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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24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5.29 20:03
조회
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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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34. 탈출(2)

DUMMY

어둠이 깔려있는 밤거리를 세 남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20대 안팎으로 보이는, 금발의 귀공자풍 소년과 분홍색 머리칼이 귀여운 외모와 조화를 이루는 소녀. 마지막으로 그들과는 대조적인 30대 후반의 투박하게 생긴 사내.

“오늘 참 재밌게 놀았어.”

“내도 재밌었다.”

환하게 웃는 샤이나를 보며 케이튼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단테스는 그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재밌기는 개뿔이.”

“헤에, 단테스 너, 또 질투하는 거니? 그만 좀 해라 제발.”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단테스가 샤이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홍당무가 된 얼굴을 보면 별로 신빙성은 없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밤도 깊었응께 들어가 봐야 안 되나?”

“응. 그래야지.”

샤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륜드라 시의 가로등이 거리를 환하게 비춰서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밤이 너무 깊었고 셋 모두 졸리는 상태였다.

“그럼 잘가그래이.”

걸음을 멈춘 케이튼이 샤이나와 단테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왜? 같이 여관에 가지 않고.”

샤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케이튼이 씩 웃었다.

“행님을 찾아봐야 된다.”

“그 스탐이라는 사람? 아서라. 지금쯤이면 그 엘프 레이디와 함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그래도 행님이다.”

“알았어. 네 맘대로 해라. 네가 빠지면 나야 좋지, 뭐.”

단테스가 씩 웃으며 샤이나의 손을 잡았다. 샤이나는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케이튼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잘 가. 괜히 그 두 사람 잘 노는데 훼방 놓지 말고.”

“어. 나중에 또 보재이.”

그렇게 셋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케이튼은 점점 멀어져 가는 둘은 바라보았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가고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벌써 마음을 단단히 굳힌 상태였다.

“하기야 내보단 단테스 놈이 더 어울리재.”

케이튼은 눈시울을 붉히며 과거를 떠올렸다. 케이튼은 소꿉친구 때부터 샤이나를 놓고 단테스와 서로 티격태격 거렸을 정도로 그녀를 좋아했다. 하지만 7년 전 치렀던 왕립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비극을 맛본 뒤, 그는 지금까지 그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수석을 밟고, 유학까지 온 그 둘이 어떤 관계로 성장했을지는 케이튼이 모를 리 없었다.

‘이 연령을 무시하는 병신같이 생긴 껍데기 때문에!’

화가 난 케이튼이 애꿎은 벽을 때리며 울분을 풀었다. 자신은 불과 12살의 나이에 소드 비기너가 된 신동이었다. 하지만 사투리와 외모. 단 두 가지가 자신을 모든 몰락귀족들의 꿈이자 출세의 길이나 다름없었던 왕립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거기서 얻은 좌절이란 상상을 초월했기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강해지기 위해 스승과도 같은 아버지 밑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술에 매진했다.

천부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데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기에, 그는 치열하게 수련했다. 그 결과가 바로 열다섯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케이튼은 크로프란의 왕실의 전 실태에 대해 극도로 실망한 상태였다. 아버지가 수도로 가서 기사가 되라고 떠밀었지만, 그는 오히려 골목길을 전전하며 깡패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런 자신을 갱생시킨 게 바로 스탐이었다. 그는 비슷한 연배에선 이길 자가 없다고 장담하던 자신을 보기 좋게 눌러버렸다. 그것은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라면 반드시 내 꿈을 이루게 할 수 있을 거다!’

스탐에게 패배하는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케이튼은, 그때부터 그의 하수인을 자처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따라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이 현실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음?”

그때였다. 앞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오자 깜짝 놀란 케이튼이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깊은 밤에 도대체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케이튼이 인기척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터벅 터벅 터벅

“빨리 걸어!”

한 사내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많은 수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케이튼은 보았다. 홀리 키퍼 50여명이 누군가를 밧줄로 묶어 끌고 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엘프였다.

‘무슨 일이지? 왜 엘프들이 저 꼴로…….’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궁금증은 더욱 깊어만 갔다. 엘프들은 아르티시앙을 떠받드는 나라에선 아예 귀빈으로 모시는 자들이다. 그리고 유에센 제국은 아르티시앙교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가고 있는 엘프들이라니? 아르티시앙교의 독실한 신자가 봤다면 경을 칠 노릇이었다.

‘응? 저 엘프는…….’

하지만 케이튼의 시선은 어느새 한 엘프 여성에게로 집중되었다. 비록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들과 동행했고, 스탐과 함께 데이트를 갔던 바로 그 엘프였다.

‘세리아라고 했던가? 저 아가씨가 왜 놈들에게 끌려가고 있지? 형님은 어디 있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기다려 보자.’

결국 케이튼은 홀리 키퍼의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었다. 워낙에 깊은 밤인지라 그들이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알 카스턴의 무덤에서 뜻밖의 수확한 스탐이 륜드라에 돌아왔을 때는 밤이 새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가로등은 다 꺼져 있었고,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물론 뱀파이어인 그가 활동하기엔 가장 최적의 시간이었다.

“역시 뱀파이어는 밤에 돌아다녀야 한다니까.”

달빛을 바라보던 스탐이 씩 웃었다. 그동안 검성의 눈치를 보느라 인간의 생활방식을 철저히 맞추느라고 애 먹었다. 하이 배틀러가 된 그라도 인간 세계의 햇빛이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라, 왠 인간이지?”

스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앞에서 걸어오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부유한 륜드라 시였기에 노숙자가 있을 리 없었다. 거기다 새벽에 돌아다니는 건 인간 세계의 어느 나라든 금지되어 있었다.

“케이튼?”

뱀파이어의 시력으로 금세 상대가 누군지를 알아챈 스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 행님!”

“너 안자고 뭐하냐?”

“행님 찾는다고예.”

“무슨 소리야?”

케이튼과 대화를 나눌수록 이해가 더 안 되는 스탐이었다.

“어제 밤에 엘프들이 잡혀가던데, 그 세리아라는 아가씨도 있더라고예. 그래서 행님한테 알린다고 하루 종일 돌아댕겼습니더.”

“뭐라고!?”

스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무사히 빠져나간 줄로만 알았는데 당일 날에 잡혀 들어갔다니?

“당장 황궁으로 가야겠군.”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던 그녀다. 다른 엘프들은 왜 잡혔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론 자신 때문에 잡혀 들어간 게 아니던가.

“해, 행님! 좀 천천히 가이소!”

전속력으로 뛰어가던 스탐을 보고 기겁한 케이튼이 허겁지겁 달리며 그를 뒤따랐다.

‘기다려, 세리아…….’

뱀파이어의 두 눈에서는 한 엘프 여성을 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유에센 제국의 황성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웅장함과 화려함 그 자체다. 타국에서 온 고관대작들마저 도시에 온 시골 촌놈 마냥 감탄을 퍼부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외관의 아름다움과는 대조적으로 황궁의 내부는 추악한 단면이 상당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지하 고문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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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37. 종교전쟁(1) +12 05.06.17 4,605 7 8쪽
123 36. 암흑계의 스탐(5) +9 05.06.16 4,52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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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1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6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8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0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2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6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6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4 6 8쪽
112 34. 탈출(4) +7 05.05.31 3,980 5 8쪽
111 34. 탈출(3) +6 05.05.30 3,985 5 9쪽
» 34. 탈출(2) +8 05.05.29 3,909 4 8쪽
109 34. 탈출 +9 05.05.28 4,064 5 8쪽
108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5) +8 05.05.27 4,052 5 8쪽
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7 6 8쪽
106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3) +7 05.05.24 3,947 5 10쪽
105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2) +9 05.05.23 3,932 5 8쪽
104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1) +9 05.05.22 4,197 4 8쪽
103 32. 재회(4) +10 05.05.20 4,198 5 10쪽
102 32. 재회(3) +9 05.05.19 4,155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1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8 5 9쪽
99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4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0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299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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