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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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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388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5.12 18:32
조회
1,120
추천
13
글자
11쪽

Episode 1. World of Reflector (3)

DUMMY

새하얀 시야가 돌아오는 순간, 이번에는 눈을 찌를 듯이 날아드는 강렬한 빛에 눈을 찡그렸다.

태양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강렬한 빛은 어렴풋한 열기마저 동반하고 있다.

나는 천천히 빛에 익숙해지도록 눈을 감았다.


‘가상현실, 이겠지.’


한순간에 날아든 정보는 현실이라고 할 정도로 정교했다. 다만, 아무래도 현실과 달리 묘한 감각이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힘들다.

시야가 빛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다양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소리에 조바심이 난 것처럼 조금 빛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눈을 뜬 순간.

나는 감탄했다.


“이 정도로 정교한 세상인가. 과연.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 정도야.”


내가 있는 곳은 광장의 한 구역이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마, 분수의 소리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집중하느라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어느 도시의 한 거리. 광장과 이어진 거리와 광장의 광경이다.


광장은 조각된 돌로 만들어져 있다. 그 광장을 가득 메우는 건 다양한 외형의 사람들이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다른 표정과 반응을 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여전히 따스한 열기를 포함하고 있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오늘의 날이 화창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거리의 모습은 사람들의 무리에 가려서 어렴풋하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렴풋한 광경으로도 거리의 활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판타지를 주제로 한 게 좋았네. 현실과 착각하면 곤란할 테니.”


주변을 가득 메운 환경은 마치 어느 외국의 광장의 모습. 그런 분위기가 강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반응도 현실과 다름없다. 하늘의 풍경은 유유자적하게 흘러가는 구름이 지루하지 않게끔 만든다.

다만.


‘무기, 인가.’


외국의 한 지역이라는 환상을 깨부수는 것이 사람들이 지닌 무기다.

일부의 사람들이 드물지 않은 정도로 무기를 체 다니고 있다.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졌으니 이상한 모습은 아니다.

무기를 든 사람 외에도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끔 돌아다니는 모습은 현실과 구분 짓기 적당한 ‘선’이다.


“···여기 계속 서 있어도 곤란하겠지.”


압도적일 정도의 정교함.

그 정교함에 넋을 놓고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 주변은 나와 비슷하게 넋을 놓은 듯 주변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즉, 초심자가 처음으로 오는 장소다.

그렇다고는 하나.


‘넋을 놓고 본 건 실수인가.’


조금 전 나와 같은 모습을 보니 어딘가 바보 같다는 감상이 떠오른다. 좋게 말해도 첫 도시로 상경한 시골 촌놈이다. 저 모습을 내가 했다.

상당히 미묘한 기분이지만, 이 기술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튜토리얼을 담당한다는 NPC는···. 저쪽인가.”


캐릭터를 만드는 장소에 나타난 AI.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튜토리얼은 이곳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안내를 담당하는 NPC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차분히 주변을 둘러봤다. 인파의 흐름을 관찰하니 초심자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걸 알았다.

초심자들로 보이는 사람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으니 찾기 쉽다. 물론, 나도 같은 옷이다.

초심자들 사이에서 걷기를 조금. 광장과 비슷하게 넓은 구역이 나왔다. 거리가 다듬어진 것은 게임의 디자인을 공들인 것일까.


“이곳에 처음 온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들은 이곳으로 와라! 첫 임무를 주겠다!”


어딘가 훈련장과 비슷한 건물과 장소가 보일쯤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외친 목소리에 이끌리듯 시선을 향했다. 목소리는 훈련장에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단상으로 향한 시선 끝에는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병사와 마찬가지로 갑옷을 입었다. 다만, 다부진 체격과 상처가 있는 외모에서 대장 같은 지위라고 예상했다.


‘저게 튜토리얼 NPC인가.’


세계 속에 녹아든 존재를 본 순간, 이해했다.

역시 NPC와 플레이어는 다른 존재다.


“첫 임무를 받고 싶은 자는 이곳으로 와라! 마땅한 보상과 살아갈 길을 알려주마! 접수하는 방법은 이곳의 베르돌트에게 안내받아라!”

“···대장. 자기 일을 넘기지 마세요.”

“뭘, 부대장인 너의 일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없지.”


단상의 아래에는 몇 명의 병사가 종이를 들고서 기다리고 있다. 튜토리얼을 안내하는 건 그들인 듯하다.

대장 NPC의 말이 끝난 순간. 아니, 끝나기도 전에 초심자 플레이어들은 이미 베르돌트라는 병사에게 몰려갔다.

다른 병사 NPC들은 몰리는 플레이어들을 몸으로 막으며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현실을 중시한 게임은 이런 점에서 문제인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퀘스트(임무)의 동시 접수가 불가능하다니···. 시간이 걸리겠어.’


단상 아래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진 모습에 냉정히 생각했다. 지금 단상으로 향해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저 기다리는 것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주변은 훈련 구역인지 특별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건물은 단상 너머에 있는 훈련 건물. 더욱 자세히 말하자면 군의 시설로 보이는 건물이 전부였다.

처음부터 그런 구역으로 지정한 탓인지 주변에는 NPC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설정일 뿐인가?’


그런 구역인 탓인지. 그런 설정인 탓인지.

지나치게 인간미가 엿보이는 NPC를 보고 있으면 확신할 수 없다.


‘뭐, 정보가 부족한 지금은 미루어 두기로 할까. 그보다. 지금은 세상을 즐기도록 해야겠지.’


잠깐 생각하던 생각을 금방 지워버리고 눈앞의 광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플레이어들은 접수 NPC에게 다가가서 설명을 듣고, 종이를 받아 어딘가로 향했다. 많은 플레이어가 떠났는데도 단상은 여전히 북적인다.

지금 당장 저 흐름에 몸을 맡긴다고 한들,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튜토리얼뿐이다.

그렇다면.


‘정보수집, 이 우선이겠지.’


조금 시선을 올려서 단상 위로 향했다.

단상에는 여전히 대장 NPC가 주변을 보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그를 설명 NPC로 생각했는지 단상 위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모습으로는 설명 이외에도 NPC는 이야기할 수 있다. 이곳의 NPC는 상당한 수준의 AI를 지닌 듯하니까.

나름 넓은 공간이지만 공간 자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도 모두 단상 아래쪽에만 다가선 덕에 단상 자체는 여유롭다.


‘상당히 돌아가야겠네.’


단상은 넓은 공터의 중앙 부근에 있다. 뒤에 있는 훈련 건물 부근으로는 병사들이 막은 덕분에 그곳은 플레이어들이 없다.

공터의 겉을 도는 형식이라면 단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게임, 인가.”


인파를 피해서 단상을 향해 걸어가는 중에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들의 모습은 단순하기만 하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생각을 단순하게 먹는 건 좋다. 게임이라면 딱히 고민할 이유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흉내라고는 하지만 현실을 모방한 게임이다.


정보수집 하나 없이, 주어진 정보에 만족하고, 눈앞에 있는 단락 적인 보상에 뛰어든다.

그야말로 불나방이다.


‘어디까지 현실을 모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즐기는 정도로 괜찮으려나.’


게임은 죽지 않는다.

디메리트가 없다.

실수해도 상관없는 세계다.

그러니 나는 그들의 행동을 긍정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이 세계를 게임이라 판단하고 나름대로 즐기는 중이다.

그렇다면 외부인인 나는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음? 임무의 접수라면 저쪽이다만. 잘못 온 건가?”


어느새 단상으로 다다른 탓인지 단상에서 이쪽을 엿보던 대장 NPC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마을 내부에 있는 NPC가 갑자기 적대할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그들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르는 이상 최소한의 주의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순간의 생각을 끝으로 대장 NPC에게 향할 말을 정했다.


“실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쪽이 대장이라 판단했고, 저쪽보다 여유라고 판단해서.”

“···그건, 그렇지.”


마을의 병사. 그중에서도 대장이라는 입장. 그렇다면 이 마을의 NPC를 지키는 존재다.

최소한 초심자 플레이어보다는 힘이 있으리라 판단하고 여유와 예의를 섞어서 말을 걸었다.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이며 단상 아래를 가리키자, 대장 NPC는 머리를 긁적이며 긍정했다.

이 모습에서 대화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판단했다.


“우선, 임무의 내용을 물어도 괜찮겠나?”

“하아···. 관련된 내용은 저쪽이라고 했는데 말이지. 당신,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구만.”

“단순한 잡담일 뿐이지.”


어디까지나 잡담이라는 점을 주장하자 대장 NPC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튜토리얼은 이 임무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도시를 나서서, 동남쪽을 향하면 숲이 나온다. 그곳에서 고블린이라 불리는 몬스터를 다섯 마리 퇴치하고, 증명인 고블린의 마석을 제출하는 것까지가 임무의 내용이다. 보수에 관해서는 말 안 할 거라고?”

“물론. 잡담이니까.”

“그쪽은 일반적인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와는 다른 모양이네.”


조금 경계하던 대장 NPC도 내 분위기를 살핀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경계를 풀었다.

나는 그 모습에 조금 웃음을 짓고는 여전히 대장 NPC의 반응을 살피며 다음 질문을 떠올렸다.


“이 도시의 이름은 뭐지?”

“알파다. 참고로, 국가는 호네스티 왕국이고. 현재 14대 국왕 폐하이신 분은 아르가 스텔라 호네스티 폐하다.”

“흐음. 그런가.”


대장 NPC의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국가의 정치 체제가 판타지의 정석인 중세 시대라는 점이다.

판타지. 꿈을 그린 창작물은 흥미가 있어서 몇 번 읽어본 경험이 있다. 게임도 몇 번 정도 한 경험이 있으니, 그런 지식이 적잖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생각은.


‘이 대장 NPC.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묻지 않은 이야기도 대답했다.’


도시의 이름을 물어본 건 주변 지리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더불어 국가의 정보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먼저 말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대장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NPC의 AI가 상당한 수준이다.


‘처음에는 적당히 정보수집이 목적이었는데. 이건, 나름 대화할 가치가 있겠어.’


잠깐 단상 아래를 확인했다. 여전히 인파로 몰려있는 모습은 귀찮은 일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쪽으로 향하는 플레이어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장 NPC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적당한 수준으로 플레이어가 줄어 있겠지.

나는 눈앞의 NPC와 더욱 대화할 생각으로 다음 질문을 했다.


“이름을 물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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