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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다크슬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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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26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6.07 07:00
조회
4,310
추천
6
글자
9쪽

35. 지온의 찬탈전(4)

DUMMY

끼이이익.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굳게 닫혀져 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칠갑을 한 뱀파이어들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극도의 쾌락을 만끽한 탓인지 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로드, 어서 가시지요.”

바라크만이 피를 뒤집어쓴 채 비틀거리는 아이슬로너를 부축하고 있었다. 다크 나이트 마스터인 그는 블러드 샤워의 폭풍이 휩쓸고 간 무도회장 안에서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서 로드를 호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는 파티를 즐기지 않은 모양이군.”

그때 로드가 스탐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상이 아닐 텐데도 목소리는 뚜렷했다.

“사정이 있어서.”

“후후후!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단한 파티를 즐기는 정도의 센스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

“그럼 가지, 바라크만. 짜릿했던 피도 이제는 찝찝하군.”

그 말을 끝으로 아이슬로너는 바라크만과 함께 어디 론가로 사라져갔다. 그들의 실루엣을 한참 보고 있던 스탐은 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문에서 뱀파이어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아직 지온은 보이지 않았다. 스탐이 투덜거렸다.

“놈. 단단히 맛이 간 모양이군.”

과연 스탐의 예상대로였다. 지온은 맨 마지막에 나온 것이다. 뱀파이어 여성으로 보이는 핏덩이를 안은 채로 말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지온이 파트너의 얼굴을 핥으며 큭큭거렸다. 스탐이 그런 그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내일 싸울 생각은 있냐?”

“물론이다.”

지온의 목소리는 아이슬로너와 마찬가지로 한 치의 더듬거림도 없었다. 그 점을 상기한 스탐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정말 싸울 거냐? 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크크큭! 지긴 누가 진단 말이냐?”

“그럼 천하의 배틀 마스터를 이길 방법이라도 있단 말이야?”

스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이 불가능한 절대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 사항을 제외하면 절대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방법? 간단하다.”

말을 마친 지온이 한 팔을 뻗었다. 버서커 특유의 예리한 다섯 손톱이 고요한 암흑 속에서도 번들거렸다. 스탐은 그것을 몇 번이고 계속 봐 왔다.

하지만 잠시 후, 스탐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크크큭, 어떠냐?”

“맙소사. 말도 안돼…….”

스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지온의 손톱에는 짙은 흑강이 서려있었는데, 그 주위에는 찬란한 금빛이 주위를 감싸며 어른거리고 있었다.


찬탈전은 뱀파이어 로드가 죽지 않는 한 왕위를 이어받을 유일한 수단으로 보통 등극한지 30년 후부터 허용되며 5년에 한번씩 치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도전자가 없다면 그 이후에 찬탈을 신청한 도전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시간을 정할 수 있었다.

지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몇 년 만의 찬탈전인지 모르겠군.”

스탐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관중석을 둘러보았다. 스탐이 앉아 있는 곳은 관중석의 제일 앞줄이었다. 물론 그것은 힘의 논리에 따른 대가였다. 그리고 사실 찬탈전을 벌일 때 불똥이라도 튀면 스탐 같은 실력자가 앞줄에 있어야만 했다.

“빨리 왔네.”

바로 옆에서 다이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케이튼도 옆에 함께 있었다.

“훗, 당연한 거 아니냐. 생애에 단 한번일지도 모르는 구경거리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

“무슨 소리야? 일방적인 경기일 텐데.”

다이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스탐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어감이 이상했나보다. 확실히 말해줘야 할 것이다.

“지온 저 자식, 배틀 마스터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뜬금없는 소리에 다이어가 황당한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스탐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선 표정이 굳었다.

“저, 정말이냐?”

“어제 내가 똑똑히 보았어. 놈의 일렁이는 골든 다크 오러를. 물론, 놈이 이기길 바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말했으면서도 스탐은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아마도 지온이 무슨 대형사고를 터뜨릴지 모르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만 해도 라윈을 손쉽게 이기고 버서커 마스터가 되었지 않은가?

“그나저나 다이어, 케이튼은 어때?”

“케이튼? 아, 이 녀석 말이야?”

다이어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케이튼을 가리켰다. 그는 대번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말 인재더군. 말을 들어 보니 귀족출신인데도 아직까지 기사 작위를 못 받은 것 같은데, 정말 크로프란도 썩었어. 이런 녀석을 썩혀두다니.”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 그래.”

“뭔데?”

“사투리, 외모.”

“아, 그렇겠군.”

다이어가 손 사레를 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투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모는 무슨 소리야?”

“녀석이 몇 살 정도로 보이냐?”

“음, 대충 30대중후반 정도?”

뱀파이어의 말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망정이지, 아마 케이튼이 들었더라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탐은 웃으며 손가락 두개를 올렸다.

“1년 후면 20살이다.”

“말도 안돼.”

다이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케이튼을 응시했다. 갑자기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케이튼은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이야. 녀석은 그것 때문에 왕립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도 떨어졌대.”

“으음…….”

다이어가 헛기침을 하며 상념에 잠겨들었다. 아마 스탐보다 그가 더 놀랐을 것이다. 그도 한때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도달하는 게 얼마나 빠른 성취인지 잘 아니까. 하지만 잠시 후, 스탐은 다이어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케이튼은 장난이야. 유에센 제국에는 소드 마스터 부녀가 있어. 아버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고, 딸은 케이튼이랑 동갑이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직접 만나 봤거든.”

좋은 의미에서의 만남은 아니었기에 스탐은 이를 갈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다이어는 케이튼을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이 녀석을 나한테 맡겼는지 알 것 같아.”

피식 웃은 스탐은 경기장으로 시선을 옮기며 조용히 한 마디를 던질 뿐이었다.

“녀석을 잘 부탁해.”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찬탈전이 시작되었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을 바탕으로 좌우측에서 나온 두 뱀파이어들이 딱딱한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시작이로군.”

다이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스탐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캄에덴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두 뱀파이어를 응시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지온은 항상 나를 앞서고 있군. 간신히 따라잡았나 싶었는데 이제는 배틀 마스터냐…….’

[하지만 지온과 실전에서 맞붙으면 네가 이기잖아?]

오랜만에 카스턴이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스탐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래, 네 말대로야. 마그마 블레이드를 사용한다면 지온은 물론이고, 아이슬로너까지도 노려볼 수 있겠지. 천하의 검성도 물리쳤으니까. 하지만 나도 뱀파이어야.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서 검이라면 모를까, 그걸 쓰진 않을 거야. 뱀파이어들과 싸울 때는 무조건.’

[그러냐? 그럼 어쩔 수 없군. 나 참…뱀파이어들은 이해를 못하겠어.]

투덜거리는 카스턴을 뒤로 하고, 스탐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을 응시했다.

“후후후, 난 네가 언젠간 먼저 찬탈전을 걸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온.”

“크크큭, 단지 아는 것뿐입니까.”

지온이 특유의 광기 어린 목소리로 아이슬로너에게 대꾸했다. 아이슬로너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런데, 뭘 믿고 찬탈전을 걸었는지 이유나 알아볼까? 배틀 마스터가 아닌 이상에야 개 작살이 날 것은 캄에덴에 돌아다니는 쥐새끼도 아는 사실인데.”

적나라했지만 사실이었다. 아이슬로너가 배틀 마스터가 된 이후 단 한번도 찬탈전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 사실을 증명시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온은 뱀파이어 로드의 궁금증을 화끈하게 해소시켜 주었다.

“이, 이럴 수가!”

순식간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고위급 뱀파이어들도 경악하는 빛이 역력했다. 지금 지온의 온몸은 금빛을 띈 다크 오러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가르쳐 주는 바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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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제야 예전분량을 넘어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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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6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8 5 12쪽
»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6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4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0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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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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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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