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29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2 17:04
조회
4,197
추천
4
글자
8쪽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DUMMY

[K.C. 4418년 5월 18일]

제피스트 왕국을 빠져나온 일행은 국경선을 넘어 며칠동안의 도보 끝에 유에센 제국의 수도, 륜드라에 도착했다.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다.”

황성 앞까지 다다르자 검성은 이별을 고했다. 그는 자신의 딸과 함께, 마중 나온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성의 문을 향했다. 그때 한 기사가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으셨습니까? 그리고 저들은…….”

“알 필요 없다. 그보다 크라토르경.”

“예.”

크라토르라 불린 기사는 검성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보고선 순간 소름이 오싹함을 느꼈다.

사람 하나쯤은 우습게 죽일 수 있다는 눈빛. 그것이 바로 정의와 기사도를 지향하는 영웅의 표본, 검성이라고 불리는 게르델피안 공작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나랑 함께 온 다섯 명중 검은 머리와 엘프의 뒤를 밟아라.”

“첩자입니까?”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검성을 보며, 크라토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10년이 넘도록 섬겨왔지만 도저히 저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에는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럴지도 모르지.”

“알겠습니다. 그럼 최고급의 미행자들을 추려보겠습니다.”

“엘프는 모르겠지만 검은 머리는 웬만하면 자네가 따라붙는 게 좋을 거야.”

검성의 한 마디에 크라토르가 이채를 띄웠다. 자신은 상급의 소드마스터이다. 그런 자신에게 직접 미행령을 내린다는 소리는 상대가 그만큼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소리였다. “예. 그럼 제복으로 갈아입고 당장 가보겠습니다.”

“수고하게.”

“수고하세요.”

“예. 아리따운 엘로나양.”

바쁜 와중에도 크라토르는 엘로나에게 부드럽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록 감정표현이 잘 없긴 하지만 그는 눈앞의 소녀를 기사로서도, 한명의 남자로서도 사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사에게 물어봐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


초강대국인 유에센 제국의 수도 륜드라는 모든 경제와 문화, 유행의 중심지였다. 그 때문에 이곳에는 진귀한 물품과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크로프란에서만 자라와 촌놈이나 다름없는 케이튼으로서는 이만저만 놀라운 게 아니었다.

“이야, 진짜로 신기하네. 뭐 저런 기 다 있노?”

케이튼이 발로 공을 굴리며 걸어가면서도 작은 공 서너 개를 두 손으로 돌리고 있는 원숭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흥분했다. 단테스와 샤이나가 얼굴을 붉히며 그를 쏘아붙였다.

“좀 가만히 있어! 사람들이 전부 우리만 쳐다보는 거 안보여?”

“촌놈이라고 아예 광고를 해라.”

그들로선 속된말로 쪽팔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케이튼의 촌놈 짓을 스탐과 세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 둘에겐 심각하게 할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그와 같이 이곳에 오게 되었구나.”

검성과 갈라진 이후 스탐은 곧바로 자신이 궁금해 하던 바를 가르켜주자, 세리아는 수긍한다는 얼굴이었다. 당연하지만 스탐이 세리아에게 한 말중 진실은 케이튼을 만난 이후뿐이었다.

아무튼 스탐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세리아의 차례였다. 그녀는 스탐과 헤어진 이후의 100여 년 동안 빛의 숲에서 수련에만 정진하다 몇 년 전에 인간세계로 다시 나와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스탐을 만나게 된 것이고.

어느 쪽이나 하는 말에 신빙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둘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어디로 갈거고?”

케이튼이 단테스와 샤이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둘은 팔짱을 낀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도 시비조였다.

“어디로 가긴. 유학을 왔으니까, 당연히 제국의 아카데미에 가서 배울 걸 최대한 많이 배워가야지.”

“우린 너처럼 아무 이유 없이 여기에 온 게 아니란다.”

그러자 나이 열아홉의 아저씨는 또다시 생난리를 부렸다.

“뭐라! 느그들 또 나를 무시했다 이거재!”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나랑 단테스가 왜 널 무시하겠어? 우린 어릴 때부터 친구였잖아?”

샤이나가 웃으면서 케이튼의 우락부락한 팔에 팔짱을 꼈다. 그러자 흥분해 있던 그의 얼굴이 마치 오염된 물이 신성마법에 의해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 급속도로 바뀌어져 갔다. “크히히. 맞다. 친구다. 우리 친구 아이가.”

“그럼. 친구고 말고.”

“흥, 친구는 무슨 얼어죽을…, 그나저나 샤이나. 이제 어떡할 거야? 지금 제국 아카데미에 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케이튼에게 질투가 났는지 단테스가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둘에게 물었다. 샤이나는 입을 앙 다문 채 한참을 고민하다가 단테스를 실망시키는 한마디를 던졌다.

“에이,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잖아. 나는 그보다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랑 함께 륜드라 시를 돌아다니고 싶은데?”

“쳇. 그렇단 말이지.”

단테스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팔짱을 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케이튼을 곁눈질하는 걸 보니 싫은 눈치는 아니다. 남자간이라서 내색은 안했겠지만 그도 샤이나처럼 반가운건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녀석들, 의리는 있어 보이네.’

스탐은 피식 웃으며 티격태격하고 있는 세 남녀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행님은 이제 뭐할 건데예?”

케이튼이 세리아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던 스탐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글쎄.”

스탐은 생각에 잠겼다. 일단 검성과 헤어졌으니 알카스턴의 무덤으로 가는 길만 남았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을 의심했던 검성이 곱게 보내줄리 없었다. 지금쯤 미행이 따라붙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일단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다른 넷과는 헤어져야만 했다.

그 순간 묘안이 떠오른 스탐이 세리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세리아 또한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나보다.

눈빛으로 그녀와 의사를 교환한 스탐은 케이튼의 질문에 뒤늦게야 대답했다.

“나 역시 너희들처럼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데이트라도 해야 되겠는걸.”

스탐이 씩 웃으며 세리아를 가리켰다. 그러자 셋이 잘 됬다는 듯 말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요. 아무래도 저희가 같이 있으면 괜히 방해만 될 것 같군요.”

“피힛, 맞아요. 아름다운 엘프랑 잘 생긴 미남자라니. 정말 한 폭의 그림이네요.”

“지가 행님을 무조건 따른다고 했지만 요번만큼은 저 색시한테 넘겨드리야 되겠네예.”

“하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은 스탐이 세리아의 어깨에 팔을 올린 뒤 세 인간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그럼, 나중에 또 보든지 하자.”

“예, 잘 가세요.”

“여기는 볼거리가 많으니까 행복하게 밤새도록 즐기세요.”

“잘 가이시더.”

케이튼의 한마디를 끝으로 그렇게 스탐과 세리아는 단둘이 동행하게 되었다.

대로를 걷자마자 그들은 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준수한 미남자와, 보기 드문 엘프 여성이 그렇게 멋지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데이트라는 소리는 왜 한거야?”

얼굴이 붉게 물든 세리아가 불만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스탐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뭘 새삼스럽게 물어? 우린 그때도 데이트를 했었던 걸로 아는데. 그것도 네가 먼저 엉겨 붙었었지.”

“그, 그거야 그렇지만…….”

“됐어. 너도 나이가 드니까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헤헤. 그런가.”

세리아는 손으로 자신의 금발을 쓸어내리며 딴청을 부렸다. 그런 그녀를 보던 스탐이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미행자를 따돌리기 위한 데이트인데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마치 전생의 그날처럼.

‘세리아를 놈들에게 붙잡히게 만들 순 없지.’

스탐은 뒤를 힐끗 곁눈질했다. 미행자들은 단련이 잘 된 듯 무척 조심스럽게 따라붙고 있었지만 히든 브레이커의 이목을 속이기는 힘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크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37. 종교전쟁(2) +12 05.06.18 4,497 5 8쪽
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5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6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6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4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0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5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4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7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5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