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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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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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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1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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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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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32. 재회(3)

DUMMY

“헥헥. 행님 좀 천천히 가이소!”

“닥치고 따라오든지 해.”

스탐이 짜증이 섞인 어투로 뒤따라오고 있는 케이튼을 다그쳤다. 지금 그들은 크로프란의 수도를 벗어나 숲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케이튼은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스탐이 히든 브레이커의 질주력으로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케이튼과의 거리는 적당히 조절하고 있어 그가 놓치는 일은 없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바야흐로 밤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쉬어야겠군.”

걸음을 멈춘 스탐이 나무에 몸을 기댔다. 사실 그로선 따가운 햇빛이 비추어지는 낮보단 밤에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케이튼은 자신과 정반대였다. 배려도 해주고, 의심도 안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뭐가 그래 빠릅니꺼?”

케이튼이 숨을 헉헉거리며 물었다.

“네가 느린 거겠지.”

스탐이 투덜거렸다. 물론 이치에 맞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마른 나뭇가지나 왕창 주워와라. 노숙을 해봤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추울걸.”

“지는 여기서 꼼짝도 못하겠심더.”

“그래? 그럼 얼어 죽든지 해.”

말을 마친 스탐은 담요로 몸을 덮으며 잠을 청했다. 반면에 케이튼은 망토도 없었다. 거추장스럽다면서 입고 다니기를 거부한 결과였다.

휘이이잉.

“덜덜덜덜”

차가운 공기가 땀에 절어있는 몸을 자극하자 케이튼이 온몸을 끌어안은 채 벌벌 떨었다.

“에이 씨!”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케이튼은 결국 나뭇가지를 가져오기 위해 뛰었다.

쿠당탕탕

“자, 가져왔심다!”

“수고했다.”

스탐은 자신의 앞에 쌓인 나뭇가지들 중 두개를 각각 한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곤 단숨에 불을 피웠다.

“대단하네예? 지는 노숙이 처음인데.”

“뭐라고? 너 나이가 몇인데?”

스탐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눈앞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얼핏 보아도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다.

“열아홉입니더.”

“미친놈. 헛소리 작작 해라.”

“진심입니더! 깡패가 된지는 1년 남짓 됬으예.”

“하아.”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생긴 건 30대 후반인데, 실제 나이는 10대 후반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던 스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열아홉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니!?’

이거야말로 대사건이었다. 그 정도면 소드 걸을 제외하면 인간 세계에서 최연소의 경지였다.

‘참 나, 이런 놈을 깡패 짓만 하게 내버려두다니? 크로프란도 어지간히 부패했군… 음?’

그때였다. 카스턴이 말을 걸어왔다.

[스탐. 근방에서 인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도 알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던 스탐이 바닥에 귀를 대었다. 땅의 울림으로 보아 수는 네 명. 두 명은 보잘 것 없었지만, 다른 두 명은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특히나 그 두 명 중에서도 한명은 엄청난 실력자였다.

“케이튼. 누군가가 오고 있다.”

“누가 오다니예? 이 깜깜한 숲에 누가 온다고 그럽니…”

“닥치고 칼 뽑을 준비나 해라.”

팔자 좋은 소리를 하는 케이튼의 말을 끊어먹은 스탐은 카스턴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나보다 더 강한 기운이다.’

스탐은 바짝 긴장했다. 자신은 하이 배틀러다. 인간들의 소드 마스터와 동급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능가하는 이 기운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지는 몰라도 어서 모습을 드러내시지!”

기척으로 보아 상대는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기에 스탐이 먼저 소리쳤다. 그러자 깜깜한 어둠 속에서 네 인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탐의 시선은 단연 한 사내에게 고정돼 있었는데 그 사내가 바로 그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이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도 그였다.

“불 좀 빌릴까 하는데 허락할 수 있겠소?”

“나는 처음 보는 이들에게 불을 쬐어줄 정도로 관대하지 않소.”

“흠….”

스탐의 완곡한 거절에 중년인이 턱을 괸채 상념에 잠겼다. 아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계속 설득하거나 사생결단을 내는 것. 저 정도 경지에 오른 인물은 그만큼 자존심도 보통 높은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상대를 절대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참동안 침묵을 병행하고 있던 이들의 대립은 오히려 자신들보다 약한 일행들에 의해 해결되었다.

“어? 너 혹시 케이튼 아니냐?”

“그러게. 너 케이튼 맞지?”

중년인의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젊은 남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케이튼을 가리켰다.

“느그들은…….”

케이튼도 깜짝 놀라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 남녀와 케이튼쪽을 번갈아 보고 있던 중년인이 물었다.

“아는 사인가 단테스군?”

“예. 고향 친굽니다. 여기서 이 녀석을 만나다니, 참 신기한 일이군요.”

말을 마친 단테스는 서로 간에 소개를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살벌한 신경전의 현장이 순식간에 주선의 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물론 가장 입장이 더러운 쪽은 스탐이었다.

“저분은 모르겠고, 저 녀석은 케이튼 반 비크바스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케이튼. 여기 이분은 게르델피온님과 엘로나님이야. 바로 유에센 제국에서 검성과 소드걸이라 불리는 분들이시지.”

“이야, 진짜가?”

인간들 중에서 그들의 명성을 모르는 이는 없었기에 케이튼이 기겁을 하며 입을 쩍 벌렸다. 내색은 안했지만 스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길, 여기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만나다니!’

솔직히 표현하자면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원정대의 대장으로 뽑힌 자신이 처음부터 인간 세계의 최강자나 다름없는 검성을 만나다니 말이다.

물론, 인간 세계 최강의 검객과 싸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도 투를 갈구하는 뱀파이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저는 단테스 디 스테이든. 그리고 이 친구는 샤이나 데 피렌체라고 합니다. 저희 둘은 크로프란 왕립 아카데미의 수석으로 유에센 제국에 유학을 가는 차에 이분들이랑 동행을 하게 되었죠.”

단테스가 스탐을 향해 말했는데, 다른 세 명의 시선도 어느새 그를 향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서 당신의 정체를 밝히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스탐이라고 한다.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는 떠돌이지.”

“평범한 떠돌이로 보이지는 않는데…….”

게르델피안의 중얼거림에 스탐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그가 뿜어낸 정면으로 받아냈기 때문에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검성은 잠시 후,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럼, 다시 한번 묻겠소. 불 좀 빌릴 수 있겠소?”

“그러지.”

일행중 몇 명이 서로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스탐으로선 거절할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이야, 너 정말 오랜만이다.”

“느그들도 간만이다.”

분위기가 풀어지자 친분이 있던 셋은 모닥불 옆에 앉아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 삭은 얼굴은 여전하네.”

“뭐라꼬?”

단데스의 말에 케이튼의 얼굴이 대번에 시뻘게졌다. 아무래도 일종의 컴플랙스인 모양이다.

“아하하…. 놀리려고 한건 아닐 테니까 화 풀어. 그래도 너 그 얼굴 덕분에 열세 살 때부터 술 마셨잖아.”

샤이나가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긴 분홍색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케이튼이 표정을 한층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단테스의 말에 원상 복귀되었다.

“그게 자랑은 아니지.”

“이 자슥이…….”

“그나저나 넌 그놈에 사투리 아직도 못 고쳤냐? 그러니까 네가 뒷골목 건달로밖에 돌아다닐 수 없는 거야.”

“죽여버린다.”

케이튼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단데스를 쏘아 보았다. 하지만 샤이나 때문인지 말로만 그럴 뿐,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케이튼, 너 귀족이었냐?”

스탐이 케이튼에게 성을 붙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물었다. 먼저 대답한 쪽은 단데스였다.

“예. 비록 사투리를 쓰긴 해도 말이죠. 이 녀석은 저랑 샤이나와 함께 몰락귀족이죠. 소꿉친구이기도 하고요.”

“그렇군.”

크로프란에는 다른 나라들보다 귀족이 많았다. 신분의 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평민이 귀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족이 많다고 그들이 모두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크로프란의 권력을 꽉 잡고 있는 아르티시앙교에 뇌물을 바치는 이들만이 제대로 정계에 설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자들은 대부분이 몰락귀족이 되었다.

“각자의 가문을 일으키기로 다짐한 우리 셋은 각자 열심히 공부했죠. 그래서 저와 단테스는 수도의 왕립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합격했죠. 하지만 케이튼은 떨어졌지요.”

“대충 이해가 가는군.”

스탐이 케이튼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그때의 일이 떠올랐는지 푹 숙이고 있었다.

떨어진 이유야 뻔했다. 출중한 실력에 비해 사투리와 외모라는 치명적인 결함 때문일 것이다. 이런 놈에게 해줄 말은 한 마디밖에 없었다.

“불쌍한 놈.”

“흑흑흑흑.”

흐느끼고 있는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젊은 청년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모습이란 참 볼만했다.

“그나저나, 자네들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

조용히 있던 검성이 스탐과 케이튼에게 물었다.

“유에센 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거긴 왜 가는가?”

“사람을 찾고 있어서 말입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알 카스턴의 무덤으로 간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물론 제국에 간다고 해도 의심받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게르델피안은 그 점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그럼 행선지가 일치하는군. 동행하는 게 어떤가?”

하지만 그 말에 스탐은 이를 악물었다. 동행한다는 소리는 결국 자신을 감시하겠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저야 나쁠 것 없죠. 든든한 검성과 소드 걸과 함께 가신다면야 신변에 어디 위협이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

게르델피안은 씩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스탐은 한숨을 쉬었다. 일은 처음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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