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40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18 07:04
조회
4,251
추천
5
글자
8쪽

32. 재회(2)

DUMMY

‘근성 하나는 뛰어난 녀석이로군.’

스탐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폭력배의 두목이라면 한참 전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그런데 놈은 그렇지 않았다.

“니깟 놈 때문에 우리 아들을 버릴 수는 엄따!”

케이튼의 심정은 절박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한말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 같이 우직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자신이 뱉은 말을 철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심정만으로는 캄에덴 절정의 실력자를 이길 수 없었다.

퍼억!

그것으로 끝이었다. 또다시 뱀파이어의 주먹을 얻어맞은 인간의 신형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리곤 일어서질 못했다.

“믿을 수가 없어.”

“천하의 케이튼이 당하다니…….”

지켜보고 있던 인간들의 눈에는 경악의 빛이 어려 있었다. 케이튼이 누군가? 크로프란 암흑계 최강의 사내가 아닌가. 그런 그를 저렇게 간단히 쓰러뜨리다니!

“형님!”

놀란 깡패들이 그에게 다가갔다. 후식거리로 적당했지만 스탐은 그들을 내버려 두었다. 다만 안심하라는 한 마디를 던져줄 뿐이었다.

“걱정 마라. 죽지는 않았으니까.”

스탐은 씨익 웃었다. 처음부터 케이튼을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측근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싸우면서 느낀 그의 의지력과 근성은 인간들 중에서도 뛰어났고, 경지 또한 소드 익스퍼트에 해당할 정도였으니까.

‘비록 생긴 건 험악하지만 원정 전까지는 요긴하게 쓰이겠어.’

그렇게 생각한 스탐은 케이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얻어맞았는데도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참 대단한 맷집이었다. 그래도 싸울 생각은 없는지 묵묵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까 한 말, 진심이겠지?”

씩 웃던 스탐은 케이튼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반응에 따라 처리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 죽이느냐, 살리느냐.

“진심이고말고요! 따르겠습니더. 행님!”

“헉!”

케이튼의 돌발스러운 행동에 깡패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도 케이튼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느그들 뭐하노! 어서 행님께 인사 안 드리시나!”

“아, 예 형님!”

어느새 모든 깡패들이 케이튼처럼 스탐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했다.

“하하하! 어떻습니꺼 행님? 저그들이랑 함께 술 한 잔 까는 게?”

“난 생각 없어. 갈 길이 바쁘거든.”

스탐은 그 말과 함께 술집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구경꾼들이 급히 길을 비켜 주었다.

“행님! 같이 가이시더!”

케이튼이 급히 따라왔다.

“부하들은 어떡하고?”

“즈그들끼리 놀아라카고 왔심더. 이제부터 지는 행님 꼬봉이니까예.”

“후후. 난 유에센 제국에 갈 생각인데, 그래도 따라올 거냐?”

“당연하지예. 한번 행님은 영원한 행님 아닙니꺼!”

스탐은 피식 웃으며 케이튼을 바라보았다. 단순하지만 참 충성심이 투철한 녀석 같아 보였다.

그렇게 스탐은, 자신의 계획에 장차 큰 도움이 될 한 명의 인간을 손에 넣었다.


크로프란의 왕성은 비록 삼강이라 불리는 세 제국에 비하자면 초라했다. 그래도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특유의 예술성이 돋보였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왕성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마차에 타고 있는 인물들은 감탄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물들이었다. 마치, 감정이 메말라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마차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동자는 그들이 평범한 인간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떠냐. 엘로나. 이 나라를 둘러본 소감이.”

“평온하군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열기와는 상관없이.”

40대중반정도로 보이는 중년사내의 물음에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세를 넘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소녀가 앵두 같은 입술을 움직이며 천천히 대답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색의 길고 윤기 있는 머리칼에, 엘프도 울고 갈듯한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 생기를 잃은 듯 정체된 눈동자만 아니라면 정말 천상의 여신일 것이다.

엘로나 드 크레시오르. 검성(劍聖)이라 불리는 유에센 제국의 게르델피안 드 크레시오르 공작의 양녀. 비록 똑같은 피가 흐르진 않지만 그녀는 검성을 능가하는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불과 일년 전, 열여덟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올라 영 소드 마스터 혹은, 소드 걸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유에센 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인재였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탄 인물은 제국전쟁을 유에센의 승리로 이끈 제국, 아니 인간 세계 최강의 검객. 그랜드 소드 마스터 게르델피안 공작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약소국과 동맹을 맺어야 하는 거지요?”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란다. 차르니아와 루세리안. 두 악의 나라와 싸우게 되면 수많은 생명들이 죽을 것이다. 허나, 제국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나라들 또한 전쟁을 벌이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른 왕국들의 전쟁을 사전에 막는다는 거군요.”

이제야 이해했다는 엘로나의 말에 게르델피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간단했다. 왕국끼리 전쟁을 벌이면 십중팔구 승리한 나라가 제국에 또 다른 위협이 된다. 그것은 제국의 말단병사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엘로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황제폐하는 참 자비로운 분이시군요.”

순진하게만 들리는 말에 게르델피안은 씁쓸한 얼굴로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나이가 벌써 80대에 접어들고 있는 그는 자신의 손녀뻘이나 다름없는 엘로나를 다섯 살 때부터 가르쳐왔다. 마나연공술과 검술 등등. 모두 열과 성의를 가했다.

한번은 훈련을 견디지 못해 자신에게 왜 이런 수련을 받아야 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질문에 게르델피안은 짤막한 답변을 했을 뿐이었다.

“정의를 위해서란다.”

하지만 그 파장은 엄청나, 이후 그녀는 정의만을 위해 길을 걸어왔다. 또래의 귀족여인들이 겉치장을 하고 무도회에서 춤을 출 때도 그녀의 무대는 연병장이었고, 춤 파트너는 검이었다.

정의는 엘로나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18살의 소드 마스터인 것이다. 모든 제국인들이 영 소드 마스터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의교육을 가르쳤던 게르델피안은 머지않아 자신이 얼마나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는가를 깨달았다.

이미 정의가 머릿속에서 굳게 정립된 엘로나는 말하자면, 융통성이 없었다. 제국 안에서 판치는 권모술수에 정면으로 노출 돼 있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도 하루하루를 수많은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모함을 견뎌내며 지내고 있는데, 외강내유인 그녀는 오죽하겠는가? 아마 자신이 죽고 나면 엘로나가 전장의 성녀에서 추악한 마녀로 탈바꿈되는 건 순식간의 일일 것이다.

“그나저나 아버님. 수련도 할겸 걸어서 제국까지 가는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다.”

엘로나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던 게르델피안은 마차에서 내렸다. 마부에게 금화 몇 닢을 쥐어준 그는 딸과 함께 크로프란의 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노숙도 오랜만에 해보겠군. 그럼 어서 걸어볼까?”

“네.”

게르델피안은 엘로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황궁에서 벗어난 지금만큼은 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저기.”

훼방꾼이 나타난건 그때였다. 게르델피안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엘로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녀가 서있었다. 복장으로 보아 남자는 검사, 여자는 마법사로 보였는데 둘 다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뭐, 그 점은 자신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혹시 검성과 소드 걸이십니까?”

엘로나의 별호를 부를 때, 보통 남자들은 소드 걸, 여자들은 영 소드 마스터라고 부른다.

“그렇네.”

“저는 단테스 디 스테이든. 그리고 이쪽은 샤이나 데 피렌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제국으로 유학을 가는 길인데 괜찮으시다면 동행을 해도 되겠습니까?”

“안될 건 없지.”

게르델피안은 의외로 쉽게 허락했다. 딸과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했지만, 건방지다고 여겨질 정도로 당돌한 상대에게 호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37. 종교전쟁(2) +12 05.06.18 4,498 5 8쪽
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5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