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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56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7 07:04
조회
4,052
추천
5
글자
8쪽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DUMMY

“또 중노동이냐.”

스탐은 또다시 카스턴의 잔심부름꾼이 되었다. 쌓여 있는 책은 무려 천권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아무리 뱀파이어인 그라도 책을 골라내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책안을 보라는 소리는 안 해서 다행이군그래.’

[…….]

“아무튼 어서 빨리 해치우자고.”

말을 마친 스탐은 책을 집었다. 그리고 카스턴의 지시에 따라 뒤쪽으로 집어 던졌다. 이런 작업은 계속 반복되었는데, 사실 책을 모으는 것보다는 쉬웠다. 제목만 보면 되니까 말이다.

[그럼 어서 이것들을 읽어.]

“빌어먹을.”

스탐이 인상을 찌푸렸다. 열자를 열자마자 깨알 같은 글씨가 수북했기 때문이다. 한 페이지에 50줄은 되는 것 같았는데, 두께가 손 한 뼘만한 그것을 다섯 권이나 읽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온 이유가 그것을 읽기 위해서였기에 스탐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것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벨리오스의 패권을 놓고 싸운 두 신들을 전투는 실로 치열했지만, 전쟁의 승자는 아르티시앙이었다. 전쟁을 먼저 시작했던 벨리우드는 완전히 봉인되었지만, 아르티시앙은 적어도 중간계에 대한 영향권은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엘프들이 그녀의 백마법을 이어가게 되었다.’

천마대전의 장이라 명명된 책자를 요약한 내용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하루 종일 읽어야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지만 스탐은 카스턴의 속독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의 몇 초에 한 페이지씩 넘기는 카스턴의 속독능력은 페이지를 순식간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벨리우드와 아르티시앙. 두신이 봉인 된 후, 중간계의 시대가 열렸다. 드래곤들은 중립을 고수하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꾸려나갔고, 대륙의 대부분은 하이오크들이 장악해갔다. 하지만 한 뱀파이어가 벨리우드의 봉인을 풀고 그의 명에 따라 갖가지 무구와 서(書)를 모아 지옥의 문을 열게 되는데…….’

[잠깐! 호, 혹시….]

‘흑마대전의 장’이라는 책을 한참 속독하고 있을 무렵, 카스턴이 격앙된 어조로 외쳤다.

“왜 그래?”

[캄 크리스토퍼가 모았다는 물건들이 수천 년 동안 내가 모아서 아스테리온에게 주었던 것과 동일하다.]

“뭐라고?”

스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4000여 년 전, 흑마대전이 발발한 계기는 바로 캄에덴의 시조 캄 크리스토퍼가 헬게이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카스턴의 말을 따르자면 드래곤들의 목적은 한 가지였다.

[아스테리온놈. 설마 헬 게이트를?]

“에이, 설마 그러겠어? 헬 게이트를 열면 결국 놈들도 자멸할 텐데.”

[그도 그렇군.]

생각해 보면, 드래곤들이 그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헬 게이트를 타고 온 지옥의 악마들이 미쳤다고 드래곤들을 곱게 내버려 두겠는가? 증거만 보면 충분히 의심이 갔지만 논리적으론 맞지 않았다.

결국 카스턴의 추리는 그저 단서만 잡았을뿐 아스테리온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에 대해선 영원히 미궁에 빠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 설마하니 놈들이 세상을 파멸이라도 시키겠어?”

[아무튼 이 건에 대해선 나중에 검토하는 게 좋겠군. 그나저나 넌 이제 쓸만한 마법무구나 찾아봐. 이왕이면 네 녀석한테는 장신구가 낫겠군. 뱀파이어가 구태여 마법무구를 가질 이유는 없을 테니까.]

“듣고보니 그렇네.”

스탐이 목 언저리의 목걸이들을 만지작거렸다. 일단 목걸이는 두개나 걸려 있으니 반지 같은 게 좋을 듯했다.

“쳇, 사막에서 바늘을 찾고 말지.”

한숨만 나왔다. 이 엄청난 금은보화지대에서 반지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하지만 손을 바닥에 가져가자 의외의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녀석, 대단한 물건을 낚았군.]

“이게 도대체 뭔데 그래?”

카스턴이 감탄을 하자 스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지를 바라보았다. 반지는 특별한 모양은 없었지만, 온통 붉게 칠해져 있는 것이 예사로운 물건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 물건은 염령의 반지. 최고의 에인션트급 레드 드래곤이자 드래곤 로드였던 듀레모스가 자신이 가진 화염의 힘을 반지 하나에 집대성시켜 만든 역작이지. 내가 성인식을 치를 때 선물로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능력을 가졌는데?”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마나를 한가지로 속성화시키지. 무시무시한 폭염의 힘으로. 부작용이라면 보통 때보다 마나의 소모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그렇구나.”

카스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엄청난 물건이다. 에인션트급 레드드래곤이 내뿜는 화염의 힘이라면 반지라는 매개체에 구속돼 있더라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터. 더군다나 자신은 하이 배틀러이지 않은가.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5든 스탐이 염령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운 뒤 흑마기를 반지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난 뜨거움이 온몸을 엄습해왔다.

“크으으. 이거 정말 뜨거운데.”

[당연하지. 불에 대한 내성이 없으니까. 계속 쓰다보면 자연스러워질 거야. 아,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나한테 흑마기를 주입해봐.]

스탐은 카스턴의 지시에 따라 카스턴을 검집에 꺼내어 흑마기를 들이부었다. 그러자 냉기가 풀풀 날리던 검이 불에 달군 듯 새빨개졌다.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스탐이 제대로 손잡이를 쥐지 못할 정도였다.

“이정도의 열기라면 미스릴이든간에 다 녹아버리겠군.”

[물론이지. 이 반지의 힘은 평범한 생명체가 사용하거나, 평범한 무기에 부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마 이 반지의 기운을 받은 마나에도 녹지 않는 무기는 오로지 나뿐이겠지.]

스탐은 수긍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냉기의 속성을 가진 카스턴이 화염의 속성을 가진 반지의 힘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니. 참 아이러니했다.

“그런데 이건 뭐지?”

흑마기를 회수해 카스턴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 스탐이 허리를 숙여 또다시 바닥의 무언가를 주웠다.

그것은 바로 팔찌였는데, 방금 전 카스턴이 발현한 반지의 열기에 의해 근처의 금은이 녹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단 팔찌는 염령의 반지처럼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티 없이 새하얀 것이 그 어떤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 스탐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카스턴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저, 저건…….]

“뭔데?”

카스턴이 과민반응을 보이자 호기심이 동한 스탐이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곤 하지만 드래곤인 카스턴에 비해 뱀파이어인 스탐의 정신력은 그의 지식을 반도 습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팔찌도 그가 모르고 있는 지식의 일부일 것이다.

[아, 아니. 별거 아니다. 아무래도 내가 착각했나보군.]

“그래?”

스탐은 순간적으로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스탐은 더 이상 팔찌에 대해 캐묻지 않고 그것을 팔목에 찼다.

[아무튼 이제 내려가자. 여기엔 더 이상 볼일도 없으니까.]

“그래야겠지.”

카스턴의 제안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스탐은 알 카스턴의 보물창고를 나와 곧장 출구를 향해 발을 옮겼다.


“젠장, 이건 정말 엿 같은 경우야.”

“크라토르경. 진정하십시오.”

“이런 개 같은 상황에서 진정할 수 있냐고!”

늦은 밤, 소란을 부리는 두 사내가 있었다. 벌써 모든 제국인들이 하루의 활동을 마치고 푹 쉬고 있을 무렵에도 이들은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예. 진정해야만 합니다. 놈들은 아직 멀리 못 갔을 겁니다. 둘 중 하나라도 잡아야만 공작전하의 진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작 전하의 진노라.”

크라토르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빈손으로 황궁에 갔다간 공작의 분노를 정면으로 뒤집어쓸 것이다. 적어도 노력은 해야 했다.

“할 수 없지. 넌 저쪽을 뒤져봐라. 난 이쪽을 맡아볼 테니.”

“예.”

그렇게 둘은 갈라져 종적을 감춘 미행대상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사라진지 한참도 더된 그들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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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7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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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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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3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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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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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1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300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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