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71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10 18:20
조회
87
추천
1
글자
12쪽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DUMMY

아직 균열이 완전히 깨진 건 아니다.

봉인이 풀리기까지 기한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건 확실하지만, 여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몬스터 무리.


‘그것도 플레이어 측의 경험치로 두면 되려나.’


다행히 플레이어가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정도다.

아셍트의 지원도 있고, 플레이어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을 본다면 여기는 문제 없다.

균열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우선할 곳은 다른 장소다.


“봉인과 관련된 신기, 입니까?”


지휘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셍트에는 봉인과 관련된 신기는 없습니다. 있는 것은 전투를 위한 것과 요새의 생활을 위한 신기가 전부입니다.”

“섀도우 공이 어째서 그걸 찾는지 모르겠지만, 신기를 찾는다면 각 국가의 보물고를 확인하는 편이 좋을걸세.”


지휘관의 대답과 이어진 국왕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봉인 도구 외에도 물어볼 건 많다. 다만, 국왕의 이야기대로다.

각 국가의 보물고를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그럼, 그쪽으로 향하겠다.”

“···알겠네. 허나 섀도우 공. 그정도로 필요한 물건인가?”


국왕이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하다.

알려진 바로 카오스의 존재는 신이다. 그런 존재를 한낱 신기가 봉인할 수 있는가, 그런 물음이다.

하지만, 봉인 도구는 한낱 신기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신기일지도 모르지.’


신이 내려준 물건. 오버로드의 힘이 담긴 물건이다.

봉인 도구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그 용도조차 확신할 수 없는 물건. 외형도, 힘도, 위치도 모르는 물건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뭐라?”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도 찾아야 할 필요가 있겠어.”


카오스를 쓰러뜨리던, 봉인하던. 카오스를 향한 행동을 결정하기 이전에 필요한 물건이다.

십이사도가 전한 이야기로는 쓰러뜨리라는 이야기가 없었다.

게다가, 카오스는 거울 세계를 만든 창조신이다. 창조신의 소실이 자칫 세계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신을 쓰러뜨리는 게 쉬울 것 같지도 않고.’


십이사도도 그걸 바라는 건 아닌 듯 한 분위기였다.

오버로드와 십이사도의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카오스를 상대하는 방법은 봉인 도구가 유일하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균열의 힘을 추적해라. 그게 아니라면 봉인과 관련된 신기를 전부 모으는 것도 좋겠지.”


나는 국왕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 조언이 어디까지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명령에 움직이는 존재가 아닌, 이 세계를 살아가는 주민이다.

플레이어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움직이는 그들은 이미 스스로 활로를 찾아가는 생명이다.


“그렇군. 당장 움직이도록 하지.”

“···세계의 종언인가.”

“섀도우 공도, 성자님도 움직이고 계시는군요.”


이미 국왕들의 눈에는 각오가 서렸다.

지금까지는 국가를 위해서 쉽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앞으로 남은 전장은 하나.

세계의 명운을 건 전장이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무엇이 중요한지. 그 본질을 알아차린 국왕들은 마지막이 될 전장을 위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마도구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국왕들을 확인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섀도우 공?”


회의실을 나서는 내 모습에 지휘관이 의문을 보이며 시선을 보냈다.

미안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뒷세계 쪽에서도 사람을 풀어서 정보를 모을 생각이고.

균열이 깨지기 전에 최대한의 준비를 마치려고 한다.


“아셍트를 부탁하지.”

“···예!”


기합이 들어간 지휘관을 뒤로하고, 나는 은신의 힘을 빌려서 아셍트를 나섰다.

요새 근처는 여전히 몬스터로 가득하다. 다만, 이전과 달리 플레이어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잔뜩 몰려 있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축제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지금 시기에 레벨을 올려두는 게 좋겠지.’


마침 나로서도, 연합으로서도 좋은 상황이다.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를 쓰러뜨려 주면 그들의 전력이 오른다. 동시에 아셍트와 연합에 여유가 생긴다.

균열이 완전히 깨지기까지의 짧은 시간.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플레이어의 전력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부디, 많이 날뛰어주길.”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특히, 이후의 전장은 나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모양이니까.


-+-


아셍트에서 돌아온 섀도우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호네스티 왕국의 거점.

선셋 상단의 본점이다.


“로우 씨!”


섀도우가 본점에 모습을 보일 무렵. 선셋 상단은 예상 외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소니아가 고용한 점원들은 모두 파견을 나간 상태로, 본점은 손님 하나 없는 상황이다.

그에 상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우를 맞이한 건 소니아.

어느새 차기 상단주로 유력해진 소니아가 로우를 맞이했다.


“소니아.”

“괜찮으신가요?”

“괜찮아, 괜찮아.”


혼자서 보스급의 몬스터를 상대하고, 그 끝에 부활한 로우는 피곤한 기색으로 본점에 들어섰다.

소니아는 로우의 기색을 알아차리고도 조용히. 그저 로우의 곁에서 도왔다.

응접실로 향한 둘은 그대로 각자의 앞에 찻잔을 준비해, 휴식 시간을 가졌다.


“로우 씨. 다음에는 어떻게 되나요? 아직 전투가 끝난 건 아니라고 하던데···.”

“아, 일단. 지금은 괜찮은 상황이야.”


소니아는 상단을 운영하며 여러 정보를 받아들이고, 상황을 파악한 상태다.

아셍트 요새가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것. 플레이어가 활약하고 있다는 것. 그에 늦지 않게 지원을 보낸 소니아 덕분에 플레이어 측은 소모한 자원을 쉽게 보충할 수 있었다.

이미 전선을 지탱하는 데 일조한 선셋 상단. 그중에서도 소니아의 활약은 로우도 짐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셍트의 주변은 플레이어가 도맡았고, 부족해진 자원은 상단에서 내주고 있으니까.”

“그런가요···? 그럼, 이제 괜찮아진 건가요?”

“음···.”


소니아의 물음에 로우는 잠시 고민하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진 게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전투는 더욱 격해진다. 특히, 봉인이 완전히 깨어진 후. 카오스와의 전투는 세계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플레이어와 주민의 연합이 무너진다면, 남은 건 세계의 멸망.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카오스로 인해 세계가 멸망할 뿐이다.

그 모든 이야기를 전할까 생각하던 로우는 한숨을 삼켰다.


‘이야기해야겠지.’


소니아는 이미 로우와 함께하며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게다가, 「신대의 잊힌 사원」 아래에 있던 이야기까지 확인했다.

로우가 말하지 않더라도 상황을 깨닫는 건 시간문제다.

한숨을 삼킨 로우는 사실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오스의 봉인이 무너지고 있어. 완전히 부서진 건 아니지만, 위험한 상황이지.”

“그럼!”

“그래, 아직 괜찮아진 게 아니야. 오히려 앞으로가 위험하지.”

“···로우 씨.”


소니아는 로우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 사실을 짐작했다.

앞으로 힘들어진다는 이야기. 그리고 로우의 성격. 이 두 가지로 앞으로의 전투에도 나선다는 걸 이해한 소니아는 눈가를 찌푸렸다.

로우는 플레이어다. 죽지 않는 존재다. 그건 소니아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우가 죽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소니아는 로우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의지했으면 해요.’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는 모습이,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여서.

소니아는 로우의 행동을 걱정했다. 열심히 달리는 이가, 혼자서 나아가려는 이가, 언젠가 제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과 불안이 얽힌 소니아는 언젠가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로우 씨는 의지하지 않겠죠.’


누구보다 로우의 곁을 지켜본 소니아기에, 로우의 성격을 이해했다.

로우가 다른 누군가를 의지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일은 혼자서 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소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함께할게요.”

“···뭐?”


로우가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면, 소니아가 곁에서 돕는다.

이전까지는 소극적인 도움이었다. 성자의 물건을 얻고, 마법을 배운 이후로는 상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았다.

그게 로우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로우를 위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더욱 곁에서. 직접 돕고자 하는 소니아가 있었다.


“안돼. 위험해.”


하지만 로우는 소니아의 이야기를 수긍할 수 없다.

위험한 전장이다. 자칫 실수로 죽을 수도 있다. 게다가, 소니아는 전투에 뛰어나지 않다.

그러니 허락할 수 없다.


“로우 씨.”


다만, 로우에 관해서는 소니아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로우의 생각과 사고마저 읽은 소니아는 로우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다음 전투는 세계의 명운을 건 전투라고 하셨죠?”

“···그래.”

“그럼, 전투 결과에 따라서는 모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소니아.”


마지막 전투다.

결과에 따라서는 전장에 서지 않은 소니아라도, 끝날지도 모른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에 로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소니아의 말은 정론이다. 자기 삶이 걸린 일이며, 자신이 사는 세계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목숨을 걸고 나서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로우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부탁해. 나는 네가 위험한 곳에 가지 않았으면 해. 다치는 걸 보는 게 싫어.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싫어.”


로우로서는 이례적으로, 감성에 호소한 말.

다만.


“로우 씨···.”


그건 소니아도 마찬가지다.


“저도 똑같아요. 로우 씨가 죽지 않는다고 해도, 고통은 느끼지 않나요?”

“···그건.”


소니아의 예리한 물음에 로우는 잠시 말문이 멈췄다.

로우는 거울 세계에 오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감각의 제한을 풀어버렸다. 간단한 조작으로 제한을 되돌리는 건 쉽다.

그러나, 감각의 제한이 걸린다는 건 움직임에 제약이 걸린다는 것과 같다.


‘전투를 위해서는···.’


더욱 격렬해질 전투를 앞두고 자신에게 제약을 거는 행위는 한없이 어리석을 뿐이다.

그에 제한을 풀어둔 로우는 소니아의 말대로, 상처받을 때나 죽을 때. 그 고통을 온전히 받고 있다.

그 사실을 지적받은 로우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로우 씨. 저는 《성녀》예요.”


자신의 유용성마저 어필한 소니아의 앞에서, 로우는 마땅한 거부의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확실히. 전장에 회복 역할의 정점인 성녀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향후의 있을 전투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면, 없어서는 안되는 전력이다.


“하아···.”


로우는 깊게 한숨을 내뱉고, 중얼거렸다.


“고집이 세네.”

“배웠거든요.”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소니아의 모습에 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소니아의 말은 무엇하나 부정할 게 없다. 오히려 고집부리는 건 자신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봉인 도구를 찾는 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알았어.”

“···!”

“단.”


머릿속으로 최대한 소니아의 안전을 생각한 로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조건을 내걸었다.


“최후방에 있을 것. 봉인 도구를 찾은 이후로는 전장에 나서지 않을 것. 몬스터 근처로는 접근하지 않을 것.”

“···그.”

“가능하면, 같이 가.”


전장에서 들 조건으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소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멀리서나마 로우를 볼 수 있다면, 〈성녀〉의 마법은 닿는다.

전장에 설 허락을 받은 소니아는 환히 웃었고, 허락을 내린 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네.’


계획을 떠올리는 로우는 전장에서 더욱 열심히.

특히, 후방으로 피해를 번지지 않도록 각오를 다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이 엠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가 주 7일 연재로 변경됩니다. 시간은 18시 20분입니다. 21.09.08 83 0 -
187 Episode 50. 코스모스 (完) 21.12.21 140 2 14쪽
186 Episode 49. 카오스 (10) 21.12.20 89 1 11쪽
185 Episode 49. 카오스 (9) 21.12.19 83 1 12쪽
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3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9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1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9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4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2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1 1 12쪽
»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8 1 12쪽
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6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2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9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9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8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90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