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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37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8 20:33
조회
4,064
추천
5
글자
8쪽

34. 탈출

DUMMY

“크라토르. 나이 서른다섯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 빌어먹을! 좋다, 처벌을 당할 땐 당하더라도 술이나 마시자.”

결국 미행을 깨끗이 포기한 크라토르는 인근의 술집을 향했다. 술집 안으로 발을 내딛은 그는 제일먼저 도수가 강한 술 하나를 주문하려고 했다.

“주인장. 여기 블랙 마그마 한병…음!?”

그때 그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눈앞에 보이는 거울에서 아주 낯익은 인물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정체는 바로 자신이 6시간이나 쫓다가 놓친 두 미행대상들 중 하나인 엘프였다.

크라토르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문밖으로 문제의 엘프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횡재했군.”

묘한 표정을 짓던 크라토르는 주저 없이 술집 밖으로 나왔다. 그에겐 오직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사명감만이 감돌고 있었다.

‘다 된밥에 초를 칠 수는 없지.’

상대가 엘프인 만큼 최대한 기척을 감춘 크라토르는 조심스럽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녀를 따라갔다.

사실, 크라토르는 미행대상이 범인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검성이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얻은 것은 커플에 대한 부러움 뿐이었다. 아까 도망간 것도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는 머지않아 자신이 뜻밖의 엄청난 거물을 낚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푸른 매가 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세리아는 골목 안에 있는 폐문을 노크했다. 장사가 망한 듯한 가게였지만, 사람은 있어 보였다.

폐문에는 조그만 칸막이가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보이는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끼이이익.

잠시 후, 폐문이 열렸다.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온 세리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모두들 오랜만에 뵙는군요.”

“우리도 오랜만이란다. 세리아.”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이니?”

의자에 자리 잡고 있던 엘프들이 세리아를 반갑게 맞이하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엘프였다. 인간은 구석에 있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미행자는 없겠지?”

한 사내 엘프가 살기를 뿌리며 물어왔다. 조각 같으면서도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이는 얼굴 그는 누가 봐도 리더로 보였는데, 그는 마치 세리아에게 원한을 진 듯 그녀만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카리오스. 미행자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따돌렸으니까.”

세리아는 식은 땀을 흘리며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카리오스는 그녀를 계속 노려보더니, 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넘어가야 되겠군. 2차 제국전쟁이 터질 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다들 알거다. 제국 놈들이 우리와 같은 수도내의 첩자들을 잡는데 더욱더 많은 인력을 투여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그래서 말인데, 이제 루세리안에 기밀자료를 넘겨주고 빛의 숲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인간들의 싸움에 관여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지 않겠나?”

아마 그가 하는 말을 유에센인들이 들었다면 기절초풍을 했을 것이다. 자신들과 함께 아르티시앙을 떠받드는 숭고함과 선함의 상징인 엘프들이 적국의 첩자들이라니?

물론, 엘프들에게도 그만한 사정은 있었다. 1000여 년 전 빛의 숲에 커다란 화재가 났는데, 그 당시 엘프들을 도와 화재를 진압한 나라가 다름 아닌 루세리안 제국이었던 것이다.

은혜를 갚는 것을 도리로 여겼던 엘프들은 그때이후로 루세리안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제국전쟁 때에도 백마법사들을 파견해 부상에 시달리는 병사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주었다. 그리고 지금에는 그들의 부탁으로 3년 동안 륜드라에 엘프들을 첩자로 파견시킨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들을 도울 수 없어.’

이들의 민첩한 첩보활동으로 인해 벌써 수많은 제국의 기밀들이 이들의 손에 들어온 상태였다. 이정도만 루세리안에 넘겨도 그 은혜는 충분히 갚은 셈이었다.

“오늘 당장, 이곳을 떠난다.”

“아아, 드디어 빛의 숲으로 귀환하는 건가요?”

한 엘프가 감격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곳에서 머무는 얼마나 많은 수난을 겪었던가. 오랫동안 빛의 숲에서 나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만 먹고 살다가 인간의 거북한 음식만 3년 동안 먹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됬으니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니, 너희들은 절대 돌아갈 수 없다.”

“!”

누군가가 던진 뜻밖의 한 마디에 여관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집중되었다. 그곳에는 하얀 제복 위에 최소한의 방어구만을 걸친 기사를 선두로 수십 명의 제국군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얀 제복의 기사들은 바로 유에센 제국의 치안과 대외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준군사조직인 홀리 키퍼였다.

일단 그들이 들이닥치자 엘프들의 시선은 제일 먼저 세리아에게로 쏟아졌다.

“미행자는 없다고 했잖아?”

“저, 저도 모르겠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세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멍청한 년.”

카리오스가 죽일 듯한 살기로 세리아를 노려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후후후. 저 엘프를 우연히 찾아냈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이지요. 당신들의 계획은 우리에게 다 발각됐습니다. 순순히 정의의 심판을 받으십시오.”

카리오스가 코웃음을 쳤다.

“정의의 심판이라. 구역질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어서 실력이나 발휘해보는 게 좋을 거다. 우리가 그렇게 녹록하진 않으니까 말이야.”

말을 마치자마자 카리오스의 품에서 단검이 튀어 나갔다. 그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한 병사의 가슴에 꽂혔다.

“으어헉!”

단말마의 비명성과 함께 병사가 쓰러졌다. 다른 병사들이 놀라 그 병사를 부축해 보지만 이미 그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다.

기사가 카리오스를 윽박질렀다.

“순순히 체포되면 서로 좋을 텐데?”

“너희만 좋을 뿐, 우리는 아니지.”

“흥, 끝까지 저항하겠단 말이지. 체포해라!”

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홀리 키퍼들이 엘프들에게 덤벼들었다.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가자!”

카리오스의 외침과 동시에 엘프들이 검을 꼬나 쥔 채 몰려드는 그들에 맞서 싸웠다. 고요하기만 하던 가게 안은 어느새 검과 검이 한데 어우러진 잡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한참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서도 여유로운 자들이 두 명 있었다. 그들은 바로 양측의 우두머리들이었다.

“내 이름은 크라토르 비 시오니덴. 성십자 기사단소속의 상급기사다.”

“카리오스다.”

그들의 첫마디는 통성명이었다. 그것을 끝으로 둘은 입을 다물었는데,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자인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경지의 소유자로군.”

“너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둘의 검에서는 푸른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영롱한 빛을 띠며 맺혀 있었다. 크라토르야 상급의 소드 마스터이기에 당연했지만 그와 동등 혹은 능가하는 카리오스의 오러 블레이드는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럼 간다!”

“얼마든지!”

잠시 후,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두 쇠붙이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채애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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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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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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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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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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