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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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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5 06:57
조회
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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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DUMMY

유에센 제국의 영토 내에 자리 잡고 있는 겔비스 산맥은 제국의 척추라고 불러도 될 만큼 길고 중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몇몇 호사가들은 창조주가 오늘날의 제국을 위해 이 산맥을 만들었다고 떠들기도 했다.

터벅 터벅 터벅

그런 겔비스 산맥의 정상부근에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저런 속도로 달릴 수가 없었다.

“여기에 와보는 것도 100년만이군.”

걸음을 멈춘 스탐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세리아는 놈들을 잘 피해갔겠지?”

스탐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예상대로 지친 미행자들은 취한 척을 하는 자신의 연기에 홀라당 넘어갔다. 세리아도 미행자들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민첩한 엘프와 뱀파이어가 인간들을 따돌리는 건 그야말로 식은죽먹기였다.

‘후후, 멍청한 놈들.’

스탐은 미행자들을 비웃었다. 그들은 자신과 세리아가 은밀한 행위를 알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그들은 짧은 키스만 나누고 헤어졌을 뿐이었다.

“뭐, 별일 있겠어? 그녀도 명색이 엘픈데. 그나저나 카스턴. 이곳에 쓸만한 마법무구가 있다는 게 사실이야?”

[나도 제물욕 많은 드래곤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네 마음에 드는 물건이 한두 개쯤은 있을 거다.]

“그렇겠군. 잘됐어. 안 그래도 가지고 다니던 검이 하도 성가셨는데 거기서 발견한 괜찮은 검이랑 바꿔야겠어.”

[뚫린 주둥아리라고 함부로 지껄이기는.]

“농담도 못하냐.”

카스턴을 툭툭 치며 씩 웃은 스탐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해왔지만, 뱀파이어는 밤에 최적화된 종족이다. 그래서 그는 여유롭게 걸었다.

끼이이이.

그때 스탐의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이곳에 들어왔던 수많은 도전자들을 해골로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그러나 스탐에겐 반갑기만 했다.

“간만이다 자식들아.”

다가오고 있는 그레이트 엔트들에게 호기롭게 외친 스탐이 카스턴을 꺼내었다. 냉기가 풀풀 넘치는 카스턴은 어둠 속에서도 그 은은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푸확― 털썩.

검광이 무차별로 난사되자 다수의 그레이트 엔트들이 죽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덤벼드는 놈 마다 참혹한 시체가 되어갔다. 그 수가 벌써 백 마리 이상 쌓여갔지만, 스탐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런데 어쩐지 전보다 놈들의 수가 적어 보이는 걸?”

스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년 전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가 일행들을 습격해왔다. 물론 아직 개미굴에서 벗어나진 않은 상태였지만 뱀파이어의 직감은 예리했다.

[비프네랄이라는 물질이 부족해서 그렇지. 그것은 그레이트 엔트들이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생명의 원천. 그게 없으면 놈들은 굶어 죽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비프네랄이 있는 곳이면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다.]

카스턴의 검 끝이 바닥의 점액질을 가리켰다. 파란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그것은 그레이트 앤드 한 마리의 입에 물려 있던 것이었다.

“비프네랄은 어디서 얻을 수 있지?”

[간단하다. 생명체의 배설물이 50년 동안 대지에 스며들어 있으면 생겨나는 물질이지. 물론 낮은 클래스의 마법으로도 만들 수는 있다.]

“호오, 그래? 그런데 난 이놈들이 그렇게 강한지 모르겠는걸.”

[지금 네가 상대하고 있는 놈들은 흔한 일개미다. 더 밑으로 내려가면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병정개미들이 우글우글거리지. 그들의 힘은 일개미와는 비교도 안된다.]

“정말 그 정도야?”

스탐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개미의 힘은 대충 병사 대여섯을 상대할 정도였다. 만약 병정개미를 대동한 그레이트 엔트들의 대군이 비프네랄이 수북히 쌓인 유에센 제국을 향해 진군한다면? 그 파장이 얼마나 어마어마할지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물론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에 스탐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레이트 엔트 몇 마리가 간간히 덤벼들었지만, 스탐은 별달리 힘을 들이지 않고 개미굴에서 벗어나 2차 관문에 도착했다.

“이번엔 스켈레톤인가?”

10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던 스탐에게 카스턴이 말했다.

[스켈레톤이나 버닝 아머와 같은 놈들은 모두 나의 명령으로 움직인다. 한 마디로, 네가 나를 손에 넣었을 때부터 던젼의 방어 장치들은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는 소리지.]

“그러면 굳이 조심스럽게 걸을 이유는 없겠네.”

스탐은 안심하고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왔지만, 100년 전에 미리 겪어본 바가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함정이 없는 쪽을 향했다.

[잠깐. 여기서 멈추고 오른쪽을 봐라.]

한참을 뛰어가고 있던 그때였다. 카스턴의 지시에 따라 걸음을 멈춘 스탐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조그만 구멍이 있었는데, 던젼 안이 대낮처럼 밝아도 찾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었다. 아마 100년 전의 일행들도 이것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저 구멍에다 나를 집어넣어라.]

“반드시 이 검을 저 구멍에 쑤셔 넣어야 문이 열리는 거냐?”

[물론이다. 저 구멍은 일종의 마법 열쇠구멍. 반드시 속을 다 채우고 돌려야만 열리도록 되어 있다.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지.]

“잠깐, 그러면 이 던젼 안의 보물은 네가 있어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소리잖아?”

[어 그래.]

태연하게 말하는 카스턴을 보던 스탐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넌 지금 이 던젼을 찾는 도전자들이 살아도 보물을 얻을 순 없게 만들어 놓은 거잖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용아병과 싸웠던 곳이 바로 보물창고였던 것이다! 거기에 열쇠가 되는 카스턴과 드래곤 하트를 모조리 잡아넣다니? 결국 여기에 도전해왔던 모험가들은 죽으면 죽고, 살아도 본전은 못 뽑는 것이다.

[하지만 넌 결국 나를 손에 쥐었잖아?]

“뭐, 그건 그렇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지라 스탐은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엔 아니었지만, 내가 죽는 순간 이 무덤은 복수를 갚기 위한 장소가 되었다. 강력한 인물이 나를 깨워 아스테리온과 듀르케르를 죽이는 데 일조해주길 바랬지. 인간처럼 나약한 놈들에겐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도 불가능한건 마찬가진데?”

잠자코 듣고 있던 스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두 드래곤은 에인션트급이다. 아벨리오스 내에서 놈들을 죽일 자들은 같은 드래곤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운명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너만 해도 함정을 전화위복으로 나를 얻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문이나 열자.”

스탐은 조그만 구멍에다 카스턴을 집어넣고 돌렸다.

드르르륵

기괴한 소리와 함께 벽은 어느새 문이 되었다. 그리고 스탐의 눈앞에 새로운 방이 나타났다. 바로 100년 전 스탐이 용아병과 싸웠던 바로 그곳이었다.

[일단 책자란 책자는 있는 대로 모아봐.]

“쳇, 보물 앞에서의 중노동이라.”

어깨를 으쓱한 스탐이 보물창고 곳곳을 파헤치며 책자를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카스턴의 말마따나 ‘평범한 인간이 1만년은 걸려야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기에, 책은 무척 두껍고, 많았다. 벌써 100권이나 쌓아놨는데도 아직 남은 책들은 까마득했다.

“이왕이면 책을 미리 쌓아놓지 그랬냐.”

그렇게 투덜거리던 스탐은 마지막 권을 집어 던지며 모든 책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무려 1시간만의 일이었다.

스탐은 책을 대충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보존마법이 걸려있어서인지 몇 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깨끗했다. 마치 방금 찍어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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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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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34. 탈출(3) +6 05.05.30 3,985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4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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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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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32. 재회(3) +9 05.05.19 4,155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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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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