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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41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06 21:17
조회
4,402
추천
5
글자
8쪽

35. 지온의 찬탈전(3)

DUMMY

“미친 새끼.”

곧바로 튀어나온 카시안의 한마디였다. 말은 안했지만 스탐의 심정도 같았다. 비록 지온이 라윈을 꺾고 세대교체의 선두를 달린다고 하지만 아이슬로너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저 자식,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 배틀러가 배틀 마스터를 이긴다는 건 민간인이 무장한 정병을 이긴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소리이지 않은가.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내 한 뱀파이어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말을 나누며 웅성대고 있었다.

“멋진 제안이다.”

하지만 뱀파이어 로드는 지온의 발언을 가볍게 승낙했다. 뭐, 해가 되진 않을 테니깐 말이다. 물론 그는 이길 게 뻔한 싸움을 피할 리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지온의 찬탈전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이 배틀 마스터가 된 이후로 10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찬탈전도 없었지 않던가.

“크크큭. 내일을 기대하지요.”

“마찬가지다.”

아이슬로너와 지온. 이 두 뱀파이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내일을 위해 마음껏 즐기는 게 좋겠지. 뭣들 하느냐?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슬로너의 우렁찬 외침에 침묵하고 있던 무도회장 안에는 다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멈춰서있던 뱀파이어 남녀도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지온도 또다시 자신의 파트너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아까 있었던 일을 깨끗이 잊은 것만 같았다.

내일 찬탈전이 있다고 오늘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피의 파티. 지금 즐기고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였다.

“이제 곧 블러드 샤워가 떨어지겠군.”

천장을 바라보던 스탐이 중얼거렸다. 어느덧 음악은 절정에 다다랐고, 뱀파이어들의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피부의 모든 촉각이 곤두서는 순간이다.

‘나도 나가볼까?’

뱀파이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스탐이 잠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었다. 하지만 금세 이내 앉았다.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말만 하면 당장 구해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스탐이 생각하는 파트너는 단 한명뿐이었다.

‘휴우, 이 상황에서 세리아가 생각나다니.’

스탐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잠시 동안 단 두 번 만났을 뿐인데, 더군다나 자신들의 숙적인 엘프인데 왜 자꾸 그녀만 생각날까?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와 함께 춤을 춘다면…….’

세리아와 함께 혈왕성에서 춤을 추는 광경을 떠올렸다. 서로가 열정적으로 춤을 추면서 땀과 함께 한껏 젖어드는 성욕. 그리고 마지막에 쏟아지는 블러드 샤워의 쾌락!

‘자, 잠깐. 세리아는 엘프잖아!’

스탐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프와 블러드 샤워는 거리가 멀었다.

“에휴, 그냥 관두자.”

자리에서 일어난 스탐은 무도회장의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시안도 그 뒤를 따랐다. 그도 곧 천장에서 터져 나올 피분수를 뒤집어쓰긴 싫었던 것이다.

쏴아아아

둘이 나오기가 무섭게 뒤에 무언가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뱀파이어들의 쾌락에 젖은 목소리와 함께.

“행님, 이제 오셨습니꺼.”

문을 닫자마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케이튼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환하게 웃는 그를 보던 스탐은 피가 한방울도 묻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순수한 눈앞의 인간에게 피를 보여주긴 싫었기 때문이다.

“피에 허우적거리는 뱀파이어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지 못해서 아쉽군.”

그 말을 끝으로 카시안은 사라졌다.

“여전히 빠른 녀석이군.”

어느새 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느낀 스탐이 실소했다.

“누굽니꺼? 엘프처럼 생깄는데…….”

“엘프계 하프 뱀파이어야. 정말 대단한 녀석이지.”

카시안이 갑자기 사라지자 깜짝 놀란 케이튼에게 그렇게 대꾸해 주었다.

“어, 스탐. 너 여기서 뭐하냐?”

그때였다. 자신의 이름을 지칭하는 목소리에 스탐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신이 갑옷으로 둘러싸인 흑기사가 하나 있었다. 스탐은 씨익 웃었다. 다크 나이트 중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녀석은 한명뿐이다.

“다이어, 순찰 도는 중이냐?”

“응. 그런데 거기 인간은 누구야?”

다이어의 시선은 케이튼에게로 가 있었다. 잠시 동안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스탐은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그래도 직접 찾아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실은…….”

스탐은 다이어에게 자신이 그간 겪었던 일들을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케이튼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라는 부탁을 하였다.

“다크 나이트인 나더러 인간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라고? 뭐, 내가 원래는 인간이었으니까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겠군. 하지만 훈련하는 게 쉽지는 않을걸.”

“그렇겠군.”

스탐은 다이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크 나이트들은 단체 생활을 한다. 서브 마스터인 그도 예외가 있을 순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케이튼은 다크 나이트들 틈에서 목숨을 걸고 수련해야 되는 것이다.

다른 놈들은 서브 마스터의 입김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치자, 바라크만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지만 스탐으로선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사실 자신의 검술은 케이튼을 소드 마스터로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었다. 이 일은 무조건 캄에덴 최고의 검사인 그에게 맡겨야만 했다.

“제발 부탁이야. 이 녀석, 잘만 키우면 엄청난 재목이 될 거야. 더도 말고 딱 5년 정도만 키워줘.”

“뭐,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이 키우겠지만 마스터의 눈에 잘못 걸리면 나도 막을 방법이 없어.”

“알았어.”

스탐은 그 사항에 순순히 응했다. 가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점은 케이튼 혼자의 힘으로 극복해야만 했다.

“그럼 사제지간이 될 텐데 서로 인사라도 해라.”

“그러지.”

투구를 벗은 다이어는 케이튼에게 말을 걸었다.

“내 이름은 다이어다. 앞으로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줄 스승이지.”

“그, 그렇습니꺼?”

뱀파이어의 말만 나누던 상대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케이튼은 약간 당황한 얼굴이었다.

“자식, 겁먹기는…, 그나저나 사투리를 쓰는 모양이네? 희한한 녀석이군.”

“…….”

자신의 콤플렉스를 건드리자 상대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대신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뭐, 부끄러워할 건 없어. 나도 어릴 때는 사투리를 쓰고 자라났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네 이름은 뭐냐?”

“케이튼입니다. 케이튼 반 비크바스틴.”

“비크바스틴?”

다이어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스탐이 물었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다이어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스탐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이 녀석, 기본 실력부터 봐야겠어.”

“오늘부터?”

“응. 지금은 일단 이 녀석을 데리고 가서 얘기라도 나눌까 하는데, 어때?”

“네 마음대로 해라.”

스탐은 흔쾌히 승낙했다. 어차피 사제지간이 된 상태였기에,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었다.

“좋았어. 그럼 먼저 가볼게.”

다이어는 씨익 웃으며 케이튼을 데리고 어디 론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오랜만에 인간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둘이 사라지고 나자 복도에는 적막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스탐은 벤치에 앉아 상념에 빠졌다.

“지온 녀석, 도대체 뭘 믿고 로드에게 찬탈전을 신청한거지?”

단순한 배짱은 아닐 것이다. 놈은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덤벼드는 놈이니까. 한 가지 가정이 떠오르긴 했지만, 너무도 터무니없어 넘긴 상태였다.

“뭐, 물어보면 알겠지.”

스탐은 무도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적과 흑, 그리고 쾌락과 적막이 문하나 너머로 극과 극을 이루고 있었지만 문은 이미 닫혀 있어 한줌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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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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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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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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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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