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24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24
“그 얘긴 그만하고, 마중을 나갈 건지에 대해 결정을 합시다.”
그 동안 지켜보기만 하던 장문인이 나선다.
“그 아이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순 없으나 일단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하면 다른 문파에 넘길 순 없습니다.”
“그건 그 아이가 정상일 때 할 수 있는 말이오. 그 아인 이미 뇌를 다쳐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하오. 이미 보호할 가치가 없어졌소이다.”
“만약 그 아이가 정상이라면 어떻게 할 거요?”
“그야 당연히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무당이 차지해야죠.”
“좋소. 일단 우리는 이번 사건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합시다.”
장문인 진명자가 결정하자 장로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낙양(洛陽).
사천당가(四川唐家) 하남성(河南省) 분타.
지금 이곳 대청엔 화산파와 사천당가의 핵심인물들이 모여 있다. 화산파에선 육장로 천풍자와 화산구검 중 다섯 명이 있고, 당가는 오장로인 당군과 총관 당풍의 모습이 보인다.
“쯧쯧, 살인교의 명성은 모두 허풍이었군.”
“그러게 말이오. 천하의 살인교가 30명의 살수를 동원하고도 그깟 무당 떨거지들을 처리 못할 줄은 누가 알았겠소?”
“어쩌면 우리한텐 잘 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그렇소?”
“살인교에 착수금으로 황금 2천 냥을 주고, 나머지 3천 냥은 일을 끝낸 다음에 주기로 했소. 근데 실패했으니 일단 돈이 굳은 거지요. 게다가 진운자를 비롯한 핵심들이 모두 죽거나 중상을 입었소. 이럴 땐 우리가 처리하면 모든 떡고물을 우리 차지가 되는 거지요.”
“하하하! 오장로님의 말씀을 들으니 미리 축배를 들어도 될 것 같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축배를 듭시다. 총관!”
“예, 오장로님!”
“화산 육장로님의 말씀대로 축배를 들 수 있도록 준비해라.”
“예,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사천당가의 총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발걸음으로 옮긴다. 근데 그가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오장로님!”
그는 달려와 오장로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무슨 일이냐?”
“일단의 사람들이 와서 일각 안에 모두 떠나라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말을 지껄인단 말이냐?”
사천당가 오장로 당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친다.
“자신을 무당의 진운자라고 밝혔습니다.”
“뭐..뭐라고? 그 자가 살아 있단 말이냐?”
당금은 얼마나 놀랐던지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멀쩡해 보였습니다.”
“살아 있는 건 좋은 약을 먹어서 그럴 수 있겠지요. 근데 놈이 뭘 믿고 그런 소릴 하는 걸까요?”
이번에는 화산파의 육장로 천풍자가 나선다.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말한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소? 총관!”
“예, 오장로님!”
“니가 분타주와 같이 나가 봐라.”
“예, 알겠습니다.”
총관 당풍이 대답하고 움직이려는 순간 조금 전에 달려왔던 부하가 나선다.
“분타주, 늦은 것 같습니다.”
“늦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놈들이 말한 일각이 지났습니다.”
“벌써?”
“정문에서 시비를 붙느라고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부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린다.
콰아아앙! 쾅쾅쾅쾅!
“우욱! 이..이게 무슨 소리냐?”
“화약이 터지는 소리 같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 어디서, 누가 터뜨렸느냐는 거잖아? 설마 놈들이 화약을?”
당가의 오장로는 자신이 한 말에 놀라며 벌떡 일어나 바깥으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달려가는 것보다 더 빨리 튕겨 돌아온다.
콰아아앙!
“우왁!”
그는 바닥을 구르며 간신히 멈춘다.
“오장로님!”
분타주가 달려가지만 그는 이미 정신을 잃은 뒤다.
“이..이런!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니들이 나가봐라.”
화산 육장로 천풍자는 제자인 화산구검에게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그들도 채 한 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육장로님,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피하셔야겠습니다.”
화약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건물이 화염에 휩싸인 것이다.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지하 통로가 있습니다.”
분타주가 중앙에 있는 기둥을 옆으로 밀어내자 지하로 연결된 계단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무용지물이 된다.
쿠우웅!
순간 중앙의 기둥이 무너지면서 통로를 막아 버린 것이다.
“크아악!”
총관이 기둥에 깔려서 비명을 지른다.
“초..총관! 바..밖으로 나가라!”
오장로는 간신히 총관을 빼내서 창문을 뚫고 나간다.
우르르르릉!
이번에는 지붕이 흔들린다!
“피..피하라.”
뒤이어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쿠아앙! 콰콰콰쾅...!
충격으로 건물 전체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 사람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희생자는 많지 않다.
잠시 후, 일행은 모두 분타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마당에 모였다. 모든 건물들이 불에 타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거기 말고는 마땅히 피할 곳이 없다. 대신 그들을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
“안녕들 하신가?”
진운자이다. 그 뒤로 무당 제자들도 보인다.
“이게 모두 진운자 네놈이 꾸민 짓이냐?”
“네놈? 후후후! 당군, 네놈이 간땡이가 많이 부었구나. 코흘리개 시절 형아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놈이 뭐라고? 갈가리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의 새끼!”
진운자는 분노에 몸을 떤다.
“그..그게...”
사천당가 육장로 당군은 그의 기세에 눌려서 제대로 대꾸를 못한다.
“살인교를 사주해서 나와 제자들을 죽이려 해놓고도 감히 그 따위 소릴 해? 그 정도로 무당이 만만더냐? 하긴 최근에 우리 무당이 별 볼일 없긴 했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는 좀 모질게 해볼 생각이다. 민아!”
“예, 사부!
“모조리 통구이로 만들어버려라.”
불화살, 정확히 말하면 화약을 장착한 화살을 쏘라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불화살을 준비하라!”
태민은 즉시 사제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지지지찍...!
순간 수십 개의 화살에 불이 붙는다. 화살촉엔 작은 주머니가 묶여 있다. 거기에 화약이 담겨 있다.
“자..잠깐!”
천풍자이다. 그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앞으로 나선다.
“진운 도장! 나 천풍자외다.”
“천풍자? 후후, 한 때는 무림에서 네놈과 난 제법 우의가 돈독했지. 하긴 네 놈뿐만 아니라 화산의 장로란 인간들은 모두 친했다. 그런데도 삼 장로란 놈이 우릴 공격하더군.”
“그..그건 오해요. 삼 장로의 일은 화산과는 무관하오. 정말이외다.”
“그래서 그 놈 대신 네 놈이 당가놈들과 손잡고 우릴 죽이려 작당을 했더냐?”
“허억!”
천풍자는 혹을 떼려다 붙이는 꼴이 된다.
“뭣들 하느냐? 당장 쏘지 않고?”
“예. 불화살을 쏴라!”
태민은 곧바로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아무도 불화살을 쏘지 못한다. 대신 한꺼번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그건 진운자와 태민 사형제도 마찬가지다.
“크으윽!”
“비겁한 놈들! 그 사이에 독을 풀었더냐?”
당문의 오장로 당군이 몰래 독을 푼 모양이다.
“크크크! 진운자, 네 놈은 옛날부터 밥맛이었다. 항상 옳은 말만 하고 잘난 체를 했지. 개뿔도 없으면서 말이야. 언젠가 내 손으로 요절내고 싶었다.”
당군은 노골적으로 진운자를 매도한다.
“그랬더냐? 사실 나도 네놈의 그 무식함에 항상 놀라곤 했지. 무림맹에서 같이 일했을 땐 널 보면 속으로 항상 이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 ‘당가는 언젠가 저놈으로 인해 멸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라고 말이야.”
“뭐..뭐라고? 저 쳐 죽일 놈이. 아니지. 아니야. 가만 두면 반나절 안에 녹아내릴 텐데, 그 동안 네놈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피차일반이다.”
“피차일반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긴 네 놈이 피차일반의 뜻을 알 턱이 없지. 그건 잠시 후에 알게 될 것이다. 근데 천풍자 네놈의 얼굴은 왜 그 모양이냐? 네 놈도 중독됐냐?”
진운자의 말대로 당군의 옆에 서 있는 천풍자의 얼굴에 검붉은 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건 화산구검도 마찬가지다.
“우욱! 쿨록!”
뒤이어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오..오장로, 우...우리에게도 독을 뿌렸소?”
“사..사숙! 우리도 당했습니다.”
화산구검 중의 한 명이 소리친다.
“크크크! 오늘 이 자리엔 화산파가 참여하지 않았다. 모든 무림인들이 그렇게 믿게 될 것이다.”
“사..살인멸구(殺人滅口)!”
천풍자는 기겁하며 화산구검을 쳐다본다. 그들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오장로님, 그것보다 무당이 사천당가의 분타를 습격해서 화산구검과 육장로를 죽였다고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당문의 하남성 분타주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한다.“
“후후후, 그것도 괜찮구나. 깔끔하게 처리해라.”
“예, 오장로님!”
분타주가 손짓으로 부하들을 부르자 백여 명의 부하들이 나타나 무당과 화산의 무사들을 포위한다.
“오장로! 당장 해독약을 내놓으시오. 그럼 더 이상 문제 삼진 않겠소.”
“미친놈! 그걸 왜 나한테 말 하냐? 네 놈의 목숨을 노리는 건 무당이다. 진운자 저 놈에게 말해라!”
“뭐..뭐라고? 당군, 개자식아! 네 놈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어서 해독약을 내놓지 못할까? 크윽! 콜록! 콜록!”
천풍자는 말을 하다 말고는 다시 피를 토한다. 그 때 화산구검 중 화산삼검 진홍이 피를 흘리며 오장로를 향해 달려든다.
“배신자!”
그는 소리치며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는 채 오장로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끄아악!”
분타주가 던진 암기가 그의 목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홍아야!”
“형님!”
천풍자와 화산구검들은 소리치며 울부짖지만 다가가진 못한다.
“에잇! 재수가 없으려니까. 뭐해? 빨리 처리해야지. .... 으잉? 왜 그래? 무슨 일이냐?”
제일장로 당금은 부하들을 보다가 당황한다. 갑자기 부하들이 한, 두 명씩 쓰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타주! 어찌 된 일이냐?”
“저도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크윽!”
분타주도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감히 누가 우릴 중독 시킨단 말인가? 어..어 나도. 믿을 수가 없다. 우욱!”
당군도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오장로님!”
그 때 부하 한 명이 다가와 그를 부축한다.
“어서 빠져나가자. 어서!”
당군은 부하에게 도주를 명한다. 하지만 그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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