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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39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02 06:59
조회
4,144
추천
6
글자
8쪽

34. 탈출(5)

DUMMY

“누군교!”

세리아를 업고 한참을 뛰어가던 케이튼이 소리쳤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소드 익스퍼트의 감각은 어둠 속에서도 상대의 기척을 잡아낼 수 있었다.

“헉, 니는…….”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 케이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치렁치렁한 금발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인 정체된 눈동자. 그녀는 바로 케이튼이 잘 아는 인물이었다.

‘소드 걸이 쫓아오다니!’

케이튼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황성에서 검성을 봤을 때부터 추격자가 쫓아올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 대상이 엘로나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 엘로나 드 크레시오르. 거룩한 빛의 신 아르티시앙의 이름을 걸고 루세리안 제국의 악행을 돕는 당신을 처단하겠다.”

말을 마친 엘로나는 흉흉한 안광을 내비치며 케이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뭔 개소리고?”

세리아를 구석에 내려놓은 케이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닭살이 돋는 유치한 대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루세리안의 첩자는 또 무슨 소린가? 크로프란의 시골 촌구석에서 거의 평생을 보낸 자신에게!

하지만 케이튼은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소드 걸의 검광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기 때문이다.

카앙!

“이크!”

검을 받아낸 케이튼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엘로나의 공격은 위력적이지 않았다.

챙채채챙.

수차례의 검격이 난무했지만, 그 점은 변하지 않았다. 분명히 검성이 가르친 그녀의 검술은 화려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한 가지 빠진 게 있었다.

‘살의가 없군. 한번도 사람을 죽여보지 않은 건가?’

상대의 약점을 간파한 케이튼의 입가에 어느덧 미소가 자리 잡았다. 말하자면 엘로나는 온실 속의 화초다. 들판의 잡초처럼 커오며 사람을 여러 명 죽여 본 자신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쫄 필요가 없구만!”

죽을 거라는 보장이 없자 케이튼의 검은 거칠 게 없었다. 검기가 맺힌 애검이 금세 엘로나의 전신에 쏟아졌다.

“이거나 먹그라!”

자신의 공세를 한참 막는 과정에서 자세가 흐트러진 엘로나의 복부로 케이튼이 주먹을 날렸다. 천사 같은 외모 때문에 차마 얼굴엔 손댈 수가 없었다.

퍼억!

“꺄악!”

엘로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웃기게도 소드 익스퍼트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쪽은 소드 마스터였다.

“으으, 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도 타이틀은 소드 마스터라는 건지, 금세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케이튼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진지한 얼굴로 상대를 쏘아 보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먼저 달려든 건 케이튼이었다. 그도 엘로나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비슷한 나이 대에선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자부하는 그다.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푸학!

“으어억!”

하지만 애당초 경지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케이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과 교차한 엘로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검과, 자신의 몸에는 똑같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털썩.

케이튼의 신형이 힘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어느새 그를 중심으로 끈적끈적한 핏물이 번져가고 있었다.

“아따, 졌구만. 점점 잠이 오는 구마잉.”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케이튼은 웃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패배자의 슬픈 미소였다. 그는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케이튼!”

스탐이 왔을 때는 이미 케이튼이 눈을 감은 상태였다. 그는 케이튼을 안아들었다.

“다행히 죽진 않았군.”

출혈이 약간 심했지만, 빨리 지혈을 해준 덕에 큰 이상은 없었다. 원체 몸이 좋은 녀석이니 금방 회복될 것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스탐은 케이튼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흑흑흑.”

무슨 일에서인지 엘로나는 울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훌쩍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소녀기사 소드 걸의 이미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물론 스탐에겐 상대가 적으로서의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다.

“나 혼자서 세리아와 케이튼을 들고 륜드라를 빠져나가긴 힘든데…….”

엘로나를 무시한 채,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스탐은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는 즉시 마환석에 흑마기를 불어 넣었다.

크르르르

잠시 후, 마환석에서 튀어나온 헬 팬텀이 으르렁거렸다. 포효하지 않은 것은 스탐이 미리 진정시켰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벌써 코앞까지 왔군.”

세리아와 케이튼을 헬 팬텀에 올리고 그 자신도 올라탄 스탐이 뒤를 돌아보았다. 일단의 기사들이 파란 빛 무리를 넘실거리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자, 헬 팬텀!”

키아아!

스탐의 명령에 지옥의 마수가 괴성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뒤쫓아라!”

제국의 소드 마스터들이 소리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헬 팬텀은 지옥의 사냥꾼이었기에 그 스피드는 상상을 초월했다.

“맙소사, 저렇게 빠르다니!”

“쫓아가는 건 포기해야겠군.”

어느새 목표로 했던 자들이 륜드라의 관문 밖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을 본 소드 마스터들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이 손도 못 써보고 달아나게 만들다니, 지금 일어난 일이 꿈만 같았다.


“놈들은?”

“놓쳤습니다.”

“그래? 그럼 가보도록 해라.”

소드 마스터들을 황성에 들여보낸 검성은 엘로나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아직도 흐느끼고 있었다.

“그만 해라.”

“하지만, 저 때문에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을 사람인데…….”

“그렇게 따지면 전쟁은 어떻게 치르겠느냐? 우리 인간들의 운명은 다 신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거란다.”

게르델피안은 조용히 엘로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천하의 검성도 딸 앞에서는 자상한 한명의 아버지였다.

‘이 고비만 넘기면 넌 보다 강한 기사로 성장할 것이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스탐이 케이튼을 데려간 것으로 보아 그는 아직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거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면 기사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살인에 대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엘로나가 지금의 시련을 이겨낸다면, 조만간 일어날 전쟁에서는 거리낌 없이 살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은 가혹했지만 죽이지 못하면 죽게 되는 게 이 세계의 섭리였다.

‘그나저나 루세리안에서 그런 놈을 키워냈다니, 놀랄 노자로군.’

검성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심각한 화상이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저명한 사제를 동원한다고 해도 몇 달은 있어야 완치될 것이다.

만약 그때, 상대가 휘두른 불꽃의 검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루세리안이든 차르니아든간에, 그 두 놈들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우리를 이길 순 없을 것이다.’

검성은 블레이즈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벌써 30여 년 전부터 개발해온 그것은 분명히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완성될 것이다.

“그것만 완성된다면, 이 세계는 우리 제국의 것이다. 크하하하하!”

제국의 공작은 그렇게 웃었다. 검성이라는 칭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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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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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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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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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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