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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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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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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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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DUMMY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지하라니!’

“여기는 크로프란 왕궁의 비밀지하. 이 엄청난 계획의 장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을 축하하네. 참고로 여기는 나 이외의 어떤 인간도 모르는 곳이지.”

묘한 뉘앙스가 풍기는 말에 스탐이 턱을 매만졌다. 자기 말고 아무도 모른다면 이 엄청난 크기의 지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질문을 하면 할수록 궁금증만 더 늘어나는군.’

스탐은 한숨을 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벽의 곳곳에 붙어 있는 횃불이 아니더라도 긴 길이 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거기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 자는 누구죠?”

“이 계획의 주모자중 한명이지.”

스탐은 그 정체불명의 인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세월의 연륜이 가져다 준 흰머리와 주글주글한 얼굴. 그리고 검은 로브. 그는 분명히 노마법사였다. 하지만 상대의 피부가 유난히 까맣고,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스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랜만이네, 스탐. 그때 이후로 처음 보는구먼.”

“바, 바르자드님!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놀랍게도 노마법사의 정체는 60년 전 자진해서 다크 매지션을 나와 행방불명이 된 바르자드였다. 블러드 워 당시 같이 싸웠던 적이 있었던 터라 스탐은 그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걷지.”

“아, 예.”

워낙 당황스러웠지만 스탐은 왕과 함께 그를 따라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식은 들었네. 카오틱 무투대회의 우승자가 되고, 하이 오크들을 격파한 뒤 언데드들과의 싸움에선 로드까지 구했다면서? 참 대단하이.”

“그건 그렇습니다만.”

스탐이 어깨를 으슥했다. 사실 지온을 이긴 건 운이 좋았던 것이고, 하이 오크들을 완전히 처치한 것은 카시안이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점점 쌓이고 있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더 시급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아네. 로드는 다짜고짜 크로프란에 가라고 하고, 왕궁에 들어오니 왕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런 곳에 데려오다니. 나 같아도 궁금해 미치지.”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서두를 필요 없네.”

바르자드는 껄껄 웃으면서 스탐에게 한 가지 물었다.

“자네, 마갑기를 아는가?”

“물론입니다.”

100여 년 전에 정탐도 갔었던 자신이 인간들이 가진 최종병기인 마갑기를 모를 리 없었다. 더군다나 그때 당시에 한 차례 붙어본 적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워낙 뜬금없는 질문이었기에 연신 고개만 갸웃거리는 스탐이었다.

“마갑기가 인간들에 만들어진 지도 250년이 넘었다네. 뱀파이어 일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정도 시간만으로도 마갑기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지. 인간들의 손에 의해서. 지금에 이르러선 기갑기와 마갑기라는 두 종류로 구분까지 해놓았더군. 아마 기갑기 한대만으로도 웬만한 배틀러는 당해내지 못할 거라네.”

“정말이십니까?”

스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뱀파이어 로드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 않은가? 하지만 바르자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계획에 참여한, 나와 아이슬로너를 비롯한 뱀파이어들은 한 가지 작전을 구상했지.”

“한 가지 작전?”

“작전명은 쉐도우 컨트롤이라네.”

“쉐도우 컨트롤? 그렇다면 설마…….”

스탐은 그제서야 아이슬로너의 계획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몰랐기에 눈짓을 주며 바르자드에게 설명을 촉구했다.

“인간을 이용해 인간을 정복하는 작전이라네. 우리들은 벌써 200여 년 전에 이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지. 바로 그때, 크로프란의 왕을 우리의 동반자로 만들어 놓았으니까 말이네.”

“동반자라고요?”

스탐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르자드와 왕을 번갈아보았다. 크로프란은 뱀파이어들과 상극인 아르티시앙교의 힘이 강한 나라이다. 숙주로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동반자라니? 약간 어휘가 맞지 않은 것 같았다. 바르자드도 그 사실을 잘 아는 지 곧바로 설명해 주었다.

“크로프란은 오랫동안 인간 세계의 약소국이었네. 이웃의 고만고만한 왕국인 제피스트의 무력에도 벌벌 떨 정도로 말이지. 우리는 밤중에 몰래 왕궁에 잠입해 왕과 계약을 맺었지. 물론 장기적인 계약이었기 때문에 항상 왕위계승자에게 미리 약간의 세뇌를 가했지.”

“그렇군요.”

스탐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도 전생에서 약소국이 가진 설움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힘을 가져다준다고 하면 상대가 아무리 뱀파이어라도 막무가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를 왜 동반자로 정했습니까? 유에센 같은 나라라면 충분히 인간 세계를 한바탕 휘저을 수 있을 텐데…….”

“약하기 때문에 정한거야.”

약간은 모순적인 말이었지만, 스탐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유에센 제국을 이용한다는 건 과유불급이었다. 황실에 포진한 소드 마스터만 30명에 달하며, 뱀파이어들에게 위협적인 성직자들도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크로프란도 아르티시앙의 힘은 강했다. 하지만 신앙의 힘과 권력의 힘은 다르다. 유에센의 성직자들이 고결한 신앙심을 가졌다면, 크로프란의 성직자들은 부패한 권력욕을 가졌다. 애초에 신성력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로 어떻게 인간 세계를 정복한다는 겁니까?”

“그건 이제부터 자네가 해결해야 할 과제야.”

“?”

“왜냐면 자네는 인간계를 침공할 뱀파이어 원정군의 대장이 될 몸이니까.”

“뭐라고요?!”

스탐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만큼 그가 한 말은 뜻밖이었다. 그저 아이슬로너의 계획에 쓰일 것으로만 여겨졌던 자신이 원정대의 대장이라니?

“왜 하필 접니까? 서열만 따지면 제 위로 여섯 아니, 로드까지 합하면 칠곱이나 되잖아요!”

“단순히 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조건이었다면 벌써 로드가 나섰지. 하지만 넌 다른 뱀파이어들과는 다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성장속도는 물론이고, 인간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지. 인간을 정벌하려면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되지 않겠나?”

“드,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자신만큼 대장에 적합한 인물도 없었다. 사실 소년단 시절에 가출한데다, 인간세계 정탐령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뱀파이어는 그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뱀파이어들은 인간들을 벌레취급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100여 년 전에 정탐을 갔던 게 바로 자네로군. 드래곤 하트의 행방에 대해 궁금하지 않나?”

“아!”

스탐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드래곤 하트를 인간들에게 주라는 아이슬로너의 명령. 정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 동행했던 자들이 바로 크로프란인들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이곳에?!”

“바로 맞췄네.”

척.

바르자드는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스탐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곤 조용히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곳에는 한 쇳덩어리가 있었는데, 이족보행의 형태를 띈 것이 마치 인간을 거대화시킨 것만 같았다.

그 강철의 거인은 실로 거대했다. 두 발 위의 굵직한 다리는 마치 견고한 철옹성을 보는 것 같았고, 몸통은 중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출구역할을 하는 머리는 빼어난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었고 이마에 달린 한 개의 길쭉한 뿔은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검 마냥 날카로움을 한껏 과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수백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라네. 흑마술의 파괴력과 원소마법의 조화력이 한데 어우러진 최강의 마갑기! 이름은 프로즌 카이져라네. 탑승자는 바로 자네지.”

“맙소사! 이걸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스탐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갑기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인력을 요구하는 자원의 결집체다. 더군다나 심장과도 같은 마나 스톤의 가격은 적어도 마갑기 자체의 반에 해당한다. 크로프란과 같은 약소국의 몇 년 치 예산을 들여도 만들까 말까할 것이다.

“캄에덴에는 인간들이 눈독을 들이는 광물자원이 수없이 많지. 그거면 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고, 인력을 구하는데 조금 애먹었지. 기술자들이야 세뇌를 시켜서 어찌할 수 있었지만 마법사들은 힘들었으니까. 마갑기 제작에 미친 마법사들을 구하는 데에만 수십 년이 걸렸다네.”

“그렇군요.”

스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갑기를 제작하는 마법사들도 대장장이들처럼 일종의 장인정신이 있어서, 그것을 만들게 되면 동업자가 어떤 국적이든 어떤 종족이든 개의치 않는다. 말 그대로 미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스 엔진과 마나 스톤도 캄에덴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만드셨습니까?”

“아까 내가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묻지 않았던가?”

바르자드는 오히려 반문했다. 전혀 상관이 없는 말 같았지만 잠시 후, 스탐의 눈에 파문이 일었다.

“그렇다면?!”

“맞네. 프로즌 카이저의 마나 스톤은 드래곤 하트지.”

[그럴 수가!]

스탐보다 놀란 것은 그 물건의 주인이었다. 카스턴의 어조는 몹시 당황스러워 보였다.

[내 드래곤 하트가 하찮은 인간들의 장난감 따위에 쓰이다니…….]

‘어차피 넌 더 이상 드래곤이 될 수도 없는 몸이잖나. 진정해.’

그렇게 카스턴을 위로해준 스탐은 새삼 눈앞의 마갑기가 얼마나 강한지 실감이 났다. 드래곤 하트를 주동력원으로 삼은 마갑기라니? 보통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간을 보면 기갑기는 길어봐야 한두 시간, 마갑기는 세 시간 정도로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놈이라면 반나절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포스 엔진은 150년 이상 숙성시킨 트윈 헤드 오우거의 브로큰 스톤이라네. 아마 자네 덕분에 얻은 물건이었지.”

“아!”

스탐은 대번에 소년단 시절, 셀리온에서 루시리아와 함께 인간들을 도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쓰러뜨렸던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를 생각나니 아픈 기억만이 떠올랐다.

‘쥬드…….’

자신으로 인해 지온에게 죽은 비운의 소드 마스터. 스탐은 매번 그를 생각할 때면 죄책감부터 들었다. 비록 절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환생해서 처음으로 교감을 나누었던 인간인 만큼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이것만으로도 인간 세계를 정복하는 게 불가능한건 사실이잖습니까.”

하지만 계속 그에 대한 죄책감만 떠올릴 순 없었기에, 스탐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당연하지. 이 괴물이 아무리 날뛰어도 유에센 제국은 기갑기만 백대를 넘어선다네. 거기다 흑마술이 내장된 데다 겉에 아나만디움 코팅처리까지 해놓았으니 함부로 꺼낼 수도 없다네.”

“그럼 어쩌실 겁니까?”

스탐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마 바르자드는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 자신만만한 미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머지않아 유에센과 차르니아, 루세리안 간의 2차 제국전쟁이 벌어진다네. 우리는 그때를 노려야 해. 유에센이 아무리 1차 제국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뒤로 초강대국이 되어 있다고 해도 연합해서 들어올 두 제국을 쉽게 이길 순 없을 테니까.”

“아, 그렇군요.”

스탐은 쉽게 이해가 갔다. 이를테면 어부지리인 것이다. 인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세 제국이 치열하게 치고 박은 뒤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캄에덴이 원정을 간다. 이거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내 예상대로라면 전쟁은 대충 4, 5년 후에 벌어질 거야. 그때쯤이면 프로즌 카이져도 완성되어 있겠지. 겉면에 방어마법진만 그려 넣으면 끝이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그때까지 전 뭘 해야 합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던 스탐이 물었다. 바르자드는 웃으며 검지를 치켜세웠다.

“한명의 인간이 되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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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36. 암흑계의 스탐(4) +13 05.06.14 4,367 5 8쪽
121 36. 암흑계의 스탐(3) +13 05.06.12 4,345 5 8쪽
120 36. 암흑계의 스탐(2) +12 05.06.11 4,382 5 9쪽
119 36. 암흑계의 스탐(1) +12 05.06.10 4,697 5 8쪽
118 35. 지온의 찬탈전(5) +13 05.06.08 4,609 5 12쪽
117 35. 지온의 찬탈전(4) +11 05.06.07 4,311 6 9쪽
116 35. 지온의 찬탈전(3) +13 05.06.06 4,403 5 8쪽
115 35. 지온의 찬탈전(2) +9 05.06.05 4,397 5 8쪽
114 35. 지온의 찬탈전(1) +11 05.06.03 4,507 5 8쪽
113 34. 탈출(5) +9 05.06.02 4,14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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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33. 미행자를 동반한 데이트(4) +8 05.05.25 3,958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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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32. 재회(3) +9 05.05.19 4,156 5 10쪽
101 32. 재회(2) +9 05.05.18 4,252 5 8쪽
100 32. 재회(1) +10 05.05.17 4,419 5 9쪽
»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3) +12 05.05.16 4,225 5 12쪽
98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2) +11 05.05.15 4,131 5 9쪽
97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10 05.05.14 4,300 6 10쪽
96 30. 언데드들과의 사투(4) +11 05.05.13 4,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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