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으로 환생한 자.
석탈해왕 구년 삼월에 왕이 밤중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불현 듯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마침 선왕이신 박혁거세 거서간의 기일이었다. 날이 밝자 호공(瓠公)을 보내어 시림을 샅샅이 살펴보도록 하였다.
호공이 시림에 다다라 보니, 금빛의 작은 궤짝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닭이 그 아래서 울고 있었다. 이 사실을 듣고 왕은 궤짝을 가져오게 하여 열어 보니 조그마한 사내아이가 그 속에 들어 있었는데, 용모가 기이하게 뛰어났다.
왕은 기뻐하며 하늘이 그에게 아들을 내려보낸 것이라 하여 거두어 길렀으니, 그 아이는 자라감에 따라 총명하고 지략이 뛰어나서 그 이름을 알지라 하였다. 또, 금빛 궤짝에서 나왔기 때문에 성을 김씨라 부르고, 처음 발견되었던 장소인 시림을 고쳐 계림(鷄林)이라 이름하고, 이로써 국호를 삼았다. 왕은 김알지를 태자로 책봉하였으나 뒤에 파사(婆娑)에게 사양하여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탈해왕은 육십이 세에 즉위하여 구십오 세에 붕어하니 삼십 삼년을 재위에 있었다. 또한 사후 동악산신으로 입신하여 신선계에 머물면서 신라를 굳건하게 지켰다. 오십년간 동악산 사신으로 왜나라의 해적들을 막고 인근 나라의 산적을 무찔러주던 동악신에게 칠성신이 찾아온다.
풍백의 명을 받은 칠성신은 칠십대의 잘생긴 노인을 동악신 앞에 데려왔다.
그는 바로 탈해의 양자였던 김알지로 그가 차기 동악신의 지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탈해는 천상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지상의 산신으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했다. 칠성신은 탈해에게 승천을 권유했다. 그러나 탈해는 승천을 거부했다. 그러자 칠성신이 탈해를 다시 환생시키기로 결정한다.
칠성신은 아이의 명을 이어주고 복을 주는 신령이다. 각각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은 일곱 신 중에서 여섯째 칠성신은 인간의 환생에 관여한다. 그 여섯 번째 칠성신이 석탈해의 정체를 알려준다. 금생에서 석탈해로 살아온 그는 바로 칠성궁 정원관리 천신이었는데 환웅천의 삼천 신 강천시에 지상으로 천강하였다가 인간 세계를 겪고 난 후에 인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생긴 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석탈해에게 전생의 끈을 놓으면 환생하지 않고 산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고 승천하여 천신이 될 수 있다며 석탈해를 설득한다. 그러나 탈해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상에 집착한다. 칠성신은 지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환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석탈해는 칠성신에게 맞서서 버틴다.
결국 탈해는 선택할 여지없이 전생의 인연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탈해가 내생의 환생을 거부하고 전생 중의 하나인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여 환생 체계가 일순간 오작동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육도의 환생문이 순차적으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전생으로 가서 미련을 지우고 오게 하려는 천상 칠성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삼생 이전의 전생으로 간 탈해는 이백 년 전으로 되돌아가 환생하기에 이른다.
칠성신이 급하게 천상으로 귀환하여 풍백에게 고했다. 풍백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풍백은 환생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만 탈해의 미련이 사라지게 될 것이 말하고 칠성신을 칠성궁으로 돌려보냈다. 칠성신은 부끄럽고 풍백께 송구스러워 석탈해에 대한 원망을 더하게 되었다.
결국 칠성궁의 정원을 책임지던 천신인 그는 석탈해의 삶을 통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금 환생한다. 그는 이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의 마지막 단군인 준왕이 사라지고 일대 혼란의 시기에 요하의 단씨족 집성촌에서 남자아이로 환생한다.
** 그 동안 <불요불굴 동악신>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의 이야기는 석탈해가 사후 이백년 전 시대에 환생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제는 석탈해가 아닌 조의문이라는 부여국의 무림문파의 계승자로 성장해가는 스토리입니다. 기존에 쓴 글을 고쳐 100화 정도의 플롯을 짜두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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