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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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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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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4,866

작성
05.06.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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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8쪽

37. 종교전쟁(1)

DUMMY

[K.C. 4423년 2월 12일]

어느덧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새들은 지붕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한산한 거리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미와 미려한 윤곽이 돋보이는 궁전은 햇빛에 비춰져 그 찬란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참으로 평온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왕궁 안은 결코 평온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 무어라 하셨습니까, 전하?”

서리가 내린 듯 백발이 성성한 귀족이 금색의 왕좌에 앉은 인물을 바라보았다. 신하가 일국의 군주를 정면으로, 그것도 두 눈을 부릅뜬 채 본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불경죄였다. 하지만 그는 여태껏 그런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왔다. 항상 자신이 깔보고 우습게 여기던 국왕이 아니던가.

그러나 지금 그는 그런 국왕에게 크게 뒤통수를 맞은 상태였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귀족들이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로비츠 공작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으니 다시 말하겠소. 오늘부로 우리 크로프란 왕국은, 5년 전에 맺은 유에센 제국과는 동맹 조약을 파기하겠소.”

“!”

그 말이 다시 한번 떨어지는 순간, 모든 귀족들이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에센이 어떤 나라인가. 30년 전의 전쟁 이후로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제국이 아니던가? 비록 검성이 딸 하나를 데리고 와서 도장만 찍는 굴복감을 맛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크로프란은 유에센과 극과 극을 달리는 최약소국이었으니까.

“지,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트로비츠 공작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미치지 않았다면 그것은 농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왕은 미치지 않았고, 농담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 서려 있는 결연한 표정이 그것을 증명시켜주고 있었다.

“물론이오. 조만간 제국전쟁이 발발할 것이오. 세 제국이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겠지. 그 동안 우리는 철천지원수인 제피스트를 쳐, 정복하는 것이오.”

제피스트라는 단어가 나오자 일순간 모든 귀족들이 멈칫했다. 비록 서로를 헐뜯고 싸우기가 일쑤인 그들이었지만 제피스트라는 나라에만큼은 공통적인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왕의 발언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꿈같은 소리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제피스트 왕국을 정복할 수 있단 말입니까?”

공작의 말은 사실이었다. 머지않아 제국전쟁이 벌어지게 될 지금은 제국은 물론이고 여타 왕국들도 한참 군사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왕국들 중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제피스트 왕국이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어봐야 아는 것이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오. 제국전쟁이 끝난 시점부터 우리는 제피스트에 병합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국왕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만약 전쟁이 유에센의 승리로 돌아간다면, 동맹국인 제피스트는 타 왕국의 견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크로프란을 꿀꺽 집어삼킬 것이다. 서로 동맹을 맺었다곤 하지만, 약육강식이 기본인 국가관계다. 동맹 사절단에 검성만 달랑 보낸 것만 보더라도 유에센이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맹을 깨버린다면, 결과는 더욱더 참혹할 것이다. 공작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국왕을 노려보았다. 그의 입에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미치셨군요. 정말 미치셨군요.”

스르렁!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국왕이 왕좌에서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찬란한 보검이 검집에서 뽑힌 채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니, 그 어떤 것이든 단칼에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

“국왕을 눈앞에 두고 미쳤다고 말하는 가신은 그대밖에 없을 것이야, 트로비츠 공작!”

말을 마친 국왕은 살기를 내뿜으며 공작에게 다가갔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돌발상황에 모든 귀족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여지껏 공작과 국왕 간에 다툼이 잦았긴 했지만, 둘 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신성한 어전에서 신하는 국왕은 미쳤다고 하질 않나, 국왕은 칼을 빼들지 않나!

“어, 어서 말려라!”

가장 당황한 트로비츠 공작이 다른 대신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모두들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어전 안에서 칼을 쥔 인물은 오로지 국왕뿐이었기 때문이다.

휘이익!무시무시한 파공성과 함께 검이 선을 그었다.

“저, 전하!”

간발의 차이로 피한 공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위협만 하려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는 정말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후후후. 국왕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그대를 살려둘 리가 없지 않은가.”국왕은 검으로 허공을 휙휙 베어대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왔는지 공작은,

“후회하실 겁니다, 전하.”

이 말과 함께 어전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하하! 눈앞에 칼이 있다고 줄행랑을 치다니, 정말 한심한 작자구나. 저런 자가 일국의 공작이었다니 말이야.”

국왕은 그를 비웃으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다시 왕좌에 올라가 앉았다. 그제서야 대신들은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전하?”

“주군을 우습게 여기는 가신은 가신이 아니오. 트로비츠 공작은 지금껏 짐에게 한 언사만 보더라도 구족을 멸할 대역죄인이오.”

“하지만 트로비츠 공작은 이 나라 제일의 권력자입니다. 만약 그가 이 일을 참지 못하고 내란이라도 일으킨다면…….”

의견을 꺼낸 대신이 말끝을 흐렸다. 트로비츠 공작은 사실상 왕보다 더 많은 세력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아르티시앙교 신자였는데, 아르티시앙교에 입교한 귀족들은 대다수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은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걱정 마시오. 다 생각이 있으니.”


그날 이후, 인간계는 발칵 뒤집혔다.

크로프란의 대 유에센 제국 동맹 조약 파기!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상대가 초강대국 유에센과 초약소국 크로프란이었기에 그 놀라움은 더 했다.

각국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유감을 표했고, 유에센도 사자를 보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유감이라는 말로 일관했다. 물론 속으로는 끊임없이 욕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혼란스러운 나라는 바로 크로프란이었다.

그날 있었던 사건으로 분개한 트로비츠 공작은 곧장 수도를 떠났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는 귀족들을 규합해 대규모의 세력을 이루었다. 그 수는 거의 5만에 달하고 있었는데, 크로프란이 전병력이 15만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어마어마한 수였다. 더불어 6, 7만 정도의 병력은 국경에 배치되어 중립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여러모로 국왕파에게 불리한 상태였다.

“헤에, 여기도 참 오랜만이구만?”

건들거리며 크로프란 수도의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우람한 몸집과 두툼한 근육, 턱까지 내려오는 갈색의 구레나룻이 인상적이었는데, 얼굴로 보아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다.

“나만 하겠나?”

“아, 그건 그렇겠군요.”

케이튼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옆의 사내를 힐끔 쳐다보았다. 육중한 중장 갑옷을 입은 거구의 기사. 투구까지 낀 탓에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들마다 그의 모습을 쳐다보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정말 감회가 새롭군.’

다이어는 미소를 띠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백 년 만에 찾은 고향이라 그런지 감회는 더욱 깊었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장본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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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6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8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3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9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1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300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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