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51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05 20:36
조회
4,396
추천
5
글자
8쪽

35. 지온의 찬탈전(2)

DUMMY

저벅 저벅

잠시 후, 그들은 혈왕성에 도착했다.

산과 같은 성벽들과,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있는 붉은 탑이 인상적인 혈왕성의 웅장한 모습. 케이튼으로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야, 도대체 이런 성이 몇 개나 있는 겁니꺼?”

“다섯 개.”

“히에엑! 진짭니꺼?”

“그래. 촌놈 티내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스탐은 도무지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케이튼의 턱을 한번 쳐주며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한 뱀파이어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 건 그때였다.

“여어, 스탐. 어디를 갔다 온 거냐?”

“잘 아실 텐데요.”

스탐이 씩 웃으며 상대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누굽니꺼?”

케이튼이 얼굴을 스탐의 귀에 바짝 들이 댄 채 물었다. 스탐의 대답은 짤막했다.

“오대패자의 일원, 서열 5위 오르시스.”

“그럼 행님보다 쎄겠네예.”

케이튼이 새삼 존경의 빛을 띠며 오르시스를 바라보았다. 이미 스탐에게서 캄에덴의 서열제도와 그의 서열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은 네가 가져온 인간이냐? 먹을거리 치고는 강한 놈이군.”

오르시스가 자신을 가리키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혼비백산한 케이튼이 스탐의 뒤로 모습을 숨겼다. 당연하지만 덩치 큰 그가 가려질리 없었다.

“행여나 잡아먹을 생각은 마십시오.”

“어련하시겠어? 원정군 대장 나리의 명령인데 말이야.”

“후후후.”

스탐은 쓴웃음을 지으며 케이튼을 바라볼 뿐이었다. 인간인 그가 뱀파이어의 말을 알리는 없었기에 당연히 대화내용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시간을 딱 맞춰서 왔구나. 오늘이 피의 파티가 있는 날인데 말이지.”

“피의 파티?”

“정확히 말해서 아이슬로너의 뱀파이어 로드 등극 130주년을 기념하는 파티지.”

“그렇군요. 벌써 130년이라니…….”

스탐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뱀파이어에게 있어 130년이라는 수는 특별했다. 초대왕 캄 크리스토퍼가 캄에덴을 130년 동안 통치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역대 뱀파이어 로드들이 그 제위기간을 넘어서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오늘, 아이슬로너가 그 벽을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어느 녀석이 나에게 도전장을 던지더군.”

“도전장이라고요?”

“그래. 아마 라윈이 당한 게 시발점이겠지. 세대교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정색하는 스탐에게 웃으며 대답한 오르시스가 혈왕성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본 스탐은 미소를 지었다. 뱀파이어는 항상 자신의 적수를 반긴다. 위협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특히 오대패자는 더 그랬다.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 없었으니 반복되는 일상을 깨어줄 누군가를 은근히 바랬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뭐하냐, 케이튼. 우리도 어서 들어가자.”

“알았심더.”

그렇게, 스탐은 케이튼과 함께 혈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밤이 되었다. 저녁때만 해도 드문드문 보이던 하프 뱀파이어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그 빈 자리를 뱀파이어들이 메웠다. 일반 뱀파이어들은 피를 마시고, 싸우는 것과 같은 어제의 일상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지금 혈왕성에 있는 소수의 고위급 뱀파이어들에겐 아니었다. 그들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파티를 기다리며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의 제위 130주년!

수십 명에 달하는 역대 뱀파이어 로드들이 넘어서지 못한 벽을 아이슬로너가 돌파한 것이다. 그것은 실로 캄에덴에서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더불어 현 뱀파이어 로드의 강력함을 만천하에 떨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역사적인 현장에서 피의 파티를 벌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캄에덴의 아들들은 들어라!”

혈왕성 내부에 있는 넓은 무도회장. 캄에덴의 온갖 부가 축적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아이슬로너는 고위급 뱀파이어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오늘, 나 아이슬로너는 뱀파이어 로드에 등극한지 130년째를 맞이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위 기간을 이어나갈 것이다. 내일 이변이 없는 한, 나는 초대왕의 기록을 깰 것이니까.”

“와아아아아!”

말이 마치자마자 뱀파이어들의 환호성이 열렬히 쏟아져 나왔다. 그들에게 있어 오늘만큼 역사적인 날은 없을 것이다. 강력한 군주의 면모를 새삼 재확인하는 것과 더불어, 극도의 쾌락을 가져다 주는 파티를 열게 되니깐 말이다.

“서론은 여기서 끝내지. 그럼 모두 위대한 이날을 미친 듯이 즐겨보도록!”

뱀파이어는 성격상 연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황하다고 하는 연설도 1분을 넘기지 못한다.

탁!

아이슬로너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음악가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의 음악에 음색이 있다면 그것은 어둠, 검은색일 것이다. 그들이 부는 악기에는 어둡고 칙칙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한 패도적인 기운이 배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남녀 커플들의 감정을 조금씩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외적인 인물은 몇 명 있었다.

“넌 춤출 생각 없냐?”

구석진 곳의 의자에 앉아 술잔을 홀짝이고 있던 스탐이 옆에 앉아 있던 사내에게 물었다.

“뱀파이어들의 저질 문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카시안은 냉랭한 한마디와 함께 술잔을 살짝 들이켰다. 그의 술은 블러디 와인이 아닌, 하프 뱀파이어들이 마시는 평범한 술이었다.

“녀석, 여긴 도대체 왜 온 거냐.”

스탐이 피식 웃으며 카시안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가 이곳에 어떻게 올 수 있었는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원래 이런 자리에 하프 뱀파이어는 절대 올 수 없었다. 하지만 카시안은 카오틱 무투대회에서 지온과 호각으로 싸우는 무위를 보여줬다. 자격은 충분한 것이다.

“구경하러 왔을 뿐이다.”

“너답다.”

씨익 웃은 스탐이 무도회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덧 장내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다. 음악도 점점 템포가 빨라지고 있었고, 거기에 따라 뱀파이어 커플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빨라진 상태였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던 스탐의 시야에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지온이었다.

“파트너가 애처롭군.”

스탐이 혀를 찼다. 카시안도 보고 있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온과 춤을 추고 있는 뱀파이어 여성은 죽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불쌍해 보였다.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크크큭. 잠시만 쉬고 있거라.”

“하악 하악… 예.”

지온이 손을 놓자마자 파트너는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게 피를 일주일은 굶은 것 같았다.

“뱀파이어 로드께 할말이 있습니다!”

춤추는 것을 멈춘 지온이 대뜸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무도회장 안에서 춤을 추고 있던 모든 뱀파이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뱀파이어 로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 버서커 마스터 지온 스트라이드?”

아이슬로너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무도회장안의 분위기가 한참 고조되고 있을 무렵에 꺼낸 외침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금방 지온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좌중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크크큭, 아이슬로너 당신에게 찬탈전을 신청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37. 종교전쟁(2) +12 05.06.18 4,498 5 8쪽
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6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2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7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8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3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9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9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1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300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