜯어내니 굉음을 내며 양옆으로 벌어진다.


벌어진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환한 전등의 빛. 펜나가 직검을 뽑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완전히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 들어온 펜나가 작은 탄성을 흘렸다.


“무슨 현대식 건물을 보는 기분이네.”


깔끔하고 단아하다. 불필요한 장식과 구조는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실용성만을 위한 설계.


펜나가 현대식 건물을 떠올린 이유는 극한의 효율을 염두에 두다 보면 양식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리라.


1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폭의 복도를 따라 천천히 들어간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양옆 벽의 전등이 백색광을 내뿜는다.


나는 시넬의 눈을 쭉 유지하며 연구소 본관으로 들어섰다.


오직 금속 자재로 이루어진 본관 로비는 부서진 연구장비와 그 위를 덧씌운 혈흔으로 가득했다.


“···시체가 없네요.”


펜나의 말대로 로비엔 핏자국만 가득할 뿐, 시체는 물론이고 뼛조각 같은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시체를 처리한 주체가 존재한다는 반증. 긴장감을 한 층 더 한 채 우리는 그대로 내부 탐색에 들어갔다.


연구소는 단층으로, 목적에 따라 구역을 나눈다. 로비 양옆으로 연구원의 숙소와 편의시설이 몰려있고, 전방으로 몬스터 우리와 연구시설이 위치한다.


유적에서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앞뒤로 적을 맞이하는 것. 그나마 작은 규모인 양옆의 시설부터 차례대로 훑어나갔다.


천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단단하지 못한 것들은 세월에 풍화되어 버리고,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들은 죄다 누군가에 의해 부스러기가 되어있었다.


숙소와 편의시설을 전부 돌았지만 서랍 구석을 뒤져 몇 개의 고대 금화를 발견한 게 전부였다.


“누가 이미 다녀간 거 아니에요? 멀쩡한 게 없네.”

“철수하면서 돈이 될만한 자재들은 전부 챙겨나갔겠지.”

“몬스터와 동력은 살려 두고?”


왜 철수하면서 연구소의 동력을 살려뒀는지는 나 또한 의문이다.


훗날 다시 재활용하기 위한 판단이었을까. 그 만일의 가능성을 위해 당시에도 귀중했던 동력원인 마핵을 남겨두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뭐, 덕분에 나중에 온 후손은 돈은 쏠쏠하게 버는 거지.”


서로 먹고 먹히는 게 일상인 몬스터들의 부산물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유적 끝까지 간다면 마핵을 얻는 건 확정이다.


비록 마력학의 발전으로 동력원의 가치는 없더라도, 온전한 기능을 가진 유물이라는 점이면 100만 리브 정도는 가뿐히 받을 것이다.


주변 정리를 마친 나와 펜나는 출입구 정문으로 뚫려 있는 연구시설의 통로에서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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