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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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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44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2.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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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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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DUMMY

세계 연합은 다행스럽게도 쉽게 받아들여졌다.

뒷세계를 지배한 지금, 내가 할 일은 없다.

각 국가의 문제도 해결했다. 남은 건 국왕들의 처리 능력을 보일 뿐이다.


“그러니 조금 쉬어볼까.”

“어디로 가실 건가요?”


연합 발표로부터 3일 후.

그사이 나는 상단의 일을 처리하고, 를렌으로부터 여러 개발품을 받았다.

지금은 밀렸던 일을 전부 처리한 뒤.

즉.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네.”


휴식 시간이다.

소니아와 함께 도시를 걷는다.

본점을 세운 도시를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거리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다니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연합을 발표한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당황한 사람과 의욕적인 사람인가.’


곧바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이 상당하다.

다만, 예상한 일이기에 그런 국민을 대상으로 여러 지원과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그게 국왕들의 일.


‘문라이트는 알아서 굴러가니까, 편하단 말이지.’


빌레트와 리젝트가 뒷세계를 철저하게 정리해준다.

그 덕에 나는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아.”


거리를 걷던 중, 눈에 익은 간판을 발견했다.

분명 저 간판에 적힌 글은 어디선가 봤다.

그건.


‘서류였지.’


최근 소니아가 부상단주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서류 중 하나.

그 서류에서 봤던 이름이다.

분명, 서류의 내용은 하나.


“새로운 사업 확장이 저기인가?”

“···네. 로우 씨의 이야기를 듣고,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소니아가 새로 도전하는 사업은 음료 부문이다.

커피와 탄산 같은 마실 것이 없는 이곳(거울 세계)은 마실 게 부족하다.

홍차나 찻잎을 이용한 마실 것은 많지만, 아무래도 지구의 음료를 아는 견해에서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소니아가 도전하는 내용을 쉽게 허락했다.


‘사실 선셋 상단을 키운 공로는 전부 소니아에게 있으니 말이지.’


소니아가 만든 상단이다. 소니아의 뜻대로 움직여야지.

그건 그렇고.


‘궁금한데.’


벌써 시험 가게를 낼 정도로 성과가 나온 모양이다.

최근 소니아의 일처리를 치켜본 결과. 소니아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소니아는 확실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즉, 저 가게는 성공한다고 모종의 확신을 얻은 모양이다.


“···한 번 가볼까?”

“네? 아, 그···. 네.”


어딘가 꺼리는 듯한 소니아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섰다.

가게의 구성은 단출하다. 다만, 곳곳에서 지구의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 나와 대화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은 탓인 모양이다.


“···탄산도 있네.”


마침 눈에 보이는 메뉴 중에 탄산과 케이크를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는 지구와 달리 서빙까지 해준다고 한다.


‘조금 즐겨볼까.’


그리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곧장 메뉴가 나왔다.

탄산은 맑은 색이다. 케이크는 조각 케이크.

맛은.


“···맛있네.”


맛있다.

지구의 맛을 완전히 따라한 건 아니지만, 이건 이것대로 맛있다.


“그, 그런가요?”

“응. 정말 맛있어.”


솔직히, 소니아가 시도한 결과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탄산은 시원하며 청량감이 상당하다.

케이크도 달콤하며 부드러워서 제 본분을 다하고 있다.


‘원래는 케이크에 커피지만···.’


없는 메뉴는 어쩔 수 없다.

조금 아쉬워하며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고 있자니, 품속에 둔 마도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로우 씨?”


품속에 둔 마도구는 하나밖에 없다.

연합을 결성한 이후에 준비한 물건이다.

그리고 이 마도구가 울리는 때는 한 가지밖에 없다.


“하아···. 휴식도 다 못 즐기는 건가.”


말과는 달리, 나는 이미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마도구가 울리는 때는 한 가지.

비상사태다.


“소니아. 돌아가자. 연합 쪽에서 긴급 연락이야.”

“아, 네!”


상황을 이해한 소니아는 곧바로 나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달리면 본점까지 3분도 걸리지 않지만, 도시 내에서는 조절하고 있다.

중심 거리에서 본점까지 10분.


‘소니아도 레벨이 오른 모양인데.’


적당히 달렸다고는 하나, 소니아의 속도도 상당한 편이다.

나는 소니아의 신체 능력에 감탄하며 지하로 내려갔다.

지금 들고 있는 마도구는 비상 상황을 알릴 뿐인 마도구다.

제대로 된 연락을 위해서는 지하에 있는 마도구를 써야 한다.


“흠, 들리나?”


곧바로 가면을 덮어쓴 나는 마도구 너머의 인물에게 물었다.

마도구 너머의 연락원은 연합의 누군가.

아직 연합 체제는 국왕과 아셍트의 병사로 되어 있다.


“네. 연락되었습니다.”

“섀도우 공!”


아셍트의 병사가 대답한 순간, 그 목소리를 덮을 듯이 달려든 목소리는 분명.


“바운티 국왕. 진정해라. 상황은 어떻지?”


바운티 국왕, 무르한이다.


“몬스터가 나타났네! 지나치게 강대한 것을 보면 자네가 말한 몬스터가 아닌가!?”

“···몬스터?”


몬스터라는 소식에 미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일반적인 몬스터라면 플레이어가 쓰러뜨릴 테고. 그게 아니라면, 연합 기사단을 이용하면 된다.


“연합 기사단은요?”

“오, 오! 성녀님도 곁에 계신가!”


연락용 방에 함께 들어온 소니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에체르티 국왕이 전했다.


“···패퇴했네.”

“졌다?”


기사단은 분명 급조한 전력이다.

하지만, 각 국가에서 최고 전력을 떼어내어 만든 이들이다.

사실상 연합군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기사단이 진 몬스터다.

상황이 예상 이상으로 심각해졌다.


“정보는 어떻지? 누군가 감시하고 있겠지.”

“음. 감시를 위한 병사를 두었네. 그들은 은신 활동에 특화되어 있어, 아직 들키지 않았어.”


다행히 최소한의 행동은 한 모양이다.

나는 통신을 위한 마도구를 조작해 영상으로 바꿨다.

영상 너머에 모습을 보인 두 사람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몬스터의 외형은 어떻지.”

“여기 있네.”


자리에 앉은 바운티 국왕을 대신해, 직접 몬스터의 영상을 보인 에체르티 국왕은 바운티 국왕에 비해 냉정하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이는 위치는 에체르티 왕국 근처다.


‘저 방향으로 나아가면···.’


국경 마을이 나온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영상을 보아하니, 감시로 붙인 이들이 직접 마도구로 송출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중요한 몬스터의 모습은 조금씩 비쳐 보인다.

다만.


“···하늘인가.”

“그렇네. 이번 몬스터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모양이네.”

“어찌하나! 섀도우 공. 좋은 방법이 없나!?”


호네스티 왕국에서 에체르티 왕국까지는 한참 걸린다.

전투를 상정하면, 직접 뛰어갈 수도 없다.

체력과 전력을 온전한 채로 향하려면 최소한 반나절은 걸린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들은 어디에 있지?”


영상을 보는 중에도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플레이어를 물었다.

이곳(거울 세계)을 게임으로 이해한 플레이어라면, 마지막이 다가온 지금. 보스를 잡아서 어떻게든 강해지려 할 텐데.

영상 너머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게···.”


바운티 국왕과 에체르티 국왕도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국경 마을에서 전투할 요량일세.”

“···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버렸다.

국경 마을에서 전투. 즉, 시가지를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게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정답일지는 모른다. 몬스터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로 온다면, 그걸 이용하는 것뿐이니까.

그러나.


‘여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고.’


국경 마을에 사는 국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엄연히 사는 국민이다.

무고한 생명이다.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 죽을 이유가 없는 이들이다.


“내가 가지.”

“자네는 지금 멀리 있는 게 아닌가?”


놀란 바운티 국왕이 묻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도 없다.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문라이트의 전력을 소모한다면.


“가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

나는 곧장 빌레트와 이어진 마도구를 들고, 본점을 나왔다.

소니아는 본점에서 물자의 보급을 부탁했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보급은 필수적인 일이 되니, 소니아도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빌레트입니다.”


어딘가 긴장 어린 목소리로 받은 빌레트에게 간단히 용건만 밝혔다.

자세한 내용을 전할 시간이 없다.


“에체르티 왕국, 국경 도시. 출전이다.”

“예. ···알겠습니다.”


빌레트의 대답을 듣고, 마도구의 연락을 끊는다.

향하는 곳은 슈바르츠가 있는 곳.

오랜만에 만나는 만남이지만, 인사할 시간은 없다.


“가자.”


슈바르츠 또한 오랜만에 만나는 내게 별다른 탈을 보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로우가 섀도우의 모습으로 호네스티 왕국을 나설 무렵.

에체르티 왕국으로 나아가던 몬스터는 발 아래 늘어선 인간들을 바라봤다.

한없이 작은 점으로 보일 뿐이지만, 몬스터는 그 모든 생명을 낱낱이 파헤쳤다. 그런데도 건들이지 않은 것은 오만.

자신이 절대적인 강자라는 확신에서 오는 오만이자 방심이다.


“크르를.”


그에 비해 몬스터가 향하는 곳은 인간이 가득한 왕국.

멀리 보이는 마을을 알아차린 몬스터는 한없이 넓은 하늘을 유영하듯 나아가, 자신을 노리는 인간을 알아차렸다.

발밑에서 모인 몇몇 인간들. 그 하찮은 존재를 바라본 몬스터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크릉.”


제 앞발을 휘둘렀다.

그저 그것만으로 대기가 쪼개지고, 대지가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하찮은 존재는 별볼일 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몬스터는 자신이 행한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멀리 보이는 마을을 향해 유영했다.


“저기 온다!”

“마법 준비!”

“탱커 앞으로!”


그렇게 나아가기를 한참.

몬스터는 조금 전과 달리, 조금 덜 하찮은 인간들을 바라봤다.

그러나 결국 몬스터에게 그것들은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발사!”


몬스터가 보기에 자그마한 나뭇가지에 오른 하찮은 존재.

그것들이 날린 반짝이는 가루들에 몬스터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플레이어로서는 자신들이 익힌 최대급의 마법이지만, 정작 몬스터에겐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뭐···. 데미지가 없다고?”


몬스터는 굳이 반짝이는 가루를 맞아주었다.

그 정도로는 자기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되려 하찮은 존재를 비웃기 위해 플레이어의 마법을 전부 맞은 몬스터는 웃음을 흘렸다.


“크르르.”


하찮은 것들이 사용하는 것은 마법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듯 비웃은 몬스터는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제대로 된 마법을 보여주겠다는 듯. 천천히. 본래 속도보다 느긋하게 힘을 모은 몬스터는 마지막까지 하찮은 존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몬스터가 마법을 내뱉은 순간.


“크르르릉!”


에체르티 왕국의 국경 마을.

그곳에 있던 플레이어는 전멸했다.

그와 동시에.


“크흐.”


국경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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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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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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