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17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17
“놈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봐라.”
“걱정 마십시오. 날개가 없는 한 결코 살아나올 수 없습니다.”
이 장로의 말에 분타주가 설명을 한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한 번 더 확인해라.”
“예, 삼 장로님!”
옆에서 지켜보던 삼 장로의 말에 분타주가 바로 옆에 있는 기둥의 한 곳을 누른다. 순간 덜컹하면서 바닥이 열린다.
“말씀드린 대로 아무 것도 없습니다. 놈들은 이미.. 허억! 아아아악...!”
무릎을 꿇고 함정의 구멍 안을 확인하던 분타주가 갑자기 안으로 끌려가더니 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부..분타주!”
“여..영수야!”
술자리에 앉아 있던 장로들이 황급히 구멍을 향해 몸을 날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 나온다.
“크으윽!”
“커억!”
대신 구멍 속에서는 무진과 태민이 뛰어오른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싸움이라기보다 일방적인 구타다.
무진은 장로들이 넘어지면서 부러진 탁자의 다리를 집어 들더니 때리기 시작한다. 그 전에 그는 장로들의 아혈부터 제압한다. 시끄러운 게 싫어서다.
퍼억! 퍼억! 퍼억! ...
그냥 때리면서 생기는 둔탁한 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매운다.
“개자식들! 니들이 도사냐? 개백정이냐? 중생을 개도하고, 선을 베풀어야 할 놈들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술이나 처먹어? 그래. 나도 니들을 죽이고, 죽도록 마셔볼란다. 개 쓰레기들아!”
무진은 세 장로가 초죽음이 된 뒤에도 계속 패댄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관절과 근육은 거의 다 부러지고, 끊어진다. 이 정도면 설사 화타와 편작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정상으로 회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태민은 함정에서 빠져나온 뒤 삼 장로를 비롯한 화산의 제자들을 막기로 돼 있었다. 근데 그는 지금 한가하게 놀고 있다. 아무도 그에게 덤벼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꼼짝을 안 하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무진을 쳐다본다.
“자, 이제 술이 좀 깼나? 덜 깼으면 좀 더 맞고.”
무진은 두 장로의 말도 듣기 전에 다시 몽둥이를 들어올린다.
“아..아니미다. 마를 하수 이슴니다.”
오 장로가 겨우 입을 열어 말을 하지만, 몸은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네 놈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이번에는 전음이 들려온다. 이 장로가 보낸 것이다. 맞으면서 아혈이 풀렸는데도 말을 못한다.
“후후후! 갑자기 적반하장이란 말이 떠오르네. 니들이 무당을 공격한 것은 괜찮고, 내가 하는 건 문제가 있단 거냐? 그래. 백보양보해서 문제가 있다 치자. 그럼 어떡할 건데? 한 번 들어나 보자.”
무진은 그냥 말을 한다.
“.....”
그가 직설적으로 말하자 이 장로는 더 이상 말을 못한다.
“이 개새끼가 누굴 바보 멍충이로 아나? 니가 협박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냐? 이 씹쌔야!”
빠아악! 빡!
“끄아아아악!”
무진은 이 장로의 양쪽 무릎을 완전히 박살을 내버린다. 오 장로는 쓰러져 아예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걸 지켜보는 화산의 무사들은 저도 모르게 오줌을 지린다.
“휴우, 누가 보면 내가 변탠줄 알겠다. 그래. 하루 종일 술독에 빠져 사는 놈이랑 무슨 얘기를 할까? 그래. 영감은 얘기가 통하겠네. 아까 들어보니까 꽤 괜찮은 말을 하던데.”
무진은 이번에는 삼 장로에게 시선을 돌린다. 삼 장로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눈만 깜빡거리고 있다.
쫘악!
그는 삼 장로의 뺨을 힘껏 때린다.
“아악!”
삼 장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군다.
“무..무슨 짓을 했느냐?”
“어라! 이 자식도 사람을 우습게보네. 주제 파악도 못하고 말이야. 너 지금 니 처지가 어떤지 알고 주둥이를 놀리는 거냐? 안 되겠다. 일단 좀 맞고 시작하다.”
무진은 다시 몽둥이를 움켜쥔다. 순간 삼 장로가 고민을 한다.
‘이놈은 인간이 아니다. 짐승이다. 짐승! 이런 놈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럴 땐 그냥 순순히 따르는 게 좋다.’
그는 무진의 뜻을 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상황판단을 너무 늦게 했다.
따악!
“크아아악!”
딱 한 대다. 무진의 몽둥이가 왼쪽 팔꿈치를 치고 지나가자 뚜욱!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혼절해버린다. 관절이 부러지면서 그 충격이 뇌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흐흐흐! 연기를 하시겠다고?”
“아..아닙니다.”
무진이 몽둥이를 흔들어대자 삼 장로는 바로 눈을 뜬다.
“한 번만 더 건방떨면 전신의 뼈란 뼈는 전부 가루가 될 줄 알아라.”
“아..알겠습니다.”
삼 장로는 곧바로 꼬리를 내린다. 그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화산파의 무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금 단전에 기운이 단 한줌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상태에서는 태평루의 호위무사들과 싸워도 이기기 어렵다.
“영감 정도면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으으으... 자..잘은 모르지만 저라면 화산을 사주한 자가 누군지 가장 궁금할 것 같습니다.”
“후후후, 영감은 눈치가 빨라서 어딜 가도 굶진 않겠어. 그럼 술술 읊어봐라.”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대장로가 직접 관여했습니다. 그래서 전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모릅니다.”
“정확히 모른다? 그럼 조금은 안다는 거야? 아님 아예 모른다는 거야? 난 말꼬리가 긴 거 무지하게 싫어한다.”
“아..알겠습니다. 혹시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삼장로는 품속에서 서찰을 한 장 꺼낸다.
< ......(중략) 십이일 묘시 성창의 향원에서 뵈면 장로님이 원하시는 영물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삼월(三月) >
서찰은 삼월이란 사람이 화산의 장로에게 보낸 것이다.
“이게 그 자들이 보냈다는 증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습니다. 다만 그건 대장로가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대장로란 말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 장로와 오 장로가 삼 장로를 쳐다본다.
“그 말은 이번 일은 화산파의 장문인은 모르는 일이란 말이냐?”
“으음!”
무진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결국 이들은 개방처럼 반역을 꽤하고 있단 뜻이다.
“좋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다. 하지만 명심해라. 누가 했던 한 번만 더 이런 일을 벌이면 화산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은 무림에선 상대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그래서 보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삼 장로는 겁을 먹고 겨우 대답한다.
“아..알겠습니다.”
“가자!”
그 말을 남기고 무진과 태민은 방을 나선다. 근데 두 사람은 태평루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옆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간다.
“약속 장소로 가지 않고 여긴 왜요?”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무진이 가리키는 곳은 방금 이들이 있던 방으로 그곳에서 한 사람이 뛰어나오는 게 보인다. 그는 멀쩡해 보인다.
“삼 장로잖아요? 그게 왜요?”
“넌 무당의 장로와 제자들이 다쳤는데도 혼자서 도망칠 수 있니?”
“그럼 저 자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건가요?”
“니가 보기엔 어떠냐?”
“아까 이 장로와 싸웠잖아요?”
“후후후, 넌 이 장로가 일을 주도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구나.”
“그럼 아닌가요?”
“넌 삼 장로가 무당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니?”
“그러니까 싸웠겠죠?”
“싸우면 다 반대냐?”
“그게 아니면 왜 싸웠을 까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거다. 왜 싸웠을까?”
“으음! 대장로는 다치기까지 했는데 두 사람이 일은 않고 술을 먹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걸 왜 삼 장로가 무당에 대한 공격을 반대한 걸로 해석 하냐고?”
“으음! ... 그럼 반대로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원래는 삼 장로가 찬성하고, 이 장로는 반대했는데 장문인의 명령에 의해서 참여했다. 그래서 죄책감에 이 장로와 오 장로가 술을 마셨습니다. 이건가요?”
“그래도 완전히 돌 머리는 아니군.”
결국 삼 장로가 이번 일을 주도한 사람이란 말이다.
“왜 이러십니까? 아깐 쇠돌이라면서요?”
“자기 입으로 쇠돌이라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이렇게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 화산의 삼 장로를 추적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자..잠깐만요. 저긴 사찰이 아닙니까?
약 백 리 정도 달리자 화산파의 삼 장로는 절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간다.
“도사님이 절간이라... 재밌군. 그만큼 중요한 약속이 있단 거겠지?”
“이것도 대협 작품이죠?”
갑자기 태민이 끼어든다.
“사형, 그게 뭔 소리요?”
“분명히 삼 장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맞았다. 근데 그는 여기까지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다친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듣고 보니 그러네. 오 장로와 이 장로는 꼼짝을 못했는데.”
무진은 삼 장로가 급소를 피해서 맞는 걸 그냥 놔뒀다. 그가 일을 꾸미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쯧쯧, 일찍도 깨닫는다. 기다려 봐라. 재밌는 구경을 할 테니까.”
“어라! 한 명 더 들어갔습니다.”
“후후후! 잘하면 굴비를 엮을 수 있겠군.”
“두 명으로 가능할까요?”
“저길 봐라.”
그 사이 또 한 명이 들어간다. 그러자 승려 한 명이 나오더니 출입문을 닫아버린다. 참석자가 다 왔다는 뜻일 것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고민 중이다. 들어가서 확인할지. 아님 나오게 만들 것인지를.”
“강제로 나오게 하려다간 다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들어가서 해결하죠?”
“아무래도 그게 낫겠지?”
무진이 앞장선다. 근데 이번에는 정문으로 향한다.
“어쩌시려고요?”
“지켜보기나 해.”
무진이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승려가 한 명 나온다.
“시주, 죄송합니다. 저흰 밤에는 향화객을 받지 않습니다. 내일 하셔야겠습니다.”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았으니 축객령이다.
“스님, 우린 향화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심부름을 왔습니다.”
“누구의 심부름을 오셨나요?”
“화산의 삼 장로님입니다.”
“화산의 삼장로님이라면....”
“오늘 여기서 회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승려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요한 서류를 분타에서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들이지 마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걸 제게 주셨습니다. 이걸 보여주면 들여보내줄 거라 하셨죠.”
무진은 품속에서 동그란 패를 꺼내 승려에게 보여준다. 동으로 만든 패의 중앙에는 3이란 숫자가 적혀 있다. 그게 삼장로의 표식인 모양이다.
“아! 그러시군요. 들어오시죠.”
동패를 확인한 승려는 주위를 살피더니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한다.
‘그건 또 언제 손에 넣었습니까?’
‘니가 침 흘리며 계집들을 쳐다보는 사이 빼돌렸지.“
계집이란 태평루에서 장로들과 놀던 창기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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