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6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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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60
“꺄아악!”
다시 한 명이 옆구리를 붙잡고 뒤로 물러난다. 처음에는 충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나 수십 차례 반복되면서 누적되고, 결정적으로 무진의 공격이 배가되자 무너진 것이다.
잠시 후, 다시 세 명이 쓰러지자 혜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공격대형으로 전환하고, 공격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십팔청동나한은 먼저 서로 잡고 있던 팔을 푼다. 그러더니 허리에서 묶여 있는 봉을 두 개씩 꺼내 공격하기 시작한다.
“흐흐흐!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
무진은 기다리지 않고 그들을 향해 달려간다.
땅!땅!땅!땅!....
그는 불과 몇 걸음도 옮기기도 전에 수십 대를 맞는다. 하지만 비명소리는 십팔청동나한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크아아악!”
무진의 발 공격에 얼굴을 맞고 어깨뼈가 부러진다.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점차 봉에 맞는 소리는 줄어든 반면 비명소리는 자주 들린다.
“저..저게 뭐냐? 어떻게 사람의 관절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단 말인가?”
무진은 격권을 펼치고 있다. 그의 팔, 다리의 관절이 반대방향으로 꺾이면서 공격하자 십팔청동나한이 무방비로 무너지고 있다. 혜민도 당황한 나머지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그 사이 십팔청동나한이 대부분 쓰러지고 이제 겨우 세 명만 남는다. 그들도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인다.
“모두 물러나라!”
혜민은 할 수 없이 십팔청동나한을 뒤로 물린다.
“죄송합니다.”
“이게 어찌 너희의 잘못이냐? 상대를 잘못 판단한 나의 책임이다. 물러나 달마삼검의 진수를 견식해라.”
“장로님께서 무공을 펼치신다고요?”
“아까 저 자가 하는 얘길 못 들었냐?”
“그럼 장로님께서 정말로 달마삼검을 익히셨단 말씀입니까? 그것도 팔성까지?”
“오늘 우리가 살아나간다면 비밀로 해주기 바란다.”
“장로님께선 달마선사 이후로 아무도 오르지 못한 팔성의 경지를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저 자를 이길 수 없단 말씀입니까?”
“너희는 백팔나한진이 무너질 거라 생각했니?”
“그..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달마삼검은 달마선사의 심득이 담긴 검법입니다.”
“너무 걱정 마라. 며칠 전에 구 성의 법을 넘었으니 쉽게 밀리진 않을 거다.”
“구..구성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아! 진심으로 감축 드리옵니다.”
“뒤로 물러나라. 설사 내가 패하더라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예, 장로님.”
“명심하겠습니다.”
십팔청동나한이 물러나자 혜원은 허리에서 검을 빼든다. 달마삼검을 익혔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연검을 가지고 다닌 것이다.
“후후후! 요즘 소림에선 세존의 가르침 대신 잔머리 쓰는 법을 가르치는 모양이군. 좋다. 달밤에 추는 땡중의 춤이 얼마나 멋진지 한 번 견식 해보자.”
어느새 달은 지고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이지만, 무진은 그렇게 비꼰다.
“아미타불! 시주가 익힌 무공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소림의 검법도 호락호락하진 않다오.”
“당연히 달마삼검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건 달마가 그랬다는 것이고, 땡중이 말하는 구 성의 경지로 검도의 끝을 보았다고 할 순 없지. 와라! 안 그래도 달마의 혼을 견식하고 싶었다.”
무진은 옆구리에서 쇠몽둥이를 하나 꺼내든다.
“허허허! 쇠몽둥이로 달마삼검을 상대하겠다는 거냐?
혜민은 허탈하게 웃는다. 하지만 금방 표정이 달라진다. 무진의 자세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빈틈이 없다. 분명 내공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파고들 곳이 없다. 좋아. 없으면 만들면 그뿐!’
혜민은 검을 비스듬히 들고서 천천히 움직인다. 달마삼검의 특징은 어떤 자세에서도 발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검을 들고 있지만 정작 발검은 아래에서 할 수도 있단 뜻이다.
휘리리링...!
혜민이 검에 기운을 집중하자 검 날이 빛을 발하며 사방을 비춘다. 이제 곧 발검 할 자세다. 그에 반해 무진은 쇠몽둥이를 들어 올리지도 않고 있다.
‘이...이게 뭐야? 갑자기 기운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디에서도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단 한 줌의 기운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단전이 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으음! 이 상태론 달마삼검을 막을 수가 없다.’
“달..마..삼..검!
혜민은 이미 발검을 했다. 달마삼검(達磨三劍)은 몇 걸음 움직인다고 피할 수 있는 검법이 아니다. 더구나 혜민은 달마선사 이후 최고수준의 달마삼검을 펼쳐 일대는 검막이 만들어져 있다. 그걸 무너뜨리지 않고선 피할 길이 없다.
< 비웠으면 채워라! >
순간 무진의 머리를 때리는 한 마디였다. 그는 즉시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혜민의 연검을 쳐낸다.
콰콰콰쾅쾅! 우르르르릉!
이번에도 금속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십팔청동나한과 싸울 때와는 천양지차이다. 소리만 큰 게 아니라 지진처럼 땅이 크게 흔들린다.
“크으윽!”
무진은 충격으로 뒤로 튕겨나가더니 간신히 일어선다. 왼쪽 옆구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 달마삼검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혜민이 무사한 것도 아니다. 비록 무진처럼 외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나고 입술엔 가볍게 피가 맺혀 있다. 충격으로 가벼운 내상을 입은 것이다.
“장로님!”
십팔청동나한 중 몸이 괜찮은 자들이 달려온다.
“난 괜찮다. 들어가서 계집을 끌고 나오너라. 어서!”
“예, 장로님!”
“움직이지 마라!”
세 명의 십팔청동나한이 호란이 홀로 남아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무진이 소리친다. 하지만 그는 부상 때문에 움직이진 못한다. 옆구리에선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다.
“놈은 달마삼검에 당해 옆구리뿐만 아니라 내상도 입었다. 걱정 말고 데려오너라.”
“예!”
십팔청동나한은 즉시 집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선두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크윽!”
전신에 수십 개의 암기가 박혀 있다. 금강불괴의 경지가 무너진 이상 암기에도 무방비 상태이다.
“경고했다. 죽고 싶으면 움직여도 좋다.”
나머지 두 명도 무사하진 못하다. 그들도 전신에 여러 개의 암기가 꽂혀 있다.
“뭐하느냐? 끌고 나오지 않고?”
혜민은 호란에게 집착한다. 제자들이 부상을 입었는데도 명령을 내린다. 물론 그가 집착하는 건 호란이 아니라 고금제일인의 유물이다. 이번에는 무진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는 이제 입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다. 혜민의 말대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급하게 주위의 기운을 끌어들이면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잠시 후, 호란이 두 명의 십팔청동나한에 의해서 끌려나온다. 그녀의 입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 바깥 상황을 감지하고 무리하게 기운을 회수하려다 일종의 주화입마에 빠진 것이다. 가벼운 것이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란!”
무진은 소리만 칠 뿐 여전히 움직이지 못한다.
“이놈을 처리한 다음 철수한다.”
“예!”
혜민은 연검을 허리에 넣은 다음 무진에게 다가선다. 그게 실수였다. 무진이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마지막 한 수는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혜민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타핫!”
그는 몸을 날려 혜민대사의 가슴을 파고든다.
“허억!”
혜민은 황급히 몸을 움직이지만, 그 역시 내상을 입은 상태라 완전히 피하진 못한다.
“크윽!”
“우욱!”
무진의 머리가 그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둘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자..장로님!”
십팔청동나한들은 호란을 내려놓고 혜민에게 달려간다.
“계..계집을 죽여라. 어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렵게 잡은 계집인데...”
“콜록! 콜록! 우욱! 후환을 없애야 한다. 계집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혜민은 피를 토하면서도 호란을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
“알겠습니다.”
십팔청동나한 중 한 명이 대답을 하고는 호란을 향해 움직인다. 그는 걸어가면서 품에서 단검을 꺼내든다.
“크악!”
분명 여인의 비명소린 아니다. 비명은 호란이 아니라 십팔청동나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막 단검으로 호란의 가슴을 찌르려는 순간 어디서 암기가 날아와 그의 왼쪽 눈을 정확하게 파고든 것이다.
“우..웅현아! 크윽!”
혜민과 같이 있던 십팔청동나한이 달려가려다 가슴을 쥐고 주저앉는다. 그의 가슴에는 세 개의 암기가 꽂혀 있다. 그때 멀리서 혜민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대사님! 어서 이쪽으로 오십시오.”
남궁세가의 부상자 중에서 깨어난 자들이 부르는 소리다. 그 옆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오장로 남궁선의 모습도 보인다.
“자..장로님, 우리도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살수들이 우릴 노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저런 무식한 놈에게 달마삼검이.... 달마삼검이.... 콜록! 콜록! 우우욱!”
혜민은 말을 하다 기운이 역류해서 피를 토한다.
“안 되겠다. 모시고 나가자.”
십팔청동나한은 황급히 그를 업고 빠져나간다.
잠시 후, 멀리 무당산의 험한 돌계단을 이십여 명의 소림과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어기적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무진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우욱! 조금만 안쪽으로 맞았으면 내장이 완전히 으스러질 뻔했다.”
그는 옆구리 상처를 확인하고는 거목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뭐하냐? 왔으면 환자를 안으로 옮겨야지.”
“쳇! 그 상황에서도 냄새를 맡았단 말이오?”
일초살수다. 그는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호란이 위기에 처하자 암기를 날린 것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 다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모른다.
“야, 지금 농담하니? 너 어제 저녁에 생선요리랑 독주 마셨지?”
“예에? 그걸 어떻게 아시오?”
“한심한 놈, 내 별명이 개코란 걸 잊었니?”
“흥이요. 흥! 개코는 무슨? 그냥 대충 찍은 게 어쩌다 맞은 거지.”
“너 그러다 정말 죽는 수가 있다.”
“살다 살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죽이겠다는 사람은 처음 보오. 근데 괜찮은 거요? 아까 보니까 내장이 다 보이던데...”
“이놈아, 내가 이 정도로 죽었으면 천 번도 더 저승 구경했겠다.”
“아여튼 성질 하난 알아줘야 한다니까.”
“사돈 남 말하네. 너도 만만찮거든?”
“하하하! 그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하지 않소?”
“지랄한다. 난 너랑 같이 놀 생각이 전혀 없다. 아야! 이 새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일초살수가 살짝 옆구리를 찌르자 무진은 엄살을 부린다.
“아이고, 미안하게 됐수다. 나도 모르게 그만... 크아악!”
무진은 바로 복수한다. 허리춤에 걸려 있는 쇠몽둥이로 정강이를 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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