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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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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66

작성
05.05.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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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 밝혀지는 계획의 전모

DUMMY

[K.C. 4418년 5월 2일]

천상의 달빛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는 캄에덴의 수도 레버쿠젠. 인간의 도시였다면 응당 잠잠해야 할 이곳에는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나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들은 본래 밤에 활동하는 종족이었으니까.

“세상이 바뀌어도, 시간이 흘러도 달은 그대로구나.”

은은한 달빛에 매료되어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뱀파이어가 있었다. 하늘에는 별빛도 무수히 깔려 있었지만 달빛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뱀파이어는 태양을 싫어하며, 다른 모든 빛을 싫어한다. 하지만 달빛은 예외다. 어둠의 기운을 풍기는 이 모순적인 빛을 그들은 한없이 사랑했다.

“자아, 그럼 이제 가보실까.”

스탐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지금 뱀파이어 로드의 부름을 받아 혈왕성을 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왜 나를 부른 거지?’

단언하건데 언데드들과의 전투에서 활약한 것에 대한 포상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공식적으로 치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몰래 부른 상태였다.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대충 짐작 가는 것도 없었기에,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스탐은 뒤이어진 다른 화제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다수의 뱀파이어들이 어디 론가로 몰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 지금 다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아직 못 들으셨나보군요. 요 근방에 있는 브로이튼 결투장 아십니까?”

스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브로이튼 결투장이라면 캄에덴의 세 번째 배틀 마스터 브로이튼 키드가 만든 결투장이었다. 그만큼 유서깊은 곳이었기에, 매번 고서열의 뱀파이어들간의 대결이 끊이지 않는다.

“조만간 그곳에서 결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큰둥한 어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열 7위―비록 지온을 이겼긴 하나 오대패자가 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아, 7위에 자리매김 되었다.―의 하이 배틀러인 자신에게 웬만한 결투는 관심사도 아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스탐은 이번 결투가 웬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열 6위의 지온과 4위의 라윈이 맞붙는 싸움입니다. 어쩌면 버서커 마스터가 바뀔지도 모르죠.”

“!”

스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만큼 지금의 대결은 대형사건이었다.

“비켜!”

방금전만해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스탐은 어느새 뛰어가는 뱀파이어 대열에 합류했다.


결투장안은 매우 시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조만간 결투장안에선 엄청난 거물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정말 기대되는 군.”

스탐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아마 그뿐만 아니라 다른 오대패자들도 마찬가지리라. 다크나이트나 버서커와 같은 강력한 집단의 마스터의 자리가 바뀌는 것은 뱀파이어 로드가 바뀌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즉, 뱀파이어 로드 찬탈전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인 것이다.

“와, 왔다!”

터벅 터벅 터벅

한 뱀파이어의 외침과 동시에 경기장 위로 두 명의 뱀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붉은 두 눈동자에 거대한 덩치. 양 손에는 칼날 같은 손톱들.

“크, 예상은 했다만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구나 지온.”

“크크큭. 당신은 언젠가는 넘어야 된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버서커가 아니랄까봐 둘은 특유의 광기어린 웃음을 섞으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관중들은 떨고 있었다. 하이 배틀러급의 버서커들이 벌이는 희대의 전투! 그 박력 넘치는 전투가 기대되지 않는 다면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제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덤벼보시죠. 조무래기들이 보고 있습니다.”

“나도 바라는 바다! 네놈에게 이 자리를 뺏길 수는 없지!”

말을 마친 라윈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결투장에는 심판도, 사회자도 없었다. 그냥 선수들의 합의에 따라 결투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콰앙! 채채챙!

양쪽의 괴물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맞붙음과 동시에 다크 오러를 머금은 그들의 손톱이 허공을 수놓았다. 쉴 새 없이 휘두르는 20개의 날들은 상대의 피를 뿜어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치익―

“큭.”

기세싸움의 패자는 놀랍게도 라윈이었다. 지온이 간발의 차이로 라윈의 어깻죽지를 손톱 끝으로 베어버린 것이다.

“아직이다!”

흘러나오는 핏물에도 불구하고 라윈은 다시 지온에게 달려들었다. 그 움직임이란 가히 맹수의 본능적인 몸놀림과도 같았다. 그런데도 지온은 웃고 있었다.

스아아악.

풀 다크 오러를 먹인 라윈의 양팔이 좌우에서 지온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은 지온의 블러드 크로스 업과 유사했다. 물론 버서커들은 기술이 모두 비슷하다. 결국 원류는 같은 것이다.

차차창!

마치 금속들의 비명과도 같은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큼 버서커가 휘두르는 손톱들의 파괴력이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살을 가르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리키는 바는 충격적이었다.

“이럴 수가!”

라윈은 믿을 수 없었다. 피분수를 흩뿌리며 바닥에 드러누울 줄 알았건만, 지온은 멀쩡히 서있었다. 막을 수 있는 자가 손꼽힌다는 그 일격을 막은 채!

“크크큭.”

지온의 웃음소리가 그토록 소름끼칠 수 없었다. 순간, 그의 머리가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퍽!

“으으.”

뇌리를 진동시키는 충격에 라윈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그것은 현 버서커 마스터의 패배로 이어졌다!

촤아아아아악!

살갗이 길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진홍빛 잉크가 여름날의 분수처럼 하늘을 향해 작렬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내 넓게 퍼져 대회장 바닥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쿵!

긴 손톱을 가진 거구의 뱀파이어가 육중한 몸뚱이를 늘어뜨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의 상체에는 다섯줄의 생체기가 양대각으로 그어져 있었다. 새빨간 피와 함께.

“맙소사. 지온이 이기다니!”

“저, 정말 괴물이야.”

치열한 싸움을 예상했었건만, 버서커 찬탈전이 도전자의 압승으로 끝나자 관객들은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 점은 스탐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돼. 라윈 같은 상대를 저렇게 쉽게 이겨?”

어안이 벙벙했다. 오대패자는 뱀파이어 로드처럼 긴 시간동안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말 그대로 패자들이다. 라윈도 벌써 100년 이상을 풍미한 버서커들의 수장이 아니던가.

“라윈, 이제부터 제가 마스터입니다! 크캬캬캬!”

새로운 버서커 마스터는 이미 정신을 잃은 전대의 마스터에게 그렇게 소리친 뒤 크게 포효했다. 그렇게 지온 스트라이드는 서열 4위. 오대패자의 일원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믿을 수 없어.”

스탐은 연신 도리질을 쳤다. 꿈일까 하는 생각에 볼을 꼬집어보기도 했지만 현실이었기에,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혈왕성에 들어와 로드가 있는 꼭대기 붉은 탑까지 걸어 올라가고 있는 상태였다. 히든 브레이커임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걷기를 고집한 것은 아마도 아까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충격 때문일 것이다.

‘철옹성 같기만 하던 오대패자의 첫 붕괴. 바야흐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건가?’

지금껏 캄에덴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오대패자는 한명씩 그 자리가 뒤바뀌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들 중 한명을 쓰러뜨리면 불과 10여년 이내에 다른 네 명이 순차적으로 뒤바뀐다는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그것을 세대교체라고 부른다.

힘만이 절대 권력인 캄에덴에서의 세대교체!

하지만 스탐은, 그렇게 놀라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자신이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똑똑똑.

“들어 와라. 한참을 기다렸다.”

스탐은 주저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로드는 항상 자신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저를 뭐 때문에 부르셨는지 지금 당장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상대가 일국의 왕이면서도 스탐은 곧바로 본론을 요구했다. 상당히 무례한 언사였지만 뱀파이어 로드는 크게 웃을 뿐이었다.

“하하하. 너무 급한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결국 설명해 줄 텐데 말이야.”

“무척 궁금해서 그런 겁니다. 아이슬로너, 당신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겁니까?”

“음모라. 적절한 단어는 아니네. 계획이라고 해야 옳은 말이겠지.”

순간 스탐은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소름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슬로너의 눈빛은 마치 살모사의 그것과도 같았다. 아마도 곱게 가르쳐주진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나는 인간들을 정복할 것이다.”

너무도 직설적인 한 마디에, 스탐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그리곤 자신의 귀에 들려온 두 단어의 뜻을 떠올려보고선 크게 소리쳤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난 농담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스탐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아이슬로너는 진지했다. 그렇다고 그의 말이 논리적인 이치에 맞는 건 아니었다.

“그래, 어떻게 정복할 겁니까?”

스탐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주장을 펼쳤으면, 거기에 합당한 근거를 대어야 할 것이다. 캄에덴이 막강한 군사대국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들도 만만찮았다. 100여 년 전에 보았던 마갑기만 해도 놀라운 병기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아르티시앙의 태양이 내리쬐는 인간의 땅에서는 맞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뭐, 그들과 싸워 이겼다고 치자. 북쪽에는 비정상적으로 강력해진 언데드들이 있고, 남쪽에는 블러드 오우거가 건재한 셀리온이 있다. 그들의 침공을 막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인간을 침공한다는 것은 자멸행위였다.

“방금 전 지온이 버서커 마스터가 되었다면서?”

“네? 아, 네.”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 스탐이 약간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순간 아이슬로너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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