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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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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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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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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재회(4)

DUMMY

어느새 여섯 명으로 늘어난 일행들은 날이 밝자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검성이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걷던 탓에 이들은 예상보다 긴 도보 끝에 제피스트 왕국의 수도 제피온에 도착했다.

“몸조심하게. 전쟁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저들이 언제 자네들을 습격할지 모르니까.”

들어서자마자 검성이 주의를 주었다. 그의 말은 당연했다. 제피스트와 크로프란, 이 두 왕국은 천년이 넘도록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습격당할지도 몰랐다.

물론 검성은 크로프란에 사절단으로 가 동맹을 맺은 상태였다. 제피스트와 크로프란 모두 유에센과 동맹관계였기 때문에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대가가 너무도 참혹할 테니까.

“어서 오십시오.”

일행이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식당이었다. 나흘 동안 보잘 것 없는 음식만 먹어 왔기 때문에 배는 한껏 허기져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게 드십시오.”

종업원이 한 마디와 함께, 일행들은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오르자마자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귀족이 먹기엔 약간 무리가 있는 음식들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케이튼,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

“그라지예.”

순식간에 음식을 먹어 치운 스탐과 케이튼이 문밖을 향했다. 검성의 살기가 쏘아진 것은 그때였다.

“의심되면 따라오시든지…….”

스탐은 지나가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상관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검성이 살기를 거두자 스탐은 조용히 이윽고 여관 밖으로 나온 둘은 제피온의 거리를 활보했다.

“크로프란과는 확실히 다르군.”

“그렇네예.”

스탐은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제피스트인들의 시선을 느꼈다. 아마 자신들이 크로프란인이라는 게 밝혀지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덮칠 것이다.

철퍽!

“꺄악!”

그때였다. 멀리서 달려오던 누군가가 스탐과 부딪혀 넘어졌다. 스탐은 시선을 곧바로 그 여성이 넘어져 있는 아래로 옮겼다.

“우웅. 누구…너, 넌?”

넘어져 아프다는 듯 자신의 뒤통수를 한참 매만지고 있던 여성은 상대를 보고선 깜짝 놀랐다. 스탐도 마찬가지였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윤기 있는 금발에 티 없이 맑은 피부. 그리고 아름다운 선홍색의 입술과 새파란 눈동자에 긴 귀를 가진 그녀는 스탐이 아는 유일한 엘프였다.

“세, 세리아!”

스탐은 당혹스러웠다. 검성을 만난 데 이어 세리아까지 만나다니? 이렇게 만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반면에 세리아는 무척 반가운 표정이었다.

“스탐? 이야, 참 오랜만이다.”

“아, 뭐…….”

스탐은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100년 전에 만났으니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태평한 얼굴이라니.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반갑긴 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거기 서라, 이년!”

다다다다.

세리아가 뛰어온 쪽에서 일단의 사내들이 달려왔다. 그러자 기겁한 세리아가 스탐의 뒤로 숨었다.

“넌 또 뭐야?”

사내들이 세리아의 앞에 선 스탐에게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스탐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친구.”

“친구?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기 싫으면 잔말 말고 그년을 당장 내놔라.”

“흥. 내가 물건이야?”

사내의 말에 스탐의 뒤에서 얼굴을 내민 세리아가 불만을 토해냈다. 그러자 사내의 얼굴이 붉그락 말그락 해졌다. 그러는 중에 그들이 왜 세리아를 쫓는지 궁금해진 스탐이 여전히 자신의 뒤에 선채 혀를 내밀고 있는 세리아를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얘는 왜 쫓는 거냐?”

“우리를 때리고 도망갔어.”

“어머. 그전에 너희들이 먼저 추근거렸잖아?”

“먼저 접근한 게 누군데?”

“길을 물으려던 것뿐이었어!”

사내와 세리아의 대화는 몇 분간 계속되었다. 스탐은 괜한 일에 말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자기중심적인 주장이 맞서는 대화는 언제 결판이 날지 몰랐다. 결국 참다못해 한쪽 편을 들었다.

“닥치고 좋은 말할 때 가라.”

말을 마친 스탐은 케이튼을 내세웠다.

“저놈들 좀 처리해라.”

“크흐흐. 이런 기야 제 전공 아닙니꺼.”

말을 마친 케이튼이 단번에 사내들에게 달려들었다.

퍼버벅! 퍽! 퍽퍽!

“으갸갹!”

“커헉!”

케이튼이 건달두목으로 이름을 떨친 이유에는 외모에 걸맞는 무식한 힘이 한몫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들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당했다.

털썩.

단 1분 만에 대여섯이나 되는 사내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케이튼은 손을 털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식후 운동감도 안되는구마이.”

“…….”

엄청난 모욕을 받은 사내들의 얼굴은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져 있었다. 머릿수만 믿고 덤벼들었다가 이게 무슨 망신인가. 이대로 물러섰다간 부끄러워서라도 이 바닥에서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그때 묘안이 떠올랐는지 한 사내가 일어섰다. 그리곤 케이튼과 스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크로프란 놈들이다! 저 크로프란 놈들이 우리를 이 꼴로 만들었다!”

“뭐야?”

“아니, 저들이?”

이내 구경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스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놈들은 바로 사람들의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을 크로프란에 대한 반감으로 이용한 것이다. 제피스트의 반 크로프란 감정은 어마어마했다.

“죽여라!”

“죽여버려!”

구경꾼들이 적으로 돌변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흉흉한 살기를 띄던 그들은 스탐들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구원자가 나타난 건 그때였다.

“무슨 일인가?”

그때 구경꾼들 사이로 게르델피안이 일행들과 함께 다가왔다. 그는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사내들과 적대적인 제피스트인들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했는지 검 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스릉!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그의 검이 허공으로 떠올라 눈 부시는 태양에 반사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잠시 후, 검의 정체를 확인한 제피스트인들이 경악했다.

“저 검은 스톰블링거!”

“저 자가 어떻게 저 검을!”

그랬다. 청백의 폼멜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저 검은 바로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스톰블링거였다. 드워프가 검성에게 직접 바친 걸로 유명한 명검이 지금 이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 검성! 검성이다!”

“검성이 어째서 이곳에 있단 말이지?”

검성이 죽지 않는 한에야 저 검이 타인의 손에 들어갈 순 없었기에 제피스트인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공포가 물들어 있었다. 지금 자신들은 동맹인 유에센 제국의 전설과도 같은 인물의 동행인을 건드린 것이다. 하지만 검성은 그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잘 들어라 제피스트의 국민들이여. 이들은 나의 수행원이다. 서로 간에 오해가 있어서 시비가 붙었나본데, 내 이름을 걸고 저들이 크로프란인들이 아님을 증명하지!”

스톰블링거를 검집에 꽂아 넣은 검성은 스탐과 케이튼에게 물었다.

“너희들, 어느 나라 출신이지?”

“유에센 제국입니더.”

“세계의 평화를 지키며 아르티시앙의 빛이 넘실거리는 정의의 나라 유에센 제국 출신입니다.”

스탐은 그렇게 말하면서 닭살이 돋았지만 최대한 상황을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스탐에게 한참 머물러 있던 구경꾼들의 시선이 드러누워있던 사내들을 향했다.

“미친 놈! 위대하신 검성의 동행인을 크로프란 놈들이라고 몰아세우다니!”

퍼벅 퍼버버벅!

“아아악!”

“으어억!”

제피스트인들은 거짓말하는 족속들을 제일 싫어했기 때문에, 그들을 패는 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진실은 완전히 뒤바뀐 상태였다.

“어쨌든 잘 해결했네.”

“그나저나 스탐. 저 엘프랑은 어떤 사이입니까?”

그때 단테스가 세리아를 가리키며 물었다.

‘제길.’

스탐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러고 보니 세리아를 잠깐 잊고 있었다. 검성마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그 당황스러움은 배가되었다.

“바로 제가 찾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렇군.”

천하의 검성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또다시 생겨났다.

“그런데 행님. 찾던 분을 찾았응께 제국까지 안가도 되겠네예.”

“아, 그렇겠군.”

내색은 안했지만, 스탐은 환하게 웃었다. 비록 알 카스턴의 무덤에도 가지 못하게 되지만, 검성과는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리아가 뜻밖의 말을 꺼내었다.

“아니요. 스탐이 절 찾고 있었다면 제국까지 같이 가야 될걸요. 왜냐면 저도 제국에 가는 길이었으니까 말이에요.”

‘세리아! 그게 무슨 소리야!’

스탐이 깜짝 놀라 세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그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랬었군. 젠장.’

어느새 세리아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게르델피안이 살기를 보내며 보이지 않는 압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리아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 세리아.’

스탐은 속으로 탄식했다. 자신은 결국 애꿎은 세리아에게만 피해를 준 셈이다.

“그럼 어서 가지.”

게르델피안은 어디 론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동행하자는 말이 굳이 없었음에도 세리아는 그를 따라갔다. 그런 그녀를 보는 스탐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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