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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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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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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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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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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36. 암흑계의 스탐(1)

DUMMY

원래 크로프란은 살기 좋은 나라였다. 젊은이들은 친절했고, 관리들은 청렴결백했으며 왕족들은 절개가 있었다. 무려 1000여 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이 나라는 국력은 가장 약했지만 지조는 있었다.

그런 나라가 언제부턴가 뿌리째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무도 느리고 조용해 언제부터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썩기 시작한 것은 아르티시앙교가 국교로 지정 되고나서부터였다.

성직자들은 원래 깨끗했다. 민생안정을 부르짖던 그들은 다친 자들을 치료했고 고아들을 데려다 키웠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평민들에겐 천사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그들을 타락시켰다. 점차 돈과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한 이들은 귀족에 빌붙어 호의호식했다. 아르티시앙의 힘도 귀족가의 귀한 자제들에게만 이용했고 치료비로 받은 돈을 이용해 세력을 불리기에만 급급했다.

평민들은 그들의 비리를 폭로했지만 권력의 힘 앞에선 보잘것없었다. 결국 젊은이들은 그 울분을 같은 평민들에게 자해했다. 크로프란에 유난히 용병단, 아니 폭력조직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클클클! 오늘도 기분이 좋구나!”

“그러게 말이야! 으하하하, 기분 좋다!”

아직 땅거미가 지지 않은 저녁. 벌써부터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거리를 활보하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크로프란의 뒷골목을 주름잡는 깡패들이었다.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상인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노략질하는 깡패 말이다.

치안대가 있었지만 그들은 낮에만 활동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이곳은 무법지대다. 깡패에게 돈을 뺏기면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시발, 술에 취하니까 여자 한번 품어보고 싶다.”

“그러게 말이야. 크히히히.”

“그런데 사창가 가 봤자 애들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

한 깡패의 말에 다른 이들이 수긍했다. 그러던 중, 한 깡패가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굳이 거기 갈 필요 없잖아. 아지트에 끝내주는 여자가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해?”

“아, 맞네.”

그제야 깡패들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아직도 잠에 빠져 있을 한 여자를 떠올렸다.

그녀는 엘프였다.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절대 볼 수 없는 그녀는 바로 자신들의 두목이 떠맡겨놨었다. 가만히 두고 있자니 왠지 아깝고(?) 건드려 보자니 무서운 두목이 생각나 지금껏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술에 취한 지금은 거칠게 없었다.

“좋아, 까짓 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지금 아니면 언제 엘프를 품어보겠어?”

“크크! 어서 가자!”

알코올에 자제력을 잃은 깡패들은 끓어오르는 성욕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음담패설을 쏟아내며 아지트로 향했다. 하지만 아지트에는 낯선 손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왔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내가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술에 취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가 바로 자신들의 두목을 이긴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응? 넌 또 뭐냐?”

“웬 놈이야?”

“이 새끼,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그들의 목소리는 거기서 끊어졌다. 곧 이어 무자비한 구타가 아지트 안에 울려 퍼졌다.

퍼퍼퍽!

금세 깡패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무려 다섯이나 되는 놈들이었지만 술에 취하니 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정신이 멀쩡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잘한다, 이 자식들아. 저녁부터 술 먹고 돌아다닌다니 한심한 줄 알아라.”

말을 마친 스탐이 엎드려 뻗쳐있는 깡패들의 머리를 차례로 때렸다.

“자,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감히 형님을 몰라 뵙고…….”

“형님은 무슨 얼어 죽을 형님. 그나저나 너희들 아까 뭐라고 그랬지? 엘프를 뭐 어쩌고저째?”

그제야 얼굴이 백짓장이 된 깡패들이 부르르 떨었다. 겁을 집어먹으니 술기운도 확 달아났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자식들, 지네들이 잘못한건 잘 아네.”

스탐은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 나서 본론을 꺼냈다.

“케이튼은 지금 사정이 있어서 5년 동안 볼 수 없을 거다. 그래서 내가 녀석 대신 너희들의 대장이 되기로 했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당연히 이의가 있을 리 없었다. 씨익 웃던 스탐은 이내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따져보았다.

바르자드가 인간이 되어 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던 스탐은 바로 인간으로 활동하면서 크로프란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일이 바로 크로프란의 뒷골목을 정리하기 위해 케이튼의 패거리를 흡수하는 일이었다. 빈둥빈둥 놀면서 주민들의 주머니나 뜯어가는 이들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면 크로프란 시민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을 것은 불보듯 뻔했다.

‘뭐, 머리에 든 게 없는 깡패들에게 먹히는 건 이거밖에 없겠지.’

스탐이 꾹 말아 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깡패는 주먹으로 먹고 사는 놈들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강하면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다른 놈들 다 데리고 와!”

“예!”

스탐의 불호령에 깡패들은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케이튼의 패거리들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보여줬던 자신의 무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을 테니까.

“으으음…….”

그때 세리아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세리아.”

세리아에게 다가간 스탐은 천천히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무척 뜨거웠다.

“가지 마. 가지 마, 제발…….”

그녀는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있는 듯했다. 연신 허공에 손을 흔드는 게 그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 없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건가?”

스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리아를 지켜보았다.

“안돼!”

세리아가 이내 소리를 이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다. 엘프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땀이 많았다. 그것은 그녀가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깨어났어?”

“악몽을 꿨어.”

“하긴, 그렇게 심한 고문을 받았으니까…….”

스탐은 세리아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몸에는 아직도 고문을 받은 상처 자국이 역력했다.

“당분간 여기서 쉬고 있어. 밖으로 나가지 말고. 혹시 놈들이 널 찾을지 모르니까.”

스탐은 검성을 따돌리고 도망치던 때를 떠올렸다. 염령의 반지와 헬 팬텀 덕분에 가까스로 도망갈 수 있었지, 그 둘이 없었다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그런 그가 이곳을 조사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스탐이 검성과 만난 곳은 크로프란이지 않은가? 물론 스탐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을 루세리안 제국의 비밀 병기로 오해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인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엘프는 흔치 않으니 세리아가 걸리면 끝장이야.’

그녀에겐 미안했지만, 밖으로 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스탐의 내심을 알아서였을까? 세리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도 내가 지금 나가면 위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너, 배 안고프니? 그때 기절한 뒤로는 한번도 깨지 않았다면서?”

스탐이 깡패들이 한 말을 상기하며 물었다. 그녀는 손을 배에 얹히더니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배고프다. 먹을 것 좀 줘.”

“실은 나도 배고파. 그런데 먹을 게 없어.”

둘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얘기하자면 길어.”

스탐은 세리아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얘기해 주었다. 물론, 캄에덴에서의 일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구나. 여기가 크로프란이구나.”

세리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왠지 슬퍼 보여 스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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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7. 종교전쟁(2) +12 05.06.18 4,498 5 8쪽
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5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9 5 9쪽
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4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1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6 5 9쪽
110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4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8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5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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