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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50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11 23:12
조회
4,381
추천
5
글자
9쪽

36. 암흑계의 스탐(2)

DUMMY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그냥…기분이 안 좋아.”

“…알았어. 그럼 나가 있을게.”

그녀의 말 속에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읽은 스탐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동료 엘프들과 관련된 일 같았다.

“애들 다 모았습니다.”

밖에 나와 보니 어느새 깡패들이 다 모여 있었다. 놈들은 대충 20명 정도로 보였다. 모두가 그때 자신의 무위를 본 놈들이었다. 역시 그들은 눈에 본 것만 믿는다.

“그럼 어서 뒷골목을 정벌하러 가보실까.”

스탐이 주먹을 쥐어 두두둑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깡패들이 따랐다.


“이게 대체 얼마나 되는 거냐? 크크큭, 요번 해에는 정말 떼돈 만지는군.”

길시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궤짝안의 금은화를 주물럭거렸다. 그는 크로프란의 암흑가에서 케이튼과 쌍벽을 이루는 조직폭력단의 대장이었다. 케이튼이 무지막지한 힘 때문이라면, 그는 조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능력 때문에 부하들이 많이 따랐다.

콰쾅!

그때였다.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이지?”

깜짝 놀란 길시언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보았다. 감히 어떤 놈이 소란을 피운단 말인가? 케이튼이 사라진 지금,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다.

“헉.”

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목격한 순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수백 명에 달하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부하들이 모조리 바닥을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덥석

그때 누군가가 길시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너무도 빨라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았다.

“케켁!”

“네가 바로 블루문이라는 깡패집단의 두목이냐?”

길시언은 당장이라도 사내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무리 속이 깡패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용병단이라고 해야 하는 게 뒷골목의 불문율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전에 힘이 먼저였다.

“그, 그렇습니다.”

“한번만 말하겠다. 당장 깡패집단을 해체하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무, 무슨…….”

퍼억

그는 사내의 말을 번복한 대가로 한방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옥수수 몇 알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크으으.”

“이건 내 입을 귀찮게 한 대가다.”

사내는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이내 길시언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가 쥔 물건은 조그만 궤짝이었는데, 거기에는 자신이 평생 동안 모아놓은 금은보화가 있었다.

“이런 건 불쌍한 서민들에게나 필요한 물건이지.”

말을 마친 사내는 궤짝안의 금은화들을 창문바깥으로 쏟아 부었다.

촤르르르.

“안돼.”

거리에 깔려 있는 금은화를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본 길시언은 절규했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온 사내의 말은 더욱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저것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으으으, 도,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요?”

길시언이 몸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블리츠 용병단의 블리츠라고 한다.”


불과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크로프란의 암흑계에는 일대 혁명이 벌어졌다.

한 사내에 의한 암흑계의 통일!

혜성같이 돌연히 나타난 블리츠라는 이름을 가진 정체불명의 사내. 그는 케이튼보다 강했고, 길시언보다 조직관리능력이 뛰어났다. 그 둘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던 때에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절대자가 탄생한 것이다.

“오셨습니까, 형님!”

깊은 밤을 알리는 달빛 아래로 마법광구가 일렁이는 간판 밑이었다. 좌우로 죽 늘어진 깡패들이 자신들의 사이로 걸어오는 사내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사내는 약간 미남으로만 보일 뿐, 겉모습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실상 그는 길게 늘어선 이 떡대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인물이었다.

“블리츠 형님, 이제 오셨습니까? 어서 들어오시지요.”

술집에서 나온 간부급 깡패들이 깍듯이 모시며 블리츠라 불린 사내를 안으로 모셨다. 그는 충성스런 부하들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세계는 캄에덴과 다를 바가 없단 말이야.”

블리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그는 놀랍게도 스탐이었다. 두목의 부재로 해체위기에 빠져 있었던 케이튼 용병단을 빠르게 흡수한 그는, 곧바로 크로프란 최고의 조직이라 불리던 길시언 용병단을 접수했다. 아주 손쉽게 말이다.

이름을 바꾼 것은 당연히 검성을 의식해서였다.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머리도 붉게 염색했고, 얼굴도 조금씩 뜯어 고치고, 목소리도 예전과는 다르게 내고 있었다. 아지트에 있는 세리아만 아니라면 그들은 크로프란의 일개 뒷골목을 주름잡는 깡패 두목이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어서 들어가자.”

스탐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들어가자마자 깡패들은 질서정연하게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바로 블리츠 용병단 소유의 대형 술집이었는데, 오늘은 이 암흑계를 완전히 통일한 것을 축하하는 날이었다.

“위대한 블리츠 용병단의 번영을 빌며!”

“건배!”

커다란 테이블에 마주 앉은 깡패들이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술을 꿀꺽꿀꺽 넘기기 시작했다. 스탐도 그들의 장단을 맞추어 주기 위해 먼저 마셨다. 물론 도수가 그렇게 높진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맛은 나지 않았다.

“내가 이 자리에 모두를 모이라고 한건 단지 우리 용병단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스탐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 위압감이 얼마나 강했는지 좌중의 깡패들이 모두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한 얼굴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깡패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우리는 용병의 탈을 쓰고 죄 없는 서민들을 착취했다. 그것은 실로 쓰레기 같은 심보며, 날강도 같은 짓거리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우리들 블리츠 용병단은, 오늘부터 올바른 길을 걷기로 말이다.”

“올바른 길이라고 하심은?”

옆에 앉은 길시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용병단이 흡수당한 지금, 그는 스탐의 직속부하였다.

“앞으로 각 가계에서 세금을 거두지 않겠다.”

“맙소사!”

“아니,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파산입니다!”

깡패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흥분한 길시언이 소리쳤다. 그의 말은 옳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용병단의 주수입원은 바로 서민들의 혈세였다. 아무리 주먹이 판치는 이곳도 자금력이 있어야 돌아가는 법이었다. 스탐은 웃으며 보완책을 꺼내었다.

“자금문제는 별다른 걱정 없네. 바로 자네들이 서민들을 도와주면 되지 않은가?”

“네에?!”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깡패들이 경악했다. 갈취만 하던 이들을 이제부터 도와준다니, 주먹에 살고 주먹에 죽던 자신들이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린가?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생각이 없다면 내 용병단을 그냥 나가도 좋다. 하지만 다음에 나와 마주친다면 살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말은 한껏 불만을 가지고 있던 깡패들을 수그러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우두머리가 된지는 얼마 안됐지만, 블리츠라는 이름을 가진 눈앞의 사내는 절대자였다. 서민들의 일을 도와주는 건 죽어도 하기 싫었지만, 그의 눈앞에 나는 건 더 싫었다.

쾅!

그때였다. 술집의 문을 열고 일단의 사내들이 몰려왔다. 덕분에 스탐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깡패들이 모두 의자에서 일어섰다.

“웬 놈들이냐!”

길시언이 날카로운 어조로 외쳤다. 꼴을 보아하니 분명 자신과 같은 족속들로 보이는데, 그들은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우리는 지방에서 올라온 블랙캣 용병단이다!”

“호오, 그러셔? 왜 올라왔는데?”

스탐이 시큰둥한 어조로 물었다.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가 호탕하게 소리쳤다.

“여기 블리츠라는 놈이 그렇게 세다면서? 놈을 처치하고 내가 노른자위인 수도의 패권을 장악할 것이다.”

“웃기는군.”

사내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스탐의 눈엔 죽으려고 발악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의 의도는 잘 알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크로프란 암흑계의 중심지인 수도를 통일했으니, 그를 이기면 이곳의 주인은 자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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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6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2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5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8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3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9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9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1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300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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