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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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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70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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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49. 카오스 (5)

DUMMY

전장을 달리느라 지쳤다.

스테미너가 부족한 건 아니다. 높은 레벨 덕분에 전장을 왕복하는 것 정도로는 끄덕도 없다.

오히려 스테미너 회복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내가 지친 건 하나.


“바뻐.”


정신적인 피로다.


“끄아악!”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에 멀리 뻗은 감각을 움직인다.

마도구에 연결된 지배의 감각은 마도구를 내 손발처럼 움직이게 만든다.

그렇게 연결된 마도구를 움직여서, 팔이 날아간 병사의 팔을 회복.

그걸 지금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반복하고 있다.


“큭! 정면 경계!”


전선의 한 부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또 다른 마도구를 움직인다.

방패를 만드는 마법. 그걸 작동시킨 직후, 다른 병사나 기사가 보기 전에 마도구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전장에 무기 한둘 떨어져 있어도 이상한 건 아니니까.


“하아.”


플레이어와 연합군으로 이루어진 전선. 그 최전방의 상황은 계속 확인하고 있다.

다만, 전장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 모두를 도울 수는 없지만, 손이 닿는 범위를 돕다 보니 최전방으로 향하는 게 더뎌지고 있다.


‘애초에, 가더라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인 모양인데.’


카오스가 나타난 이후로 제대로 된 공격이 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플레이어의 마법과 기술. 그 모든 게 통하지 않았다. 나 또한, 겉모습을 제쳐두더라도 플레이어다.

전선에 선 플레이어들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면, 내 공격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움직여둘까.’


전선은 아직 불안정하다.

카오스의 행동 하나하나가 터무니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날개를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에 주변에 태풍이 일어나고,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다.

의도와 달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전장의 모습을 뒤바꾸는 공격을 흩뿌린다. 저런 상황인 카오스를 자유롭게 놔두는 건 위험하겠지.

다만.


‘공격이 통하진 않는데.’


플레이어의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스킬도 통하지 않는다.

단순히 휘두르는 공격도 마찬가지다.

카오스의 주변 반경에 무언가 얇은 막이 퍼진 것처럼 공격이 사라진다.


- 퍼엉.


“···뭐?”


탄환 하나가, 카오스의 비늘과 부딪혔다.

단순히 부딪혔을 뿐이다. 제대로 충격을 준 건 아니다.

카오스도 그리 큰 움직임은 없다.

그러나.


“공격이 통했다고?”


탄환은 공격이다.

곁에서 함께 날아간 마법은 공기 중으로 흩어진 가운데, 탄환만큼은 흩어지지 않았다.

위력은 상당히 감소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연합군!?”


멀리서 들리는 소리. 그와 동시에, 나는 탄환을 쏜 병사를 찾았다.

플레이어의 말대로 카오스에게 공격을 맞춘 인물은 연합군의 병사다.

병사는 자신의 공격이 통했다는 사실에 놀란 듯, 멍하니 서 있다. 그 주변을 플레이어가 보호하려고 둘러싸는 가운데.


“프앙!”


카오스가 무언가를 뱉어냈다.

이쪽에서는 플레이어 측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어 측의 반응은 적다. 공격이라기보다는 당황한 눈치다. 오히려 연합군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저쪽은 여유인가?’


카오스는 화를 내고 있을 뿐이고, 플레이어 측도 지금은 공격의 기세를 멈추고 연합군을 돕는 중이다.

그렇다면.


“다시 달려야 하는 건가.”


전장을 달리기 시작한다.

전장 각지에 놓아둔 마도구와 신기는 전부 지배로 연결되어 있지만, 움직이는 편이 상황을 알기 쉽다.

달리는 사이에 나는 조금 전 광경을 떠올렸다.


‘연합군의 공격이 통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연합군.

그것도 일반 병사다.

강한 기사도 아닌 이.


‘이유는?’


하나다.

플레이어와 연합군의 차이.

즉, 오버로드의 힘이 개입했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십이사도도 관여할 수 없다고 했었지.’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광경은 단순하다. 플레이어는 카오스를 절대 쓰러뜨릴 수 없다.

이 세계의 주민들은 카오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영향력은 미미.


“···할 수 있는 거 맞나?”


나도 모르게 의문이 떠올랐다.

한숨과 함께 떠오른 의문을 날리고, 대책을 찾는다.

주민의 영향력은 낮다. 낮지만, 유일한 영향력이다.

전장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노성. 플레이어의 호통과 웃음.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오버로드의 힘이 없는 무기?’


내 손발처럼 움직이는 마도구. 마도구 뿐만이 아니다.

카오스가 만들어내는 게 몬스터라면, 몬스터가 존재하는 던전은 어떤 장소인가.

하물며 그런 던전에서 만들어지는 신기를 만든 존재는 누구인가.


“이건가.”


공략법을 찾았다.

아직 통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신이 있다.


“마침 위치도 좋네.”


최전선이 보이는 위치에 선 나는 마도구와 신기를 겨눴다.

내 손발의 끝을 뻗는 느낌으로, 어느새 생겨난 검은 병정까지 노린다.

그리고 사용하는 방법은 그저 손을 쥐듯.


“가라.”


힘을 주면 된다.


-+-


섀도우가 날린 마도구와 신기는 다양한 마법의 빛을 내보이며 나아갔다.

전장을 나아간 마법은 세 종류. 마도구와 신기. 그리고, 플레이어가 만든 마도구다.


- 쿵.

- 카직.


“프아아!”


나아간 마도구와 신기의 빛은 카오스에게 맞았다.

다만, 카오스가 받은 피해는 돌멩이를 맞은 정도의 반응이다.

반응과 피해를 확인한 섀도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마도구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가 만든 마도구는 카오스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에 섀도우는 오롯이 세계 주민이 만든 마도구와 신기만으로 무장을 바꿨다.


“마도구···?”

“아! 연합군이 만든 도구!”

“뭐? NPC 제품을 쓰라고?”


섀도우가 움직이는 마도구와 신기를 찾은 플레이어 또한 공략을 이해했다.

자신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하물며 마도구와 신기는 카오스의 힘이 들어간 물건이다.

플레이어들은 그저 게임의 이벤트. 그 정도로만 이해했으나, 전장에서 할 움직임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무기를 마도구와 신기로 바꾼 이들은 카오스에게 공격을 반복. 반면, 무기가 부족하거나 없는 이들은 연합군과 다른 플레이어의 보조 역할을 자처했다.


- 펑.


“오, 통한다!”


다른 플레이어마저 마도구로 공격에 성공하자.


“파라!!”


카오스는 분노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카오스가 보기에 주변에 모인 이들은 처음보는 생물이다. 그런 생물들이 모여서, 자신에게 돌멩이를 던진다.

그에 분노한 카오스는 눈앞의 생물을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패턴!”


플레이어와 연합군. 그리고 섀도우에게 다행인 점은 카오스가 어린 개체라는 점이다.

만일 카오스가 자신의 힘을 다룰 수 있었더라면, 세계를 만들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오스의 넘치는 힘만으로도 벅찬 플레이어와 연합군은 날아오는 힘.


- 쿠구구구궁.


갑작스레 만들어진 메테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팔을 내뻗었을 뿐이다.

그런데 만들어진 건 어째서인지 메테오.

공간 너머에서 날아온 운석은 높은 온도, 가속, 폭발력 등. 마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공격이다.


“진짜, 밸런스 좀!”

“실드! 실드!!”


눈앞에서 거대한 운석을 마주한 플레이어들은 당황하며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연합군과 협력해 힘을 모은 플레이어들이 세운 마법 방벽. 그건, 이미 하나의 성채라고 할 정도로 견고한 만듦새를 보였다.

다만.


- 파직.

- 파칭.

- 쨍그랑.


“X발. 진짜.”

“이걸로도 안된다고!?”


운석은 철저하게 플레이어와 연합군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그 크기에 비해 느린 움직임을 보인 운석은 천천히. 성채를 깨부수며 나아갔다.

가장 큰 마법 방벽이 세 개. 세 겹으로 만들어진 성채는 커다란 운석 앞에 풍전등화와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미 일부 플레이어와 연합군이 포기한 상황에.


“『지배』, 『정복』.”


성채가 뒤덮였다.

푸른 빛으로 뒤덮인 성채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흐릿한 형상이 아닌, 더욱 짙은 빛을 내뿜었다.

마치 실체를 지닌 물건인 듯 보이는 성채는 운석을 상대로, 버텼다.


- 끼이이이.


운석이 닳는 소리와 성채가 다시 만들어지는 소리.

그 두 개의 소리는 전장에 기묘한 소리를 퍼트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성채가 운석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레이어 측은 갑작스레 생긴 성채에 당황하면서도 카오스를 향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운석을 부수려 하고, 누군가는 연합군과 플레이어의 상처를 회복한다.

바삐 움직이는 전장에서, 전황을 유지하고 있는 건.


“예상보다 힘든데, 이거.”


섀도우다.

전장에 늘어둔 마도구와 신기를 성채 주변에 둔 덕에, 성채에 간섭할 수 있게 되었다.

섀도우는 그 사실을 이해한 순간. 스킬을 연속으로 중얼거렸다.

성채를 지배한 이후. 곧장 사용한 정복.


“처음 사용한 탓인가.”


정복 스킬은 여태껏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정확한 스킬. 정복은 영역을 지배하는 힘을 지녔다.

성채를 자신의 영역으로 인정받은 이후, 곧장 정복하여 스킬과 마법을 보강. 그런 끝에 카오스의 힘을 막아낸 섀도우는 플레이어들과 다른 장소에 있다.

운석이 전장의 중앙을 날려버린다면, 섀도우는 전장의 측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건지···.”

“프르아!”


운석의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서 성채와 운석의 기 싸움을 바라본 섀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과 마도구. 신기 대부분을 성채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 덕에 운석을 막아내고 있다.

섀도우는 지금 성채를 유지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힘을 사용 중이다.

그리고 그건, 상대인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프아아!!”


운석을 불러내는 순간은 간단하지만, 카오스는 지금 운석의 끝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팔을 뻗은 상태로 유지하는 카오스의 모습은 객관적으로 귀엽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칫 전장 너머를 황무지로 만들 운석이다.

섀도우는 힘든 사실을 조금이라도 잊고자 카오스의 모습을 살폈다.


“저 작은 몸이, 신의 힘을 지녔단 말이지···.”

“프!”


힘을 쓰던 카오스와 섀도우의 눈이 마주쳤다.

섀도우는 잠시 놀라다가, 이내 카오스의 반응에 웃음을 삼켰다.


“프아! 프! 프프!”


마치 아이가 불만을 말하듯, 몸에 비해 한없이 짧은 팔다리를 휘적이는 모습.

우스꽝스럽고도 귀여운 그 모습에 섀도우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


“크, 아하하.”


웃었다.

섀도우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 모습을 본 카오스는 더욱 화를 내며 팔을 휘저었다.

그리고.


- 반짝.


“···어?”


섀도우는 카오스의 손.

그 손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반짝이는 물건.

그걸 본 섀도우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봉인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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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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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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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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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2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9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9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8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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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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