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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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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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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2. 재회(1)

DUMMY

“휴우,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인지 원.”

벌컥

푸념을 하던 스탐이 술병 채로 쭉 들이켰다. 지독한 술 냄새가 입안에서 번져 나왔지만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고민인 거냐? 그토록 갈구하던 인간의 피를 마음껏 탐닉할 대원정의 선봉에 서는 데 말이야. 보통 뱀파이어라면 좋아 죽을 텐데.]

‘내가 특별하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카스턴에게 그렇게 대꾸한 스탐은 술병을 내려놓았다. 왕궁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술집에 들렀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은 아까 왔던 곳이었다.

언데드나 몬스터들이라면 모를까. 한때 되어 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탐은 인간을 죽인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다. 예전에 인간 세계에서 용병으로 돌아다녔던 적이 있긴 했지만, 그때에도 최대한 인간을 죽이진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일지 모르는 원정대의 대장이 된다니?

‘후, 복잡하군. 일단은 바르자드의 말대로 오랜만에 인간생활이나 해봐야겠어.’

스탐은 이미 캄에덴으로 돌아갈 생각은 접어둔 상태였다. 기왕 원정대의 대장이 될 거라면, 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알아두어야 보다 쉬운 전투를 치를 수 있다. 물론 스탐도 인간 세계의 정세에 대하여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더 나은 법이다.

‘문제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거지. 분명히 돌아다니긴 돌아다녀봐야 분위기를 대충 체감할 수 있겠는데 난 목적 지없는 걸음은 딱 질색이야.’

[목적지야 내가 만들어주면 되지 않나?]

‘네가 만들어? 너한테 행선지가 있냐?’

그렇게 묻긴 했지만, 스탐은 카스턴이 말한 목적지라는 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었다.

[내 무덤에는 고대시대에 쓰인 고서부터 마법서까지 갖가지 자료들이 수북하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려면 그걸 보는 수밖에 없지.]

‘드래곤이라는 놈이 그런 자료도 기억 못하냐? 생김새만 커다랬지, 머릿속은 완전히 단세포였나보군.’

스탐이 코웃음을 치며 술병에 입을 가져갔다. 아마 이놈의 검은 또 다시 방방 날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흥. 무덤의 자료는 평범한 인간이 쉬지 않으면 1만년동안 읽어야 될 정도로 방대하다. 완전히 암기를 하려면 1억년은 걸리겠지. 드래곤의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수면기까지 있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

‘뭐, 그건 그렇겠군.’

스탐은 한 인간이 고대자료를 50년 동안 읽는다고 가정해서, 1만을 나누어 보았다. 단순히 읽는 데만도 200명이나 걸린다.

[더군다나 나는 본체 즉, 드래곤의 몸이 파괴된 이후 이 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기억의 상당부분을 잃은 상황이다.]

‘알았어, 알았다고. 거기까지 가주지. 어차피 그곳을 갈려면 인간 세계 최강국을 거쳐야 하니깐 말이야.’

스탐은 유에센 제국을 떠올려 보았다. 100년 전, 정탐을 갔을 때만 해도 유에센은 고만고만한 나라였다. 제국이라곤 하지만, 건국 초창기였던 탓에 다른 두 제국에 비해서 월등히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직후, 유에센은 오히려 두 제국이 동맹을 맺어도 모자랄 만한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있었다. 캄에덴의 원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나라였기 때문에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콰앙!

그때였다.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면서 일단의 무리들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스탐은 직감적으로 그들이 자신에게 아까의 일에 대한 앙갚음을 하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도 조직폭력배의 생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을 이 꼴로 만든 놈들이 어떤 놈들이냐?”

험상궂은 얼굴의 떡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내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바로 아까 행패를 부리다가 스탐에 의해 작살이 난 놈들이었다.

“나다.”

주인은 물론이고 손님들까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스탐은 태연히 일어섰다. 그 당당함에 열이 뻗쳤는지 떡대가 대번에 달려들려고 했다.

“이 새끼가!”

“그만. 방정떨지 말고 있그래이.”

다른 사내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떡대는 언제 화가 났다는 듯,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스탐은 자신의 앞으로 나온 사내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짧은 갈색머리에 상당히 길게 내려오는 구레나룻. 근육으로 탄탄한 다져진 몸에 눈빛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한 눈에 봐도 우두머리감으로 보였다.

“니가 울 아그들을 떡판으로 만들었나?”

“그렇다.”

스탐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투리를 쓰는 상대를 흥미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당연하겠지만 인간 세계는 언어가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었다. 각국의 합의 아래, 조금씩 다르던 언어들을 통합해 표준어만 할줄 안다면 어느 나라를 가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방지역. 특히나 시골 촌구석에서는 아직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인가 보군.’

[하지만 촌놈치곤 상당한 실력인데? 뭐,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이겠지만.]

카스턴의 말 대로였다. 상대는 폭력배 두목 치고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아마 경지로만 따진다면 기사를 해도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다.

“일단 소개부터 하는 게 좋겠구만. 내 이름은 케이튼이다. 이름 고대로 케이튼 용병단의 대장이라.”

“나는 스탐이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덤빌 생각이면 당장 덤벼라.”

“아따, 성질 드럽게 급하구마이. 말 안 해도 간다!”

말을 마친 케이튼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가히 한 마리의 범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상대는 스탐 베르크였다.

퍼벅 파바박!

“끄으으.”

단 몇 차례의 주먹질 끝에 케이튼이 턱을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보고 있던 인간들이 경악했다.

“맙소사!”

“저 케이튼이…….”

“혀, 형님!”

“오지 마라.”

부하들을 제지한 케이튼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스탐을 바라보았다.

“이 바닥에선 처음 보는 놈인데 한 가닥 좀 하는 모양이네이. 쌈박질로는 상대가 안되겠구만.”

실실 웃던 케이튼이 검을 꺼내었다. 검은 고풍스러운 폼멜과 예리한 검날을 가졌는데, 일개 폭력배의 두목이 가진 물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보아하니 귀족 출신이거나 귀족의 검을 빼앗은 모양이로군. 뭐, 후자 쪽이 확실하겠지만.”

“닥쳐라!”

케이튼은 생긴것답게 도발에도 곧잘 넘어 왔다. 금세 날이 선 검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은 어느새 시퍼런 검기가 되어 있었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 어떻게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른 놈이 일개 폭력배 두목이나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일단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먼저였기에 카스턴부터 꺼내었다.

차앙!

요란한 검의 마찰음과 함께 두 사내가 한데 어우러져 검무를 벌이기 시작했다. 비좁은 술집 안이었지만 구경꾼들이 장애물들을 치워놓으니 충분히 싸울만한 공간은 마련되어 있었다.

“받아라!”

고함성과 함께 케이튼의 강행한 검격이 스탐에게 날아들었다. 어쩐 일인지 스탐은 그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하하하! 검으로 붙으니까 쨉도 안되네!”

자신이 유리하자 케이튼이 한껏 기세등등해졌다.

“하기야 니같은 놈한테 지면 꼬봉 노릇을 하재!”

하지만 지금 한 말은 결과적으로 자살행위였다. 어느새 스탐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 말, 후회하지 마라!”

퍽!

난데없이 복부에 꽂혀든 주먹에 케이튼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이내 그의 입가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성이 들려왔다.

“끄어어억…….”

케이튼이 신음성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지금 날 갖고 노는 기가!”

아무래도 그는 갑작스럽게 당한 것 때문이 아니라 스탐이 자신을 봐주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열 받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챙챙챙!

검기를 머금은 소드 익스퍼트의 검기가 쏟아졌다. 무엇이든 난도질만한 기운이었지만 스탐은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카스턴을 대충 휘두르며 막아냈다. 그리곤 발꿈치를 케이튼의 면전에 박아 넣었다.

“커헉.”

어느새 케이튼의 얼굴에서 쌍코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스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발을 뻗어 또다시 케이튼의 복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털썩.

흑마기의 힘이 실린 일격이었기에, 케이튼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스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작 이 정도냐? 꼬봉치고는 쓸모가 없겠는걸.”

“닥치라!”

케이튼이 이를 악물며 또다시 일어섰다. 온 몸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만신창이인 상태였는데도 그는 절대 누워있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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