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4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 4
“으하하하하! 완전히 당했다. 당했어. 크크크크!”
사마강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지다 결국 폭발한다.
“차도옥, 네놈이 날 가지고 놀았단 말이지. 그러고도 발 뻗고 살 수 있을 것 같냐? 흐흐흐흐!”
그는 차도옥이란 이름을 거론한다. 차도옥은 중원5대부호 중의 한 명이며 천하상단(天下商團)의 단주이다. 다른 4 명은 모두 중원 내의 장사를 통해서 부자가 됐지만 그는 세외무역, 주변국들과의 무역을 통해 부자가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황실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런 자가 사마강에게 정보를 흘렸고, 사마강은 지금 그에게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개자식! 영물은 무인에게 필요하고, 자신은 장사꾼이라 소용없다고?”
“흐흐흐, 그래서 차도옥에게 빼앗겼단 말이지?”
사마강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억! 아무리 방심을 했다지만, 전혀 기척을 못 느꼈다. 무림에 이런 자가 있었나?’
사마강은 홱! 하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몸을 돌린다. 하지만 그보다 상대방의 손이 먼저 움직인다.
퍽!
“커억!”
채 몸을 돌리기도 전에 그의 목은 뒤로 꺾인다. 상대방의 주먹이 그의 목젖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컥! 컥! 컥! 다...당신이 어떻게 무공을?”
사마강은 바닥을 구르다가 벌떡 일어선다. 상당히 충격을 받은 눈치다. 맞아서 아픈 것보다 예상치 못한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얼마나 놀랐던지 눈동자가 튀어나올 지경이다.
“왜, 난 무공을 알고 있으면 안 되냐?”
“안 될 거야 없지만, 그 동안 세상을 완벽하게 속였다니 놀라울 뿐이오.”
“헐헐헐! 네놈이 오백이 넘는 사람을 살해한 것보다야 덜 놀랍겠지.”
“날 가지고 논 게 그리도 좋소?”
“좋다 뿐이냐? 그 동안 네놈이 잘난 체하며 건방 떠는 꼴을 참느라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날 이용했소?”
“넌 살인도 밥 먹듯이 하는데, 꼴랑 한 번 속였다고 지랄이냐?”
“날 이용해서 차도옥 당신이 얻는 이익이 뭐요?”
사마강의 입에서 차도옥이란 이름이 흘러나온다. 그에게 영물에 대해 얘기한 것도, 그리고 그를 이용한 것도 모두 사마강이었다.
“좋은 질문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차도옥은 천천히 방안을 거닐더니 바닥에 떨어진 나무 조각을 손으로 집는다.
“바로 이거다.”
차도옥은 나무토막을 사마강을 향해 내보인다.
“끝까지 날 모욕하는 군. 당신의 목적은 영물이 아니라 날 골탕 먹이는 거였소?”
“후후후,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군.”
“소문?”
“강호에는 사마강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지. 그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얘기가 뭔 줄 아니?”
“흥미진진한 얘기? 나 같이 평생을 피 냄새를 맡으며 살아온 놈에게도 그런 얘기가 있었나? 좋소.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미안한 얘긴데, 내가 지어낸 게 아니라 무림에서 흘러 다니는 소문이니까 이해해라.”
“크크크, 역시 단주는 장사꾼답게 밀당을 잘 하시는 구려.”
“좋게 봐주니 고맙군.”
“장난은 그만하고 말해보시오.”
“그래. 소문에 의하면 천하제이살수 사마강은 머리가 나빠서 천 년이 지나도 천하제일살수가 될 수 없다더군. 난 그걸 확인하고 싶었고, 또 이것도 필요해서 자넬 좀 이용했지.”
차도옥은 다시 나무토막을 들어 보인다.
“단주가 필요한 게 바로 그거였소?”
“그렇다네. 기대를 안 했는데 자네 덕분에 손쉽게 구해 기분이 좋네.”
“진작 말하지 그랬소? 그런 나무토막은 산더미처럼 구해줄 수 있는데 말이오.”
“그래서 난 네놈이 좋아.”
“내가 왜 좋소?”
“단순하거든.”
“단순?”
“흐흐흐! 좋게 말하면 단순한 거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멍청하다는 거지.”
“후후후!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을 남에게 들으니 거시기 하네. 근데 말이야. 내가 멍청하단 건 나무토막에 있는 단서를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완전히 모질이는 아니군.”
“나야 바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겠소? 근데 당신은 나무토막에 단서가 있단 건 어떻게 알았소?”
“글쎄?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데?”
“보아하니 이쯤에서 날 처리할 모양인데, 갈 때 가더라도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사마강은 마치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야박하게 할 수도 없고.... 한 가지만 말하지.”
“한 가지? 아무래도 당신은 날 검으로 죽이는 대신 약을 올려서 죽게 만들 모양이오.”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꿀떡 같지. 하지만 원래 장사치들은 여러 군데 다리를 걸치는 습관이 있어서 말이야.”
“당신도 여러 군데 걸쳤고, 그 중에서도 황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아니, 있는 걸로 알려져 있어. 결국 그 중의 하나라는 말이군. 그럼 뻔하네. 동창!”
“어라! 그걸 어떻게 알아냈어?”
“당신처럼 나도 말하고 싶지 않은데? 영업비밀이라서 말이오.”
“건방진 새끼! 중원제이살수란 말을 듣더니 기고만장 해가지고.... 커억!”
차도옥은 옆구리에서 검을 뽑아들더니 사마강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근데 채 돌리기도 전에 그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쏟아진다.
“이..이게 뭐냐? 네놈이 어떻게 왼손을... 사용하...커억!”
차도옥은 피를 토하면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사마강은 왼손잡이로 알려졌다. 원래 고수일수록 좀처럼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근데 사마강은 방금 오른손을 사용했다.
“왜, 나는 양손을 다 사용하면 안 돼?”
“그럼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느냐?”
“모른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다만 네놈이 그걸 알고 있을까 하는 게 문제였지. 근데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었어. 원래 네놈 같이 똑똑한 것들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거든.”
“무슨 뜻이냐?”
“네놈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지. 비밀도 자기만 알고 있어야 하고, 아니 그렇게 믿는 거지. 또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
“어떻기는? 그냥 네놈이 죽는다는 거지. 잘 가라.”
사마강은 그냥 검으로 차도옥의 목을 날려버린다. 차도옥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과 몸통이 분리되며 바닥을 구른다.
“궁금한 건 저승사자한테 물어봐라.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사마강은 시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무토막을 집어 든다. 나무토막은 모두 다섯 개로 모양이 똑 같이 정육면체이다. 크기는 계란 만 하다.
“후후, 여기에 비밀이 있단 말이지?”
그는 나무토막을 면밀히 살핀다. 하지만 고개만 갸웃거릴 뿐 표정이 밝진 않다.
“하긴 괜히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전문가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니까.”
사마강은 나무토막을 갈무리하더니 창문으로 사라진다. 근데 그가 사라지고 난 뒤 또 한 사람이 들어온다.
“마강아, 마강아! 너무 좋아하지 마라. 영물의 주인은 하늘이 내리는 법이란다. ... 쯧쯧쯧! 멍청한 놈, 주제파악을 하고 살아야지.”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차도옥을 힐끔 보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뭔가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개봉의 중심지.
상가들이 모여 있는 문화의 거리. 수백 개의 상가들이 모두 고풍스런 분위기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중심부에 위치한 곳.
천하문물상회(天下文物商會).
이름은 좀 촌스럽지만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다 있는 곳이다. 오히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도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다.
“어서 오세요. 어머! 오라버니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사마강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인 화국령이 반갑게 맞이한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평소보다 더 반기자 사마강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라버니가 오셨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나요?”
“후후후! 그런가?”
“자리에 앉으세요. 안 그래도 귀한 차가 들어와서 오라버니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하하하! 발걸음이 여기로 옮겨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려.”
“호호호! 제가 신호를 보냈죠. 오라버니를 여기로 보내달라고요. 못 들으셨나요?”
“하하하!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대가 생각나기에 뭔가 했더니 바로 그거였소? 근데 말이오.”
“예, 오라버니.”
“그대가 보낸 신호 때문에 난 지금 견디기가 힘든데 어쩌지?”
“어떤 신혼데 견디기가 힘드신... 어머! 정말 제가 생각한 그대로 오라버니께 전달됐네요. 호호호!”
화국령은 사마강의 거시기가 부풀어 오르는 걸 보곤 웃는다.
“그대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소.”
화국령은 사마강의 본 이후부터 얼굴과 목주변이 점차 붉게 변하고 있다.
“화 낭자!”
“오...오라버니!”
사마강은 다가가서 격렬하게 그녀를 끌어안는다.
“원래 이런 건 참으면 병이 되는 법이라오.”
그는 화국령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무..문은 닫아야죠?”
“내가 닫았소.”
사마강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은 모양이다.
“아, 오라버니!”
사마강이 번쩍 들어 올리자 화국령은 그의 목을 껴안고 매달린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지하에 만들어진 밀실에서 뜨거운 숨을 들이킨다. 아직도 정사의 여운이 남아 있다.
“후우! 침대가 아닌 이런 곳에서 하는 것도 맛이 괜찮구려.”
“흐음! 어떤 맛인가요?”
“침대에서 할 땐 깊은 맛은 있지만 자극적이진 않은데, 이런 곳에서 은밀하게 하니까 조금은 허전하지만 짜릿한 것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소. 그댄 어떻소?”
“저야 오라버니가 자극을 받으니깐 자연히 좋죠. 호호호!”
“그 말을 들으니까 다시 자극이 되는데? 이것 보시오. 이놈이 다시 일어나지 않소?”
사마강은 자신의 거시기를 가리키며 좋아한다.
“호호호! 오라버니도 참.”
“그건 그렇고 보름 전에 맡긴 건 어떻게 됐소?”
“아! 그 나무토막 말씀이죠?”
“그렇소. 알아낸 게 있소?”
“제가 누군가요? 천하제일지는 아니지만... 호호호! 천하제일묘수(天下第一妙手)라고 자부하는 화국령이에요.”
“비..비밀을 풀었단 말이오?”
“제가 보름동안 한 숨도 못 잤다면 믿겠어요?”
“하하하! 수고했소. 수고했어. 대신 충분히 보상하리다.”
“어떻게요?”
“흐흐흐, 이건 어떻소?”
사마강은 화국령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음흉하게 웃는다.
“어머! 또..또 하시게요?”
“왜, 싫소?”
“그럴 리가요? 전 오라버니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요. 다만 그것부터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것?”
“호호호! 제가 그렇게 좋으셔요? 일을 까먹을 만큼?”
“하하하! 세상의 어느 사내놈이 그대에게 흔들리지 않겠소?”
“호호호! 빈말이라도 듣긴 좋군요. 이리 와 보세요.”
화국령은 벗은 채로 사마강의 손을 잡고 옆방으로 이동한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