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yes00 님의 서재입니다.

Solar System Battle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yes00
작품등록일 :
2014.08.14 12:18
최근연재일 :
2015.02.24 00:08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6,157
추천수 :
41
글자수 :
214,437

작성
14.10.26 20:48
조회
330
추천
1
글자
9쪽

5.5 한 소녀의 기사

DUMMY

한 권의 단편 책, 발매한지 일주 일만에 7영역 베스트셀러, 한 달 만에 전 영역 베스트셀러 선정, 올해의 도서상, 신인상, 모든 상들을 휩쓸고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리메이크 UCC 등이 만들어지며 계속해서 인기를 몰아갔던 한 책.


8차 나선전쟁과 인류 대정화 사건 이후 후유증, 모든 시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해준 듯 한 책.


내용은 단순한 소녀의 한 소년을 사랑했던 책이었다.

추리소설도, 판타지도, 심오한 내용도, 긴 내용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여자아이 한명이 쓴 일기장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폐허에서 있던 공책을 어느 사람이 주워 온전한 부분을 책으로 옮겨서 익명으로 발매하고 판매 수익금은 모두 난민들이나 고아들에게 기부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더욱더 불티나게 팔린 책이다.


이 책의 주요한 일부분은 이렇다.



2049년 6월 23일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 우리 셋은 공원에 와서 피크닉을 즐겼다. 춥지도 덥지도 아닌 이 날씨가 나는 가장 좋다.



2049년 7월 2일


해가 뜬지 진건지 밤이 온지 안온건지 모르겠다.

엄마, 아빠 보이지가 않는다. 길에는 군인 아저씨들이 다른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가거나 그 자리에서 죽인다.

무섭다. 집 밖이 너무 무섭다.

하늘은 언제 부터 인가 계속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오늘 밤도 잠을 못자겠다.



2049년 7월 5일


밖에 돌아다니면 군인 아저씨들이 빵을 나눠준다. 마냥 나쁜 아저씨들은 아닌가보다.

하지만 조심해야 돼. 이상한 사람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2049년 7월 7일


받은 빵을 빼앗길 뻔한 나를 구해준 오빠를 만났다. 나를 동생 같다며 잘 챙겨주고 자기의 빵도 나눠 주었다.

배가고 팠기에 고맙다는 말도 없이 모두 먹어버렸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내 빵도 나눠주며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2049년 7월 8일


운이 좋게 어제 만났던 공원에서 또 그 오빠를 만났다. 이름은 부끄러워서 못 물어보고, 그냥 오빠라고 불렀다.

오빠라고 부르자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얼마안가 오빠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2049년 8월 10일


어떤 아저씨에게 납치당할 뻔 한 것을 오빠가 구해주었다. 나를 구해주면서 오빠는 옷이 찢어져 근처 버려진 낡은 커튼으로 몸을 가렸는데, 그 모습은 마치


기사님 같았다. 아니 오빠는 기사님이다. 나를 언제나 지켜주는 기사님이다.



2049년 8월 14일


오늘은 정말 신나는 날이다. 오빠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둘이 같이 군인들에게 옷도 받아 멋지게 꾸며 입었다. 비록 헌 옷이었지만, 우리 둘은 패션쇼를


하며 재미있게 갈아입었다. 옷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괜찮다. 찢어진 옷보다는 춥지 않으니까. 나는 평생 오빠와 같이 있고 싶다.



2049년 9월 15일



오빠도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정말 슬프게 울었다. 나도 참으려고 했지만,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 옆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2049년 9월 22일


오늘 길에서 오다가 예쁜 돌 하나를 주웠다.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이에서 목걸이의 줄로 쓸 만한 것을 찾은 다음 그 줄에 돌을 매달아 목걸이를 만들어 오


빠에게 주었다.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담아 주며 기뻐했지만 목에 걸치지는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오빠의 한마디 고마워는 나에게 빵을 산더미만큼 주는 것보다 값진 말 이였다.




2049년 9월 24일


날씨가 너무 더웠다. 땀이 너무 나서 옷이 마른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오빠에게 너무 더워 강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만 오빠는 위험하다고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오빠가 예전에 놀러갔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을 상상하니 왠지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오빠의 말을 계속 상상하며 나도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더 이상 어리광은 부리고 싶지 않아 참기로 했다.




2049년 10월 18일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군인 아저씨들이 언제부터인가 빵을 나눠주기는커녕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알고 지내던 한 아이도 군인 아저씨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었다. 그 아이의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공포에 떠는 나를 오빠가 감싸주며 우리 둘은 같이


그 곳에서 떠났다.



2049년 10월 20일



오빠는 나의 기사님이다. 비록 멋진 망토와 빛나는 칼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를 버티고, 들개들을 내쫒으려고 몸에 두른 검정 담요와 쇠파이프는 나에게 그는 그저 멋진 기사로 보인다.



2049년 10월 25일


추위와 배고픔을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오빠는 계속 빵부스러기나 과자 조각 등을 가져와 나를 준다. 오빠는 밖에서 먹고온다고 한다.

거짓말인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이기적이게 나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그것들을 먹는다. 나는 최악이다.



2049년 10월 27일


오빠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기사님처럼 강인해 보였던 모습은 어디간지 보이지 않고 얇은 팔과 먹지 못해 핼쑥해진 소년이 누워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나 때문 에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잠도 자지 못했다. 지금 오빠가 자고 있는 틈을타 내가 직접 빵을 구해봐야겠다.



2049년 10월 28일


군인들이 먹고 있던 캔을 하나를 훔쳤다. 죽을 뻔 했지만 오빠가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냄새나는 다리 밑의 낡은 천막에 돌아와 오빠를 주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머리를 쓰다듬을 받았다. 기분이 좋다.



2049년 10월 29일


오빠와 같이 산책을 즐겼다. 폐허뿐인 거리라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조금 무섭지만 오빠와 함께라면 전혀 무섭지 않다.



2049년 11월 5일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빠와 산책을 즐기다가 하늘에서 음료수를 병따개로 따듯 뻥 하고 소리가나더니 갑자기 먼지와 빨간 빛으로 하늘이 뒤덮였다.

그 뒤로는 오빠와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쓰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이 일기가 마지막 일기가 되기 때문에 쓸 수 밖에 없다.

무너진 폐허의 잔해에 내 발이 묶여버렸고,

오빠는 필사적으로 나를 구해주려고 했다.


아니 마지막의 끝 까지 구해주었다.


군인들이 와서 나와 오빠를 죽이려하자 오빠는 나에게 다가와 웃으며 괜찮다고 하며 내가준 목걸이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군인들이 총으로 오빠를 겨누는데도 불구하고 양팔을 벌리고 내 앞에 서서 무언가를 소리쳤다.


그때 어느 흰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순식 간이였다.

모두 오징어처럼 꿈틀거리며 괴로워하는 군인들을 보며 안심했다.

하지만 오빠는 우리를 구해준 여자를 의심하며 끝까지 경계했다.


그 여자는 오빠와 무슨 말을 주고받나 싶더니 가슴에 칼을 꽂았다.



오빠를,




내 기사님을 죽였다.




믿을 수 없었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오빠가 죽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날 지켜주다 죽었다.



아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이런 감정은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벅차올랐다.

눈물이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구역질이 났다.


심장이 긴 바늘 수백 개로 찌르듯 너무 아팠다.


세상에 신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신들은 죽었다. 만약 신들이 있었다면, 전쟁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리가 없다. 신은 죽었다. 신은 나를 버렸다. 신은 오빠와 나를 버렸다.



세상은 무너졌다.


이런 세상을 바꾸고 싶다.

신이 있다고 믿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신이 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증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할 수만 있었다면 오빠 대신 죽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오빠에게 도움만 받았다.




나는 이 날은 가장 기억하기 싫은 날이며 잊을 수없는 날이다.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오빠와 같이 살던 낡은 천막에 있었고, 밖에는 다리 양쪽 끝부터 밑까지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공중에는 비처럼 과자나 빵, 먹을 것들과 마실 것들이 비처럼 쏟아졌고, 그것들과 함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울리고 또 밖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들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것…….





갑자기 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기억은 오빠가 나한테 한 말이었다.


언제 이런 말을 했었다.

전쟁이 끝나면


둘이 같이 바다에 가자고.


작가의말

번외편입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olar System Batt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본편 수정을 위해 휴재하겠습니다. +1 15.01.22 271 0 -
공지 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14.12.06 265 0 -
51 8. 너무나도 다른 위치 (4) 15.02.24 227 0 7쪽
50 8. 너무나도 다른 위치 (3) 15.02.20 202 0 7쪽
49 8. 너무나도 다른 위치 (2) 15.02.18 213 0 6쪽
48 8. 너무나도 다른 위치 (1) 15.02.13 200 0 8쪽
47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15.01.19 262 0 10쪽
46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15.01.14 281 0 9쪽
45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15.01.11 284 0 12쪽
44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2 14.12.26 286 0 7쪽
43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14.12.22 271 1 12쪽
42 7. 퀘스트를 받아봅시다. 14.12.18 228 1 8쪽
41 6. 적과의 동침 +1 14.12.14 413 1 10쪽
40 6. 적과의 동침 +2 14.12.08 298 0 6쪽
39 6. 적과의 동침 +2 14.12.04 372 3 9쪽
38 6. 적과의 동침 +1 14.12.01 366 1 7쪽
37 6. 적과의 동침 14.11.26 313 3 4쪽
36 6. 적과의 동침 14.11.24 340 1 5쪽
35 6. 적과의 동침 +1 14.11.22 392 0 8쪽
34 6. 적과의 동침 +3 14.11.19 392 1 8쪽
33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 14.11.16 305 1 6쪽
32 6. 적과의 동침 +2 14.11.10 348 0 9쪽
31 6. 적과의 동침 14.11.07 335 1 11쪽
30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1.04 326 0 10쪽
29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1.03 394 0 9쪽
28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1.02 280 1 9쪽
» 5.5 한 소녀의 기사 14.10.26 331 1 9쪽
26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0.26 382 0 14쪽
25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0.21 317 1 10쪽
24 5. 정말 판타지 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14.10.19 379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