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42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4 06:46
조회
3,947
추천
5
글자
10쪽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DUMMY

“이것은 페인팅 룸이라네. 일단 이 하얀 판 안은 외부와는 모든 게 단절돼 있어서 안에 들어간 사람과 바깥의 사람이 서로를 볼 수도 없고 소리를 들을 수도 없지. 그래서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껏 페인트칠을 하면서 놀 수 있다네.”

“페인트칠을 하면 몸에 묻을 텐데요?”

세리아의 지적은 예리했다. 확실히 커다란 페인트 붓으로 페인트칠을 하다보면 반드시 서로에게 묻기 마련이다. 페인트로 뒤범벅이 된 차림새로 돌아다닐 수는 없는 법이잖은가.

“걱정 말게. 저 안은 정화의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서로 페인트칠을 해놓고도 밖으로 나오면 본래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벽에다 칠해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지. 물론 밖에서 페인트칠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못 믿겠으면 실험 해봐도 상관없네.”

주인이 페인트 붓을 내밀자 호기심이 동한 스탐은 페인팅 룸 안에 들어와 페인트 통에 묻혀 옷에다 붓질을 한 뒤, 밖으로 나와 보았다. 희한하게도 옷은 깨끗했다. 스탐이 감탄했다.

“이야, 정말 대단하군요. 이렇게 멋진 곳에 왜 사람들이 아무도 없죠?”

“허허, 그럴 수밖에. 한 사람당 10분에 2실버니까 말일세.”

“확실히 아무도 없을 수밖에 없겠군요.”

세리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 페인팅 룸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외형도 초라한데 가격까지 비싸니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응.”

호기롭게 외치는 스탐에게 세리아가 미소를 한껏 띠며 대답했다. 10분만 하더라도 도합 4실버긴 했지만 그 정도면 돈을 부담할 여유도 있는데다, 어차피 이종족의 돈이었다.

“자, 그럼 잘 놀아보게나.”

4실버를 받고 좋아하는 노인을 보며,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세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간에 들어온 스탐과 세리아는 감탄했다.

“아, 마치 빛의 숲에 들어온 것 같아.”

“그 정도로 깨끗해?”

“훗, 괜히 정화의 마법이 걸려있겠어?”

세리아는 씩 웃으며 페인트 칠이 된 붓을 스탐의 뺨에 발랐다. 마침 칠한 페인트가 빨간색이었던지라, 왠지 잘 어울려 보였다.

“뭐하는 짓이야!”

“핏, 보면 몰라? 여기서 할 짓이 페인트질밖에 더 있겠니?”

“아, 그러셔? 그럼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말을 마친 스탐이 페인트 붓 두 개를 꺼내어 세리아의 가슴에 대각으로 칠해대었다. 자신의 옷이 엉망진창이 되자 그녀가 울상을 지었다.

“너 그렇다고 진짜로 이렇게 하면 어떡해?”

“까분 대가다.”

“…복수할거야.”

입을 앙 다문 채 그렇게 다짐한 세리아가 페인트 통 하나를 아예 스탐에게 부어버렸다. 마법이 부여되어서 그런지 페인트 통에서는 페인트가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너 뭐하는 짓이야!”

“꼴좋다.”

어느새 전신이 새까매진 채 하얀 이만 드러내고 있는 스탐을 본 세리아가 깔깔거리며 혀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 엘프는 금세 상대의 철저한 보복을 당했다. 스탐이 페인트로 가득한 자신의 손으로 마구 웃어대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문지른 것이다.

“아앗!”

“헤에, 멋진걸.”

새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점철되자 세리아가 울음보를 터뜨렸다. 스탐은 만족감에 웃음꽃을 피었지만, 금세 분노한 세리아의 붓질에 다급해졌다.

“그, 그만해 제발!”

“너 죽었어!”

처음엔 새하얗기만 하던 페인팅 룸이 어느새 갖가지 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스탐은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세리아를 피해 다니느라 바빴다.

‘으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은 뱀파이어가 된 이후로 잘 웃어본 적이 없었다.

언제 이렇게 행복해 했을까? 배틀러와, 하이 배틀러가 되었을 때 두 번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행복은 그것과는 달랐다. 누군가와 같이 무엇을 한다는 데에서 향유하는 행복. 전생에서나 느꼈던 것이다.

‘세리아…….’

스탐은 웃으며 자신에게 붓을 들이대고 있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100년 전에도, 그녀 덕에 환생해서 처음으로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스탐은 다짐했다.

‘내가 반드시 너만은 쉽게 죽게 만들지 않을 거야. 비록 우리가 적이 된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다 되자 스탐과 세리아는 페인팅 룸을 빠져나왔다. 10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동안 충분히 즐겼던 탓에 그리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페인트로 범벅이 되었던 옷과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신기해할 뿐이었다.

“자, 스탐.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뭐, 내키는 대로 가지.”

너털웃음을 지은 세리아는 그를 데리고 또다시 어디 론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난건지 그녀는 시종일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끌려가던 스탐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있었다. 그것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그려지는 이유는 뭘까?


어느새 륜드라의 하늘위에 뜬 채 지상에 열을 내리쬐고 있던 태양이 전성기의 종말을 고하고, 어둠이 도사리는 가운데 새하얀 달빛만이 밤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깊은 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륜드라의 곳곳에는 라이트마법이 부여된 가로등이 지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어 아직도 상당한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도시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유에센 제국의 막대한 부가 집대성된 륜드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저놈들, 첩자가 맞긴 맞는 거야?”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미행이이라는 임무를 수행중인 이들이 두 명 있었다.

“혹시 크라토르경께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 아닙니까?”

크라토르의 옆에 서있던 사내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게르델피안 공작께서는 분명히 자신과 동행한 일행들중 검은머리와 엘프를 미행하라고 하셨다. 설마 전하의 명령을 거스르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순간적으로 느껴진 살기에 화들짝 놀란 그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비록 함께 미행을 하긴 했지만 자신은 평범한 미행자에 불과했고, 그는 상급의 소드 마스터였다. 알아서 기어야 했다.

하지만 미행목표인 눈앞의 두 남녀가 어째서 첩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보기 드문 선남선녀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 둘은 륜드라 시를 활보하며 데이트를 즐기는 평범한 연인으로만 보였다. 더군다나 이제는 술집에서 튀어나오더니 곤드레 만드레가 된 남자를 여자가 부축해가고 있질 않은가?

“햐아. 기분 좋다!”

“나 참, 스탐 좀 똑바로 걸어!”

“크헤헤. 똑바로 걷고 있잖아.”

“발을 비비 꼬는 게 똑바로 걷는 거야?”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던 둘을 보고 있던 크라토르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새끼들, 염장을 지르는군.”

“크라토르경. 흥분하시지 마시고 어서 결단을 내리십시오.”

“결단?”

“만약 저들이 처음부터 우리의 낌새를 눈치 챘다면 정체를 드러낼 리가 없잖습니까. 그러니 강제로라도 저들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그래야겠군.”

크라토르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맡긴 임무를 실패해 검성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건 없었다. 물론 게르델피안은 그에게 단순히 뒤를 밟으라고만 했지만 참된 뜻은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저 자식들,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네.”

크라토르의 말대로 둘은 가로등의 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헤헤, 우리, 좋은 거 해볼까?”

“아잉, 몰라.”

“재밌을 거야.”

“…….”

크라토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옆에 있는 미행자도 그 점은 똑같았다. 은밀한 짓을 훔쳐보는 것만큼 스릴 있는 일은 없었다. 6시간동안이나 미행해서 그런 것일까.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었다.

미행대상은 어둠 속의 골목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 미행자들은 그곳을 조용히 응시할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흘러갔다.

“우리,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냐?”

“그럼 어떡합니까? 안에서 그 짓하고 있을 텐데…. 미행자가 일부러 미행을 들키면 어떡합니까?”

“아까 전엔 사로잡으라면서? 뭐, 아무튼 간에 일단 골목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자. 그러다가 녀석들이 힘이 다 빠져서 나오면 사로잡는 거야.”

하지만 사내는 크라토르의 계획이 영 미덥지 못했다. 하지만 달리 방법도 없었기에 그와 함께 골목 입구의 양옆에 서서 안에서 들려올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 무슨 일이지?”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크라토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대편의 미행자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서, 설마!?”

곰곰이 생각해보던 크라토르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긴 시간동안 미행하느라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게르델피안이 자신에게 미행을 맡긴 임무를!

“크라토르경!”

안에 들어가려는 크라토르를 본 미행자가 깜짝 놀랐지만 잠시 후, 그도 다급해졌다.

“아무도 없잖아!?”

크라토르의 표정이 삽시간에 찌푸려졌다. 미행의 대상인 엘프와 검은머리는 골목 안에 없었다.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윽고, 그는 자신의 발밑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주워들었다.

그것은 엘프가 처음 경품으로 타고나서 시종일관 가지고 다니던 엘프 인형이었다. 그것을 이런 음습한 골목에서 내다 버린 이유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크라토르는 엘프 인형을 쥔 채 절규했다.

“빌어먹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37. 종교전쟁(2) +12 05.06.18 4,498 5 8쪽
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5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8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