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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34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03 07:05
조회
4,506
추천
5
글자
8쪽

35. 지온의 찬탈전(1)

DUMMY

[K.C. 4418년 5월 24일]

저벅 저벅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걸어가는 두 사내가 있었다. 그들은 온몸이 피로 얼룩져 있었는데, 마치 방금 전에 치열한 사투를 벌인 인간들로 보였다.

“케이튼.”

한 사내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호명한 사내에 비해 몸집이 그렇게 크지 않았음에도 분위기상 둘 간의 상하관계는 몸집과 정반대인 듯했다.

“…….”

케이튼은 말이 없었다. 아마 생각할 것이 많아서일 거라고, 스탐은 생각했다. 하기야 그런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고도 멀쩡하다면 인간이 아닐 테지.

“강해지고… 싶습니더.”

케이튼이 뜬금없이 말했다. 스탐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을지라도 그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이글이글거리는 의지력으로 말이다.

스탐은 헬 팬텀을 타고 한참을 달렸다. 헬 팬텀은 말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질주력을 가진 지옥의 마수였기에, 불과 사흘도 되지 않아 크로프란 인근의 숲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기절한 세리아는 케이튼의 부하들에게 맡겼다. 케이튼은 자기 이름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깨어나는 그들이니 안심하라고 했다.

“정말 강해지고 싶냐?”

걸음을 멈춘 스탐이 물었다. 그도 케이튼이 왜 저러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검성과 싸우느라 보진 못했지만, 소드 익스퍼트가 소드 마스터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자존심에 타격이 컸겠지.’

케이튼은 동년배 중에서는 자신이 제일 강하다는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엘로나에게 산산조각이 나 버렸으니

“무슨 짓을 하던 상관 없습니더. 강해지기만 한다면, 엘로나를 이기기만 한다면…….”

“흐음.”

스탐은 턱을 감싸 쥐었다. 케이튼의 눈빛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 그는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에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랫동안 결단을 못 내리고 있던 스탐의 고민을 풀기에 충분했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각오는 돼 있겠지?”

“물론입니더!”

케이튼이 가슴을 탕탕치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스탐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케이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조용히 말했다.

“날 따라와라.”


스탐은 케이튼을 데리고 몇날 며칠을 걸었다. 점점 갈수록 인적이 뜸해지는 것을 느낀 케이튼이 어디로 가냐고 계속 물었다. 그때마다 스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가보면 알아.”

그 대답을 들을 때마다 케이튼의 머릿속은 궁금증으로 미치는 듯했다.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그였기에 군말 않고 묵묵히 스탐을 따랐다.

케이튼은 잘 알고 있었다. 스탐이 검성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엘로나에 의해 기절하긴 했지만, 모든 상황을 조목조목 따져볼 때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살아서 유에센을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척.

“여기다.”

얼마나 한참을 걸었을까. 스탐이 걸음을 멈추었다. 땅을 보면서 그의 뒤를 따르다 부딪친 케이튼이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으아아…….”

어느새 케이튼의 입은 턱이 빠질 정도로 벌려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골에서 자라난 몸이었다. 그래서 크로프란의 왕성을 처음 봤을 때도 많이 놀라워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성에 비하면 모든 것이 조족지혈로 보였다.

성은 무시무시하게 컸다. 그리고 까맸다. 뚜렷한 특징은 그것뿐이었다. 다른 표현은 집어넣을 수 없었다. 왜냐면 성의 웅장하면서도 광활한 자태란 유에센의 대문호라고 할지라도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저게 도대체 뭔데예?!”

“다크 포트리스다. 뱀파이어족이 만든 이 시대 최고의 성이지.”

스탐이 씨익 웃으며 눈앞의 다크 포트리스를 바라보았다. 크레비온. 캄에덴의 세 번째 다크 포트리스로, 저기서 몇 시간만 걸으면 레버쿠젠이 코앞이었다.

“뱀파이어라꼬예?”

케이튼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스탐을 바라보았다. 스탐은 그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대부분은 뱀파이어에 대해 잘 모른다. 뱀파이어가 아벨리오스 동부에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정도로 강성한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이다.

“못 믿겠냐?”

“솔직히 말도 안됩니더. 우애 햇빛을 무서워하는 흡혈귀들이 저렇게 큰 성을 지을 수 있단 말입니꺼.”

“이 자리에서 당장 증명해주지.”

말을 마친 스탐은 한 손에 흑마기를 덮어쓴 뒤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생기가 넘치던 그의 살색 피부에서 조그만 파편덩어리가 땅에 우수수 떨어졌다.

“헉!”

케이튼이 깜짝 놀랐다. 어느새 스탐의 얼굴이 어두운 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진 않았다.

“알겠냐? 난 뱀파이어다. 특수한 임무를 띠고 너희 세상에 잠입한 상태였지. 어때, 매직 파우더를 벗겨낸 내 본모습을 보니까?”

겉으론 태연하게 소리쳤지만 스탐은 내심 초조했다. 케이튼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튼은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잘만 키우면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녀석이 적대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데리고 오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흑마술사들에게 부탁해 기억을 지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탐은 왠지 케이튼에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멋지네예.”

“뭐?”

스탐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어쩐 일인지 케이튼의 얼굴이 감격에 벅차오르고 있었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것 같네예. 행님같이 강한 사람이 고작 염탐이나 할 정도면 뱀파이어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상상도 못하겠습니더!”

“아하하,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스탐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예상외의 반응에 잠시 평정을 잃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

“그럼 어서 가자. 곧 수도에 도착하니까.”

케이튼의 어깨를 툭툭 친 스탐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스탐은 문득 가면서 그에게 자신들이 세우고 있는 계획의 내막을 가르쳐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사실 이 계획은 로드 이하 극소수의 뱀파이어들만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그런데 인간인 케이튼에게, 이루어진 건 하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가르쳐준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였다.


스탐과 케이튼은 장장 몇 시간 동안의 걸음 끝에 수도 레버쿠젠에 도착했다. 때는 한참 노을이 질 무렵이었기 때문에 시내에는 하나 둘씩 떠나가고 있는 하프 뱀파이어들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뱀파이어들로 분주했다.

“자들이 하프 뱀파이어입니꺼?”

“그래.”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케이튼에게 스탐이 말했다. 길을 걸어오면서 캄에덴에 대한 대략적인 사실은 가르쳐준 상태였다.

“신기하네예. 다른 종족을 지그들의 노예로 들이다니…….”

“약하긴 하지만, 쓸만한 놈들이지. 햇빛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약하다는 건 뱀파이어들의 관점이고, 사실 그들은 하프 뱀파이어화되기 전보다 육체적으로 더 강했다. 아이슬로너가 인간 세계를 정복 계획을 펼치려는 이유도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강력한 뱀파이어 정규군의 유일한 약점인 태양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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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6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4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4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5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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