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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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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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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12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27 18:20
조회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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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7. 겉과 속 (1)

DUMMY

이번 회의 덕분에 이점이 생겼다.

지금껏 계획한 일들은 전부 나 혼자서 처리해왔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은 나 혼자.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국가 연합은 국왕들에게 맡겨두면 되겠지.’


연합을 통해 한마음을 확인했다.

온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뭉친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협력은 구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이다.


“후···.”

“이봐! 그쪽 일은 끝났나?”

“예! 끝났습니다.”


나를 대신해 움직일 손발이 있다는 점. 그 하나 덕분에 나는 내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지금처럼 눈앞에 내린 상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징조다.

집중할수록 일의 처리 속도는 오르니까.


“그럼 저쪽 상자도 부탁한다!”

“네, 알겠습니다.”


작업반장의 지시에 따라서, 창고에 늘어선 상자들을 운반한다.

지금 이 일은 농땡이가 아니다. 엄연히 필요한 일이다.


‘슬슬 반응이 오겠네.’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한 곳은 단연, 드라운트 왕국이다.

플레이어의 반란으로 도시가 점령되거나. 국왕이 갑작스레 바뀌는 등. 어딘가는 산이 무너지기도 했다는 모양이다.

다양한 변화를 맞이한 드라운트 왕국은 지금, 평화로워 보이는 겉과 달리 혼란으로 가득하다.

당연히 그 혼란의 주체는 하나.


“거기, 너.”


뒷세계다.


“네?”

“잠깐 따라와라.”

“···예.”


창고의 상자를 정리하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나를 부른 인물을 따라 걸었다.

눈앞의 인물은 상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점원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직종의 인물이다.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마저 흐르는 인물이 나를 부른 이유는 간단하게도, 내가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나를 부른 인물은 골목과 골목을 거처 점차 인기척이 드문 건물로 향했다.


“들어가.”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조금 겁먹은 연기를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내부의 모습은 아무것도 없다.


‘폐허인가?’


먼지가 날리는 건물의 내부.

나를 안내한 남자는 건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입구를 지키듯 섰다.


‘슬슬 나를 부른 인물이 나오겠지.’


기다리기를 잠시.


“너냐?”


건물의 안.

분명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전혀 다른 인물이 나왔다.

덩치는 나보다 크다. 일반적인 성인의 두 배 정도로 큰 남자는 어딘가 거들먹거리며 나타났다.

치장된 옷들은 나름 비싼 것들이다.


“네?”

“너, 그거···.”


갑작스레 나타난 남자가 가리킨 것은 내가 내걸고 있는 목걸이.

눈에 띄게끔 옷 밖에 건 목걸이는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너희는 특별하게 보겠지.’


몬스터의 소재를 가공한 듯, 금속과도 다른 광채를 띄는 목걸이.

목걸이의 모양은 시계와 비슷하다. 둥근 원형에 들어선 열두 개의 길.

그 길 하나하나에 제각각인 보석이 박혀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


“천칭, 인가.”


3을 가리키는 위치.

빛나는 보석을 확인한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목걸이는 잠시 빌린 물건이다. 본래 주인은 천칭 거리의 빌라드.

거리에 속한 이들이 다른 거리를 만나거나, 외부의 조직을 만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이다.


“쯧.”


거리의 인물.

최소한 그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남자는 혀를 찼다.


‘혼란한 상황인 만큼 영역 지키기가 힘들겠지.’


평범해 보이는 상인이 뒷세계의 징표를 들고 있다.

징표를 확인하기 위해 나를 불렀더니, 거리 중에서도 천칭과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이상의 정보가 없다.


‘신출내기 상인을 연기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는데.’


드라운트 왕국으로 들어온 이후, 나는 평범해 보이는 상인으로 위장했다.

적당한 가명을 만들고. 적당한 마차를 구매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

남자가 아무리 내 신분을 찾으려 해도 마땅한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너···.”


한참 나를 바라본 남자는 대응법을 정했는지, 위협하는 분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노골적인 위협은 아니다. 온전한 적대가 아닌 탐색을 택한 남자는 위압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뭣 때문에 왔냐?”

“네?”

“너도 이쪽이니 알 거 아니야. 여기 지금 전쟁통인 거. 근데도 왔으면, 뭔가 할 말 있거나. 할 일이 있는 거 아냐?”


드라운트 왕국의 뒷세계는 호네스티보다 그 어둠이 깊다.

호네스티 왕국과 달리, 지형의 문제가 많은 드라운트 왕국은 불법적인 일들을 모두 잡아내기가 힘들다.

그로 인해 범죄자 상당수가 숨어지내는 곳이 드라운트 왕국이다.

눈앞의 인물도, 사실상 범죄자다.


“그래서. 거리의 주인이 왜 여기까지 마실 나왔을까? 응?”


도발하듯 다가온 남자의 모습을 뒤로, 나는 최근 수집한 정보들을 떠올렸다.

바티스 백작의 도움으로 얻은 정보는 물론, 아직도 편지로 정보를 전하고 있는 일리아스의 정보까지.

덕분에 뒷세계의 지식도 상당히 늘었다.

그중 하나가.


“주인 잃은 승냥이.”

“···말조심해라.”


민감히 반응한 남자의 태도에 저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간다.

지금 드라운트 왕국의 뒷세계는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혼란이 가속화된 것은 뒷세계가 통합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보다 크다.

이유는 여럿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둘.


‘드라운트 왕국의 국왕. 일리아스가 뒷세계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최근 며칠 사이의 일이다.

드라운트 국왕이 왕위를 얻은 후. 곧장 시도한 일이 뒷세계의 탄압.

다만, 눈에 띄는 형태로 나선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겉 테두리를 깎아내는 형태로, 서서히 힘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중 하나를 잃은 탓이겠지.’


뒷세계의 거장.

영향력이 상당했던 인물이, 돌연 사라졌다.

그로 인해 뒷세계는 한 차례 혼란을 겪었고, 국왕이 바뀌며 더욱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충성을 내세울 주인도 잃고, 제 발톱마저 깎여나간 기분은 어떻지?”

“이 개새X가.”


곧바로 반응한 남자의 주먹을 높아진 신체 능력으로 쉽게 피했다.

허공에 헛손질을 날린 남자는 자세를 잡고, 나를 노려보지만.


“선택지를 주지.”


남자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는 것보다 먼저.

내가 제안한다.


“뭐?”

“선택지는 둘.”


눈앞의 인물은 한때 뒷세계에서 넓은 영역을 다스렸다.

물론, 저 자신의 온전한 힘은 아니다. 조금 전 언급한 거장을 따르며 얻은 지역일 뿐이다.

그래도 그 수완은 인정받을만하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깨끗하다는 것도 그렇고. ···손이 부족한 시점이니까.’


벌여놓은 일들을 제시간에 맞추려면 눈앞에 남자도 사용해야 한다.


“하나는 지금 여기서,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지X.”


다시 날아온 주먹을 쉽게 피하고, 이어진 남자의 발차기를 잡아챘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진 남자는 억지로 발을 빼내려 하지만.


“뭣···!”

“다른 하나는.”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신체는 힘 또한 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알려줬다.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내 아래로 와라.”


드라운트 왕국을 찾은 후.

곧장 이 도시로 향한 건 눈앞의 남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여러 지역을 다스린 그 수완을 사용하면, 뒷세계를 장악한 후에도 크게 손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짓을 하면 쉽게 잘라낼 수도 있으니까.


“대답은?”

“···.”


잡았던 발을 놓아주자,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아직 의심이 가득한 건가.


“너, 누구냐?”


이제야 이상함을 알아차린 듯 물어본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게 아닌 듯싶다.

애초에 알려줄 생각도 없지만.


“대답.”

“···후우.”


간단히 나올 답변은 아니다.

눈앞의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행동을 결정한 듯한 남자는 나를 바라보고, 확실히 대답했다.


“X까.”


-+-


잠시 시간을 들여서 남자, 빌레트와 오랜 대화를 나누었다.

덕분에 빌레트는 내 아래에서 움직이기로 결심해줬다.


“그래. 그럼, 나중에 일을 알려주도록 하지.”

“···.”


대화에 지친 탓인지 빌레트는 대화 하나 없다.

나는 대답이 없는 빌레트를 무시하고, 그대로 건물을 나왔다.

건물 입구에는 여전히 나를 데리고 온 남자가 망을 보고 있다.


“힉!”

“아, 수고해.”

“···.”


남자의 반응에 조금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골목을 걸었다.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내서 주먹을 조금 닦고, 남은 일을 떠올린다.

우선.


‘뒷세계를 관리할 인물은 구했다.’


내 계획은 간단하다.


뒷세계의 평정.


다만, 지나치게 비대해질 뒷세계를 대비해서 관리할 사람으로 빌레트를 구한 것뿐이다.

관리할 사람을 구했으니, 남은 건 뒷세계를 차근차근 통합시키면 된다.


“그 전에···. 방문하는 게 좋겠지?”


드라운트의 뒷세계는 주인이 없다.

완전한 무법지대. 그곳이 곧 뒷세계다.

하지만 드라운트 자체에는 주인이 있다.


‘일리아스···.’


갑작스럽게 국왕의 모습으로 나타난 인물.

분명, 마지막 연락에는 베르덴을 천천히 잠식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상황도 잘 풀린 덕에 일리아스는 베르덴의 상인 길드도 얻어냈다고 했는데.


‘왜 왕이 된 건지···.’


그 이상으로 어째서 드라운트 국왕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는가.

또한, 국민과 대신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관식마저 조촐하게 이루어진 상황이다.

모든 게 의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볼까.”


가면을 덮을 차례다.


-+-


드라운트 왕성은 한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덕에 왕성에 도착하는 건 간단하게 도착했다.

문제는, 경비의 인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

그리고.


‘부르고 있는 건가?’


배치가 묘하게 뜸하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이, 경비의 틈이 보인다.

나로서는 좋은 상황이지만.


‘···일단, 만나는 수밖에 없겠네.’


묘한 기분이다.

내 움직임이 누군가의 의도인 듯, 묘하게 꺼림칙하다.

익숙한 왕성의 길을 나아가기를 한참. 쉽게 알현실을 찾았다.

마찬가지로 경비는 전무.


‘쯧.’


이제 이쯤이 되니 나를 부른다는 건 확실해졌다.

경비의 틈은 미묘한 정도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쉽게 올 수 없는 틈이다.

오랜만에 상대에게 한 방 먹은 듯하다.


“들어오셔도 된답니다.”


알현실의 문을 열기도 전에 그 너머에서 일리아스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미 내가 온 사실조차 알아차린 모습에,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알현실로 들어섰다.


“오랜만, 도 아닌가요?”

“···이야기는 알고 있겠군.”

“저도 할 이야기가 많답니다. 천천히 하시는 건 어떤가요?”


여전한 미소를 지으며 제 속내를 감춘 모습에 피로가 덮쳐온다.

일리아스는 유능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신경전은 적당히 해줬으면 한다고···.’


상대할 때마다 너무 지친다.

일리아스 또한 대화를 원하는 모습에, 나는 일리아스의 안내를 따라서 알현실의 옆방.

작은 다과실로 향했다.


“차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선셋 상단의 찻잎이 인기가 많답니다?”

“···.”


떠보듯 넘기는 발언에 한숨이 나오려 한다.

게다가.


“그렇다고 하는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 때문에 더 피곤하다.


“이런, 들켰었나?”

“역시, 섀도우 공에게 숨기기는 무리였나 봐요.”


다과실의 기둥 너머에서 웃음과 함께 나타난 인물은 눈에 익다.


“오랜만이네, 섀도우 공.”


분명, 이전 국왕.

드라운트의 국왕이었던 남자가 태연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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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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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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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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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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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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