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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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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54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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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DUMMY

슈바르츠가 제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호네스티 왕국에서 에체르티 왕국까지 거리는 상당하다.

평소에 인벤토리에 많은 물건을 준비한 덕분에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그러나.


“···늦었나.”


슈바르츠의 속도로 에체르티 국경이 보일 시점은 이미 태양이 저물기 시작한 무렵이다.

그마저도 최대한의 속도로 달린 탓에 슈바르츠의 소모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늦었다.


“제길.”


멀리 보이는 국경은 휑하다.

본래 마을이 있었을 구역은 아무런 흔적도 없는 황무지로 바뀌었다.

그저 민둥산이 되어버린 마을은 국경 외곽에서부터 시작된 방사형의 무언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마을을 향해 나아갔다.


‘몬스터는, 이미 떠났나···.’


주변을 둘러봐도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유영하는 몬스터이니 움직이는 것도 재빠른 듯하다.


“저건···.”


마을과 조금 떨어진 부근에 세워진 천막.

그 주변으로 병사와 연합 기사단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직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위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가면을 덮어, 천천히 그들의 근처로 향했다.

향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그래도 상황을 확인하는 건 중요하다.

지금처럼 몬스터가 날뛰는 상황에서는 더욱.


‘감정은 잠시 억눌러둘까.’


이곳(거울 세계)에서 활동한 이후, 처음으로 큰 피해를 본 상황이다.

막상 눈앞에 그 흔적을 들이미니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이 앞은 경계 지역입니다!”


슈바르츠가 근처로 다가가자. 내 모습을 파악한 일부 기사들이 나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이곳은 몬스터의 손해를 입은 지역이다. 몬스터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현장 보존을 위해서라도 기사들의 행동은 옳다.

다만, 더욱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자.


“섀, 섀도우 님이십니까!”

“섀도우 님!”


국가 연합을 발표할 당시. 나는 문라이트의 수장으로서, 섀도우라고 밝혔다.

특징적인 가면을 발견한 기사들은 내 정체를 깨닫고 곧장 경례하며 예의를 차렸다.


‘국왕과 동급이니까.’


더욱 긴장하려는 기사들에게 한 손을 들어 긴장된 분위기를 날렸다.

말에서 내린 나는 한 번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연한 걸 보면, 이들도 여기에 오고서 시간이 많이 흐른 건 아닌듯하다.


“담당자는 어디에 있지.”

“예, 예! 제가 현장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현장 지휘를 맡은 기사는 다른 기사와 달리 제복과 갑옷이 섞인 모습이다.

어깨에 내건 훈장도 엿보인다.


“연락용 마도구는 어디에 있지?”

“중앙 천막에 있습니다.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곧장 의도를 파악한 기사의 뒤를 따라, 안내 천막으로 들어선다.

주변 광경은 둘러볼 것도 없다. 완전한 무. 몬스터가 날린 공격으로 인해 완전한 잿더미 뿐이다.

지금은 몬스터의 위치를 알고 있을 국왕과의 연락이 우선이다.


“연결 중입니다.”


연합의 중심은 대륙 중앙. 아셍트다.

아셍트는 오랜 역사로부터 연합의 중추를 맡아왔다. 그리고 그 덕에, 각종 마도구와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연합에서도 아셍트의 기자재 덕분에 수월히 체계를 만들었다.

다만.


‘전력은 불안정하다.’


이번 기사단이 패퇴한 것도, 마을이 무너진 것도, 문라이트의 부대가 손도 쓰지 못하고 전멸한 것도 문제다.

뒷세계의 마도구를 충분히 들려준 상태로 나선 전투다. 그런데도 그들은 몬스터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못했다.

그건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섀도우 공인가?”

“그렇다. ···현장은 이미 늦었더군.”

“···그런가.”


이미 상황을 이해한 듯 보이는 바운티 국왕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이내 표정을 다잡았다.


“지금은 대책을 우선하도록 하지.”

“이론은 없다.”


연락용 마도구 너머로 나타난 영상은 역시나 흔들리고 있다.

하늘에 얼핏 보이는 것은 몬스터. 다만, 지나치게 멀어서 그 윤곽마저 흐릿하게 보인다.


“몬스터의 위치는 계속 이동 중이야. 현재 몬스터는 에체르티 왕국에서 실피니아 왕국으로 향하고 있네.”


진행 방향은 알아냈다.

몬스터의 목적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는 어떻지?”


쓰러뜨린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운티 국왕은 내 물음을 예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각 국가에 전해두었네. 길드를 통해서도, 마도구를 통해서도.”

“그런가.”


긴급 퀘스트의 형식으로 날아간 임무다.

지금쯤 플레이어 전원이 몬스터를 알아차렸겠지.

그러나.


‘모일 시간이 부족하다.’


이번 몬스터는 하늘을 날고 있다.

하늘을 나는 몬스터를 상대로 대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장 실피니아 왕국으로 향하는 몬스터. 그를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야 한다.

몬스터가 선수를 취하게 두면 안 된다.


“시간 싸움인가.”

“그렇게 되겠군. ···하다못해 전력이 모일 시간이 필요하다만.”


몬스터는 에체르티 왕국의 마을을 불 싸지른 후, 떠나갔다.

그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 제 발길을 돌린 몬스터는 실피니아 왕국을 노리고 있다.

지금처럼 몬스터가 먼저 움직이는 상황은 연합에도, 플레이어에게도 좋지 않다.


‘플레이어는 어떻게든 장소를 찾아서 모일 테고···.’


중요한 건 몬스터의 의식을 이끌 무언가다.


“···몬스터의 위치는 어디지?”

“설마, 섀도우 자네···.”


질문의 의미를 깨달은 바운티 국왕이 놀란 듯 물었다.

누군가 움직여야만 한다면, 내가 움직이는 편이 빠르다.

게다가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까.


‘문라이트는 전 국가에 조금씩 나뉘어 있고, 급조한 전력이라도 상관없겠지.’


몬스터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모든 국가에 숨겨놓은 게 되려 도움이 되었다.


“위치.”

“···알겠네.”


바운티 국왕에게서 몬스터의 위치를 들은 나는 곧장 천막을 나섰다.

뒤에서 책임자인 기사가 놀란 듯 따라오지만, 나는 슈바르츠에 올라탔다.

한시가 바쁜 상황이다.


“섀도우 님!”


슈바르츠와 함께 간이 거점을 나서는 뒤에서 기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 전 기사인가.’


나는 품에서 마도구를 꺼내, 문라이트에 연결했다.

시간이 없다. 예정된 장소로 움직이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무운을 빕니다!”


담당자 기사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기사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슈바르츠에겐 미안하지만 몬스터가 이 이상 날뛰는 건 곤란하다.


“예. 연결되었습니다.”

“빌레트. 해당 지점으로 부대 셋. 20분 후다.”


연결과 동시에 할 말만 전하고 끊었다.

남은 건 플레이어의 움직임.

그리고.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인가.’


플레이어가 진형을 갖추고 오면 내 승리다.

플레이어는 죽지 않으니, 어떻게 해서든 공략할 수 있다.

반면.


“버티지 못하면, 게임 끝.”


나. 또는 문라이트의 부대가 전멸한다면 승부는 끝난다.

플레이어의 전투 방식은 오롯이 게임으로 판단하고, 이벤트성 전투라고 판단한다.

이번 에체르티 왕국의 마을 전투도 플레이어들은 이벤트 전투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을 보호라든지.


‘그 결과 마을은 전멸. ···시민들의 대피가 늦었고.’


연락이 도착해, 전원 대피하기 전에 몬스터가 움직였다.

마을이 사라지며 부활 지점마저 사라진 플레이어들은 첫 도시에서 부활.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나설 수 있게 만들어야겠네.”


이벤트 전투가 아닌, 필드에서 치루는 보스 전투라고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싸워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


-+-


에체르티 마을이 전멸한 후. 하늘을 나는 강인한 몬스터.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되살아난 플레이어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플레이어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한창 활발한 대화가 떠돌 무렵. 국가의 길드에 내려진 공문과 임무.

그제야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이벤트구나!”

“준비해라!”


뒤늦게 무기를 지니고, 파티를 구성하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신들이 즐기는 게임. 이곳(거울 세계)은 정보가 불친절한 곳이기에, 무엇하나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다.

누군가는 길드에서 탐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상인을 상대로 이야기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에체르티 왕국에 마을이 소멸?”


부활한 플레이어의 이야기가 더욱 자세히 풀리기 시작했다.

마을이 사라졌다. 또한, 몬스터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한정된 정보를 받은 플레이어는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벤트.


그것도 마을을 지키는 수성 이벤트다.

마침 섀도우가 걱정하던 결론이 나온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속한 국가의 외곽 마을을 찾았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각. 섀도우가 몬스터의 뒤를 쫓고서 30분이 흐른 시간이다.


“···몬스터에 관해서 연락 있는 사람?”


플레이어들이 한참 준비를 끝마치고, 각 국가의 외곽 마을에서 전투를 준비한 시점.

이미 시간이 한참 흐른 상황에 그들은 생각했다.


“왜 몬스터가 없지···?”

“···이벤트 불발인가?”


플레이어는 단순히 게임을 즐길 뿐인 사람이다.

즉,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아니다.


“위치가 틀린 거 아니야?”

“무슨 조건이라도 있어야 하나?”


그들이 예상한 내용과 다른 상황이 흐르기 시작하자,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의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조건을, 누군가는 위치를. 저마다 의문을 품는 가운데.


“야, 정찰 갈 사람.”


일부 플레이어는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목격 정보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몬스터를 직접 찾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일부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정찰에 뛰어난 이들로 파티를 맺었다.


향하는 곳은 제각각.


마땅한 정보도, 제대로 된 안내도 없는 상황은 플레이어들의 재량에 달려있다.

주민들은 외곽 마을에서 도망가느라 바쁘고. 국왕들은 마을과 치안에 대비하느라 바쁘다.

누구 하나 플레이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 상황이다.

그렇게 플레이어들끼리 움직이기를 한참.


“목격담 있는 사람?”

“없음!”

“여기도 없는데? 단발성 이벤트인거 아니야?”


불만의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주변 주민들은 어느새 모습을 전부 감췄고, 외곽 마을에 남은 것은 플레이어들 뿐.

각 국가에 남은 플레이어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만 돌아온다.

그에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잃고, 제 갈 길을 향하려던 순간.


“어?”

“어라?”


일부 그룹.

두 그룹에서 전혀 반대의 이유로 같은 반응이 나왔다.


“왜 그래?”


한 그룹은 멀리 늘어선 마차의 행렬에 놀랐다.

그 행렬은 외곽 마을로 들어서는 중이며, 상단의 문양을 내걸고 있다.

그리고 그 문양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한 문양.


“선셋 상단이 지원하러 온 모양인데?”

“선셋 상단? ···그럼 제대로 된 이벤트인 것 같은데?”

“기다려 볼까?”


선셋 상단의 마차 행렬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이벤트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선셋 상단은 이미, 이벤트를 돕는 보조 역할이라는 인식이 박혔기 때문이다.

그를 의도한 것은 당연히 섀도우. 로우다.

또한, 다른 방향에서 터져나온 반응.


“넌 또 왜.”

“아니, 소리가.”


그 반응에 의문을 보인 수색조는 더욱 깊은 숲으로, 산으로 향하다가.

이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와, 씨.”

“찾았다!!”

“컷신 X쳤네.”


그들의 눈앞에 늘어선 것은 두 광경.

하늘을 유유히 날아, 제왕의 풍격을 보이는 푸른 비늘을 지닌 몬스터.

그리고 그를 상대하는 검은 망토의 무리.


“크르르!!”

“쏴라!”


산의 경사를 이용해 요새의 단층처럼 만든 지형에 놓인 마도구.

그 마도구가 일제히 불을 뿜어낸다.


“크르아!”


제각각의 빛이 마법으로 변해 몬스터를 노리고, 몬스터는 마법을 피하거나 요격하는 등.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속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선보이는 이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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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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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176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7 1 12쪽
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8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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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90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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