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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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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14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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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DUMMY

광장의 소란이 멎은 후, 소문은 플레이어와 주민 할 것 없이 재빠르게 퍼졌다.

발표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1시간 후에는 이미 전 인류가 연합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정도로 빠르게 퍼졌다.

그게 가능한 건 플레이어의 정보력과 주민들이 지닌 마도구 덕분이겠지.


“···.”


그래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조금 전 광장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일리아스는 직접 눈앞에 있고, 다른 네 명의 왕은 식탁에 놓인 홀로그램처럼 보인다는 점일까.


‘그리고 내가 볼품없는 의자에 앉아있다는 점인가.’


광장에서 장막 너머로 보였던 광경은 비밀 거점이다.

뒷세계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산 아래 거점을 통째로 먹었다.

그쪽 거점에서부터 왕성까지 거리는 마차로 1시간.

마침 전 인류가 연합의 소식을 들은 시간이랑 겹친다.


“섀도우 씨.”

“···왜 그러지.”


처음 나를 부르던 호칭에 비하면 친숙하긴 한데, 목소리가 한없이 낮다.

마치 소니아가 화낼 때와 비슷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굳는다.


“일단, 준비한 일은 마무리 되었어요. 국민의 혼란도 상정 범위 이내에요.”

“그렇군.”


차분히 말하는 일리아스의 분위기가 묘하다.

분명 화가 난 듯하면서, 냉정하다.

게다가.


‘화난 느낌이 전혀 없어.’


자세히 관찰해야만 일리아스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잔잔한 분노다.

아직 터뜨리지 않은 분노.

마치.


‘폭발하기 전의 화산···?’


시답잖은 생각을 하던 게 들켰는지 일리아스가 노려본다.

그 시선을 태연하게 마주했다.

이럴 때는 이상하게 행동하는 편이 눈에 띄니까.


“섀도우 씨가 보여주신 전력과 성녀 님의 마법 덕분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답니다. 감사합니다.”

“그 정도인가.”


계획에 큰 지장은 없으리라 예상하고 한 행동이다.

다만, 일리아스가 감사를 전할 정도라면 예상보다 좋았던 거겠지.

다른 국왕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지만, 다른 국가도 비슷한 듯하다.


‘그것보다 왜 조용한 거지. ···불안하네.’


불안하다.


“그렇지만.”


역시.

한 마디를 덧붙인 일리아스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일어선 일리아스와 앉은 나는 신장 차이가 상당하다.


“마지막. 자칫 실수하셨다면 혼란을 증폭하는 결과가 되었을 거예요.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

“그럼···.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신 거죠?”


눈에서 냉기 광선이라도 나올 것 같다.

다만.


“확신이 있었다.”

“···확신?”

“그래.”


단순히 위험을 알리는 것보다, 전력을 보이는 편이 좋았다.

국가가 연합하는 초유의 사태다. 무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런 불안을 날리기에 한낱 조직에 불과한 문라이트는 좋은 사안이다.

조직이기에 국가만큼의 힘이 없어도 된다. 그러나 뒷세계를 집어삼킨 문라이트의 전력은 사실 국가 못지않다.

그렇기에 문라이트의 전력을 드러내더라도,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그 정도로 좌절하면 이후의 전장에선 싸울 수조차 없을 거다.”

“···.”


이후의 전장이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카오스를 상대로 말한 전장이다.

카오스는 세계를 위협할 정도의 상대다. 그런 존재와의 싸움이다.

아니, 전쟁이다.


‘어느 정도로 강할지 예상조차 안 되는 상황이지.’


자칫 전투 직전에 선보일 힘만으로 전의를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렇기에, 착각이라 할지라도 전의를 유지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로 전력과 성녀.

이 두 가지는 지금으로서 최고의 패다.


“아직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와의 유대는 쌓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믿을 수 있겠나?”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향후의 전투에서 죽지 않는 이들. 플레이어는 최고의 전력이자, 최대의 전력이 될 수밖에 없다.

죽지 않으며, 신에게 힘을 받아 강해지는 이들.

그러나 플레이어와 주민들은 대화하지 않았다.


‘그 시간을 벌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유대를 쌓을 기회를 만들어야만 한다.


“내 행동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네요. 하지만, 달라요.”

“그건 무슨 말이지?”


일리아스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틀리진 않았다. 하나, 다르다.


“더욱 차분히 알려야 했어요. 유대의 씨앗을 품을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씨앗이 발아할 정도의 시간 여유가 없다. 그건 알고 있을 텐데?”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과격한 방법을 선택했다.

일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말을 부정했다.


“한쪽의 유대가 아니에요.”

“···한쪽?”


의문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에 일리아스는 태연히 대답했다.


“섀도우 씨의 방법은 강제로 만드는 유대예요. 그것도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만 생기는 유대.”

“···그런가.”


플레이어는 이벤트라고 생각할 테니 쉽게 접근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세계가 저울질 되는 주민들은 다르다.

받아들이는 충격부터 그 크기가 다르다.


“진정으로 믿고, 함께하려면 천천히 해야 했어요.”

“그건 그렇군. 인정한다.”


일리아스의 생각은 정답이다.

확실히, 성급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의 위협이 떠나는 동시에 사라진다.”

“······그렇군요.”


확신에 들어찬 이야기에 일리아스는 묘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어에 관해서 어떻게 자세히 아는가. 그에 관한 의문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플레이어가 떠난다면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까.


‘아쉽긴 하네.’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언젠가 한 번 천천히 세계 여행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

그 정도로 이곳의 자연은 아름답다.


‘그건,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나와 일리아스의 대화가 끝나자, 지켜보고 있던 국왕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자, 자. 두 사람의 대화는 그 정도로 하고.”

“이제 연합의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까?”


자연스레 끼어든 화제다. 게다가 나와 일리아스의 대화도 이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

나와 일리아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후우···.”

“많이 지친 모양이군.”


한숨을 내쉰 일리아스는 대답 대신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렸다.

조금 전까지 방에 함께 있던 인물은 떠났다. 공적인 업무가 끝난 순간, 방을 나서버렸다.

일리아스는 그 모습이 차갑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답다고 생각했다.


“다음 이야기는 어떤가요?”

“쉬지 않아도 괜찮나?”

“네. 오히려 가벼운 마음인걸요.”

“그렇군. 우리 중 가장 까다로운 이가 없으니 말이지.”


혼자 남은 방에서 대답한 일리아스는 자신의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떠오른 네 명의 모습은 상반신만 엿보인다. 마도구를 통해 멀리 있는 이들과 회의하던 일리아스는 호네스티 국왕의 이야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가장 유능하던 이기도 하죠.”

“흐흐, 그것도 그렇군.”


일리아스가 바라본 섀도우라는 남자는 이상한 존재다.

혼자서 다양한 일을 처리하고, 일반적인 사람보다 강인하며, 지치지도 않는다.

드라운트 왕국의 뒷세계를 정말로 집어삼켰을 때는 일리아스 자신이 계획했음에도 경악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섀도우라는 인물은 평범과는 다른 인물이다.


“그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는 모든 일이 끝나면 사라진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흠···.”

“크흠···.”


실피니아 국왕. 메라하드의 이야기에 다른 국왕들은 헛기침하는 등. 화제를 피하려 했다.

섀도우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화제다.

처음에는 플레이어라 생각했으나, 이내 신이 내린 특정한 표식.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닉네임이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은 섀도우의 닉네임이 신기에 의해 숨겨진 상태라는 걸 모른다.

그러나.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 그게 아니라면, 전승의 인물이겠지요.”

“···일리아스 공?”

“전승, 인가.”


일리아스는 알파 도시에서 생활하던 때를 떠올렸다.

한참 로우라는 인물이 궁금할 무렵. 일리아스는 그의 뒤를 캐며, 바티스 백작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일리아스에게도 놀라운 이야기였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땅에 속박된 자(세계 주민)가 될 때, 땅에 속박된 자(세계 주민)는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될지니. 종언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이 되리라.”

“···지금 상황과 비슷하군.”


비석에 남은 전승의 내용은 공교롭게도 지금 상황과 지나치게 일치한다.

플레이어가 주민이 될 때, 주민은 플레이어가 된다. 또한, 종언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이 된다.

섀도우의 존재와 향후의 전쟁을 준비하던 국왕들은 저마다 생각이 가득한 한숨을 흘렸다.


“그렇다면, 섀도우 공이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된다는 건가?”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리되겠지요.”

“···흠. 그러하다면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 중 누군가는 땅에 속박된 자(세계 주민)이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저마다 의문을 떠올리며 화제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상황에, 유일하게 일리아스는 냉정을 유지했다.

평소에도 섀도우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일리아스는 국왕들의 화제에 휘둘리지 않았다.


“자, 다들 회의에 집중해야 한답니다.”

“이런, 그랬군.”

“아차.”


일리아스의 주의에 정신을 차린 국왕들은 뒤늦게 회의 논제를 떠올리며 의논하기 시작했다.

남은 일은 국가를 지닌 국왕의 역할이다. 국가가 아닌, 하나의 조직으로 연합에 참여한 문라이트는 관여할 이유가 없다.

일리아스는 회의에 참여하면서도 잠시 섀도우를 떠올렸다.


‘···로우 공.’


바티스 백작의 뒤를 밟은 일리아스는 본래 전승이 누구를 가리킨 말인지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리아스는 로우와 섀도우의 정체를 엮을 수 있었다.

다만.


‘섀도우 씨가 활동하던 사이에도 선셋 상단은 발전했는데···.’


소니아의 예상 이상의 선전으로 인해 일리아스는 확신을 얻진 못했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활약한 소니아 덕분에 섀도우는 제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


첫 균열은 지상.

한 번의 흔들림으로 깨진 봉인은 이미 한참이나 무너진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지상.

흔들림이 커진 탓에 봉인이 쉽게 빠져나갔다.


세 번째 봉인 또한 지상.


다만, 네 번째 봉인은 해상.

바다 아래 깊숙이 박혔던 봉인은 흔들림이 아닌, 내부의 충격으로 깨졌다.


봉인은 본래 의식마저 잠재우는 역할을 맡는다.

내부의 반발이 없도록 만든 봉인 도구는 오래전. 신과 주민의 착각으로 인해 봉인의 힘을 휘둘렀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봉인인 다섯 번째.

그 봉인의 힘이 풀리기 직전. 틈새에서 내부의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흘러나온 힘은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의지를 지닌 듯 뭉치기 시작했다.

하나의 힘으로 뭉친 푸른 연기는 이윽고.


“크르르.”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 형태는 길게 뻗은 몸통을 지닌 존재.

몬스터로서.


“크르르르아!”


하늘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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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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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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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8 1 11쪽
»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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